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향기를 맡고 싶소 - 이상 산문집 
이상 (지은이), 박현수 (엮은이) | 예옥

『사랑하는 까닭에』를 통해서 ‘미래적 인간’ 이효석을 발견하였듯이, 『레몬향기를 맡고 싶소』에서는 이상의 내밀한 자의식 세계를 만날 수 있다.
이상 산문의 특징은 이상의 미학을 보여주는 유려한 수사와 독특한 사유이며, 자의식의 작용에 따라 난이도의 극심한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쉽게 읽히면서 안정된 아름다움을 드러낸 작품(「권태」「산촌여정」)에서부터, 시와 산문의 경계를 무너뜨릴 정도의 환상성을 보여주는 작품(「애야」「첫 번째 방랑」「무제-악성의 거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세계를 형성하고 있다. 산문의 내용은 대체로 ‘사랑, 시골풍경, 도회풍경, 내면의 고백, 편지글’ 등으로 분류될 수 있다. 소설작품의 주요 코드가 된 연인들(금홍, 변동림, 권순영)에 대한 심정이 담긴 글, 도회인의 시선에 비친 낯선 시골풍경의 묘사, 가족을 사랑하는 인간적 면모, 자살 충동에 시달리는 자의식 과잉의 고독한 자아가 표출되어 있다.
이 책의 의의는 이상의 개인적 면모를 접하고자 하는 독자들을 위해 꾸려졌다는 것이다. 편집구성에서도 원문의 오류를 최소화하였으며, 작품마다 해제와 각주를 달아 작품 이해와 문장 이해에 유익한 팁을 제공하였다. 이로써 일반 독자뿐만 아니라 현대문학 전공자들에게도 좋은 자료가치를 전할 것이다.

: ‘시와 산문의 경계를 무너뜨린’ ‘자의식 과잉의 고독한 자아’가 어떤 풍경으로 채색된 공간에서 활동했고, 위태롭고 흔들리는 ‘내밀한 자의식 세계’를 어떤 방식으로 채웠을 지…. 예옥 출판사의 ‘근대문인 산문선’ 시리즈, 앞으로 출간될 작품들도 확인하고 몇 가지 골라 하나하나 소장하고 싶은.

[증정 : 진실이 말소된 페이지 데모 CD]
손아람 (지은이) | 들녘(코기토)

한국 힙합음악의 발생 초기에서 성장기까지 약 3년 동안의 이야기를, 그 시기에 활동했던 실존음악그룹 '진실이 말소된 페이지'(이하 '진말페')의 멤버였던 손아람(예명 '손 전도사')이 소설화했다. 이야기는 1998년 '진말페'의 결성 시기로부터 시작되어, 음악에 모든 열정을 바쳤던 10대 소년들의 야망과 자부심, 영광과 추락을 흥미진진하게 그려나간다.

'진실이 말소된 페이지'는 아직 말소되지 않았다!

: 성장과 음악이 결합된 소설, 더 망설일 것도 없이 주문했다. CD도 딸려오니까(;) 마구 환호하면서. 일단 주문해놓고, 매장에서 살펴봤는데, 주위에 사람이 몇몇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와우]할 정도로 맘에 쏙 들었던 것. 한창(이라고 하기엔 좀 밋밋하지만. 다짐만 담았다고 해야겠지)준비 중인, 언젠가 꼭 완성하리라 생각하고 있는 음악 관련 개인적인 소설이 있어서, 부드럽고 풍성한 리듬을 이어가기 위해, 또한 허술하거나 혹 지나치기 쉬울 부분을 더욱 날카롭고 예리하게 포착하기 위해 함께 하려 한다. 타인이 풀어내는 이야기에 눈으로 훑고 귀 기울일 줄 알아야 스스로 느끼기에 그나마 흡족한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늘 생각하기도. 현재의 단계에서 한 발 더 내딛을 수 있어야겠지만.

단검 - 실천문학의 시집 174 
우대식 (지은이) | 실천문학사

우대식 시인의 문장은 바싹 가까이 다가붙는다. 시 한 편 한 편에 '삵'의 심장 뛰는 소리가 울린다. 매서운 결기가 있다. 시를 읽는 나는 전갈의 독침을 맞은 치명적인 사람 같다. 그러면서 시는 통이 크다. 사람의 몸에 견주면 폐가 아주 크다. 멀리멀리 달려 저 대륙을 건너뛴다. 사랑에 대한 많은 고백의 시집들을 읽었지만, 유독 이 시집만은 숨이 견디기 어렵도록 강하고 벅차다. 시의 손아귀로 칼을 움켜쥔 시인이여. 언 강을 건너 피안으로 가는 혁명의 사랑이여. - 문태준 (시인)

전갈에겐 독이 있다. 시집『단검』에도 세계와 대결하는 맹독성의 결기가 보인다.

