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해서 온 책.(주문한 책, 주문할 책은 신간 리스트에 붙이지 않은 책 중
선별해서(;) 소개합니다. 이전에 붙인 것들은 소장하게 되더라도, 다시 붙이지 않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500권, 피도 살도 안 되는 100권  
다치바나 다카시 (지은이), 박성관 (옮긴이) | 청어람미디어

책은 크게 2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1부 '피가 되고 살이 된 500권, 피도 살도 되지 못한 100권' 에서는 오늘날의 자신을 형성했다고 말하는 20대 중반부터 30대 중반까지의 에피소드들을 적고 있다. 문예춘추의 기자와 함께 고양이 빌딩과 추가로 임대한 서고 방들을 돌아다니며 미친 듯이 공부하고 책을 읽었던 이야기들이 책을 수놓는다.
2부 '나의 독서일기'는 2001년부터 2006년까지 그가 즐겨 읽었거나 관심을 가진 책들에 대한 잡지 연재 서평들을 모아놓고 있는데, 그의 다른 저작들과 마찬가지로 자연과학, 인문학, 예술, 테크놀로지, 뇌, 생명과학 등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그의 지적 관심을 살필 수 있다.
'인간은 영원히 지적인 갈증을 해결할 수 없는 숙명에 처한 존재'이며, 그 지적 욕구가 바로 인류 진화의 원동력이라 말한다. 지적인 갈증을 느끼며 책의 사막을 걷고 있는 이들에게 이 책은 조금 앞서 길을 걸어가고 있는 선배가 두고 간 알찬 매뉴얼 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 지난 신간 리스트에 포함시킨 줄 알았더니, 찾아보니 없더라는. 사전 같은 모습을 보니, 내용을 훑어보지 않아도 다 뿌듯해지더라. 정리하면서, 싱글싱글 웃었다. 저자의 책은 이전에도 다 장만해야지 생각했다. 접했던 것은 많았으나, 정작 소장한 것은 없어서 갸우뚱하면서, 차례차례 주문할 계획. 이런 카테고리의 책을 접하다 보면, 아주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 나만의 책 목록을 만들면 어떨까 하면서 오래도록 생각했다는 걸 기억한다. 나중에 서재에라도 올려둘까 싶다.(언제가 될지, 기회가 닿는다면.) 

마음 미술관 - 정혜신의 그림에세이  
정혜신 (지은이), 전용성(그림) | 문학동네

세상과 사람을 차분하게 성찰하며 풍부한 영감(靈感)을 전달하는 그녀의 글과, 온기가 느껴지는 화가 전용성의 질박한 그림이 어우러져 있다. 말없이 마음속으로 스며드는 그림과 더불어, 인간과 삶에 대한 촌철살인의 성찰,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저자의 한마디 한마디가 설득력 있다.
그림들을 보며 저자는 홈페이지에 그림에세이를 써나가기 시작했고, 더 많은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고자 최근 그림에세이 블로그를 개설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 이미 독서는 완료했다. 두 번 세 번 거듭 독서 후, 여러 가지 풍경으로 기억해두고 리뷰를 써둘 생각이다. 신간으로 나왔을 때, 일단 보관함에만 담아두었다. 리스트 소개에는 살짝 넘겼고, 최근 블로그를 발견하면서 이웃을 맺고 책을 주문했다. 휘날린 듯, 마음의 한 점을 포착한 듯 강한 그림과 여러 길로 뻗어가는 글을 더듬어나가며, 소장하기를 잘 했다고 생각했다.

두근두근 - 몸에 관한 어떤 散 : 文 : 詩  
권혁웅 (지은이), 이연미(그림) | 랜덤하우스코리아(랜덤하우스중앙)

내 입술이 그에게 닿을 때 나는 입술이고, 내 손이 그를 만질 때 나는 손이다. 입술과 손은 내 몸의 일부가 아니라 전체다. 그 사람을 사랑할 때 나는 얼마나 많은 우주를 품은 것인지. 여기에 소개한 몸들은 그런 설렘과 떨림과 끌림으로 진동한다. 눈과 코와 입이, 손과 발과 몸이, 얼굴과 머리와 몸통이, 그리고 피부와 심장이 전부 다 당신을 향해 두근댄다. 소망하느니, 당신도 나와 함께 두근대셨으면. 우리가 그렇게 마주한 두 개의 우주였으면. - 권혁웅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권혁웅의 첫 번째 산문집을 펴낸다. 『두근두근』이란 제목 하에 몸을 빌미로 끄집어낼 수 있는 사랑에 관한 많은 이야기들을 아주 쉬우면서도 재미나게 풀어놓았다.
이 책은 차려 자세에 긴장된 양 미간으로 읽어나가면 오히려 낭패를 겪을 수도 있으므로 일단 몸에서 힘부터 빼고 봐야 할 일이다. 그렇게 아무런 기대 없이 슬렁슬렁 넘겨보다 느낌이 오는 부분이 있다면 거기 살짝 머물러 놀다 가도 될 일이다. 그에 빗대어 쓰고자 하는 말이 떠올랐다면 메모를 해도 좋고, 그러다 졸음이 오면 이 책을 목침삼아 한잠 자고 일어나도 될 일이고, 그러다 배가 고프면 라면을 끓여 냄비 통째 올려놓고 먹어도 썩 괜찮을 일이다. 어쨌거나 이 책은 이렇게 아무런 부담 없이 놀이 삼아도 좋겠다는 말이다.
1991년부터 지은이가 써두었던 시작메모, 일기, 독서 노트를 바탕으로 『두근두근』은 탄생했다. 세월로 치자면 17년 가까이 묵힌 것들인데, 이를 기초로 책을 작정하여 버리고 수정하고 다시금 쓰는 과정 속에서 ‘몸에 관한 어떤 散 : 文 : 詩’라는 방향이 생겨났다. 이는 에세이라는 장르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다는 저자의 주장과도 일치하는 바, 시와 산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중간문학으로서 산문시의 어떤 전형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 ‘슬렁슬렁’이란 의태어의 묘미는 가볍지만 자유롭다는 데 있는 게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 허우적거리는 헤엄치기의 영상도 불러오고, 바닥에 엎드려 마구 노니는 풍경도 그릴 수 있다. 여기저기 어슬렁거리다 마침 강렬한 표지의 책을 발견하고, 털썩 앉아서 몇 시간이고 책장을 넘길 수 있겠다는 느낌. 마지막 커버를 덮어도 새로이 독서를 지속할 수 있을. [되풀이 재생]이 가능한. 그런 이미지가 과감히 끌어당기고, 좀처럼 놓아주지 않는다.

사라지지 않는 사람들 - 20세기를 온몸으로 살아간 49인의 초상 
서경식 (지은이), 이목 (옮긴이) | 돌베개

다양한 국적, 다양한 배경의 이들 49명이 남긴 뚜렷한, 하지만 모든 이들에게 쉽사리 발견되지 않은 흔적을 살피면서 지은이는 우리가 무엇으로부터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지를 되묻는다.
지은이는 자신이 다루는 대상에 대한 진심어린 애정과 예의를 잊지 않고, 그 속에서 다양한 생각을 채워놓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리고 지은이의 간결한 문장은 그러한 요소들이 서로 엇갈리지 않고 함께 어우러지게끔 해주고 있다. 사라졌기에, 사라지지 않은 이들의 삶과 지은이의 글을 통해 우리는 어쩌면 절망어린 20세기의 끝에서 주어진 역설적이고 단단한 희망을 갖게 될 지도 모르겠다.

: 구석에 웅크린 상자를 가져와 조심조심 펼쳐 살피면, 차곡차곡 담긴 ‘생각’으로 탄성을 지른다. 마구잡이로 꺼내고 싶지만, 차근차근 하나하나 건드려 본다. 무턱대고 [툭]아닌, 그야말로 살그머니. 건지고 거듭 올려도, 가득 채운 ‘문장’은 쉬이 날아가지 않을 것 같다. ‘단단한 희망’에의 머뭇거렸던 첫 발걸음을 탁하고 내딛을 수 있을 듯하다.

*주문

인생만화 - 그림쟁이 박재동이 사랑한, 세상의 모든 것들  
박재동 (지은이) | 열림원

2005년부터 2007년까지, 두 해 동안 「한겨레신문」에 '박재동의 스케치'라는 이름으로 연재되었던 글과 그림을 묶어 펴낸 책이다. 주변의 평범한 이웃들과 지인들, 철마다 피고 지는 꽃들, 음식 등 일상의 한가운데에서 마주한 우리네 삶을 담은 91장의 그림과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재동 선생님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갖고 있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야 누구나 갖고 있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갖기란 쉽지 않다. 우리는 지금 당장 자기에게 필요한 것만 바라보는 눈을 가지고 산다. 선생님의 눈은 그 외의 것, 말하자면 나 아닌 다른 사람, 내 주변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박재동 선생님의 <인생만화>에는 이러한 선생님의 눈으로 본 세상이 고스란히 그려져 있다. 잊고 있었던 내 주변의 모습이. 그래서 그 안에 살고 있는 내 모습이. 다른 사람의 모습에서 나를. 그래서 다른 사람도 나와 다르지 않음을. - 강풀 (만화가)

“그림을 그리는 일은 대상을 사랑하는 일이다.”
“즐겁도록 그리자, 아름답게”
삶을 다독이는 ‘진국’ 같은 그림

: 잘 그리려는 그림보다 즐기려는 그림이 좋다. 중심에 몰리지 않고, 주변으로 시선 이동을 해 정겹게 담는 지은이의 그림이 좋다. ‘나’라고 하는 인물이 있기까지 보듬어주었던 그림자 같은 고마운 이들과 버팀목의 상황이 여기저기 녹아들어갔기에 가능한 것. 요모조모 들여다보는 것을 포함하여 여러 가지 담담히 느끼기.

장정일의 공부 - 장정일의 인문학 부활 프로젝트 
장정일 (지은이) | 랜덤하우스코리아(랜덤하우스중앙)

장정일은 소문난 독서광이다. 그는 '알고 싶어서' 읽고, '입장을 갖기 위해' 공부하는 사람이다. 성공하기 위해 혹은 보여주기 위해 하는 공부는 처음부터 그와 거리가 멀다.
흥미로운 것은 이 책을 읽으며 더 읽고 싶어지는 책들의 목록표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그것만으로 이 책의 가치는 족하다. 장정일의 인문학 독도법은 ‘공부의 기쁨’이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줄 것이다.

: 책 소개로 어딘가 ‘그만 특별하다’는 뉘앙스를 살짝 풍겨, 가만히 찌푸리면서 꼼꼼 뜯어보듯 계속 읽었다. 영역을 넓히는 스타일은 여럿일 수 있다고 본다. 궁금한 건 어쩔 수 없으니, 책을 주문한다. 지은이가 대단하다 싶더라도, 이런 식의 좋은 평 몰아주기는 씁쓸해진다는 개인적 생각. 어쨌건, 기대하고는 있다. (웃음)

청춘의 문장들 
김연수 (지은이) | 마음산책

작가는 유년의 추억, 성장통을 앓았던 청년기, 글을 쓰게 된 계기 등을 차분하게 풀어놓는다. 이백과 두보의 시, 이덕무와 이용휴의 산문, 이시바시 히데노의 하이쿠, 김광석의 노랫말 등 자신의 젊은날을 사로잡았던 아름다운 문장들과 함께. "삶을 설명하는 데는 때로 한 문장이면 충분하니까" 라고 말하면서.
내가 사랑한 시절들, 내가 사랑한 사람들, 내 안에서 잠시 머물다 사라진 것들, 지금 내게서 빠져 있는 것들... 이 책에 나는 그 일들을 적어놓았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그 일들을 다 말하지는 못하겠다. 내가 차마 말하지 못한 일들은 당신이 짐작하기를. 나 역시 짐작했으니까.
...당신도, 그 어떤 사람도 결국 그럴 테니까, 그렇게 우리는 충분한 존재가 될 수 없는, 도넛과 같은 존재니까, 이제 다시는 이런 책을 쓰는 일은 없을 테니까, 삶을 설명하는 데는 때로 한 문장이면 충분하니까. - 김연수

: 도서관에서 빌려 읽어야지 생각했던 게 한 달 전이었던가. [만보객 책속을 거닐다]를 독서 진행하면서, 굳혔다. 소장해야겠다고. 간격을 좁히며, 혹은 넓히며 들출 것 같으니. 짤막 기록을 하는 도중에, 글쓰기 교육을 받지 않았음에도, 처음 글을 쓴 나의 계기는 어떤 장면이었을까 문득 떠올려보게 된다. 그리고 알라딘 다른 분들의 이야기도 궁금해진다. (웃음)

패스포트 - 여름 고비에서 겨울 시베리아까지 
김경주 지음, 전소연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랜덤하우스중앙) / 2007년 8월
 
2006년 첫 시집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를 펴내면서 문단 안팎의 큰 반향을 일으킨 김경주 시인의 여행 산문집. 그의 패스포트 속에는 고비와 시베리아, 두 나라의 도장이 찍혀 있다. 고비와 시베리아를 횡단하는 이 여행은 2006년 여름에 시작되어 2007년 2월까지 이어졌다.

김경주 시인은 "유목의 땅인 고비에서는 걷거나 지프를 탔고, 유형의 땅인 시베리아에서는 기차를 타거나 걸었다". 그곳에서 울었고 웃었고 아팠고 견뎠으며 사랑했고 이별했던 제 마음의 순간순간을 기록했다. 함께 수록된 사진들은 '티양(teeyang)'이란 이름으로 활동해온 사진작가 전소연이 촬영했다.

