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책 - 금서기행
김유태 지음 / 글항아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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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서라는 나침반이 가리키는 불화의 방향은 소수의 권력자가 탈취한 이념이었다. 금서의 작가들은 복종하지 않음으로써 세계의 독자에게 자유를 선물하고자 했다. (15p)

누구보다 이 책은 아내 강수진의 절대적인 배려로 가능했다. 아내는 모든 글의 첫 번째 독자였다. 먼 미래에 내 책장에 꽂힌 책의 의미를 알게 될 딸아이 김서인이 훗날 이 책을 펼치는 순간을 상상하며 한 줄 한 줄 썼음을 미리 밝혀둔다.
(21p)


여러분에게도 책과 관련된 추억이 하니쯤은 있지 않나요. 종이와 잉크로 구성된 세상 속의 영혼의 운명이 걸려 있다는 듯이 한 줄씩 밑줄을 그으면서 자주 '책바보'가 되었던 저로서는, 이 책저럼 독서의 본령을 일깨우는 작품 앞에서 겸허해집니다. <화씨 451>은 우리가 책을 손에 쥘 자유의 소중함을 떠올리게 해주는 명저입니다. 책장에 꽂아야 할 것은 바로 이런 책입니다. (194p)

책을 읽을 자유도 있고, 읽지 않을 자유도 있다. 책을 읽고 나서 누리는 자유는 그 깊이와 넓이가 다르다. 그 깊이와 넓이를 깊이 탐사하고 나서 쓴 책이다.
작가에게, 그 작가의 첫번째 독자인 아내에게, 그리고 미래에 읽을 딸에게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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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의 역습 - 모든 것을 파괴하는 어두운 열정
라인하르트 할러 지음, 김희상 옮김 / 책사람집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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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 사회는 사회적 격리의 지극히 다양한 위협, 이를테면 실직, 오로지 컴퓨터 앞에만 앉아 일하는 재택근무, 인터넷 중독 등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다. 또한 가정주부나 노인도 사회적 격리에 취약하다. '코로나바이러스' 유행 당시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에 왜 사람들이 그토록 반감을 보였는지 납득이 된다. 지나친 개인화, 사회의 고령화, 갈수록 줄어드는 교류는 증오의 온상이 될 수도 있음을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격리에 따른 심적인 요소, 훼손당한 자존감, 주변의 일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보는 태도, 개별적인 경험의 일반화 등은 증오를 촉진한다. (92p)



 증오가 자라는 사회가 되고 있다. 어느 시대에든 증오는 있었겠지만 지금의 증오는 그 양상이 더욱 거대해지고 있다. 거대사회를 반영하는 증오를 분석하고 함께 대응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물론 어려운 일이다. 어느 시대에나 시대적 문제는 존재한다. 우리는 지금 우리의 문제를 직면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할 것이다. 지혜와 의지를 주는 첵이어서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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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하는 뇌 - 인간의 뇌는 어떻게 영성, 기쁨, 경이로움을 발명하는가
앨런 라이트먼 지음, 김성훈 옮김 / 다산초당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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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타인의 행복을 가치 있게 여겼으며, 죽음의 공포를 반박하는 이성적인 논증으로 타인을 행복하게 만들려고 했다. 또한 그는 우정을 가치 있게 여겼다. 이것은 그가 멤미우스에게 한 말을 보면 알 수 있다. "나로 하여금 어떤 수고도 마다하지 않게 만드는 것은 자네의 가치, 그리고 자네와의 즐거운 우정에서 기대되는 기쁨일세." 그는 선하고 도적적으로 사는 것을 가치있게 여겼다. "사람들 사이에 남아 있는 서로 다른 본성의 흔적들은
너무도 사소한 것이어서, 우리가 신처람 가치 있는 삶을 사는 것을 방해할 수 없다." 다음의 문장이 보여주듯 그는 미적 감각도 갖고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경외감을 표현하는 글도 있다. "별이 빛나는 밤하늘 아래 강물이 밝게 펼쳐지자 하늘의 고요한 별자리들이 물속에서 반짝이며 대답한다." 루크레티우스도 나처럼 영적 유물론자였다.
(111p)