: 시집에 숨겨진 ‘칼’, ‘바싹 가까이 다가붙는 문장’, 전갈의 이미지에 휩싸여 은근슬쩍 숨겨둔 샛길을 꺼내, 더듬어 웅크려보고 싶은. 흐릿하게 번지는 효과를 누가 볼 세라 꼭꼭 움켜쥐고, 다시금 상자를 꽁꽁 덮어놓을 것 같지만, 일시적으로라도.

그녀의 눈물 사용법  
천운영 (지은이) | 창비(창작과비평사)

정말이지 추천하고 싶지 않은 책이다. 드물지만 세상엔 그런 류의 책이 존재하게 마련이다. 가능하다면 나는, 이 세계의 극·소·수·만이 그녀의 책을 읽었으면 하는 입장이다. 아니 실은, 누구도 모르게 오직 나만이 '그녀'를 읽고 싶은 마음이다. 전철에서, 또 카페에서 누군가 '천운영'을 읽고 있다면 나는 분명 질투를 느낄 것이다. 당신이 운 좋게 누군가를 사랑한 적이 있다면 잘·알·겠·지 이런 내 마음. 그러니 협조해줘, 제발 부탁이야.

드물게, 당신도 나와 같은 마음이라면 - 알 것이다, 이 세계의 상처가 얼마나 교묘한 것인지를. 우리의 상처가 얼마나 복잡, 미묘한 것인가를. 독(毒)이 왜 독에 의해서만 치유될 수 있는가를, 알 것이다. 독은 가장 약한 짐승에 의한, 가장 약한 짐승을 위한 유일한 무기이자 치유책이다. '천운영'이라는 유일한 글을, 그래서 나는 상처가 없는 무리를 향해 던지고 싶지 않다. 상처조차 없는, 그래서 그 자체가 커다란 상처인 이 세계 속에서 드물게, 상처를 지닌 인간이 아니라면 말이다. 아무 일 없이 이 세계가 진행될수록, 아무렇지 않게 파괴되어갈 당신을 위해 이 글을 쓴다. 당신도 '그녀'의 글도 유일하고 유일, 무이하다. 그러니 당신도 아물고 회복해줘. 제발, 제발 부탁이야. - 박민규 (소설가)

: 상처를 귀퉁이에 붙인 동그라미는 점점 커지다, 도로 점점 작아지고 급기야 [한 점]이 되기도 한다. 점을 뚫어져라 주시하면, 그것은 부쩍부쩍 영역을 넓혀서 거대한 동그라미가 되어 압박하기 시작한다. 나는 동그라미와 밀고 당기기를 시도한다. 흐물흐물해지기를 기다려, 그 안에 담긴 상처를 끄집어내 야금야금 씹어볼까 한다. 과연 어떤 맛이 날까 궁금하니까.

파리의 우울 - 세계문학전집 168 | 원제 Le Spleen de Paris

: 책 관련 페이지에서 소개를 생략하고 작가 소개만 언급되어 있으니 따로 붙이지 않음. 민음사 전집에 보들레르의 시집이 추가되어 감격. 드디어, 라고 생각했다. 이제 [악의 꽃]도 조금 더 있으면 출간되지 않을까, 출간되었으면 하고 바라면서,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시집을 보관함에 넣었다 얼마 안 있어 혹시, 하며 도로 빼고 반복 중. 그리고 간간이 서점에서 들추기도. (-_-;)

밀리언 달러 초콜릿 
황경신 (지은이), 권신아(그림) | 북하우스

나의 인생이 늘 초콜릿처럼 달콤하지만은 않은 것처럼, 나의 꿈 또한 종종 슬프고 종종 쓸쓸하다. 그리하여 나 역시 때로 슬프고 때로 쓸쓸하다. 그런 날이면 나는 사소한 것들로 인하여 쉽게 행복해지는 사람들을 생각한다. 그들이 내게 가르쳐준, 행복해지는 마법의 주문을 떠올려본다. 다행히 나는 그런 사람들을 많이 알고 있다. 다행히 나는 사랑하고 사랑받고 있다. 내가 사랑하기를 멈추지 않는 한, 나의 삶과 나의 꿈에서는 언제나 초콜릿 향기가 날 것이다. 이 책에는 가장 슬프고 쓸쓸한 밤으로부터 태어난, 행복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 황경신 (글쓴이)