배낭여행자라는 말이 좋아서 무작정 길을 떠돌곤 하던 시절이 있었다. 흰 운동화와 기타 한 대만 있으면 세상 어느 곳에서도 기꺼이 겁먹은 이방인이 되어줄 수 있는 자세가 유일하게 인생에서 배우고 싶은 품세였다.
어쩐지 나는 이번 생과 제대로 된 외교를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그게 여행이었는지 시였는지 사랑이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시는 불륜과도 같이 삶에 불쑥 침입했고 나는 아직까지 그 질서에 처벌당하지 않은 채 복된 가혹으로 장수할 모양이다.
유목의 땅인 고비에선 걷거나 지프를 탔고 유형의 땅인 시베리아에선 기차를 타거나 걸었다. 목이 마르면 고비에선 더 걸어야 했고 시베리아에선 추워서 길을 잃기도 했다. 내게 유목은 인간이 지상을 떠돌고 있는 방식이 아니라, 바람을 떠다니는 삶의 방식들이었고 유형은 인간의 시간으로 견디고 있는 빛의 태내처럼 아득했다. - 김경주

이 책은 우리에게 전혀 친절치 못하다. 그러나 그러한 거칠음이 때론 우리에게 더한 매혹으로 다가올 수 있다. 그 모래처럼 꺼끌꺼끌하고 성긴 글자들과 문장 속에서 우리들이 비집고 들어갈 어떤 틈 같은 것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패스포트>를 읽다 책이 아닌 제 마음에, 제 기억에 집중하느라 책장 넘기는 속도가 뒤쳐진다면 이는 예상할 수 있는 모두의 반응일 터이다. 그리하여 우리들의 여권에는 어떤 기억이 존재하고 있을 것인가. 되짚다 보면 어느새 밤이고 아침이고 나날일 터, 그렇게 삶이라는 패스포트는 제 페이지를 다해간다는 것!

: 빠졌다니! 최근 여행 에세이를 두 권 접하면서, 이제껏 지나쳤던 다른 작가의 책도 더 읽어볼까 생각이 들어 여행 카테고리를 살피는 중에 와락 달려들 듯 발견되었다. 시집을 특별하게 기억하고 있는데, 신간 리스트에 왜 빼놓았을까 갸웃거렸다. 여름이라 더위 먹었었나-_-; 나는 흔히 말하는 ‘친절하지 못한’ 책들을 가려 뽑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다른 이들은 서걱거리면서 읽었다는, [모래처럼 꺼끌꺼끌하고 성긴 글자]들에 더 열광하는 자신을 깨달았다. 간격이 먼, 되풀이해야 하는 책이라면 이것저것 다 제켜두고 무조건 환영!(;)

*리스트.

푸른 기차를 타고 대꽃이 피는 마을까지 
신경림, 정호승 (지은이), 노창선 (엮은이) | 천년의시작

좋은 시를 읽으면 쓸쓸하고 외롭던 마음이 활짝 개이고 삶에 대한 용기가 점점 되살아나는 것을 느낄 때가 많다. 우리들이 살아가는 일상들은 합리적이고도 빈틈없는 사고를 하도록 만든다. 과학의 시대, 소위 디지털 문명의 시대에 아름다운 정서의 충족과 행복한 생(生)에의 꿈은 서로 상충할 때가 있다. 걸어 다니면 어깨 위에서 다정하게 노래를 불러주던 휘파람새도, 학교 가는 길에 향기로운 아침을 열어주던 작은 풀꽃들도 다시 쳐다볼 수 없도록 바쁜 시간을 살아가는 나날은 과연 행복한 삶인가. 휴대폰과 인터넷 그리고 자동차가 없으면 견디기 힘들어진 요즘 우리의 정신은 너무 물질적인 것에 길들여진 것은 아닌가.
아침 햇살처럼 맑고 밝게 빛나는 마음을 불러들이면 작은 일도 순조롭게 잘 풀리고 또한 즐거워질 것이다. 그럴 때 좋은 시들은 여러분 곁에 붙어서 용기를 주고 위로해 주는 참 좋은 친구가 된다. 새로운 출발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기왕이면 아름답게 인생을 설계하고 당당하게 헤쳐 나가는 도전적인 힘을 마음껏 충전하기 바라는 마음으로 이 시들을 가려 뽑는다. 우주적인 성찰과 깨달음을 주는 시로부터 언어의 향기가 듬뿍 느껴지는 시들에 이르기까지 사랑스런 꽃송이 같은, 향기로운 초콜릿 같은 시간들의 책갈피가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따뜻한 마음을 가지면서도 어떠한 일에도 결코 굴하지 않고 길을 찾아 나가게 하는 이정표 혹은 길라잡이가 되었으면 한다.
동서고금(東西古今)의 주옥같은 시편들이, 또 그 언어들의 맑은 샘물을 길어 올리려 '꽃처럼 붉은 울음을 밤새 울었던' 시인들의 인격이 더욱 가까이 느껴지기를 빈다. 아울러 미래에 대한 포부를 가지고 대학생활을 시작하는 젊은이들에게 눈부시고 힘찬 출발의 노래가 되기를 바란다. 좋은 시는 참 좋은 친구다. 좋은 시는 참 훌륭한 스승이다. - 노창선 (엮은이)

: ‘선별한 시집’은 웬만해서 잘 끌리지 않는데, 엮은이의 말이 참 와 닿는다. [좋은 시는 참 좋은 친구다]라는 것과, [충전하기를 바라는 마음]. 평소, 개인 취향의 분위기 시만 고르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기회에 갖가지 풍경을 끌어오는 여러 시들을 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어느 페이지를 펼치더라도 마찬가지로 ‘향기로운 초콜릿’의 향기가 피어오를 수 있겠지.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 - 세계문학전집 169 | 원제 The Postman Always Rings Twice (1934) 
제임스 M. 케인 (지은이), 이만식 (옮긴이) | 민음사

프랑스 실존주의 소설가 알베르 카뮈는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에서 영감을 얻어 자신의 대표작 『이방인』을 썼다고 밝힌 바 있다. 그만큼 케인은 프랑스 및 유럽에서 중요한 미국 작가였다. 3만 5000자로 된 짧은 분량의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는 그리 똑똑하지 않은 부랑자의 목소리로 자신이 저지른 사전의 전말을 담담히 고백하는 형식이다. 카뮈는 이런 서술 형식 또한 『이방인』에서 시도하고 있다. 타블로이드 신문에 사건을 기술하는 듯한 긴박하고 명료한 문체가 전달해 주는 선정적인 동시에 낭만적인 정서를 이 두 작품은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케인은 이 소설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도덕적으로는 충분히 끔찍하지만 살인이 사랑 얘기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멍청한 남녀가 있고, 그런데 일단 저지른 다음 정신을 차리고 보면 어떤 두 사람도 그렇게 끔찍한 비밀을 공유하고는 같은 지구에서 살 수 없다는 걸 알게 된다는 얘기야. 그들은 서로 맞서게 돼.” 이 말은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를 관통하는 주제의식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욕정과 탐욕에 사로잡힌 남녀가 그들의 감정을 순수한 사랑이라 여긴다. 그들은 자신들의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장애물을 제거한다는 미명하에 끔찍한 살인을 저지른다. 그러나 소름끼치는 비밀을 공유하게 된 둘은 상대방을 믿지 못하고, 이제 서로를 향해 칼날을 겨누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1927년에 발생하여 2년 동안이나 타블로이드 신문을 떠들썩하게 장식했던 살인 사건이 있었는데, 케인은 이 사건을 접하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의 모티프를 얻었다고 한다. 한 잡지 편집자가 자신의 아내와 그녀의 정부인 외판원에 의해 살해당한 이 사건은 법정 증언에서부터 사형까지 사건의 전말이 하나도 빠짐없이 신문에 실렸다. 케인은 이 사건을 다루었던 타블로이드 신문처럼, 치정과 폭력과 성(性)이 뒤섞인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를 담담하고 명료하게 기술하여 ‘타블로이드 살인 사건의 시인’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또한 어두운 범죄 현장을 그려 낸 ‘느와르 소설’의 창시자로 불리고 있다.

: 사건이라는 한 가지만으로 마구 이끌리니 어쩜 좋을까. (-_-;) 이어 민음사 목록이라는 것, 카뮈가 영감을 얻었다는 것, 원작소설이 쭉 궁금했다는 것. 마일리지 적립이 오르면, 5만원 채워서 다른 책이랑 주문할 거고, 그대로라면 적립금이 쌓이는 대로 주문할 계획. 책을 받아보고, 구덩이 파듯 건지며, 집중해 들어갈 생각이다.

Creative Artwork 
컴퓨터아트 편집부 (엮은이) | 퓨처미디어(월간지)

세계적인 크리에이티브 매거진 「컴퓨터아트」에 실린 튜토리얼 기사 중 전세계 디자이너들로부터 호평을 받은 일부를 선별하고 국내 전문가의 추가적인 설명을 더했다. 총 16개의 테마로 구성되어 있으며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이 직접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에 대한 표현방법들을 소개한다.
좋은 디자인을 하기 위한 정해진 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도움이 되는 방법은 분명히 있다. 첫 번째 파트에서 16개의 서로 다른 독특한 디자인 스타일을 익히고, 두 번째 파트에서 소개된 창의적인 디자인 방법론을 습득한다면 더 나은 디자인을 창조할 수 있을 것이다.

: 컴퓨터 아트 잡지(내가 가진 건 2007년 12월 호 하나;)를 월별로 다 장만하고 싶지만, 여건상 그럴 수 없으니까, 이런 특별 신간에 혹할 수밖에 없다. 몇 가지만 골랐다는 게 걸리지만 말이다. ‘특정한 답’이 아닌 자신만의 ‘선택지’를 찾고, 보완하고, 첨부하는 과정을 쭉쭉 거칠 수 있겠다.

한국의 고집쟁이들 
박종인 (지은이) | 나무생각

그저 묵묵히, 인내와 열정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온 23인에 대한 기록이다.
정치 경제 사회가 끊임없이 변하고 있고 또 변화가 미덕으로 여겨지는 세상이지만 이들은 한결같이 자기 길을 걸어가고 있다. 각자 몸담고 있는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경지에 다다랐지만, 그러한 자신을 자랑하거나 드러내지도 않는다. 이들, '지혜로운 고집쟁이' 23인의 이야기를 「조선일보」 박종인 기자가 글과 사진에 담았다.
* 「조선일보」에 '박종인의 인물기행'이란 이름으로 연재되었던 원고를 묶어 펴낸 책이다.

나는 이들을 만나면서 학교에서 절대로 알려주지 않는 진리와 지혜를 배웠다. 저들이 몇 십 년씩 몸으로 만들어놓은 지혜와 지식을 불과 몇 시간, 며칠의 만남을 통해 순식간에 도둑질할 수 있었으니, 이런 행복한 도둑질이 어디 있단 말인가. 그들을 만나는 순간, 그리고 사무실로 돌아와 사진을 정리하고 글을 다듬는 과정에서 나도 모르게 가슴이 먹먹해지는 감동까지 덤으로 얻게 되었다. 행복했다.
왜 내가 이들에게서 감동을 받았는지 명쾌하지는 않다. 하나같이 똥 고집쟁이에 하나같이 돈벌이와 거리가 먼 일들에 매달린 사람들인데. 그 옛날이면 잡놈이라는 부류로 취급되는 무슨 쟁이, 무슨 쟁이들인데. 주류의 기준에서 보면 실패한 인생들 아닌가.
하지만 세상의 기준은 많이 바뀌었다. 우리가 잡초라고 무시했던 많은 존재들이 이제 꽃과 열매를 만들어 세상에 귀한 가치를 보탠다는 사실을 세상은 깨닫게 되었다. 고단한 시대에 이들이 감내하고 만들어낸 삶은 사람들에게 긍정과 안식과 놀라움과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다.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까지 그들이 겪어왔을 가시밭길을 상상하니 도저히 따라해 볼 엄두가 나지 않고, 그 형극의 길을 헤치고 큰 울임과 함께 터뜨린 열매를 보니 경외와 존경의 마음이 일어나는 그런 묘한 긴장감이 우리들 의식 속에 있다.
... 부지런히 세상을 걸어 더 많은 꽃과 열매를 만나 그들이 걷고 있는 길을 따라가도록 하겠다. - 박종인

명분들, 이데올로기들이 난무한 세상이었지만 그들에겐 오로지 행으로서의 행, 삶으로서의 삶을 살 뿐이었다. 가슴 묵직하게, 때론 눈두덩이 후끈해지는, 중심 가득한 이들의 이야기가 손끝에서 놓아지지 않는 이유는 소모품처럼 시대의 도구로 전락한 삶이 아니라, 광대무변의 우주에 점 하나 찍는, 점안식의 공력 때문이리라. 힘주어 말하건대, 고 채규철 선생의 말대로 “인생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허망한 꿈은 아닌” 것이다.

: 주류, 비주류로 구분한다는 것 자체가 쓸데없는 소모. 평소, 그렇게 여겼고, 이 책을 접한 지금, 그 불필요함의 생각 면적이 더욱 넓어졌다. 그저, 작가가 담은 사진과 이야기에 가만히 들여다보고, 쫑긋 귀 기울이고, 만지작거리면 될 것 같다.

