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사적인 글쓰기 수업
이상원 지음 / 니케북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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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내 딸은 재수생의 신분이 되었다. 정확히 28년전 칠흑같이 어둡고 살을 에이는 찬바람이 서럽던 1월의 새벽 어느날 나는 주변은 여전히 피곤 속에 잠을 청하는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빛을 내던 지하철역으로 터벅터벅 걸어가던게 생각난다. 이제 내 딸이 그런 길을 가고 있다. 대학을 가면 나아질까? 아니 달라질까? 비정하지만 지금의 대학은 순위가 매겨져 있다. 아니라고 하지만 서연고서성한중경외시건동홍이라고 각 대학교 명칭 앞을 이어붙여 고유명사화하는 세태는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다.

 

서울대는 명실공히 대한민국 최고 수재들에게만 허락되는 배움의 터전이다. 그만큼 타고난 머리와 부모의 충분한 지원이 가능하기에 서울대생이 되었고 여기서 그들은 비서울대생에 비해 적어도 심리적 금수저이자 골라서(?) 좋은 업체를 입사할 수 있는 선택받은 학생일 것이다. 외견상 맞는 말이지만 그들의 현실과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어떨까 궁금했다. 그들의 글쓰기 속에는 어떤 심리가 날 것 그대로 드러날까 엿보고 싶었다. <매우 사적인 글쓰기 수업>은 서울대에서 글쓰기와 말하기 수업을 운영해 온 저자의 수업 속에서 서울대생의 생각을 옮긴 책이다. 그래서 이 책에 관심을 갖고 들여다 보게 되었다.

 

이 책에서 나타나는 서울대생은 다른 대학생들의 생각이나 시각과 크게 차이가 없다. 어릴때부터 부모의 전폭적인 지원(때로는 폭력과 폭언 속에서 공부만 해 온) 아래 최고 대학을 들어온 그들에게 지난 과거 속박에서 벗어났다는 생각은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고속도로 휴게소가 그들에게는 치열한 입시경쟁 속에 유일한 안식처로 다가오기도 했고 자신의 샤프를 의인화 하여 수능에 몰입해 온 학생을 묘사하고 이제 자신(샤프)의 역할이 없어질까 고민하는 모습을 글로 표현해 내기도 한다.

 

여학생의 경우는 성적 자기결정권이 그 어느때보다 높아진 요즘이지만 감당의 무게는 오히려 여성들이 더 짊어져야 하는 경우에 대한 현실 속에 혼란을 느끼기도 한다. 흔한 모습이 되어버린 혼밥’(혼자 밥먹기)는 누군가와 함께 식사할 때 지나치기 쉬운 요소들을 발견하는 시간으로 인식한다. 획일적인 사고속에서 자칫 알려지지 못했을 소중함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모든 것들이 서울대생의 글쓰기에서 나타난다. 그야말로 서울대 입학이 인생의 모든 고민과 현실을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라 버전이 다른 인생방정식이 각자의 앞에 놓이는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현실과 개인의 인생 속에 얽힌 일상이 마냥 똑같지만은 않다. 하지만 이 책 속에 나타난 서울대생들의 글 속에는 젊음이 가지는 다름이 존재한다. 단어는 똑같은 고민이지만 곧 쉰살을 바라보는 내가 느끼는 고민과는 다른, 무언가 고민 속에서도 자신이 얻어야 할 희망 같은 긍정적인 부분들 말이다.

매우 사적인 이야기지만 결코 개인의 생각만이라고 할 수 없는 그 공통분모를 우리 딸도 언젠가 들어갈 대학이라는 상아탑 안에서 고민하고 얻고 또 부딪히고 깨닫는 시간을 갖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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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나 2019-02-06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