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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해 - 세상의 중심이 된 바다의 역사
찰스 킹 지음, 고광열 옮김 / 사계절 / 2026년 1월
평점 :
인류 역사에 대한 고찰은 대략 인종이나, 지역, 문화권, 시대를 기준으로 구분해서 돌아보는 경우가 많다. 지역은 특히 종교 등 문화와 인종을 중심으로 연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바다를 중심으로 그 연안의 국가의 흥망성쇠를 다룬 역사서들은 흔하지 않다. 물론 서구 열강이 여전히 세계를 주도하는 시대에 대서양, 지중해 및 태평양을 중심으로 한 제해권 다툼과 강대국의 등장에 대한 연구는 많을지 몰라도 흑해나 에게해 등 작은 바다를 무대로 한 역사서는 흔치 않다.

그런데 흑해는 현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배경이 되는 크림반도가 있고 역사적으로도 동서양 문명이 만나는 지점이자 충돌이 시작되는 ‘검은 바다’이기도 했다. <흑해 : 세상의 주임이 된 바다의 역사>는 무려 2,700여년간 흑해를 둘러싼 문명과 국가의 흥망성쇠를 다룬 책이다.

특히 눈여겨 볼 점은 저자가 ‘민족’과 ‘국가’에 방점을 두는 여느 역사서와는 달리 다양한 집단·종족, 문화, 경제, 종교, 도시 그리고 자연을 부각시킨다. 이러한 다양한 관점을 어느 하나에 치우치지 않고 돌아봄으로서 입체적이고 다면적인 흑해 중심의 세계사를 구성해 낸다. 역사학자로서 그의 위상과 능력을 엿볼 수 있는 점이 아닐까 싶다. 이는 무척 아이러니한게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 서유럽을 유럽 역사와 문화의 중심이라고 표현하고 흑해는 변방이라고 여기지만 정작 중요한 역사적 사건의 촉발은 흑해 연안에서 많이 발생했음을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관심이 가는 부분은 근대화에 접어들어 증기선과 철도, 석유와 밀 수출이 활발한 흑해가 1,2차 세계대전과 이후, 미소 냉전 그리고 소련 해지를 돌아보며 탈냉전 이후 흑해의 미래를 전망하는 마지막부분이 상당히 흥미롭고 기억에 남는다. 흑해는 더 이상 문명의 변두리도 국제정세의 변방도 아니다. 우리가 항상 염두에 두고 기억해야 할 중요한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될 것임을 이 책을 통해 확신하게 되었다. 반드시 기억해야 할 점은 옮긴이(고광열)가 추가로 언급한 21세기 흑해를 둘러싼 지정학적 갈등에 관한 부분이다. 흑해를 완독한다면 반드시 숙지해야 할 부분이 아닐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