삼남대로 - 해남에서 서울까지 옛길을 걷다 
신정일 (지은이) | 휴머니스트

『삼남대로』는 5만 분의 1 실측지도를 활용하여 답사 경로를 세밀하게 추적한다. 총 24컷의 지도로 강과 산을 휘감고 도시를 지나는 옛길 삼남대로의 흐름을 보여주고, 본문에서 언급하는 마을의 이름과 문화유적, 주요 건물들을 알아보기 쉽게 따로 표시하여 본문과 지도를 함께 읽어 나갈 수 있도록 하였다. 열이틀 간의 여정을 손으로 짚어가며 함께 느낄 수 있는 재미나는 읽기가 될 것이다.

: 지도 들여다보기만으로도 흥미진진할 듯. 더욱이 ‘추적’의 경로를 해체하며 따라가기도 쏠쏠한 재미일 거라 판단.

한창기 (지은이), 김형윤, 설호정, 윤구병 (엮은이) | 휴머니스트

월간「뿌리 깊은 나무」, 「샘이 깊은 물」의 발행-편집인이자, 언어운동가였던 古한창기의 글들, 자신이 창간하고 발행인과 편집인을 겸하였던 잡지에 썼던 것들과, 여러 신문과 잡지에 실렸던 것들을 두루 모아 재구성한 작품이다.
<뿌리 깊은 나무>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배움 나무>가 1970년 1월에 창간되었으니, 이 책에 실린 글들은 1970년을 전후해서부터 1997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27년여 동안에 쓰인 것들이다. <뿌리 깊은 나무의 생각>, <샘이 깊은 물의 생각>, <배움 나무의 생각> 세 권으로 이루어져있다.

: 잡지를 하나하나 소장하지 못했으니, 이 모음집은 특별한 아이템으로 자리를 잡을 것 같다. 언제든 들추고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게끔. 두루 자연을 느끼고, 심호흡 하며 맑은 공기를 잔뜩 집어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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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한 책.

발자국 - 역사의 발자국 헤아리기
고종석 (지은이) | 마음산책

역사적 역할의 크기에서 엄청난 차이가 없다면, 나는 되도록 소수자에게 눈길을 주고자 했다. 말하자면 남성보다는 여성을, 백인보다는 유색인을, 다스리는 자들보다는 저항하는 자들을 바라보고자 했다. 그러나 여기 모인 글들의 질료 노릇을 한 역사 자체가 힘센 자들에게 워낙 편향돼 있는 터라, 이 책에 등장하는 여성, 유색인, 저항자들은 말 그대로 소수를 넘어설 수 없었다. - 고종석

모든 ‘어제’에는 인류의 발자국이 남아 있다

“이 한걸음이 나 한 사람에게는 작은 발걸음일 뿐이나 인류 전체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다That's one small step for man, one giant leap for mankind.” 1969년 7월 20일 지구인 최초로 달 표면에 발을 내디딘 닐 암스트롱Neil Armstrong이 남긴 말이다. 그날의 발자국이 ‘고요의 바다’에 찍혔고, 문명사회의 거의 모든 사람이 흥분한 채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어느덧 한 세대가 흘렀지만, “숯가루처럼 부드러운” 달의 표면에 처음 찍혔던 암스트롱의 ‘발자국’은 여전히 인류의 뇌리에 선명하다.

: 보관함에 담아둔 것을 까맣게 잊고(신간에 밀려났다-_-;), 망설이다 덜컥 담은 몇 가지 골라 삭제하고, 한 번 들추면 다시 펼치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드는(소장은 무리인)책들은 도서관에서 빌릴 목록을 만들고, 그렇게 정리를 하면서, 겨우 찾아 주문했다. 설 연휴 전에 도착했으면 바라고 있다. 확률은 반반일 듯. 한 편 한 편 집중하고, 잠시 숨 돌리고, 패턴을 반복할 것 같다. 리듬을 깨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며.

탐험의 시대 -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선정한 세기의 여행담 | 원제 Worlds to Explore: Classic Tales of Travel & Adventure From National Geographic 
마크 젠킨스 (지은이), 안소연 (옮긴이) | 지호

해외여행이라는 것이 거의 존재하지 않았던 백여 년 전 내셔널 지오그래픽을 읽었던 이들은 이들의 글을 보고 미지의 세계에 대한 꿈을 키우며 더 나아가 이들의 발자취를 뒤따라갔다. 백 년 전의 사람들이 미지의 세계를 접하고 남긴 흔적들을 더듬으면서 '여행'의 의미를 다양하게 곱씹어 볼 수 있는 책이다.
백 년 전, 탐험 같은 여행을 떠난 사람들
이들이 여행한 세계는 지금의 세계와는 아주 다른 모습이다. 그때는 여객기도 없어 긴긴 거리를 오랫동안 가야 했고, 관광가이드와 안내소도 없었고, 제대로 된 숙박시설도 없었다. 도로는커녕 길도 없는 곳이 많아서 말 그대로 길을 만들면서 가야 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세계화가 전 세계의 문화를 동질화시키기 전이었고, 자연 생태계도 파괴되기 전이었다(아마존을 여행한 학자는 아무리 나무를 베도 숲이 줄어들지 않는다고 감탄했다!).
한마디로 그때의 세계는 좀 더 신비를 숨기고 있었다. 그런 신비감, 미지의 세계를 간다는 생각이 사람들을 자극했다. 또한 그때 여행에는 실제로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이 시기의 여행자들은 모두 위험과 안전의 경계에서 여행했다. 그러나 그러한 위험의 가능성이 여행자들을 더욱 자극했다. 자신들이 일상을 벗어나 진짜 모험을 겪고 있다는 짜릿한 흥분감이 여행의 한 원천이 되었다.

: 꼬맹이였을 때, 아마존 탐험에 반짝 빛을 냈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 시절은 지금보다 더한 모험심에 가득 차 있었으니까 줄곧 공상을 펼치며, 무한영역을 달렸던 장면이 대부분. 그런 추억 여행, 꾹꾹 눌렀던 ‘흥분’을 뜯어, 군데군데 금이 간 ‘벽’에 붙이기도 하고, 푹푹 빠지는 모래 놀이터에 잠시 묻어뒀다가 꺼내 ‘범벅’을 만들기도 한다. 즉각 주문하려다 보관리스트에 넣고 잠시 뒀던 책. 어제, 오랜만에 친구 M을 만나서 같이 영풍문고에 들렀을 때, 슬쩍 살펴봤다. 기대치와 거의 맞아떨어져 속으로 환호를 지르고 몇 권의 책을 더 뒤적거리다, 나왔다. 집에 가면 당장 주문해야지 생각했는데, 그 실행은 오늘에서야 옮겼다. 이 또한 확률 반반으로 얼른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땅을 밟고 하는 사랑은 언제나 흙이 묻었다  
황주리 (지은이) | 생각의나무

저자가 지나간 시간들과 조우하는 마음으로 쓴 짧은 글(인 동시에 삶을 행복하게는 방법에 관한 사색인)과, 작품 도판을 엮어 펴낸 그림에세이다.
지나쳐버리기 쉬운 잔상들과 잊혀져가는 기억들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그 기억의 층위에서 깊은 회한을 자아내는 이야기들은 다시금 현재의 저자의 모습으로 되돌아온다. 지금의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을 긍정하는 시선은 '살아 있음이 얼마나 축복인가'를 절감하게 한다. 이러한 긍정의 힘은, 순전한 독백 속에서 시작된 그녀의 이야기를 타인과의 깊은 공감으로 이어지게 한다.
하나의 사물이나 사건에 초점이 맞추어져 생성되는 기억은 마치 영화필름이 펼쳐지는 것과도 같다.

: 신간으로 갓 나왔을 때, 보관함에 즉각 넣었다가 갸웃거리면서 도로 빼놓았다. 한 번 읽고 제켜두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앞섰기 때문이다. 교보문고에 갔다가, 비소설신간에서 책을 발견하고 아무 페이지나 펼쳤다. 둥그런 입모양을 그리면서, 살짝 감탄을 했다. 책 속 편집디자인도 눈길을 끌었고, 기억의 밑바닥에 가라앉은 자그마한 단편 영상을 바로 엊그제인 듯 생생하게 그려낼 수 있었던 것이다. 흥건히 넘쳐나는 물결에 발바닥이 미끄덩거리기도 하고, 균형이 흐트러져 잠깐 기우뚱하기도 하지만, 용케도 넘어지지는 않는 것처럼 유쾌한 웃음을 허공에 가득 뿌릴 수도 있었던 것이다. 또 또래 녀석이 다이어리에 남겼던 짤막한 메시지, 生きていれば必ず良い事ある。[살아 있다면, 분명 좋은 일이 있어.]가 스쳐지나가기도 한다. 단순하지만, 그 상황에 꼭 필요한 절절하게 가슴에 스며드는 응원의 바람을 타고, 코발트 빛 배경의 잔잔한 파도 수채화를 그려낼 수도 있을 것 같다. 
두 번째 파리 
티파사(최순영) (지은이) | 에디터

저자에게 파리는 첫사랑처럼 두근거림의 대상이었다. 만남의 횟수를 거듭할수록 돌아올 때면 언제나 송두리째 가져오고 싶었고, 호주머니 속에 담고 싶었던 곳이었다.
연인의 흔적, 소품, 머리카락을 얻듯 파리의 흔적들을 하나하나 그러모아 사진과 글로 엮은 파리 러브레터다. 파리에 가지 않고도 파리의 매력을 충분히 음미할 수 있게 해준다.

: ‘파리에 가지 않고도 매력을 충분히 음미’ 가능하다는 마지막 소개 문장에 [설마]하면서도, 주문해버렸다. 사진과 글이 실려 있어 좋다는 이유도 있고, 간접경험과 더불어 소설 속 배경으로 잡아 담아내고 싶다는 바람도 가지고 있어서였다. 한정된 배경 안에서도 여러 스토리라인이 나올 수 있지만, 영역을 넓혀 더욱 다채로운 선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니까.
 

 

 

 

오랜 간격을 거쳐 드디어 나온 Weed 시리즈. 얼마 전에 나온 ‘짱’도 같이 주문할까 싶었지만, 전편을 몇 권 안 본 게 있어 일단 보류.  

추재기이 - 18세기 조선의 기인 열전 
조수삼 (지은이), 허경진 (옮긴이) | 서해문집

추재 조수삼이 18세기 조선 저잣거리의 기이한 사람들에 관하여 남긴 <추재기이>를 번역한 책. 18세기 조선에서 지어진, 평범한 백성을 주인공으로 삼아 지은 전傳 중에서도 이채로운 저작에 속하며, 중인 이하의 인물들을 기록했다는 데 점에서 남다른 기록물의 가치를 지닌다.
독자에게 《추재기이》에 실린 옛 그림 보는 재미를 놓치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다. 마지막 페이지의 도판 목록을 보면 분명 여러 화가의 작품이 실렸는데도 마치 이 책을 위해 새로 그린 삽화처럼 보일 만큼 글과 그림이 잘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 기인 기록, 그리고 옛 그림. ‘평범한 백성’을 그렸고, 맛깔스런 양념과도 같은 도판을 곁들인 ‘잘 어우러진’ 기록. 그 속의 숨은 화살표를 찾아 꿋꿋하게 한 방향을 따라간다. 보물이 기다리는 장소 ‘점(․)’으로의 항해.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 | 원제 L'existentialisme est un humanisme(1996) 
장 폴 사르트르 (지은이), 박정태 (옮긴이) | 이학사

두 번에 걸친 세계대전 이후 고전적 휴머니즘을 주제로 한 반성적 논의가 활발히 전개된 정황 속에서 장 폴 사르트르가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한 뒤에 그 강연에서 다루어졌던 이야기들을 모아 만든 책.

이 강연, 그리고 이 저작을 통해 사르트르는 자신의 과거 경향인 안티휴머니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실존주의와 양립할 수 있는, 보다 정확히 말해서 실존주의로부터 도출되는 또 다른 의미의 휴머니즘인 실존주의적 휴머니즘을 제창한다. 휴머니즘에 대한 다양한 논의와 이에 대한 20세기 한 지적 거인의 견해를 볼 수 있는, 얇지만 긴요한 책이다.

: 지난 리스트에 추가하려다, 살짝 미뤄뒀었다. 자유 생각에 붙일 특별하고도 매끄러운 리듬의 문장이 마침 생각나지 않아서였다. 지금도 여전히, 미적거리고 있다. 그냥 솔직함까지만 담기로 했다. 여러 번 곱씹을 수 있을, 짚어내기를 멈추게 하지 않을 것 같은.

심산의 와인 예찬 - 내 인생의 와인들 
심산 (지은이), 이은(그림) | 바다출판사

와인에 관한 지식이나 정보를 주는 와인 입문서는 아니지만 와인을 소재로 풀어나가는 스토리텔링과 해당 와인에 대한 '지극히 사적인' 인상을 파악하는 재미가 있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 글과 그림이 어우러진 작품집이라 주목 하나, 입문서가 아닌(입문서 한 권 있으니) 와인을 키워드로 더욱 풍성한 고리를 만들어 담아냈음의 주목 둘. 파고들기를 넘어 영상 잇기, 생각 펼치기를 할 수 있을 듯해 주목 셋. 결론은 이동. 

