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거짓말 창비시선 512
장석남 지음 / 창비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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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청하다

난로 위 주전자에게 노래를 청하니
끓고
커다란 벽 담쟁이에게도 노래를 청하니
느리게 느리게
푸르렀다

접시에게도
사과에게도
노래를 청해보았다
접시에서누 청색 난초 무늬가 돋아나왔고
사과는 시들어갔다
시듦의 노래로 그 저녁
평화로웠다

언제부터인지 나는 노래를 청하러 다니는 자
하나 누가 나에게도 노래를 청한다면 얼굴이 붉어지겠지
그것이 나의 노래
나는 망설이다가 한마디 하려네
그 모두가 나의 노래, 뗏목
앓는 사랑이라고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노래라는 뗏목을 타고 사랑에게 가는 사람이 시인일까?
시인은 시듦의 노래를 듣고도 평화로웠다고 한다.
그 평화를 엿듣는 시간도 평화에 가까웠다고 전해주고 싶은 날이다. 눈이 내리는 2월. 지금 노래에 가깝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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