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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깊은 무관심
김수현 지음 / 낮은산 / 2024년 6월
평점 :
왜 손톱을 자르지 않니. 깔끔하게 하고 다녀야지. 손톱 좀 자르고 와 같은 말을 하는 대신 선생님은 내 손톱이 긴 이유를 다 아는 사람처럼 그저 손톱을 잘라 주었다. 무뚝뚝하지만 속 깊은 무관심이 손끝을 시작으로 내 속 깊은 곳까지 따뜻하게 물 들이는 것 같았다. 이후 내가 자라면서 스스로와 다른이를 할퀴거나 상처 주지 않았던 것은 어쩌면 그 단정한 손톱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움켜쥐었던 주먹에 힘을 빼고 손톱을 깍던 그때처럼 활짝 펴 본다.
(32p)
활짝 편 손으로 웃는 사람이 되었구나. 고맙다. 활짝 웃는 사람이 되어서 엄마의 삶을 이해하고 기도하고, 잃어버린 동생 다현이의 삶을 멀리서 응원하고 기도하는 사람이 되었다. 속깊은 사람이 되었구나,
너도 가끔 나를 떠올리는 날들이 있겠지. 살면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누군가를 잃은 사람을 만난다면, 너는 '그런 일이 있었군요."하면서 나를 떠올리겠지. 우리는 종종 서로를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이며 살아왔겠구나
은지야. 네가 있었기에 나는 지금의 내가 되었어. 네가 나의 친구였기에 그 시절을 무탈하게 지날 수 있었어. 너와 함께한 기간을 떠올리면 따스한 조명을 켠 것처럼 환하게 빛이 나. 그럼 시간을 만들어 줘서 고마워.
(108p)
따스한 빛을 보내고 함깨 한 친구가 있어 무탈하게 힘든 시절을 보냈다고 하는 작가.
그녀의 편지를 읽으며 나에게 그런 빛을 보낸 이들에게 편지를 보내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