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번 시작하면 잠들 수 없는 세계사 - 문명의 탄생부터 국제 정세까지 거침없이 내달린다
김도형(별별역사) 지음, 김봉중 감수 / 빅피시 / 2025년 1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처음 이 책을 고르게 된 이유는 북한이 왜 남한과의 체재경쟁에서 패배하고 처참한 몰골로 연명하고 있는지였다. 취업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면 사학과를 희망했을 정도로 역사에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역사교과서에 담기지 않았지만 우리가 알아두면 쓸만하고 정말 유용한 역사에 목이 말랐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번 시작하면 잠들 수 없는 세계사>는 그러한 개인적 욕구에 충실한 책이다. 그래서 읽는 내내 제목처럼 잠들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읽어 내려갔고 현재의 세계 각국, 즉 미국, 영국, 러시아 등 미주 유럽 국가들이 왜 지금의 지정학적 역사적 이해관계에 따라 갈등하는지를 좀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었다. 역사스토리텔러이면서 인간 본성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를 즐기는 저자는 그래서 역사를 수놓는 수많은 인물들이 만들어 가는 에피소드를 가감없이 파헤쳐 독자들에게 선사한다.

가장 관심이 간 부분은 앞서 언급했듯이 경제자유지수 177개국 중 꼴지, 국내 총생산은 2019년 기준 한국의 1/54에 불과한 세계 최악의 빈곤국 북한의 몰락을 다룬 역사였다. 1960년까지만해도 우리 국민소득 80달러의 두배가 넘는 140~460달러에 달했던 북한이 석탄, 철광석, 화학 비료, 시멘트 생산량, 전력 발전 등 어느 하나 남한에 밀리지 않았었는데 몰락의 시초가 전혀 뜻밖의 사건인 소련의 ‘쿠바 미사일 사태’였다는 점이다. 공산주의 세계의 우두머리 소련마저 미국을 뜻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모습에 충격받은 김일성이 군비확장에 나서면서 휘청이기 시작한 북한경제가 과욕과 조급함에 눈이 멀어 해외 차관을 통해 벌어들인 외화를 무분별하게 남용하면서 결국 디폴트 상태에 빠지고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면서 고립되고 서해갑문, 평양세계청년학생축전 유치, 비날론공장 준공 등 잇따른 패착으로 경제가 붕괴했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더욱 독재체제를 강화하면서 회복불가의 나락으로 빠졌다는 점은 그만큼 지도자의 역량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하게 한다.

이 외에도 영국의 책략으로 분열되고 갈등의 골이 커져 이제는 핵무기를 서로 겨누기까지 극단적인 대립을 반복하는 인도와 파키스탄의 역사도 흥미롭다. 또한 소위 ‘운칠기삼’의 국가판, 미국의 역사도 재밌다. 운도 있었지만 결국 그 운도 실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사례로 미국만한 국가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징기스칸의 등장이후 유럽-아시아를 석권했던 몽골제국의 흥망성쇠도 눈길을 끈다.

이 책은 지금도 늘 뉴스에서 접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패권 경쟁, 중동 분쟁, 유럽의 정치 위기까지 하루하루가 결국 ‘역사’의 연속임을 독자들에게 깨닫게 한다. 특히 독특한 주제 분류를 통해 역사를 흥미롭게 구성하는데 문명의 시작이래 현재까지 인류의 역사를 전쟁, 지리, 종교, 자원, 욕망 등 5개 키워드로 분류한 기획은 참신하고 무척 기억에 남는 역사 소개가 아닐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