*끌리는 리스트

지옥의 메커니컬 기타 트레이닝 3 - 폭주하는 클래식 명곡편 
코바야시 신이치 (지은이) | SRM(SRmusic)

록버전으로 편곡되어 화제를 일으킨 파헬벨의 캐논을 헤비메탈 버전으로 편곡

: 기타 트레이닝 시리즈 세 번째. 모으는 재미에 빠져 있음. -_-;

20세기 디자인 아이콘 83 | 원제 Icons of Design 
레이어 크라스, 폴커 알부스 (지은이), 조원호, 조한혁 (옮긴이) | 미술문화

100년의 시간 동안 사람들을 열광시키고, 디자인 사의 흐름을 바꾼 혁신적인 83점의 산업 제품을 소개한다. 세계 유수의 디자이너들의 심사를 거쳐, 20세기 최고의 디자인과 산업 제품들을 뽑고, 이 제품들이 어떻게 당대의 문화와 정서를 반영하고 있는지를 설명했다.
예술과 기술의 결합이 시도된 이래로 약 100년 동안 세상의 모든 발전에는 디자인이 개입하였다. 이제 우리는 디자인으로 먹고, 디자인을 입고, 디자인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 세계 유수의 디자인 이론가들이 수많은 디자인 중에서 20세기를 대표하는 최고의 디자인과 산업 제품들을 선별해 내고, 이 제품들이 어떻게 당대의 문화와 정서를 반영하고 있는지를 설명해주고 있다.
아는 만큼 보이고, 이용할 수 있다. 디자인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영역이 확대되고, 구현할 수 있는 기술력이 발전하면서, 디자인은 그 자체보다도 응용하고 사용되어 질 때 엄청난 부가가치를 낳게 되었다. 이것이 현재 어느 분야에 있더라도 디자인을 알아야 하는 이유이다.

: 각 분야는 서로 이어져 있다는 생각이다. 꼭 전공이 아니라도, 신간 코너를 여기저기 둘러보는 이유가 그것이다. 편집디자인이 독특하고 멋진 책과 음반에 눈이 끌리고, 아무튼 이상하고 기발하다는 소리를 듣는 것이 으쓱하고 재밌고. 구도 응용에도 유익하고, 헤나와 페인팅, 그래픽 아트에도 널리 활용할 수 있을 듯. 중요한 건, 책을 펼쳐 꼼꼼히 따져봐야겠지만, 일단은 주목하고 기대 중. 

모딜리아니와 에뷔테른 - 열정, 천재를 그리다 
컬처북스 편집부 (지은이), 고양아람미술관 | 컬처북스

최고로 인정받은 예술가들에게는 뮤즈가 존재한다. 화가의 붓끝에서 영원한 생명을 얻은 뮤즈들은 오늘날 우리에게 아름다운 예술작품으로, 혹은 사랑이란 이름으로 묶인 비련의 주인공으로 인식된다. 그들은 그렇게 뛰어난 화가들의 그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어쩌면 최고 인정을 받는 예술가야말로, 뮤즈들에 의해 진정한 예술가로 만들어진 것은 아닐까?
위대한 예술은 작가의 창조적 고뇌 외에도 예술적 성장을 위해 헌신과 수고를 아끼지 않은 조력자의 역할 속에서 탄생한다. 남성예술가에게 뜨거운 희생과 사랑으로 조력한 여성은 그의 작품과 인생에 있어 매우 중요한 존재다. 그런 의미에서 모딜리아니의 아내 잔은 ‘모딜리아니를 위해 태어난 여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좋아하는 화가라는 이유로 확인도 않고, 보관함으로 이동. 얼마 전 신간으로 나온 화집 시리즈에 어서 포함되었으면 싶은. 바라는 화가가 너무 많아서 탈이지만-_-; 어쨌든, 작품집이 아닌 것 같으니까, 덜컥 주문은 망설이고 있다. 아니, 어떻게든 자제하고 있다는 쪽에 가깝다. 생각 같아선, 죄다 사고 싶지만 상황이-_-;

한권으로 읽는 세종대왕실록   
박영규 (지은이) | 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세종실록뿐만 아니라 세종 전후 왕들의 여러 실록과 60여 종의 다른 사료를 모두 참고해 세종대왕 개인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세종의 성장과정, 가족과 친인척 그리고 세종시대를 함께 이끈 인재들의 이야기까지 다채롭게 담아낸 입체적이고 사실적인 역사 교양서다.

세종, 확실히 그는 위대한 왕이었다. 아니, 단순히 왕으로서만이 아니라 대단한 인격자이며, 걸출한 인간이었다. 그에겐 인재를 알아보는 눈이 있었고, 사람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남다른 용인술이 있었으며, 신분을 따지지 않고 능력을 살 줄 아는 폭넓은 아량이 있었다. 왕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학자였고, 인간미 넘치는 선비였으며, 공평무사한 판관이었다.
다른 왕 아래선 전혀 재능을 인정받지 못하던 인물도 그를 만나 날개를 달았고, 다른 시대엔 쓸모없는 지식으로 여겨지던 것들도 그의 시대엔 부흥의 밑거름이 되었다. 그리하여 그의 시대에 만들어진 보석들은 조선왕조의 주춧돌이 되고, 대들보가 되었다. - 박영규

즉위 이전의 세종을 다룬 1부에서는 선왕 태종, 형 양녕대군과 얽힌 세종의 성장 과정을 담았다. 특히 세종의 성품과 사상, 가족과 친인척 등을 자세히 밝혀 세종에 대해 알아야 할 가장 기본적인 이야기를 담았다. 세종 치세의 사건들을 연대순으로 보여주는 2부에서는 조선왕조실록의 10분의 1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세종실록을 꼼꼼하게 정리했다. 세종 즉위년부터 세종 32년까지의 중요 사건을 추려 세종 시대의 진면목을 직접 확인할 수 있게 했다. 3부에서는 황희, 맹사성, 김종서, 정인지, 장영실, 박연 등 세종 시대에 활약했던 각 분야의 뛰어난 인재들의 됨됨이와 업적, 재미있는 이야기 등을 열전 형식으로 정리해 보여준다. 부록으로 세종대왕 가계도, 세종실록 편찬 과정, 조선시대의 정치기관과 외명부·내명부, 세종실록 인물 찾기를 첨가해 독자들 스스로 필요한 정보를 콕콕 집어내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세종실록을 바탕으로 세종 시대의 진면목을 확인하고 가장 자랑스러웠던 우리 역사를 한권으로 정리한 《한권으로 읽는 세종대왕실록》을 통해 그간 막연하게만 알고 있었던 세종대왕과 그의 시대를 보다 생생하고 온전한 역사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 소개를 다 믿어서는 안 되겠지만(-_-), [세종시대를 함께 이끈 인재들의 이야기까지 다채롭게 담아낸 입체적이고 사실적인 역사 교양서다.]라고 하는 데에 버텨내지 못하고-_- 보관함 이동을 하고 말았다. 흥미진진한 숨겨진 이야기가 많이 담겼을까. 다소 자극적이긴 해도, 교과서 밖 기록에 충실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삐쭉삐쭉 날선 곤충 더듬이나 느낌표 같은 타격을 기대하고 있다. 누구나 알고 있을 만한 사항을 짜깁기 하는 것은 그리 궁금하지 않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흩어지기 쉬운 지나치기 쉬운 (오히려 더 대단할 수 있는) 면을 잡아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자의 책을 신간 코너에서 몇 번 뒤적이긴 했으나, 아주 실망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인연이 닿지 않았는지 소장하지는 않았다. 이번에는 과연, 하고 주목하게 된다.   


정조와 철인정치의 시대 - 정조 시대를 읽는 18가지 시선 
이덕일 (지은이) | 고즈윈

학자군주이자 무인군주로서 군사(君師)가 되고, 부지런히 일하고 검소함을 밝힘으로써 만인의 모범이고자 했던 정조의 삶과 사상과 그 주위의 풍경을 그려낸 책. <송시열과 그들의 나라>, <조선 왕 독살사건>의 지은이로 널리 알려진 이덕일이 썼다.

2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8가지 주제 아래 정조 시대를 서술해 나가고 있는데, <정조실록>,<일성록>,<홍재전서> 등의 관찬사서뿐 아니라 채제공의<번암집>, 정약용의 문집, 이덕무의<청장관전서> 등 개인 문집을 망라하여 최대한 역사적 다가서려 노력하였다.

1차 사료에 충실하면서 뛰어난 이야기 구성으로 읽는 재미를 배가시키는 역사학자 이덕일의 이 책을 통해 정조가 오늘 우리에게 지니는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정조가 만난 사람들
철인군주 정조가 자신의 과거를 딛고 미래를 향해 걸었던 길에는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 책은 정조가 만났던 여러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정순왕후와 노론은 결코 미래로 갈 수 없다며 정조의 발목을 잡았다. 그들은 정조 이복동생들의 사형을 끈질기게 요구했다. 사도세자를 죽인 증오의 정치구조로 돌아가자는 것이었다. 송시열의 후손 송덕상과 그를 추대한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때로는 홍국영처럼 미래를 가장해 과거를 걷는 사람들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그 길에는 또한 정조가 과거를 선택했다면 만날 수 없었을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천주교를 받아들였던 이가환, 이승훈, 정약용 형제 같은 남인들과 사회의 천시 속에서도 최고의 실력을 쌓았던 이덕무, 박제가, 유득공 같은 서얼들, 그리고 사도세자의 이장(移葬)에 눈물을 흘리던 백성들이 그들이었다.
이들과 함께 정조는 미래를 향해 걸었다. 그 길의 끝에는 새로운 세상이 있었다. 정조에 의해 발탁된 서얼 출신의 규장각 사검서(四檢書)들이 단번에 조선의 지식계를 평정한 것처럼 조선은 새롭게 바뀌어 갔다. 그들은 새로운 시각으로 서학(西學)을 받아들이고 북학(北學)을 주장했다.

: 이미 결심했지만, 마지막 두 문단에서 그 결심을 굳히는 계기를 심어준 문장을 발견했다. ‘정조가 과거를 선택했다면 만날 수 없었을 많은 사람들’ 에피소드. 고등학교 때 수업시간에 다 채울 수 없었던 숨겨진 사항들이 실려 있지 않을까 엄청 기대 중이다.

렘브란트 반 라인 | 원제 Van Rijin  
사라 에밀리 미아노 (지은이), 권경희 (옮긴이) | 랜덤하우스코리아(랜덤하우스중앙)

17세기 바로크시대의 네덜란드 화가 렘브란트의 생애를, 렘브란트 자신과 그의 동시대인들의 눈으로 재구성한 픽션이다. 렘브란트의 생각창고인 일기장을 얻게 되는 한 출판업자의 이야기와, 일기장 속 렘브란트의 목소리를 함께 담은 액자 형식.

: 어떤 경로로 일기장을 얻는지, 또한 시선에 담긴 풍경 스케치를 더듬어나가고 싶다. 차례차례 줄을 선 혹은 마구잡이로 뭉친 생각들을 천천히 풀어내는 렘브란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리하여 때로 조각조각 퍼즐을 맞춰나가기도 하고, 때로 그 라인을 지워 경계를 없애며 함께 이끌리기도 하고. 

내가 만든 내 공책 - 국내 대표 문구 브랜드 & 북 아트 디자이너에게 배우는 노트 커버링 & 제본의 기술 
웅진리빙하우스 편집부 (지은이) | 웅진리빙하우스
각기 다른 개성의 35가지 노트,
전문 디자이너 12인의 스타일 아이디어

초간편 커버링의 기술에서 다양한 종류의 속지와 제본법을 이용한 노트 그리고 특별한 기능을 갖춘 노트까지, 〈내 공책〉 프로젝트에서는 총 35여 가지의 신선한 디자인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이번 책은 한 작가의 취향이 반영된 스타일 작품집이 아니다. 국내 대표 문구 브랜드의 디자이너와 북 아티스트 그리고 라이프 스타일리스트 등 총 12명의 디자인 트렌드 세터가 각기 다른 스타일과 아이디어를 소개하는 콘셉트로, 이들의 디자인을 그대로 따라 만들거나 여기에 내 취향을 한 번 더 가미하는 등 응용 범위가 실로 폭넓은 것이 특장점이다. 한편으로, 노트 커버 등 장식에 응용하는 재료 역시 일상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재활용 제품이 대부분인 것도 눈여겨볼 부분. 최근 이슈화 되고 있는 ‘환경’을 고려한 디자인 그리고 이를 보다 세련되고 튼튼한 모양새로 마무리할 수 있는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또 한 가지. 비단 외형적인 디자인 뿐 아니라 다양한 문구 재료로 속지를 독특하게 장식하는 디테일 노하우까지, 작품마다 색다른 데코 아이디어가 반영되어 있어 보는 재미 또한 한층 쏠쏠해진다.

: 친구가 좋아해주는 단편 몇몇, 최근에 집중할 수 없었지만 개인적으로 욕심을 내 이것저것 연결시켜 다 담아내고 싶은 연재소설을 소장본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구상도 꽤 했고, 레이아웃도 몇 가지 생각해두고 있다. 더 나아가 다른 작가는 어떤 스타일과 아이디어를 살렸는지 궁금함을 참지 못해서, 좀 더 기다렸다가 적립금이 쌓이는 대로 지를 생각을 하고 있음. 

레벨7 | 원제 レベル7(セブン) (1990) 
미야베 미유키 (지은이), 한희선 (옮긴이) | 북스피어

기억을 되찾으려 노력하는 남녀와 여고생의 행방을 찾는 카운슬러. 두 개의 추적이 교차하며 마침내 '레벨7'의 정체가 드러난다. 반전을 거듭하며 긴박하게 전개되는 나흘간의 이야기.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을 통틀어 미스터리라는 장르에 가장 충실한 작품'으로 꼽힐 정도로 정교한 플롯을 자랑한다.
작품 속에 드러나는 인물의 선악대비 구도가 꽤 극명하다. '레벨7'이라는 수수께끼의 키워드가 연결하는 과거의 잔혹한 살인사건과 화재사건의 진상, 그리고 두 사건의 배후에 있는 무라시타 다케조라는 '절대악'의 존재는, 실제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을 던졌던 두 가지 사건을 모티프로 삼은 것이다.

