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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적인 세계 경제 - 우리는 불확실한 미래의 충격에 대처할 수 있을 것인가?
장에르베 로렌치.미카엘 베레비 지음, 이영래 옮김, 앤서니 기든스 추천 / 미래의창 / 2017년 1월
평점 :
절판
‘시계제로’. 그야말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미래를 앞두고 있다. 그런데 그 미래는 밝은 꿈을 기약하는 유토피아보다 암울한 디스토피아에 가깝다. 대부분의 경제전문가들이나 미래학자들은 지금보다 더 팍팍하고 슬픈 삶이 우리 생활의 전반을 지배하리라는데 의견을 일치한다고 한다.
한 때 유명한 석학들은 유럽연합(EU)이 ‘팍스아메리카나’ 미국의 일극체제를 타파하고 21세기 밀레니엄을 이끌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중동 난민의 유입으로 인한 종교적 갈등과 사회불안이 만연하고 있으며 남유럽으로부터 시작된 경제위기는 권역내 선진국인 독일과 프랑스를 위협하고 있다. 영국은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로 체제의 근간마저 흔들고 있다. 20년전 오마에 겐이치는 민족국가의 종말을 예견하며 선풍적 인기를 끌었지만 이젠 그 누구도 민족국가의 종말을 언급조차 않는다. 그만큼 불확실성 하나만 확실한 시대인 것이다.
이러한 요인들을 바탕에 깔고 세계 경제는 혼돈의 블랙홀로 빠져들어가고 있다. 세계화의 기조 속에 탄생한 신자유주의는 그 중심국이었던 미국의 고립주의로 점차 힘을 잃어가고 있다. 트럼프의 당선과 자국 우선주의 포퓰리즘 정책은 그 가속도를 높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일국의 대통령이란 자가 ‘근저당권’ 등 일상 생활속에서 성인이라면 알고 있을 용어마저 모르는 어이없는 상황이 버젓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탄핵정국 속에서 거짓말을 일삼는 후안무치의 향연은 눈과 귀라는 감각기관이 차라리 퇴화되어 버렸음 싶을 정도다. 대륙간탄도탄을 개발하면서 핵을 미국까지 날릴 수 있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 북한은 어느새 트럼프 정부에서 최우선 순위로 ‘손 봐줄’ 대상이 되면서 남북간 무력충돌의 징후가 강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 외교상의 부재와 난맥은 그야말로 우리의 운명을 어디로 데려갈 지 모르는 위기상황이다.
세계 경제위기와 연동되어 있는 국내 경제상황의 진단과 분석, 해법을 모색해야 할 시기에 <폭력적인 세계경제>는 근원이 되는 세계 경제의 위기상황을 제대로 분석해 주는 책이다.
경제발전은 기술진보와 양질의 노동력, 저축을 기반으로 모여지는 자본의 확충에 크게 의존한다. 하지만 지금의 기술진보는 어딘가 모르게 임펙트를 줄 수 있는 가히 ‘혁명적’ 패러다임의 변화를 주지 못하고 있다고 저자는 진단한다. 여기저기에서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으로 이뤄지는 인공지능, 로봇기술, 생명과학 등이 주도하는 차세대 산업혁명인 제4차 산업혁명을 운운하지만 실제 이러한 변화에 제대로 적응조차 할지도 의문이다.
이 책은 현재 세계가 당면하고 있는 6가지 제약을 주목한다. 기술 둔화, 노령화, 불평등, 산업공동화, 금융 유동성, 저축과 투자가 바로 그 6가지인데 이미 약 10여년 전부터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단다. 저자는 앞으로 탈금융화 현상이 전세계적으로 가속화되고, 소수 부유층과 다수의 빈곤층으로 나눠지는 불평등이 심화되며, OECD 국가로부터 신생 국가로 사업 활동이 대규모 이전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이는 결국 해당 국가의 경제정책에 영향을 미치며 나비효과가 되어 전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고 진단한다.
결국 앞서 말한 6가지 제약을 제대로 컨트롤하는 것이 불확실한 세계 경제의 미래를 밝게 하는데 큰 요인이 될 것이라는 것이 이 책의 시사점이다. 특히 이 제약의 대부분이 바로 인구 고령화에서 기인한다. 정작 투자가 필요한데 노년층은 생산적 경제활동 보다 노후를 위해 저축 등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 이를 감안할 때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과 경제발전 모델의 적용이 필요할 것이다. 필요하다면 국경을 과감히 개방해서 젊은 층의 유입을 허용, 노동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년층을 위해 청장년층의 희생은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부분은 현재 유럽의 중동 난민 유입으로 인한 사회불안이 단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여겨진다. 출산율을 높이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다소 이견이 있을지는 모르나 위의 제약조건이 앞으로 우리를 위협할 것이라는데 대해 동의하지 없는 이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 책은 특히 정부 부처등 경제적책의 입안, 운용을 담당하는 이들에게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 아닐까 싶다. 물론 일반 독자들도 불확실한 미래를 진단, 해석하는데 있어 6가지 툴이 필요하기 때문에 필요한 책임에도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