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네 미술관 - 다정한 철학자가 들려주는 그림과 인생 이야기
이진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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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들린 밀러의 <키르케>에서 키르케가 처음으로 연정을 느꼈던 글라우코스와의 대화를 마지막에 놓아두고 싶다. 글라우코스는 나이를 먹으면 아버지에게 독립해 자기 배와 자기 집을 갖고 싶다고 말한다. 그리고 계속 불을 지필 거라고 말한다. "당신을 위해 항상 피워놓을 거예요. 허락만 해 주신다면." 그 말을 듣고 키르케는 이렇게 말한다. "그보다는 의자를 항상 준비해 놓았으면 좋겠구나. 찾아가서 너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사랑은 불을 피우는 일인 것 같지만 그보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항상 의자를 준비해 놓는 일이다. 당신이 지금껏 의자를 당계 내 앞에서 이야기를 들어준 모든 시간들과 그 안의 마음에 감사한다. 나도 계속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331p)

작가의 이야기를 잘 들었다. 이야기에 나온 그림과 책과 시들 덕분에 다시 그림을 들여다보고, '키르케'를 펼치고, 시를 소리내어 읽어 본다. 세상에서 마녀라고 손가락질 받는 존재라도 어떤 이유가 있었는지 돌아보게 된다면 다른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다. 다른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귀와 의자가 많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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