밀레니엄을 뉴욕에서 보낸 적이 있다. 오번가를 내려오면서 두 평 남짓한 작은 가게로 들어섰는데, 가게 안에서 초콜릿들이 예쁜 상자에 담겨 까만 보석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그때처럼 문득 길을 걷다가 초콜릿으로 만들어진 문을 발견했으면 좋겠다. 그 안으로 들어서면 경신언니의 이야기들이 초콜릿 상자처럼 쌓여 있을 테니까. - 권신아 (그린이)

사랑의 감정이 말라버린 사람에게 사랑을 채워주는 책, <밀리언 달러 초콜릿>은 이제 곧 시작될 사랑의 두근거림으로 가득 차 있다. 어느 늦은 오후 몇 시간 동안, 어두운 데서 사랑에 관한 단편영화들을 보고 밖으로 나와 보니 아까와는 다르게 어둑어둑해진 바깥 공기, 그때 문득 살고 싶다는 느낌이 찾아오는 것처럼 이 책은 그런 기운을 선물한다. 그래서 절벽 끝에 몰려 있다가도 마침내 사랑의 힘으로 비상할 수 있을 것 같은 기운들을 얻게 된다.

이 책의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10년 전이거나 혹은 20년 전의 시간을 잠시 살았다는 기분을 느꼈다. 그녀는 그 어떤 것보다도 과거를 재료로 글을 쓸 때 저릿저릿 그 무언가로 심장을 파고든다. 아무리 그 어떤 지독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지난날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녀처럼 우리 역시 큰 고통이 없는 한 지난날을 사랑하지 않을 수는 없다. 지난날들이 우리를 살아 있게, 반짝이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 어느 때 뭔가 '반짝이는 것, 두근거리는 것, 부드럽고 친절하고 달콤한 것'으로 감싸이고 싶을 때, 이 책은 그러니 어서 사랑을 시작하라고 말해줄 것이다. - 이병률 (시인)

: 글과 그림이 어우러진 두 사람의 작품집. 솔직히, 표지, 권신아의 그림에 앞 뒤 가릴 것 없이 덜컥 주문하고 말았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내용을 살피고 나서 주문할까 하다가, 그냥 적립금도 있고 해서 다른 책들과 슬그머니 하고 말았다. 월간 페이퍼에 실린 글들을 간직할 수 있어 괜찮고. 매달 페이퍼를 사기란 역부족이니까. 책값은 그리 타격이지 않은데, 마땅히 보관할 곳이(-_-) 2007년 12월 [PAPER]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구입하고, 훌렁훌렁 넘기다 심취하다 반복하고 있다. +0126~0127, 독서 완료.

김병종의 라틴화첩기행  
김병종 (지은이) | 랜덤하우스코리아(랜덤하우스중앙)

남미의 문학, 미술, 음악, 영화, 무용은 물론, 문화예술과 사회 전반을 넘나드는 산문과, 83여 편의 매혹적인 그림을 통해 라틴의 열정과 문화, 역사를 만끽하게 한다. 헤밍웨이, 보르헤스, 파블로 네루다, 로맹 가리, 체 게바라, 에바 페론 등 쟁쟁한 예술가들과 대문호들의 삶을 생생하게 되살리고, 여행지 곳곳에서 만난 정열의 남미 문화와 예술, 길 위의 사람들과 일상의 풍경들을 그림으로 재현했다.

책을 읽고 나서, 침대 밑에 물끄러미 누워 있던 낡은 여행용트렁크를 꺼내보았다. 가슴에서 불꽃이 일렁였다. 떠나고 싶어서. 만나고 싶어서. 언젠가는 라틴의 그 도시들 한가운데로 떠나 그 아름다운 예술가들을 꼭 만나고 오리라, 다짐한다. 그때 여행 가방에 이 책을 꼭 집어넣어야겠다. - 정이현 (소설가)

그가 남미를 만났는가, 남미가 그를 만났는가. 이 세상을 헤매다가 제대로 임자를 만난 듯 김병종 화백의 글은 참으로 거침이 없다. 소설처럼, 때로 시처럼, 때로는 뛰어난 사회평론처럼 기운찬 에세이로 읽힌다. 아, 남미여! 너는 임자를 만난 것이다. 그의 필치는 그가 그린 수많은 꽃처럼 만발하고 물고들처럼 물을 차고 뛰어오르고, 초원의 말처럼 남미를 치달린다. - 김용택 (시인)