서점에 와서 우연히 눈에 띈 책. 어떤 인연이 이 책을 나에게 이끌었을까? 루크레티우스는 죽음의 공포를 느끼는 사림들을 위로하려 했으며. 엘런 라이트면은 그의 그런 면을 높이 샀다. 과학자여도 충분히 영적인 교감을 느끼고 그것을 인생의 큰 기쁨으로 느낀다.
그런 발견과 성찰이 가득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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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깊은 무관심
김수현 지음 / 낮은산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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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손톱을 자르지 않니. 깔끔하게 하고 다녀야지. 손톱 좀 자르고 와 같은 말을 하는 대신 선생님은 내 손톱이 긴 이유를 다 아는 사람처럼 그저 손톱을 잘라 주었다. 무뚝뚝하지만 속 깊은 무관심이 손끝을 시작으로 내 속 깊은 곳까지 따뜻하게 물 들이는 것 같았다. 이후 내가 자라면서 스스로와 다른이를 할퀴거나 상처 주지 않았던 것은 어쩌면 그 단정한 손톱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움켜쥐었던 주먹에 힘을 빼고 손톱을 깍던 그때처럼 활짝 펴 본다. 

(32p)


활짝 편 손으로 웃는 사람이 되었구나. 고맙다. 활짝 웃는 사람이 되어서 엄마의 삶을 이해하고 기도하고, 잃어버린 동생 다현이의 삶을 멀리서 응원하고 기도하는 사람이 되었다. 속깊은 사람이 되었구나, 


 너도 가끔 나를 떠올리는 날들이 있겠지. 살면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누군가를 잃은 사람을 만난다면, 너는 '그런 일이 있었군요."하면서 나를 떠올리겠지. 우리는 종종 서로를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이며 살아왔겠구나

 은지야. 네가 있었기에 나는 지금의 내가 되었어. 네가 나의 친구였기에 그 시절을 무탈하게 지날 수 있었어. 너와 함께한 기간을 떠올리면 따스한 조명을 켠 것처럼 환하게 빛이 나. 그럼 시간을 만들어 줘서 고마워.

 (108p)


따스한 빛을 보내고 함깨 한 친구가 있어 무탈하게 힘든 시절을 보냈다고 하는 작가.

그녀의 편지를 읽으며 나에게  그런 빛을 보낸 이들에게 편지를 보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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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의 루시 - 루시 바턴 시리즈 루시 바턴 시리즈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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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인생에 대해 애도하는 중이야." 몇 주가 지난 어느 날, 아침을 먹은 뒤 카우치에 같이 앉아 여름비가 내리는 것을 보고 있을 때 윌리엄이 말했다. 

 "그거 체호프 희곡에 나오는 말인데." 내가 말했다, "당신이 그걸 어떻게 알아? 그걸 알다니 놀라워. <갈매기>에 나오는 거야." 

 그가 어깨를 으쓱했다. "에스텔이 끊임없이 오디션을 봤잖아." 그리고 윌리엄이 다시 그 대사를 반복했다, "내 인생에 대해 애도하는 중이야."

 나는 잠시 생각했다, 우리는 바다가 보이는 방향으로 카우치에 앉아 비가 퍼붓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말로?" 내가 말했다, 그리고 그를 돌아보았다, (249p)

 

 전 남편과 코로나를 피해 바닷가 집에 함께 지내면서 서로를 돌아보고, 돌보고 있는 루시. 그저 밥을 함께 먹고 비 내리는 것을 바라보는 시간에도  둘은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애도를 말하고 있다, 애도.( 사람의 죽음을 슬퍼하는 것. 한자는 슬플 애(哀), 슬퍼할 도(悼)를 쓴다. 슬퍼하는 태도 뿐만 아니라 죽음에 대해 슬픔을 표하는 문화를 가리키기도 한다.)


사전적인 정의는 즉음을 슬퍼하는 것이지만, 윌리엄은 자신의 인생에 대해 죽음과 마찬가지로 깊은 슬픔을 드러내고 있다. 누구나 인생의 슬픔을 겪지만 그것을 돌아보고 애도할 있는 이는 드물다. 애도의 순간을 제대로 직면할 수 있는 인생은 더러 다행이겠지.


바닷가 마을. 파도 소리. 그리고 이야기들. 모두 마음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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