뗏목 - 압록강 뗏목 이야기
조천현 지음 / 보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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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길

세상의 길은
땀 흘리며 가야 할 때가 있고
떠밀리듯 가야 할 때도 있습니다.
강의 길은
그 모든 것을 가지고 있습니다.
뗏목은 강의 흐름에 맡기며 흘러갑니다.
그렇다고 흐름에만 맡길 수 없습니다.
된바람에 밀려 들썩이지 않도록
바위에 부딪혀 깨지지 않도록
떳목꾼의 안전한 운전이 필요합니다.
목적지까지 뗏목을 무사히 나르는 일은
강과 뗏목과 뗏목꾼이
함께하는 일입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작가는 조선 중국 접경 지역 (압록 두만 강변)을 다니며 우리 민족의 생활상을 시진과 영상으로 기록해 왔다고 한다.
강물 따라 흘러가는 뗏목과 뗏목꾼들의 모습을 보며 마음이 움직인 작가의 사진과 글이 마음을 울린다.
오래 바라보았구나, 강물을 따라 걷고 흐르고 그리고 마음을 나누었겠구나.
그런 마음이 지금 현란한 세상에 어떤 의미가 있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책을 읽고 사진을 보는 이들의 마음에 잠깐이나마 강물 같은 마음을 열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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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의 햇빛 일기
이해인 지음 / 열림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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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의 사계절

친구야 내 몸에도 사계절이 있단다
항상 설레이는 시인으로 살고 싶은
나의 마음과 찬미를 노래하는 나의 입은
봄인 것 같고
항상 뜨거운 사랑을 하고 싶은
나의 마음과 가슴은 여름인 것 같고
항상 단풍잎의 그리움을 안고 사는 나의 마음과
고독이 출렁이는 나의 눈은 가을인 것 같고
항상 참을성 있게 비워두고 싶은 나의 마음과
차디찬 손은 겨울인 것 같고
이렇게 말하도 말이 되는 걸까


슬픈 날도 아픈 날도 기쁜 날도 기도하는 시인이 우리에게 시를 보내 오셨다.
잘 받아서 이 시들을 보내고 싶다.
이 시를 받은 이들이 기운을 내서 살아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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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도 지지 않고 시 그림이 되다 1
미야자와 겐지 지음, 곽수진 그림, 이지은 옮김 / 언제나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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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 지고
바람에 져도
눈보라에 지고
여름 더위에 져도
괜찮은 삶. 그래도 좋지 않을까.

지지 않으려는 마음들이 강해서 세상은 시끄럽기도 하다.
우리 집도 그래서 시끄러울 때가 있었다.
지고도 함께 나아가는 삶. 그런 삶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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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한 공감 - 정신건강을 돌보는 이의 속 깊은 사람 탐구
김병수 지음 / 더퀘스트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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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학자 로먼 크르즈나릭은 <공감하는 능력>에서 "지난 세기가 심리학의 시대였지만 그토록 번성한 심리치료가 늘어나는 우울증의 경감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자신의 마음에만 집중하는 내성적 방식으로는 정신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타인의 시각으로 세상을 보고 타인의 삶을 탐구할 때 역설적으로 나는 누구이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 깨닫게 되는 외성의 방식을 강조했다, 21세기는 외성의 시대가 되어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127p)


  내성적 방식만으로는 심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어렵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나를 존재하게 하는 관계를 이해하고, 관계가 이루어지는 사회도 함께 이해해야 자신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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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제주에서의 경험이 궁금하다.

레지던시에 머물 때라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행사였다. 책이 출간되어 독자들이 신청하는 낭독회와는 다르고 어떤 사람이 올지 전혀 알 수 없다. 골목에 작은 서점이 있는데 해가 지니까 한 명 두 명 사람들이 모이더라. 중년 여성이 작업복 같은 걸 입고 있길래 어떤 분들이 오는 거냐고 물으니 농사짓는 분들인데 저녁마다 인문서를 읽는다고 했다. 귀농한 분도 있었다. 좀 걱정이 되었다. ‘나를 모르는 분들한테 내가 쓴 글을 읽어드리면 재미가 없을 텐데, 가뜩이나 낮에 일하고 피곤할 텐데 이따가 졸면 어떡하지.’ 그러던 차에 그분들이 낮에 일하는 장면이 떠올랐다. 바람이 부는 밭에서 일하는 풍경이었다. 귀농을 했다면 인생을 선택해 내려온 사람들인데 일은 잘 되는지도 궁금했다. 어느 순간 ‘아, 주무셔도 되겠다’ 하는 생각이 들더라. 이렇게라도 쉬셨으면 했다. 이분들이 당근이나 감자를 생산하면 그걸 우리가 먹고 힘을 내는데 ‘나는 줄 게 없구나’ 이런 생각을 처음으로 했다. 내가 만드는 건 이야기인데 이 순간 도움이 안 되는 이야기였다. 지금껏 지친 사람들이 감자국 끓여 먹듯 써먹을 수 있는 이야기를 써오지 못했구나. 선물하듯 드릴 수 있는 이야기를 써보자고 생각했다.

낭독회는 보통 어떻게 진행되나.

한 시간 동안 소설 두 편을 읽는다. 긴 소설을 먼저 읽고 왜 이런 소설을 쓰게 됐는지 말한다. 그다음 짧은 소설을 또 읽는다. 그럼 쉬었다가 2부를 한다. 하기 싫으면 패스하되 순서대로 모든 사람들이 말을 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한다.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떻게 여기에 오게 되었는지 궁금하다고 말씀드린다. 20명 정도가 적당하다. 오후 7시에 시작하면 10시 반, 11시쯤 끝난다. 2부의 이야기들 때문에 내가 바뀌었다. 뭉클한 순간이 많다. 하는 일에 대해 물어보면 어떤 일을 하고 있다고 보람차게 답하기보다는 그만두고 싶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회사를 그만둬야 하냐는 질문도 내게 한다. 답하기 어렵지만 그건 쉬운 질문에 속한다.


김연수  시사인 



김연수 작가는 일하는 사람들에게 감자국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하는구나. 그런 이야기들이 누군가에게  다정한 힘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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