: ‘반전을 거듭하며 긴박한 전개’가 펼쳐지니까, 지루하지는 않을 것 같다. [잔혹한 살인사건]의 밑그림과 [화재사건의 진상]도 궁금하지만, 무엇보다도 [선악대비 구도]와 ‘절대 악’의 존재로 두근거리면서, 호기심의 덩어리는 좀처럼 풀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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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해서 온 책.

깨끗한 매미처럼 향기로운 귤처럼 - 이덕무 선집, 우리고전 100선 9  
이덕무 (지은이), 강국주 (엮은이) | 돌베개

이덕무의 작품에는 이웃 간의 사랑과 보살핌의 정, 자연과의 정서적 합일, 벗들과 나누는 우정과 환대가 일관되게 나타난다. 분수에 맞는 가난을 감수하는 삶, 곧 가난과 더불어 사는 삶이야말로 타자와 공존할 수 있는 ‘공생(共生)의 삶’을 그의 글을 통해 배울 수 있다.
이덕무의 글을 읽다보면, 산업화 이래 오랫동안 잊히거나 왜곡되어 온, 자연에 대한 감수성과 진정한 삶의 가치가 어떤 것인지 되묻게 되는 경우가 많다. 

: 15년 전과 비교해, 길과 풍경이 일부 변하고 말아 아쉽기도 한 울타리 **의 자연을 관찰하며, 가까이 [이웃 간의 사랑과 보살핌의 정]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이 그려지니까, 그래도 아직은 괜찮아, 하고 중얼거리기도 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휙휙 어지러운 일상에 조금은 느긋해지려, 감수성을 집어넣는다. 

숲 속 수의사의 자연일기  
다케타즈 미노루 (지은이), 김창원 (옮긴이) | 진선출판사

홋카이도의 야생동물을 찾아 북쪽 땅으로 건너간 다케타즈 미노루가 한 해 동안 펼쳐지는 모습을 진솔하게 써 내려간 자연일기. 홋카이도에서 야생동물의 치료와 재활훈련에 전념하며 그곳에서 만난 자연과 식물, 직접 치료한 야생동물들과 어우러져 살면서 느끼고 겪은 이야기를 생생한 사진과 함께 들려준다.
야생의 자연에서 보내온 진솔한 자연일기
《숲 속 수의사의 자연일기》는 생태학적으로 특색 있는 북방 지역인 홋카이도의 자연과 동식물을 자세히 소개하면서 점점 훼손되어 가는 자연을 안타까워하며 물질문명에 대해 비판한다. 인간의 욕심과 물질문명이 자연과 인간을 단절시켜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고 저자는 토로하고 있다.
숲 속의 작은 집에서 듣는 자연의 소식
이 책의 저자인 다케타즈 미노루 씨는 어릴 때부터 무엇이든지 보는 것을 좋아했다. 벌레가 좋아서 시간만 있으면 그것들을 쫓아다녔다. 등굣길에 길가에서 줄지어 지나가는 개미들을 구경하느라 학교 가는 일도 잊고 어머니께 꾸지람을 들은 일도 있지만, 숲은 그에게 더없이 좋은 놀이터였다.
어른이 된 후에는 아직 보지 못한 생물들이 가장 많은 곳에 가고 싶었다. 그 결과 홋카이도의 시골 마을의 수의사가 되었다.
그의 작업실 창가에는 개구리 몇 마리가 아예 터를 잡고 살고 있다. 밤늦게까지 불을 켜 놓고 있으니 벌레들이 모여들고, 그 벌레들을 개구리가 노리는 것이다. 가을에는 고추잠자리와 깃동잠자리 떼가 찾아와 벽에 형형색색의 무늬를 그리고, 겨울에는 뒷산에 전등을 켜 놓고 밤마다 담비와 눈싸움을 하는 이곳이 그에게는 더없이 즐거운 세계다.

: [벌레가 좋아서], 탐구생활과 여름방학 숙제 ‘곤충채집’을 즐겨했던 기억을 문득 떠올린다.
통을 가득 채운 벌레가 꼬물거리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놓아주었다가, 폴짝대는 걸 쥐어보고 싶어서, 찌릿찌릿 기운을 느끼고 싶어서 다시 잡고 되풀이했던. 그 ‘숲’이 점점 사라지고 있어서 아릿해졌는데, 책을 훌훌 넘기며 잠깐이나마 추억할 수 있어서 무척 좋았다.


*주문한 책.


 

 

 

 

 

송충이

그대는 보지 못했나 천관산 가득한 소나무
천 그루 만 그루가 뭇 봉우리 뒤덮은 걸
울창하고 강인한 노송에다
어리고 예쁜 다복솔도 퍼져 있는데
하룻밤 새 송충이가 천지에 가득 차
입으로 인절미 먹듯 소나무를 갉아먹네.
처음 모습도 새까맣게 밉더니
노란 털 붉은 반점 더욱 흉해지네.
처음엔 뾰족한 잎을 먹어 수액을 말리고
나중엔 껍질을 갉아 상처와 옹이를 만들지.
날로 말라 가지 하나 움직이도 못한 채
곧게 서서 죽는 모습 어찌 그리 공손할까.
두꺼워지고 비틀린 가지 슬피 바라보나니
상쾌한 바람 짙은 그늘 어디서 찾겠나.
하늘이 소나무를 기를 때 깊은 뜻이 있어
사시사철 보살피기를 한겨울도 없었지.
모든 나무 가운데 큰 사랑 받았으니
설마 복사꽃 오얏꽃과 화려함을 다퉜겠나.
종묘와 궁궐이 무너지면
대들보 기둥 만들어 조정으로 보내고
왜와 유구가 함부로 날뛰면
커다란 싸움배 만들어 기세 꺾으려 했는데
송충이의 욕심에 다 죽어 버려
말을 하자니 열이 치솟네.
어떡하면 천둥신의 벼락도끼를 얻어
네놈들 잡아다 이글이글 용광로에 넣어 버릴까.

*

너른 들판엔 늦가을 바람이 매서운데
저물녘 슬픈 기러기는 어디로 가나
고을 원님이 어진 정치를 하고
사재(私財)로 백성을 구휼한다기에
관아 문으로 줄지어 가
우러러 끓인 죽 앞으로 나서네.
개돼지도 버리고 돌아보지 않을 것을
사람이 엿처럼 달게 먹는구나.
-굶주리는 백성

: 우리고전 선집이 여러분의 정성어린 엮음 아래 차례차례 나오고 있어서, 감사하고 하나하나 소장할 때마다 뿌듯해질 거 같다. 유금 시집을 가지고 있었고, 이번에 이덕무 선집을 받았고, 이제 몇 권 더 주문했으니까 차곡차곡 채워지겠지. 앞으로 발간될 흥미진진한 고전 이야기, 벌써부터 쭉쭉 기다려진다. 

푸른 화두를 마시다 - 차인 이근수의 녹차 이야기 
이근수 (지은이) | 문학동네

차(茶)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정을 담아 쓴 산문집. 국내외에 한국의 차 문화를 알리는 활동을 계속해온 회계전문가 이근수 교수가 썼다. 정겨운 차인들과의 인연에서부터 숨겨진 차의 명소를 탐방하는 산사 여행기, 올바른 차 문화와 다례(茶禮)에 관한 고민과 성찰을 담았다.
세상사 소용돌이를 잊게 하는 차 한 잔의 위안과 휴식
이 책에서 그는 차에 관한 무수한 상식과 다채로운 이야기를 풀어내지만, 정작 차를 마시는 데 있어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찻물의 연둣빛을 닮은 맑은 그리움’이라고 말한다. 사람을 향한 정과 그리움을 품은 이라면 누구나 찻잔 속에서 세상사 소용돌이를 잊고, 고요한 위안과 휴식을 얻을 수 있다.

: ‘무수한 상식’에 가려진 더욱 중요한 차 한 잔이 가져다주는 의미와 간격을 채우는 고리를 되새겨야겠지. ‘찻물의 연둣빛을 닮은 맑은 그리움’을 채색하며, 향긋한 차 한 잔, 책 한 권의 풍성함을 담아 ‘고요한 위안’이 기다리는 시간을 만들어내며.
방울져 떨어지는 시계들의 파문 | 원제 滴り落ちる時計たちの波紋 (2004) 
히라노 게이치로 (지은이), 신은주, 홍순애 (옮긴이) | 문학동네

현실과 환상 사이, 모호한 하이퍼리얼리티의 세계
파격과 품격이 공존하는 21세기형 소설의 새로운 도전

작가의 전략적 의도 하에 배열된 단편 전체가 언어 예술로서의 문학의 가능성을 새로운 각도에서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방울져 떨어지는 시계들의 파문》은 지금까지의 히라노 문학과는 다른 또 하나의 신선한 매력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가리라 확신한다.
-옮긴이의 말에서

: 거칠고, 한편으로 잔잔함이 깔린 도전. 기다렸던 번역본. 결심은 여지없이 무너지고 만다. 확실히, 작심삼일-_-

페페의 필름통 
곽효정 (지은이) | 섬앤섬

영화를 보고, 그에 대해 글을 써온 한 잡지 기자가 영화를 삶을 지탱하는 지렛대로 삼아온 발자취가 담긴 영화 에세이집이다. 선택한 영화를 감상한 다음 리뷰를 쓰는 행위를 자신이 누릴 수 있는 지고의 즐거움이라 여기는 지은이 곽효정이 일상의 자연스러운 친구처럼 영화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된 과정이 깜찍한 소품 같은 영화들의 리뷰 속에 숨어 있다.
지은이는 평론가들의 해석과 비평보다는 실제로 영화 보기를 즐기는 보통 사람들의 시선으로 영화를 대하는 자세를 갖고 있다. 그녀는 영화가 세상의 소외된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써왔고, 그것은 부끄러워 꺼내지 못한 고백과도 같은 것이다.

: 그녀의 ‘부끄러워 꺼내지 못한 고백’을 들추는 것, 호기심을 밝히며, 은근슬쩍 손 내밀기. ‘시선’에 일방적으로 가두는 게 아닌, 멀리 날리며, 해체를 시도할 생각. 그렇다고 이것저것 따지지는 않을 것. 다만, 꼼꼼히 파고들기는 괜찮겠지? 

*그리고, 끌리는 리스트.

安山의 二十四 季 - 문학과의식 시선 80 
이재형 (지은이) | 화서

겨울방학 끝나고
눈이 허벅지까지 쌓이던 토요일
전교생이 토끼몰이를 나갔는데
토끼를 잡자는 게 아니라
체력과 의지를 단련코자 함이라네.

유년의 기억들이 고희를 맞은 그에게는 더욱 소중한 추억이 되어 새롭게 다가왔다. 그래서 안산에 대한 애착이 시마다 묻어나와 있는지도 모른다.

: ‘체력과 의지를 단련’하고, 시인의 ‘애착’을 끌어오자. 힐긋힐긋 곁눈질하지 말고, 과감히 그래도 한편 조심스럽게 가까이 가보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세계사시인선 142 
이규옥 (지은이) | 세계사

'섹스의 치환기법'은 모든 일상의 현실을 섹스의 영역이나 맥락 속으로 바꾸어놓는 방법을 말한다. 영역이나 맥락의 치환 효과는 그 대상이 섹스라는 점만으로도 도발적 인상을 불러일으킨다. 그런데 '섹스의 치환기법'은 그보다 훨씬 도발적인 풍자의 효과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도발적인 풍자의 효과는 무엇보다도 섹스의 주도권을 '앨리스'라는 여성 화자가 간직하고 있는 점에서 비롯되고 있다. - 이경호 (문학평론가)

: ‘도발적 풍자의 효과’에 마구 이끌려버렸다. 텅 빈 캔버스를 앞에 두고, 쓱싹쓱싹 302번만의 어떤 방식과 기법을 선택했다. 그 방식과 ‘치환기법’을 미리 알려줄 수는 없는 거지만.
손톱 
김종일 (지은이) | 랜덤하우스코리아(랜덤하우스중앙)

딸을 유괴살인으로 잃고 남편과 이혼한 네일 아티스트 홍지인은 어느 날부터인가 악몽에 시달리기 시작한다. 꿈에서 그녀는 추악한 범죄를 일삼는 사이코패스, 존속살인자, 고문수사관이다. 그리고 악몽에서 깨어날 때마다 끔찍한 고통만 남긴 채 하나씩 사라지는 손톱.
요절한 천재 시인 이상의 시 '거울'과, 뉴질랜드 원주민 부락에서 왕족의 손톱을 먹고 주술을 부린다는 '라만고' 설화를 소설의 모티프로 삼았다.

: 익숙한 직업인 ‘네일 아티스트’ 등장. 그 과정과 비교하면서, 파고드는 재미도 쏠쏠할 듯. 이상의 시 ‘거울’이 모티브라는 부분에 즉각 반응. 

시체는 누구? | 원제 Whose Body? (1923) 
도로시 L. 세이어즈 (지은이), 박현주 (옮긴이) | 시공사

소설은 기이한 범죄, 논리적 추리, 뜻밖의 결론이라는 황금기 추리소설의 공식을 따르지만, 범인의 정체보다는 범죄의 이면에 숨겨진 복잡한 인간의 내면에 집중한다.

