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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속의 월든
서머 레인 오크스 지음, 김윤경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12월
평점 :
잡다하게 책을 읽는 편이지만, 유독 몇 권의 책은 언젠가는 꼭 읽어야지 하고 찜해 놓고 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이 그 중 한권인데, 게을러서 아직 못 건드리고 있다. 마침 흐름 출판에서 서머레인 오크스의 "도시 속의 월든"이라는 책을 펴 내고 서평단 모집을 하길래, 제목만 보고 무조건 신청했는데 운좋게 서평단이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은 역시 나를 행복하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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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서머레인 오크스는 뉴욕 브루클린의 한 아파트에 살면서, 아파트를 실내 정원으로 꾸미고 '홈스테드 브루클린', 유튜브 '플랜트 윈 온 미' , 온라인 강좌 ' 하우스 플랜트 마스터 클래스'등을 운영하며, 1000그루가 넘는 식물을 키우고 있다. 그녀의 친구가 아파트에 '브루클린의 공중 정원'이라는 별명을 붙여줄 정도로. 실제로 책에 수록된 사진이 얼마나 이쁜지 모른다. 어려서는 뒷문을 열고 나가면 자연의 품에 안기는 삶을 살다가 일 때문에 뉴욕에 온 후, 자연을 집으로 데려올 방법을 모색하고, 아파트와 뉴욕 커뮤니티 안에 나만의 녹지 공간을 개척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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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처음 접할 때는 단순히 집안에 반려 식물을 키우는 방법에 대한 책인 줄 알았다. 읽다보니, 이 책은 식물을 대하는, 자연을 대하는 자세에서 인간을 대하는 보다 배려하고 자상한 자세를 배우는 방법이고, 인간 관계에 대한 친절한 관찰의 자세를 배우는 책이다. 즉 한마디로 관계에 대한 지침서이다. 식물과 식물에 대한 지식을 우리 세계안으로 끌어들이고, 식물의 경이로움을 찾아내어, 이 특별한 관계를 통해 새로운 관점으로 우리 삶을 바라보도록 돕기 위한 안내서다. 그 과정은 적당한 관찰과 존중, 노력, 이해와 사랑이 필요하며, 식물을 잘 알게 될수록 우리는 우리 자신과 더 가까워진다. 그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는 우리 자신과 주변 사람, 그리고 우리가 사는 대지 또한 잘 돌보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일주일에 단 몇시간만이라도 느린 속도로 살아보도록 권하는 초대장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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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서머레인 오크스( 이름에 담긴 의미가 너무너무 좋다..첫 여름비의 향긋한 물냄새가 코 끝을 스친다..) 는 우리에게 필요한 건 자연이고, 식물의 속도로 들여다보면 우리의 온갖 스트레스가 다 풀리는 신기한 과정을 이야기 한다. 주변에서 하나의 식물에 집중하다보면, 자연의 속도에 눈맞춤할 수가 있고, 그러다보면 나만의 녹색 공간 꾸미기는 더이상 여간해선 엄두를 낼 수 없는 어려운 일이 아니고, 나에게 딱 맞는 식물을 곁에 둘 수 있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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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에 관한 한 타고난 똥손이라 식물을 잘 키우지 못했다. 어떤 경우는 너무 게을러서 말려 죽이고, 어떤 경우는 너무 부지런 떨어서 뿌리를 썩혀서 죽였다. 그래서 최근에는, 그냥 자주 나가서 밖의, 다른 금손들이 잘 키운 식물, 자연을 내 것인 양 누리자 하는 마음이었다. 집 밖에만 나가면,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식물들이 그 자태를 보여주니까.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니, 나에게 맞는 반려 식물을 찾을 수 있다. 실제로 '식물을 처음 키우는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p213) 목록이 있어서, 내 거주지와 내 성향에 맞는 식물 고르는 법이 담겨있다.(고맙습니다!!) 또한, 우리 집 인테리어에 맞는 식물을 고르지 말고, 그 식물이 우리 집에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그 식물이 우리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 대답이 내가 원하는 것과 일치하는지 보라는 관점의 변화를 이야기한 점이 인상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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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으며, 당장이라도 양재 꽃시장에 달려가고픈 충동을 억누르기가 쉽지 않다. 발을 옮기는 것보다 먼저, 나에게 맞는 식물이 무엇인지 찾아봐야겠다.
책 속으로
p94> 식물은 저마다 미묘하게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고 그 변화를 감지하기도 힘들다. 식물은 혼잡한 무도장을 무심하게 훑는 시선이고, 밤의 암막 아래서 이루어지는 두 연인의 밀회이며, 무덥고 고요한 날에 부는 찰나의 산들바람이다.
p137> 내가 대지와 교제하지 못할 이유는 무엇인가? 나 자신도 일부분은 나뭇잎이고 부엽토인 것을.(헨리 데이빗 소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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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