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네 미술관 - 다정한 철학자가 들려주는 그림과 인생 이야기
이진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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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들린 밀러의 <키르케>에서 키르케가 처음으로 연정을 느꼈던 글라우코스와의 대화를 마지막에 놓아두고 싶다. 글라우코스는 나이를 먹으면 아버지에게 독립해 자기 배와 자기 집을 갖고 싶다고 말한다. 그리고 계속 불을 지필 거라고 말한다. "당신을 위해 항상 피워놓을 거예요. 허락만 해 주신다면." 그 말을 듣고 키르케는 이렇게 말한다. "그보다는 의자를 항상 준비해 놓았으면 좋겠구나. 찾아가서 너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사랑은 불을 피우는 일인 것 같지만 그보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항상 의자를 준비해 놓는 일이다. 당신이 지금껏 의자를 당계 내 앞에서 이야기를 들어준 모든 시간들과 그 안의 마음에 감사한다. 나도 계속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331p)

작가의 이야기를 잘 들었다. 이야기에 나온 그림과 책과 시들 덕분에 다시 그림을 들여다보고, '키르케'를 펼치고, 시를 소리내어 읽어 본다. 세상에서 마녀라고 손가락질 받는 존재라도 어떤 이유가 있었는지 돌아보게 된다면 다른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다. 다른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귀와 의자가 많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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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거짓말 창비시선 512
장석남 지음 / 창비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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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청하다

난로 위 주전자에게 노래를 청하니
끓고
커다란 벽 담쟁이에게도 노래를 청하니
느리게 느리게
푸르렀다

접시에게도
사과에게도
노래를 청해보았다
접시에서누 청색 난초 무늬가 돋아나왔고
사과는 시들어갔다
시듦의 노래로 그 저녁
평화로웠다

언제부터인지 나는 노래를 청하러 다니는 자
하나 누가 나에게도 노래를 청한다면 얼굴이 붉어지겠지
그것이 나의 노래
나는 망설이다가 한마디 하려네
그 모두가 나의 노래, 뗏목
앓는 사랑이라고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노래라는 뗏목을 타고 사랑에게 가는 사람이 시인일까?
시인은 시듦의 노래를 듣고도 평화로웠다고 한다.
그 평화를 엿듣는 시간도 평화에 가까웠다고 전해주고 싶은 날이다. 눈이 내리는 2월. 지금 노래에 가깝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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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책 - 금서기행
김유태 지음 / 글항아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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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서라는 나침반이 가리키는 불화의 방향은 소수의 권력자가 탈취한 이념이었다. 금서의 작가들은 복종하지 않음으로써 세계의 독자에게 자유를 선물하고자 했다. (15p)

누구보다 이 책은 아내 강수진의 절대적인 배려로 가능했다. 아내는 모든 글의 첫 번째 독자였다. 먼 미래에 내 책장에 꽂힌 책의 의미를 알게 될 딸아이 김서인이 훗날 이 책을 펼치는 순간을 상상하며 한 줄 한 줄 썼음을 미리 밝혀둔다.
(21p)


여러분에게도 책과 관련된 추억이 하니쯤은 있지 않나요. 종이와 잉크로 구성된 세상 속의 영혼의 운명이 걸려 있다는 듯이 한 줄씩 밑줄을 그으면서 자주 '책바보'가 되었던 저로서는, 이 책저럼 독서의 본령을 일깨우는 작품 앞에서 겸허해집니다. <화씨 451>은 우리가 책을 손에 쥘 자유의 소중함을 떠올리게 해주는 명저입니다. 책장에 꽂아야 할 것은 바로 이런 책입니다. (194p)

책을 읽을 자유도 있고, 읽지 않을 자유도 있다. 책을 읽고 나서 누리는 자유는 그 깊이와 넓이가 다르다. 그 깊이와 넓이를 깊이 탐사하고 나서 쓴 책이다.
작가에게, 그 작가의 첫번째 독자인 아내에게, 그리고 미래에 읽을 딸에게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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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의 역습 - 모든 것을 파괴하는 어두운 열정
라인하르트 할러 지음, 김희상 옮김 / 책사람집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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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 사회는 사회적 격리의 지극히 다양한 위협, 이를테면 실직, 오로지 컴퓨터 앞에만 앉아 일하는 재택근무, 인터넷 중독 등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다. 또한 가정주부나 노인도 사회적 격리에 취약하다. '코로나바이러스' 유행 당시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에 왜 사람들이 그토록 반감을 보였는지 납득이 된다. 지나친 개인화, 사회의 고령화, 갈수록 줄어드는 교류는 증오의 온상이 될 수도 있음을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격리에 따른 심적인 요소, 훼손당한 자존감, 주변의 일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보는 태도, 개별적인 경험의 일반화 등은 증오를 촉진한다. (92p)



 증오가 자라는 사회가 되고 있다. 어느 시대에든 증오는 있었겠지만 지금의 증오는 그 양상이 더욱 거대해지고 있다. 거대사회를 반영하는 증오를 분석하고 함께 대응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물론 어려운 일이다. 어느 시대에나 시대적 문제는 존재한다. 우리는 지금 우리의 문제를 직면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할 것이다. 지혜와 의지를 주는 첵이어서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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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하는 뇌 - 인간의 뇌는 어떻게 영성, 기쁨, 경이로움을 발명하는가
앨런 라이트먼 지음, 김성훈 옮김 / 다산초당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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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타인의 행복을 가치 있게 여겼으며, 죽음의 공포를 반박하는 이성적인 논증으로 타인을 행복하게 만들려고 했다. 또한 그는 우정을 가치 있게 여겼다. 이것은 그가 멤미우스에게 한 말을 보면 알 수 있다. "나로 하여금 어떤 수고도 마다하지 않게 만드는 것은 자네의 가치, 그리고 자네와의 즐거운 우정에서 기대되는 기쁨일세." 그는 선하고 도적적으로 사는 것을 가치있게 여겼다. "사람들 사이에 남아 있는 서로 다른 본성의 흔적들은
너무도 사소한 것이어서, 우리가 신처람 가치 있는 삶을 사는 것을 방해할 수 없다." 다음의 문장이 보여주듯 그는 미적 감각도 갖고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경외감을 표현하는 글도 있다. "별이 빛나는 밤하늘 아래 강물이 밝게 펼쳐지자 하늘의 고요한 별자리들이 물속에서 반짝이며 대답한다." 루크레티우스도 나처럼 영적 유물론자였다.
(111p)

서점에 와서 우연히 눈에 띈 책. 어떤 인연이 이 책을 나에게 이끌었을까? 루크레티우스는 죽음의 공포를 느끼는 사림들을 위로하려 했으며. 엘런 라이트면은 그의 그런 면을 높이 샀다. 과학자여도 충분히 영적인 교감을 느끼고 그것을 인생의 큰 기쁨으로 느낀다.
그런 발견과 성찰이 가득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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