: ‘내면에 집중’하니까, 이렇듯 담아두고 마는 것이다. 곤란해지면 안 되니까, 그전에 확인을 거치겠지만.

타임 슬립 - 시간이 멈춘 오후, 열아홉 살 그들에게 찾아온 낯선 미래 
오기와라 히로시 (지은이), 이수경 (옮긴이) | 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2001년과 1945년, 시공을 넘나든 청춘들의 몸빛 성장기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성격이 판이하게 다른 두 소년이 2001년과 1945년이라는 50여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뒤바뀌면서 겪게 되는 코믹하면서도 감동적인 에피소드를 통해, ‘나’라는 존재로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의미를 다시 한 번 환기시켜주는 작품이다. 특히 열아홉 청춘들의 ‘시간 여행’이라는 보편적인 소재를 9.11과 2차 세계대전이라는 현대사의 굵직한 비극에 접목시켜 새로운 유형의 재미와 감동, 그리고 은근하지만 강력한 반전(反戰)의 메시지를 전한다.

: 책을 읽으며, ‘의미’를 되짚어나가며, 그리고 순간순간 집중하기. ‘새로운 유형’의 ‘강력한 메시지’를 심호흡하듯 채우기.

가마타 행진곡 
쓰카 고헤이 (지은이), 박승애 (옮긴이) | 노블마인

쓰카 고헤이의 작품은 인간 무의식의 깊은 곳을 날카롭게 파헤친다. 그는 엉망진창 우당탕 전개되는 이야기 속에서 인간의 깊은 내면을 까발리고 있다. 이 무서운 ‘무의식의 사냥꾼’을 천재라고 부르는 것은 당연하다. - 이쓰키 히로유키

이 작품은, 지배와 피지배의 문제를 다루면서 진정한 자유인의 초상을 그리고 있다. 작가는 재일교포로서 피차별의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절대적 권위에 비판의식 없이 순응해가는 대중에게 자립의 의지를 호소하고 있다.

: 당연하게도, ‘엉망진창 우당탕’의 흐름이 궁금해진다. 허공에 대고 쓱쓱 그려내는 예감과, 진행 중, 완료의 결과는 얼마나 달라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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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향기를 맡고 싶소 - 이상 산문집 
이상 (지은이), 박현수 (엮은이) | 예옥

『사랑하는 까닭에』를 통해서 ‘미래적 인간’ 이효석을 발견하였듯이, 『레몬향기를 맡고 싶소』에서는 이상의 내밀한 자의식 세계를 만날 수 있다.
이상 산문의 특징은 이상의 미학을 보여주는 유려한 수사와 독특한 사유이며, 자의식의 작용에 따라 난이도의 극심한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쉽게 읽히면서 안정된 아름다움을 드러낸 작품(「권태」「산촌여정」)에서부터, 시와 산문의 경계를 무너뜨릴 정도의 환상성을 보여주는 작품(「애야」「첫 번째 방랑」「무제-악성의 거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세계를 형성하고 있다. 산문의 내용은 대체로 ‘사랑, 시골풍경, 도회풍경, 내면의 고백, 편지글’ 등으로 분류될 수 있다. 소설작품의 주요 코드가 된 연인들(금홍, 변동림, 권순영)에 대한 심정이 담긴 글, 도회인의 시선에 비친 낯선 시골풍경의 묘사, 가족을 사랑하는 인간적 면모, 자살 충동에 시달리는 자의식 과잉의 고독한 자아가 표출되어 있다.
이 책의 의의는 이상의 개인적 면모를 접하고자 하는 독자들을 위해 꾸려졌다는 것이다. 편집구성에서도 원문의 오류를 최소화하였으며, 작품마다 해제와 각주를 달아 작품 이해와 문장 이해에 유익한 팁을 제공하였다. 이로써 일반 독자뿐만 아니라 현대문학 전공자들에게도 좋은 자료가치를 전할 것이다.

: ‘시와 산문의 경계를 무너뜨린’ ‘자의식 과잉의 고독한 자아’가 어떤 풍경으로 채색된 공간에서 활동했고, 위태롭고 흔들리는 ‘내밀한 자의식 세계’를 어떤 방식으로 채웠을 지…. 예옥 출판사의 ‘근대문인 산문선’ 시리즈, 앞으로 출간될 작품들도 확인하고 몇 가지 골라 하나하나 소장하고 싶은.

[증정 : 진실이 말소된 페이지 데모 CD]
손아람 (지은이) | 들녘(코기토)

한국 힙합음악의 발생 초기에서 성장기까지 약 3년 동안의 이야기를, 그 시기에 활동했던 실존음악그룹 '진실이 말소된 페이지'(이하 '진말페')의 멤버였던 손아람(예명 '손 전도사')이 소설화했다. 이야기는 1998년 '진말페'의 결성 시기로부터 시작되어, 음악에 모든 열정을 바쳤던 10대 소년들의 야망과 자부심, 영광과 추락을 흥미진진하게 그려나간다.

'진실이 말소된 페이지'는 아직 말소되지 않았다!

: 성장과 음악이 결합된 소설, 더 망설일 것도 없이 주문했다. CD도 딸려오니까(;) 마구 환호하면서. 일단 주문해놓고, 매장에서 살펴봤는데, 주위에 사람이 몇몇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와우]할 정도로 맘에 쏙 들었던 것. 한창(이라고 하기엔 좀 밋밋하지만. 다짐만 담았다고 해야겠지)준비 중인, 언젠가 꼭 완성하리라 생각하고 있는 음악 관련 개인적인 소설이 있어서, 부드럽고 풍성한 리듬을 이어가기 위해, 또한 허술하거나 혹 지나치기 쉬울 부분을 더욱 날카롭고 예리하게 포착하기 위해 함께 하려 한다. 타인이 풀어내는 이야기에 눈으로 훑고 귀 기울일 줄 알아야 스스로 느끼기에 그나마 흡족한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늘 생각하기도. 현재의 단계에서 한 발 더 내딛을 수 있어야겠지만.

단검 - 실천문학의 시집 174 
우대식 (지은이) | 실천문학사

우대식 시인의 문장은 바싹 가까이 다가붙는다. 시 한 편 한 편에 '삵'의 심장 뛰는 소리가 울린다. 매서운 결기가 있다. 시를 읽는 나는 전갈의 독침을 맞은 치명적인 사람 같다. 그러면서 시는 통이 크다. 사람의 몸에 견주면 폐가 아주 크다. 멀리멀리 달려 저 대륙을 건너뛴다. 사랑에 대한 많은 고백의 시집들을 읽었지만, 유독 이 시집만은 숨이 견디기 어렵도록 강하고 벅차다. 시의 손아귀로 칼을 움켜쥔 시인이여. 언 강을 건너 피안으로 가는 혁명의 사랑이여. - 문태준 (시인)

전갈에겐 독이 있다. 시집『단검』에도 세계와 대결하는 맹독성의 결기가 보인다.

: 시집에 숨겨진 ‘칼’, ‘바싹 가까이 다가붙는 문장’, 전갈의 이미지에 휩싸여 은근슬쩍 숨겨둔 샛길을 꺼내, 더듬어 웅크려보고 싶은. 흐릿하게 번지는 효과를 누가 볼 세라 꼭꼭 움켜쥐고, 다시금 상자를 꽁꽁 덮어놓을 것 같지만, 일시적으로라도.

그녀의 눈물 사용법  
천운영 (지은이) | 창비(창작과비평사)

정말이지 추천하고 싶지 않은 책이다. 드물지만 세상엔 그런 류의 책이 존재하게 마련이다. 가능하다면 나는, 이 세계의 극·소·수·만이 그녀의 책을 읽었으면 하는 입장이다. 아니 실은, 누구도 모르게 오직 나만이 '그녀'를 읽고 싶은 마음이다. 전철에서, 또 카페에서 누군가 '천운영'을 읽고 있다면 나는 분명 질투를 느낄 것이다. 당신이 운 좋게 누군가를 사랑한 적이 있다면 잘·알·겠·지 이런 내 마음. 그러니 협조해줘, 제발 부탁이야.

드물게, 당신도 나와 같은 마음이라면 - 알 것이다, 이 세계의 상처가 얼마나 교묘한 것인지를. 우리의 상처가 얼마나 복잡, 미묘한 것인가를. 독(毒)이 왜 독에 의해서만 치유될 수 있는가를, 알 것이다. 독은 가장 약한 짐승에 의한, 가장 약한 짐승을 위한 유일한 무기이자 치유책이다. '천운영'이라는 유일한 글을, 그래서 나는 상처가 없는 무리를 향해 던지고 싶지 않다. 상처조차 없는, 그래서 그 자체가 커다란 상처인 이 세계 속에서 드물게, 상처를 지닌 인간이 아니라면 말이다. 아무 일 없이 이 세계가 진행될수록, 아무렇지 않게 파괴되어갈 당신을 위해 이 글을 쓴다. 당신도 '그녀'의 글도 유일하고 유일, 무이하다. 그러니 당신도 아물고 회복해줘. 제발, 제발 부탁이야. - 박민규 (소설가)

: 상처를 귀퉁이에 붙인 동그라미는 점점 커지다, 도로 점점 작아지고 급기야 [한 점]이 되기도 한다. 점을 뚫어져라 주시하면, 그것은 부쩍부쩍 영역을 넓혀서 거대한 동그라미가 되어 압박하기 시작한다. 나는 동그라미와 밀고 당기기를 시도한다. 흐물흐물해지기를 기다려, 그 안에 담긴 상처를 끄집어내 야금야금 씹어볼까 한다. 과연 어떤 맛이 날까 궁금하니까.

파리의 우울 - 세계문학전집 168 | 원제 Le Spleen de Paris

: 책 관련 페이지에서 소개를 생략하고 작가 소개만 언급되어 있으니 따로 붙이지 않음. 민음사 전집에 보들레르의 시집이 추가되어 감격. 드디어, 라고 생각했다. 이제 [악의 꽃]도 조금 더 있으면 출간되지 않을까, 출간되었으면 하고 바라면서,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시집을 보관함에 넣었다 얼마 안 있어 혹시, 하며 도로 빼고 반복 중. 그리고 간간이 서점에서 들추기도. (-_-;)

밀리언 달러 초콜릿 
황경신 (지은이), 권신아(그림) | 북하우스

나의 인생이 늘 초콜릿처럼 달콤하지만은 않은 것처럼, 나의 꿈 또한 종종 슬프고 종종 쓸쓸하다. 그리하여 나 역시 때로 슬프고 때로 쓸쓸하다. 그런 날이면 나는 사소한 것들로 인하여 쉽게 행복해지는 사람들을 생각한다. 그들이 내게 가르쳐준, 행복해지는 마법의 주문을 떠올려본다. 다행히 나는 그런 사람들을 많이 알고 있다. 다행히 나는 사랑하고 사랑받고 있다. 내가 사랑하기를 멈추지 않는 한, 나의 삶과 나의 꿈에서는 언제나 초콜릿 향기가 날 것이다. 이 책에는 가장 슬프고 쓸쓸한 밤으로부터 태어난, 행복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 황경신 (글쓴이)

밀레니엄을 뉴욕에서 보낸 적이 있다. 오번가를 내려오면서 두 평 남짓한 작은 가게로 들어섰는데, 가게 안에서 초콜릿들이 예쁜 상자에 담겨 까만 보석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그때처럼 문득 길을 걷다가 초콜릿으로 만들어진 문을 발견했으면 좋겠다. 그 안으로 들어서면 경신언니의 이야기들이 초콜릿 상자처럼 쌓여 있을 테니까. - 권신아 (그린이)

사랑의 감정이 말라버린 사람에게 사랑을 채워주는 책, <밀리언 달러 초콜릿>은 이제 곧 시작될 사랑의 두근거림으로 가득 차 있다. 어느 늦은 오후 몇 시간 동안, 어두운 데서 사랑에 관한 단편영화들을 보고 밖으로 나와 보니 아까와는 다르게 어둑어둑해진 바깥 공기, 그때 문득 살고 싶다는 느낌이 찾아오는 것처럼 이 책은 그런 기운을 선물한다. 그래서 절벽 끝에 몰려 있다가도 마침내 사랑의 힘으로 비상할 수 있을 것 같은 기운들을 얻게 된다.

이 책의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10년 전이거나 혹은 20년 전의 시간을 잠시 살았다는 기분을 느꼈다. 그녀는 그 어떤 것보다도 과거를 재료로 글을 쓸 때 저릿저릿 그 무언가로 심장을 파고든다. 아무리 그 어떤 지독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지난날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녀처럼 우리 역시 큰 고통이 없는 한 지난날을 사랑하지 않을 수는 없다. 지난날들이 우리를 살아 있게, 반짝이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 어느 때 뭔가 '반짝이는 것, 두근거리는 것, 부드럽고 친절하고 달콤한 것'으로 감싸이고 싶을 때, 이 책은 그러니 어서 사랑을 시작하라고 말해줄 것이다. - 이병률 (시인)

: 글과 그림이 어우러진 두 사람의 작품집. 솔직히, 표지, 권신아의 그림에 앞 뒤 가릴 것 없이 덜컥 주문하고 말았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내용을 살피고 나서 주문할까 하다가, 그냥 적립금도 있고 해서 다른 책들과 슬그머니 하고 말았다. 월간 페이퍼에 실린 글들을 간직할 수 있어 괜찮고. 매달 페이퍼를 사기란 역부족이니까. 책값은 그리 타격이지 않은데, 마땅히 보관할 곳이(-_-) 2007년 12월 [PAPER]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구입하고, 훌렁훌렁 넘기다 심취하다 반복하고 있다. +0126~0127, 독서 완료.

