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제주에서의 경험이 궁금하다.

레지던시에 머물 때라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행사였다. 책이 출간되어 독자들이 신청하는 낭독회와는 다르고 어떤 사람이 올지 전혀 알 수 없다. 골목에 작은 서점이 있는데 해가 지니까 한 명 두 명 사람들이 모이더라. 중년 여성이 작업복 같은 걸 입고 있길래 어떤 분들이 오는 거냐고 물으니 농사짓는 분들인데 저녁마다 인문서를 읽는다고 했다. 귀농한 분도 있었다. 좀 걱정이 되었다. ‘나를 모르는 분들한테 내가 쓴 글을 읽어드리면 재미가 없을 텐데, 가뜩이나 낮에 일하고 피곤할 텐데 이따가 졸면 어떡하지.’ 그러던 차에 그분들이 낮에 일하는 장면이 떠올랐다. 바람이 부는 밭에서 일하는 풍경이었다. 귀농을 했다면 인생을 선택해 내려온 사람들인데 일은 잘 되는지도 궁금했다. 어느 순간 ‘아, 주무셔도 되겠다’ 하는 생각이 들더라. 이렇게라도 쉬셨으면 했다. 이분들이 당근이나 감자를 생산하면 그걸 우리가 먹고 힘을 내는데 ‘나는 줄 게 없구나’ 이런 생각을 처음으로 했다. 내가 만드는 건 이야기인데 이 순간 도움이 안 되는 이야기였다. 지금껏 지친 사람들이 감자국 끓여 먹듯 써먹을 수 있는 이야기를 써오지 못했구나. 선물하듯 드릴 수 있는 이야기를 써보자고 생각했다.

낭독회는 보통 어떻게 진행되나.

한 시간 동안 소설 두 편을 읽는다. 긴 소설을 먼저 읽고 왜 이런 소설을 쓰게 됐는지 말한다. 그다음 짧은 소설을 또 읽는다. 그럼 쉬었다가 2부를 한다. 하기 싫으면 패스하되 순서대로 모든 사람들이 말을 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한다.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떻게 여기에 오게 되었는지 궁금하다고 말씀드린다. 20명 정도가 적당하다. 오후 7시에 시작하면 10시 반, 11시쯤 끝난다. 2부의 이야기들 때문에 내가 바뀌었다. 뭉클한 순간이 많다. 하는 일에 대해 물어보면 어떤 일을 하고 있다고 보람차게 답하기보다는 그만두고 싶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회사를 그만둬야 하냐는 질문도 내게 한다. 답하기 어렵지만 그건 쉬운 질문에 속한다.


김연수  시사인 



김연수 작가는 일하는 사람들에게 감자국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하는구나. 그런 이야기들이 누군가에게  다정한 힘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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