석굴암, 그 이념과 미학 - 인류의 위대한 유산 1
성낙주 글, 박정훈 사진 / 개마고원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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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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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024년 국립중앙박물관회 47기 특설강좌를 신청해서 매주 알토란 같은 귀한 강의를 듣고 있는데, (현재 총 30강 중 23강까지 들었다) 가능하면 안빠지려고 하는데 그동안 한 번 결석했다. 그날 강의가 ‘석굴암‘에 대한 내용이라서 아쉬워서 검색해 보고 관련 책을 구매했다.

저자 성낙주 선생은 전공자는 아니지만 (현재 중학교 국어교사) 우리 역사와 문화유산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연구해 왔고, 이 책 ‘석굴암, 그 이념과 미학‘은 그 노력의 결실이다. 석굴암 창건의 동기 및 그 주체, 역사적 배경, 돔형 지붕의 기원, 석굴암 조각들에 대한 총체적이고도 유기적인 통찰로 그야말로 숨 죽이며 책을 읽게 한다.

저자는 과거 신라의 개방성에 주목하여, 실크로드를 통한 동서양 교류의 결과 석굴암이 탄생할 수 있었음을 이야기한다. 로마 판테온과 석굴암은 놀랄만큼 많은 점에서 유사하다. 석굴암 조각들의 예술성 및 그 내용도 인도의 영향을 받긴했으나 (보살, 제자들의 옷차림 등은 신라의 것이 아니다) 신라 도공의 손 끝에서 아주 독창적으로 구현되었다.

석굴암에 대한 다른 책을 아직 읽어보지 못해서 섣불리 평가할 수는 없지만, 이 책이 아주 이색적이고 감동적이다. 기존 미술사학계에서 논의되는 내용을 제시하고 저자만의 반론, 해석을 풀어 놓는다. 석굴암을 창건한 김대성에 대한 설화부터 재해석하며 김대성과 원효가 공감한 화쟁의 의미를 곱씹어본다. 이어 석굴암 내부를 분석하며 그 아름다움, 그 공간의 성스러움을 노래하고 그럼에도 한없이 어리석은 중생이 그 곳에 섰을 때만이 그 곳이 성전으로서 의미가 있고, 붓다가 비로소 붓다고 된다고 말한다. 사람이 찾지 않는 곳, 비어있는 그 곳은 그저 건축물에 불과한 것이다. 석가모니가 중생을 바라보는 비의가 그의 뒷모습에서 처연히 각인된다.

석굴암을 방문한 것은, 고교시절 수학여행길에서였다. 어두컴컴한 새벽, 학우들과 선잠에서 깨어 투덜대며 토함산을 올랐던 기억이 있다. 올라가서도 석굴암 내부는 그야말로 얼굴만 뻬꼼히 들이밀고 들여다보고 (유리창에 갇힌 석불을 본 듯...) 그 앞에서 동해바다를 내려보았던 아련한 기억만 남아있다. 아니, 이젠 과연 올라갔었나하는 기억마저도 긴가민가하다. 이 책을 읽으며 그동안의 무심함을 반성한다. 우리나라이길래, 언제든 갈 수 있다는 오만함으로 이렇게나 멀리 와 있었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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