김병종의 라틴화첩기행  
김병종 (지은이) | 랜덤하우스코리아(랜덤하우스중앙)

남미의 문학, 미술, 음악, 영화, 무용은 물론, 문화예술과 사회 전반을 넘나드는 산문과, 83여 편의 매혹적인 그림을 통해 라틴의 열정과 문화, 역사를 만끽하게 한다. 헤밍웨이, 보르헤스, 파블로 네루다, 로맹 가리, 체 게바라, 에바 페론 등 쟁쟁한 예술가들과 대문호들의 삶을 생생하게 되살리고, 여행지 곳곳에서 만난 정열의 남미 문화와 예술, 길 위의 사람들과 일상의 풍경들을 그림으로 재현했다.

책을 읽고 나서, 침대 밑에 물끄러미 누워 있던 낡은 여행용트렁크를 꺼내보았다. 가슴에서 불꽃이 일렁였다. 떠나고 싶어서. 만나고 싶어서. 언젠가는 라틴의 그 도시들 한가운데로 떠나 그 아름다운 예술가들을 꼭 만나고 오리라, 다짐한다. 그때 여행 가방에 이 책을 꼭 집어넣어야겠다. - 정이현 (소설가)

그가 남미를 만났는가, 남미가 그를 만났는가. 이 세상을 헤매다가 제대로 임자를 만난 듯 김병종 화백의 글은 참으로 거침이 없다. 소설처럼, 때로 시처럼, 때로는 뛰어난 사회평론처럼 기운찬 에세이로 읽힌다. 아, 남미여! 너는 임자를 만난 것이다. 그의 필치는 그가 그린 수많은 꽃처럼 만발하고 물고들처럼 물을 차고 뛰어오르고, 초원의 말처럼 남미를 치달린다. - 김용택 (시인)

우리 예인들의 발자취를 찾아 한반도 곳곳을 뒤지던 김병종이 왜 홀연 화첩을 끼고 라틴아메리카로 날아갔는지 나는 안다. 닮은 곳이라곤 한 군데도 없어 보이는 육자배기의 6박 장단과 살사음악의 8박자 리듬이 남기는 여운의 애잔함이 내겐 너무나 흡사하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 민족이 전생에 라틴민족이 아니었을까 의심한다. 아니면 그 반대거나. 지구 저편에서 들려주는 그의 글과 그림이 어쩌면 이렇게 거침없이 우리 마음을 파고들까? -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

: 서평 모집을 하던데, 신청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지난 11월, ‘우울한 얼굴의 아이’ 리뷰를 기한 내에 올리지 못해 3개월 동안은 제외된다는 사실에 필사적으로 제어했던 것.
이미 주문해서, 토요일에 받았다. 책을 손에 쥐고, 살짝 감격. 라틴문학과 음악, 빵빵하게 호기심을 부풀려 건져내고 건져내도 호기심의 밑바닥은 나타나지 않는다. 그럴 리가 없는 것이다. 추상의 이미지라 어떤 컬러로 채색해도 그때마다 새로운 효과를 내고, 이리저리 통로를 뚫을 수 있다.


노름마치 (합본) - 진옥섭의 예인명인  
진옥섭 (지은이) | 생각의나무

'노름마치'란 '놀다'의 놀음(노름)과 '마치다'의 마침(마치)이 결합된 말로, 최고의 명인을 뜻하는 남사당패의 은어다. 놀음을 마치게 하는 고수 중의 고수를 노름마치라 한다.

전통예술 연출가 진옥섭이 세월과 함께 잊혀져간 노름마치들을 찾아 나섰다. 전통예술계에서 내로라하는 이름보다 낯선 이름이 더 많지만 한 사람 한 사람 멋이 꽉 찬 노름마치들이다.
책에 소개된 예인들의 평균 나이는 여든에 이른다. 현장에서조차 사라진 공연을 다시 불러들일 때 누구 하나 기다렸다는 듯이 무대에 나설 수 없는 이들이었지만, 이들은 올라서면 다시없는 장면을 선보였다. '다시 올 수 없는 시간을 마중 가는' 마음으로 써내려간 그 '켜켜이 묵힌 것'의 깊이와 감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 매순간 자신의 능력치를 최대로 끌어올려, 최선을 다하는 자세. 무대와 그 공간을 가르는, 열기가 잔뜩 포함된 공기를 책으로나마 느끼고 싶다는 바람. ‘낯선 이름이 더 많다’는 것에 한층 더 솔깃해지고, 흥분하는 지금.

조선 블로그 - 역사와의 새로운 접속 21세기에 조선을 블로깅하다  
문명식, 이현 (지은이), 노대환 (감수) | 생각과느낌

블로그 형식을 띄고 그림, 만화 등 다양한 시각적 장치들을 활용하여 독자들이 실제 블로그를 보는 듯한 기분으로 조선 역사를 만날 수 있게 한 책이다. 현대적 상상력과 사료에 기초한 개연성이 함께 하여 조선사를 쉽게 그려내고 있다.

책은 블로그와 같은 1인칭 시점, 댓글을 활용하여 역사적 인물과 사건을 구체적이고 생생한 '현재'로 느낄 수 있게 하고 있다.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은 '태조 블로그'에서 이성계의 속마음으로 풀이되어 읽히며 댓글인 포스트를 통해 이 사건의 사실史實에 기초한 민초들의 반응이나 논쟁이 벌어진다. 이런 독특한 구성 아래 태조, 세종, 이순신 등 조선사를 대표하는 인물들의 기록 등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이 외에도 사림들 사이에 뜬 만화 '조광조와 원숭이들', 골치 아픈 스팸 광고가 조선 시대에 있었다는 설정 하에 만든, 『십만 냥 만들기』라는 서책을 홍보하는 스팸 광고 등 다양한 상상력들이 조선이라는 시대를 배경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 상상력이 물씬 녹아들었다는 하나만으로도, 클릭하여 보관함 이동을 끌어낸다. 역사의 카테고리 안에서 몇 번이고 쏟아지는 비슷하고도 식상한 짜깁기에 질리기도 했는데, 구성과 장치 면에서 다각도 접근을 했다는 데에 물음표와 느낌표는 평소보다 2배로 부쩍 커져 있다.

고구려 회화 - 고대 한국 문화가 그림으로 되살아나다 
안휘준 (지은이) | 효형출판

고분벽화를 중심으로 살펴본 고구려 회화사. 미술사학자 안휘준이 그간 고구려의 미술과 문화에 대해 써온 글을 묶어 펴냈다. 총 113컷의 컬러 도판이 연대순으로 수록되어, 고구려 회화의 특징과 변천 과정을 체계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책 전반에 걸쳐 고구려 문화의 선진성, 국제성, 역동성, 세련미가 강하게 부각된다.

: 중*고등학교 시절, 국사 중에서도 삼국, 특히 고구려에 심취하고 탐구(;)하곤 했다. 교과서 밖 이야기에 눈을 반짝 빛내곤 했는데, 수능 위주의 수업에서 뻗어나가는 영역이란 극도로 얇은 층이라 번번이 실망을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이제는 그때와 비교해 자료 모으기나 파고들기가 무척 편리해져서, 감사하고, 그리하여 호기심 부분에서는 더욱 참아내기 어려워졌다.

재즈 기타 코드북 
이시자와 코지 (지은이) | SRM(SRmusic)

 

 

빈방의 빛 - 시인이 말하는 호퍼 | 원제 Hopper 
마크 스트랜드 (지은이), 박상미 (옮긴이) | 한길아트

스트랜드는 호퍼의 그림에 대해 “심난할 정도로 조용하고, 방을 떠나지 않으면서도 끝내 등을 돌리고 있는 사람과 함께 있는 듯한 느낌”이라고 표현한다. 그는 호퍼의 그림이 지니는 이러한 역설적인 측면, 함께 있으면서도 등을 돌리고 있는, 누군가를 기다리면서도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 떠나려 하면서 동시에 머무르는 그 역설의 렌즈로 호퍼의 그림을 누구보다 정밀하게 읽어낸다.

“이 책에서 나는 호퍼의 그림을 향수에 젖은 눈으로 바라보지 않을 것이다. 대신, 호퍼에게 길이나 철도, 통로나 잠시 쉬어가는 장소가 얼마나 중요한지, 아니 좀더 일반적으로 말해 여행이 얼마나 중요한지 살펴볼 것이다. 호퍼의 그림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특정한 기하학 형태가 관객에게 어떻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지도 살펴볼 것이다. 그리고 호퍼의 그림을 보면 이야기를 떠올리게 되는 것도 그의 그림을 감상하는 경험의 일부라는 사실도 보여줄 것이다. 이들은 관객이 그림에 빠져들도록 하는 요소이기도 하지만, 더 이상 깊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저지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호퍼의 그림에서는 이 두 개의 상반된 명령어-우리를 나아가게 하는 동시에 머무르게 하는-가 긴장감을 자아내고, 이 긴장감은 끊임없이 계속된다.”

그리고 이러한 역설은 그림의 기하학적 구성과 서사적 장치가 상호작용함으로써 더욱 강렬해진다. 이를테면 그의 그림에서 자주 등장하는 사다리꼴의 구성은 소실점이 캔버스 밖에 머물게 하는 효과를 내면서 관객들을 미지의 공간으로 유도한다. 또한 그의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창문들의 열려진 틈에 칠해진 어두운 색은 일견 평면적인 그림에 알 수 없는 깊이감을 만들어내면서 강렬한 힘으로 보는 사람들을 끌어당긴다. 이처럼 관객들은 평면적인 그림에서 예상치 못한 깊이감이 느껴지는 순간 낯익은 풍경이 갑자기 알 수 없는 낯선 풍경으로 변하는 기이한 경험을 하게 되고, 그림은 한동안 머릿속에 맴을 돌며 각인되는 것이다.

: 화집과 더불어 글쓴이의 주관적 해석을 곁들인 책도 좋아한다. ‘기이한’, 더욱이 ‘한동안 머릿속에 맴을 돌며 각인’되는 그림만큼이나 글도 그렇지 않을까 기대를 모으는 것이다.
덜컥 주문하고 싶지만, 조금 참고 살펴보고 주문해야지. 시집이나 소설에 비해 가격이 세니까;


괴짜 심리학 - 생각의 오류를 파헤치는 심리학의 유쾌한 반란 | 원제 Quirkology : The Curious Science of Everyday Lives (2007) 
리처드 와이즈먼 (지은이), 한창호 (옮긴이) | 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사소한 일상의 이면에 숨은 커다란 진실을 파헤치는 괴짜심리학자들과 별난 실험들을 소개하는 책. 그는 우리의 상식과 통념을 진지하게 의심하고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기상천외한 실험들을 감행하는 이 엉뚱한 심리학을 ‘괴짜심리학’이라고 부른다.
이런 실험들을 통해 드러나는 세상의 진실은 우리의 고정관념을 산산이 부수고 내 생각의 오류들을 여지없이 드러낸다.

: ‘엉뚱하고’, ‘고정관념을 산산이 부순다.’ 그것만으로도 눈길을 끌기 충분한 소개라고 환호했다. ‘기상천외한 실험’까지 곁들여지니, 그 지름의 [파장]은 변화무쌍해진다. 똘똘 뭉쳐 달라붙어 차곡차곡 채운 호기심의 통을 흘러넘치기 직전 싹 비우는 묘미도 빼놓을 수 없지.

지식을 거닐며 미래를 통찰하다 - 미래를 읽는 지식 트렌드 9가지 
안치용 (지은이) | 리더스북

비즈니스는 물론 인간의 삶과 관련된 교양적 주제들도 폭넓게 다루고 있다. 지구온난화, 변화하는 여성의 사회적 위상과 역할, 생물자원의 관리 문제, 비정규직 사태 등으로 촉발된 기업과 노동자 문제, 세계화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 등 지식의 스펙트럼을 통해 그 지식들이 미래에 어떻게 닿아 있는가를 찾아내도록 한다.

역사, 사회, 정치, 문화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펼쳐지는 풍부한 인문학적 상상력, 더불어 오랜 기자 경험으로 다져진 칼 같은 필력은 이 책에서 맛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여기에 인터뷰를 통해 현장의 목소리까지 생생하게 들려준다. 각종 실증 자료와 데이터들도 신뢰를 더한다. 핵심을 꿰뚫는 문장 하나하나가 집필을 위해 지은이가 무수히 견디어냈을 시간들을 짐작케 한다.
우리가 알아야 할 모든 지식, 모든 교양을 담았다고는 말할 수 없을지라도, 최소한 그 지향점을 보여주는 지도의 역할은 충실히 한다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각자의 관심사에 따라 언제 어디서든 필요한 부분을 들춰보아도 좋다. 결국엔 다 하나의 퍼즐로 맞춰질 조각들이다.
이 책을 트렌드서로 읽든, 자기계발서로 읽든, 혹은 인문교양서로 읽든 그것은 독자에게 맡겨질 몫이다. 어떻게 읽든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줄 책이다. 지금 이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 흐름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기꺼이 펼쳐들어야 할 책이다.

: 무언가 틀림없다는 확신을 책 소개랑 평에 담은 것 같아 약간 거슬리지만, ‘지도의 역할’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여러 갈래로 뻗은 화살표를 선택하고 따라가는 행동은 전적으로 ‘독자에게 맡겨질 몫’이라는 부분에서, 물방울 톡톡 터지듯 발끈했던 마음도 점차 누그러질 수 있었다. 매장에서 확인하고, 주문할 계획. 일단 보관함에 넣어둔 상태다.