우리 예인들의 발자취를 찾아 한반도 곳곳을 뒤지던 김병종이 왜 홀연 화첩을 끼고 라틴아메리카로 날아갔는지 나는 안다. 닮은 곳이라곤 한 군데도 없어 보이는 육자배기의 6박 장단과 살사음악의 8박자 리듬이 남기는 여운의 애잔함이 내겐 너무나 흡사하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 민족이 전생에 라틴민족이 아니었을까 의심한다. 아니면 그 반대거나. 지구 저편에서 들려주는 그의 글과 그림이 어쩌면 이렇게 거침없이 우리 마음을 파고들까? -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

: 서평 모집을 하던데, 신청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지난 11월, ‘우울한 얼굴의 아이’ 리뷰를 기한 내에 올리지 못해 3개월 동안은 제외된다는 사실에 필사적으로 제어했던 것.
이미 주문해서, 토요일에 받았다. 책을 손에 쥐고, 살짝 감격. 라틴문학과 음악, 빵빵하게 호기심을 부풀려 건져내고 건져내도 호기심의 밑바닥은 나타나지 않는다. 그럴 리가 없는 것이다. 추상의 이미지라 어떤 컬러로 채색해도 그때마다 새로운 효과를 내고, 이리저리 통로를 뚫을 수 있다.


노름마치 (합본) - 진옥섭의 예인명인  
진옥섭 (지은이) | 생각의나무

'노름마치'란 '놀다'의 놀음(노름)과 '마치다'의 마침(마치)이 결합된 말로, 최고의 명인을 뜻하는 남사당패의 은어다. 놀음을 마치게 하는 고수 중의 고수를 노름마치라 한다.

전통예술 연출가 진옥섭이 세월과 함께 잊혀져간 노름마치들을 찾아 나섰다. 전통예술계에서 내로라하는 이름보다 낯선 이름이 더 많지만 한 사람 한 사람 멋이 꽉 찬 노름마치들이다.
책에 소개된 예인들의 평균 나이는 여든에 이른다. 현장에서조차 사라진 공연을 다시 불러들일 때 누구 하나 기다렸다는 듯이 무대에 나설 수 없는 이들이었지만, 이들은 올라서면 다시없는 장면을 선보였다. '다시 올 수 없는 시간을 마중 가는' 마음으로 써내려간 그 '켜켜이 묵힌 것'의 깊이와 감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 매순간 자신의 능력치를 최대로 끌어올려, 최선을 다하는 자세. 무대와 그 공간을 가르는, 열기가 잔뜩 포함된 공기를 책으로나마 느끼고 싶다는 바람. ‘낯선 이름이 더 많다’는 것에 한층 더 솔깃해지고, 흥분하는 지금.

조선 블로그 - 역사와의 새로운 접속 21세기에 조선을 블로깅하다  
문명식, 이현 (지은이), 노대환 (감수) | 생각과느낌

블로그 형식을 띄고 그림, 만화 등 다양한 시각적 장치들을 활용하여 독자들이 실제 블로그를 보는 듯한 기분으로 조선 역사를 만날 수 있게 한 책이다. 현대적 상상력과 사료에 기초한 개연성이 함께 하여 조선사를 쉽게 그려내고 있다.

책은 블로그와 같은 1인칭 시점, 댓글을 활용하여 역사적 인물과 사건을 구체적이고 생생한 '현재'로 느낄 수 있게 하고 있다.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은 '태조 블로그'에서 이성계의 속마음으로 풀이되어 읽히며 댓글인 포스트를 통해 이 사건의 사실史實에 기초한 민초들의 반응이나 논쟁이 벌어진다. 이런 독특한 구성 아래 태조, 세종, 이순신 등 조선사를 대표하는 인물들의 기록 등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이 외에도 사림들 사이에 뜬 만화 '조광조와 원숭이들', 골치 아픈 스팸 광고가 조선 시대에 있었다는 설정 하에 만든, 『십만 냥 만들기』라는 서책을 홍보하는 스팸 광고 등 다양한 상상력들이 조선이라는 시대를 배경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 상상력이 물씬 녹아들었다는 하나만으로도, 클릭하여 보관함 이동을 끌어낸다. 역사의 카테고리 안에서 몇 번이고 쏟아지는 비슷하고도 식상한 짜깁기에 질리기도 했는데, 구성과 장치 면에서 다각도 접근을 했다는 데에 물음표와 느낌표는 평소보다 2배로 부쩍 커져 있다.