사랑을 믿다 - 2008년 제32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권여선, 김종광, 박민규, 박형서, 윤성희, 정영문, 천운영, 하성란 (지은이) | 문학사상사

대상 수상작 '사랑을 믿다'와 수상자인 권여선의 문학적 자서전, 수상소감, 작가가 직접 뽑은 자선 대표작 '내 정원의 붉은 열매'를 수록했다. 2008년도 이상문학상 선정 경위와 김윤식, 권영민, 서영은, 윤후명, 권지예 등 심사위원들의 심사평, 문학평론가 김영찬의 작품론, 차미령이 쓴 작가론도 더했다.

함께 실린 우수상 수상작 목록은 다음과 같다. 정영문의 '목신의 어떤 오후', 하성란의 '그 여름의 수사(修辭)', 김종광의 '서열 정하기 국민투표-율려, 낙서공화국 1', 윤성희의 '어쩌면', 천운영의 '내가 데려다줄게', 박형서의 '정류장', 박민규의 '낮잠'.

: 박민규의 ‘낮잠’, 이 소설이 있다는 것만으로 우선 읽고 싶다는 생각에,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주문하고 말았다. 대상을 받은 '사랑을 믿다', 초반은 좀 지루하게 넘어간다. 갸웃거리면서 곱씹기도 하고, 이쯤이면 암시가 나올 법도 한데, 생각하면서, 찬찬히 더듬어나가고 있다. 읽던 거 완료하면, 그 다음부터는 차례대로 나가지 않고, 이끌리는 소설부터 읽을 생각이다. 처음부터 ‘낮잠’에 집중할 걸 잘못했다는 후회도 살짝.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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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하게 참 철없이 - 창비시선 283  
안도현 (지은이) | 창비(창작과비평사)

다양한 음식에 얽힌 추억을 재료 삼아, 조용하고 정성스럽게 밥을 짓던 어머니의 손길처럼 써내려간 시편들이 소복하게 담겼다. 가히 '잊었던 추억들로 차려낸 따스한 시의 밥상'라 할 만하다.
이번 시집에서 그는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어왔던 아름다운 정서를 노래한다. 끊임없이 불안에 떨어야 하는 현대의 속도전과 사뭇 거리가 먼 느린 걸음이다.

: 김사인 시인과 함께 북 콘서트를 여신단다. 엄청 이끌리고 있지만, 근래 일 처리하기도 벅찬지라(-_-;) 훌쩍 떠날 수가 없다. 나풀나풀 휘날리는 허망한 마음을 시집으로 거듭 달래려 한다.

마음사전 

'사물의 편'에서 울고 웃고 생각할 줄 아는 시인이다. 그의 마음은 사뭇 건조해 보인다. 그 건조함은 그러나 마음의 습기가 증발된 탓이 아니다. 그가 쓴 글들은 그래서 얼음바닥에 불연속적으로 흩어진 현무암 가루처럼 진하고 가볍다. 그것들을 삼키는 마음은 또 얼마나 푸르고 허망하게 세상의 빛깔을 달리 마주하겠는가. 이 파삭파삭한 마음의 잔물결 위에 부디 당신만의 말을 겹쳐 쓰시길. - 강정 (시인)

수만 가지의 빛깔을 지닌 ‘마음’에 관한 ‘사전’

: 책 소개는 생략하고, 좋아하는 시인 ‘강정’의 추천 글에서 골라 붙였다. 표면에 촘촘히 박힌 까슬까슬한 가루를 문질러 미세한 먼지 입자가 둥둥 떠다닐 때, 바닥에 가라앉은 가루나 공중에 흩어져 다시 모이지 않는 먼지의 흔적을 생각하며, 붓을 든다. 하얀 종이에 이끌리는 대로 쓱쓱 휘갈기는 마음의 이동경로 생각하기. 함께 하기.

박노자의 만감일기 - 나, 너, 우리, 그리고 경계를 넘어 
박노자 (지은이) | 인물과사상사

박노자가 인터넷 블로그에 쓴 자신의 일기들, 다양한 고민과 번뇌의 흔적들을 모은 글 모음집. 개인과 가정, 역사와 사회에 대한 사적인 그러나 동시에 너무나 사회적일 수밖에 없는 궁금증과 생각이 담겨 있다.

'나를 넘어', '우리를 넘어', '국가와 민족을 넘어', '경계를 넘어'등 총4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아래 자신이 일관되게 고민해온 사회적 문제들과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일상적인 고민들을 함께 다루고 있다.

국내외 상황이 그렇다 보니 이 인터넷 일기도 비관적 냄새가 사뭇 난다. 붓, 즉 그때그때의 생각을 따라 잡느라 절로 내면 속의 슬픈 단상들을 적게 되었고, 당장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현 상황에 대한 마음, 무거운 번뇌, 번민들이 많이 들어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비관은 절망과 다르고, 번뇌는 영원한 것이 아니다. 번뇌가 깊어지면 갑자기 빛이 보이기 시작한다. - 박노자

: [나, 너, 우리, 그리고 경계를 넘어], 부제에 이끌렸다. 딱 이거다 간단명료하게 설명하기 어렵다. 경계를 짓는 걸 싫어하기도 하고, 와글거리며 특정무리를 형성하고 끼이는 것 또한 씁쓸해진다. 다수가 모이는 게 싫은 건 아니다. 다수 안에서 소수, 곁가지 그룹이 형성되는 게 달갑지 않다고 할까. 모이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니까, 때로 버겁고 허탈해지고. 관계 만들기는 달리 정답이 없고, 고민은 쭉쭉 이어지겠지. 알고 있으면서, 그저 끼적거리기. 

 
보르헤스에게 가는 길 - 열여섯 소년, 거장 보르헤스와 함께 책을 읽다 
알베르토 망구엘 (지은이), 강수정 (옮긴이) | 산책자

보르헤스는 망구엘에게 '다른 사람들이 우주라고 부르는 무한한 도서관으로 들어가는 통로'를 알려주고, 소년은 그 통로로 들어간다.
한 소년이 책이라는 통로로 들어가면서 어떻게 자신의 눈을 넓혀가는지를 엿볼 수 있다. 또한 20세기 가장 위대한 작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보르헤스의 문학적 비밀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도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희번덕거리며, 잘 포착하여 비밀 통로 탐험에 잽싸게 끼어들어야겠다. 서점에서 슬쩍 펼쳐 몇 페이지 넘겼는데, 마침 눈에 띈 번역 문장이 깔끔해서 좋았다. 즉시 구입하려다 적립금이 있고, 좀 더 할인이 되는 알라딘에서 사야지, 하고 겨우 내려놓고 나올 수 있었다. 소개는 너무나도 늦어버렸지만.

연경, 담배의 모든 것 - 18세기 조선의 흡연 문화사, 18세기 지식 
이옥 (지은이), 안대회 (옮긴이) | 휴머니스트

이옥의 《연경》이 발견되지 않았을 때 조선시대 특유의 흡연문화는 우리들의 눈에 그다지 뜨이지 않았거나 미지의 것들이 많았다. 그러나《연경》의 발견 이후에는 우리는 그런 것들에 관심이 더 가고, 그에 관한 지식이 풍부해지게 되었다.

탐라문견록, 바다 밖의 넓은 세상 - 18세기 조선 지식인의 제주 르포, 18세기 지식 
정운경 (지은이), 정민 (옮긴이) | 휴머니스트

정운경은 당대로서는 이 낯설었던 제주 땅의 문화와 사람들의 삶을 관찰하여 기록으로 남기고 있을 뿐 아니라 당시 접한 바깥 세상의 소식들은 대만이나 유구, 안남 등지의 낯선 풍속과 일본인들의 생활상 등 표류민들의 다양한 해외 경험을 적고 있다.

: 이제껏 끌리는 역사 코너의 신간이 몇몇 있었지만, 부러 리스트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비슷비슷한 맥락을 방식만 바꾼 책이 더러 있었고(줄줄이 실망), 깜빡한 것도 몇 있었고(-_-), 준비해뒀다가 서점에서 확인하고 실망하여 슬쩍 빼고 수정한 리스트도 몇 가지 있었다. 이번 두 책은 엄청 기대 중이다. 아직 확인은 안 했지만, 지금의 설렘이 쉬이 사라지지는 않을 거라 믿는다.

회복하는 인간 - 오에 겐자부로 만년의 사색 | 원제 「傳える言葉」プラス (2006) 
오에 겐자부로 (지은이), 서은혜 (옮긴이) | 고즈윈

물질적 풍요 속에 보수화와 냉소주의의 늪에 빠진 일본 사회에서 불신 대신 '회복하는 인간'이라는 신념과 낙관주의를 선택하고, 이를 왕성한 작품 활동과 사회적 참여를 통해 실천해온 작가 오에 겐자부로의 에세이. 어느덧 70대의 나이가 된 작가가, 자신의 삶과 문학을 관통하는 평생의 철학과 신념에 대해 담담히 풀어놓았다.
1부 '전하는 말'은 24편의 칼럼을 묶은 것.
2부 '플러스(+)'에서는 자유로운 형식으로 청중 앞에서 이야기했던 내용을 담은 세 편의 글이 수록되었다.
평생을 매진해 온 책읽기에서 비롯된 깊이 있는 철학과 인간에 대한 이해
귀 기울여 들어야 할 우리 시대 어른의 이야기

: [우울한 얼굴의 아이]를 탐독하면서, 에세이가 번역 출판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품고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이렇듯 신간으로 발견하여 한편으로 휘둥그레지면서도 내심 으쓱으쓱하며 얼른 사야지 싶었다. 그의 작품은 내면으로 파고들기 상당히 어렵고, 어려운 만큼 반복 학습이 필요하고, 그럴 때마다 미묘하게 다른 메시지(다르게 해석하기 가능한)를 전달해준다고 믿고 있다. 그의 소설, 원서도 차근차근 사야지.

 
모렐의 발명 - 세계문학전집 165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 (지은이), 송병선 (옮긴이) | 민음사

 

 

풀잎은 노래한다 - 세계문학전집 167 

25년 동안 아프리카의 붉은 대지와 투명하도록 푸른 하늘 사이에서 굴곡진 인생을 살았던 그녀는 이 작품에서 그 자연만큼이나 난폭하고 거친 시대를 통찰해 들어간다. 스웨덴 한림원은 도리스 레싱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발표하면서 “『풀잎은 노래한다』는 사랑과 증오에 대한 비극인 동시에 결코 이어질 수 없는 인종 간의 갈등에 대한 연구이다.”라고 평가한 바 있다.

: 날카롭게 제멋대로 잘린 조각이 서걱거리며 파고든다. 회전할수록 조각은 둥글둥글해지고, 그 핏빛 흔적이 가슴에 찌릿찌릿하게 번진다. ‘난폭하고 거친 시대’를 맞이할 준비가 된 듯하다.

 
생각의 기차 - 과학적 발견의 연결

과학사의 쟁점이 된 흥미진진한 발견 47개를 싣고 생각의 기차는 달린다!

12개의 큰 주제로 나눈 장이 끝날 때는, 발견의 연결 지도를 그려 한눈에 조망할 수 있도록 하였다.
다른 방식으로도 배열되고 분석될 수 있다. 이제 독자 스스로가 생각의 기차를 만들고 발견의 역사라는 철로를 달려야 한다.

: 온통 새하얀 ‘발견의 연결 지도’에 나만의 아이템을 그러모은 연상 기법으로 꽉꽉 채우고, 몇 번이고 짚어내고, 뜯어보고, 수정하고, 전력질주 후에 간간이 슬로모션으로 움직여주기도 하고……. 생각의 기차를 운전해 어디든 뻗어나가고 싶은 바람.

 



 



내 손안의 미술관
'명작 400선'
“걸작에서부터 알려지지 않은 드로잉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풍미한 대가들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만난다.”
“예술 작품은 그 자체로서 충분하다. 홀로 존립할 수 있으며, 자체 속에서 완성되어 있다.” 독일의 시인이자 극작가인 실러는 예술을 하나의 완성된 개체로서 말한 바 있다. 이렇듯, 예술작품이 그 자체 속에서 완성될 수 있는 것은 작품에 담긴 예술가의 생애와 그의 작품세계가 오롯이 그 안에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작품을 위한 수많은 해석과 수식 어구를 동반하지 않더라도 명작은 그 자체로서 충분히 가치 있는 것이다.

고삐 풀린 상상력의 광기. 달리
20세기 예술의 역사. 피카소
퍼즐 회화의 대가. 마그리트
후기 인상파의 거장. 반 고흐
색채의 혁명. 마티스

: 출판사의 소개가 거슬리기도, 그렇지 않기도 하다. 우선 발간된 다섯 화가의 작품집. 어느 하나를 떼어놓을 수도 없을 만큼, 좋아하는 화가들이고, 그림이 실려 있겠지. 한꺼번에 확 주문하고 싶을 정도로 슬슬 소장욕구가 생겨난다. 예전부터 서점에 진열된 화집을 잔뜩 구입하고 싶어 동동거리기도 했다. 이제 사야지 할 때마다 신간이 나오고 먼저 필요한 책이 생기고(-_-) 아쉬운 마음에 미술 교과서의 그림을 파고들 듯 들여다보거나,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아 달래곤 했다. 몇 번 반복되었다. 애초에 사려고 벼르던 것과 이번에 새로이 발간된 것 두 가지를 놓고 확인하고 고심해서 가격대비로 좀 더 나은 걸 구입하리라 계획을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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