고구려 회화 - 고대 한국 문화가 그림으로 되살아나다 
안휘준 (지은이) | 효형출판

고분벽화를 중심으로 살펴본 고구려 회화사. 미술사학자 안휘준이 그간 고구려의 미술과 문화에 대해 써온 글을 묶어 펴냈다. 총 113컷의 컬러 도판이 연대순으로 수록되어, 고구려 회화의 특징과 변천 과정을 체계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책 전반에 걸쳐 고구려 문화의 선진성, 국제성, 역동성, 세련미가 강하게 부각된다.

: 중*고등학교 시절, 국사 중에서도 삼국, 특히 고구려에 심취하고 탐구(;)하곤 했다. 교과서 밖 이야기에 눈을 반짝 빛내곤 했는데, 수능 위주의 수업에서 뻗어나가는 영역이란 극도로 얇은 층이라 번번이 실망을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이제는 그때와 비교해 자료 모으기나 파고들기가 무척 편리해져서, 감사하고, 그리하여 호기심 부분에서는 더욱 참아내기 어려워졌다.

재즈 기타 코드북 
이시자와 코지 (지은이) | SRM(SRmusic)

 

 

빈방의 빛 - 시인이 말하는 호퍼 | 원제 Hopper 
마크 스트랜드 (지은이), 박상미 (옮긴이) | 한길아트

스트랜드는 호퍼의 그림에 대해 “심난할 정도로 조용하고, 방을 떠나지 않으면서도 끝내 등을 돌리고 있는 사람과 함께 있는 듯한 느낌”이라고 표현한다. 그는 호퍼의 그림이 지니는 이러한 역설적인 측면, 함께 있으면서도 등을 돌리고 있는, 누군가를 기다리면서도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 떠나려 하면서 동시에 머무르는 그 역설의 렌즈로 호퍼의 그림을 누구보다 정밀하게 읽어낸다.

“이 책에서 나는 호퍼의 그림을 향수에 젖은 눈으로 바라보지 않을 것이다. 대신, 호퍼에게 길이나 철도, 통로나 잠시 쉬어가는 장소가 얼마나 중요한지, 아니 좀더 일반적으로 말해 여행이 얼마나 중요한지 살펴볼 것이다. 호퍼의 그림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특정한 기하학 형태가 관객에게 어떻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지도 살펴볼 것이다. 그리고 호퍼의 그림을 보면 이야기를 떠올리게 되는 것도 그의 그림을 감상하는 경험의 일부라는 사실도 보여줄 것이다. 이들은 관객이 그림에 빠져들도록 하는 요소이기도 하지만, 더 이상 깊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저지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호퍼의 그림에서는 이 두 개의 상반된 명령어-우리를 나아가게 하는 동시에 머무르게 하는-가 긴장감을 자아내고, 이 긴장감은 끊임없이 계속된다.”

그리고 이러한 역설은 그림의 기하학적 구성과 서사적 장치가 상호작용함으로써 더욱 강렬해진다. 이를테면 그의 그림에서 자주 등장하는 사다리꼴의 구성은 소실점이 캔버스 밖에 머물게 하는 효과를 내면서 관객들을 미지의 공간으로 유도한다. 또한 그의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창문들의 열려진 틈에 칠해진 어두운 색은 일견 평면적인 그림에 알 수 없는 깊이감을 만들어내면서 강렬한 힘으로 보는 사람들을 끌어당긴다. 이처럼 관객들은 평면적인 그림에서 예상치 못한 깊이감이 느껴지는 순간 낯익은 풍경이 갑자기 알 수 없는 낯선 풍경으로 변하는 기이한 경험을 하게 되고, 그림은 한동안 머릿속에 맴을 돌며 각인되는 것이다.

: 화집과 더불어 글쓴이의 주관적 해석을 곁들인 책도 좋아한다. ‘기이한’, 더욱이 ‘한동안 머릿속에 맴을 돌며 각인’되는 그림만큼이나 글도 그렇지 않을까 기대를 모으는 것이다.
덜컥 주문하고 싶지만, 조금 참고 살펴보고 주문해야지. 시집이나 소설에 비해 가격이 세니까;


괴짜 심리학 - 생각의 오류를 파헤치는 심리학의 유쾌한 반란 | 원제 Quirkology : The Curious Science of Everyday Lives (2007) 
리처드 와이즈먼 (지은이), 한창호 (옮긴이) | 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사소한 일상의 이면에 숨은 커다란 진실을 파헤치는 괴짜심리학자들과 별난 실험들을 소개하는 책. 그는 우리의 상식과 통념을 진지하게 의심하고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기상천외한 실험들을 감행하는 이 엉뚱한 심리학을 ‘괴짜심리학’이라고 부른다.
이런 실험들을 통해 드러나는 세상의 진실은 우리의 고정관념을 산산이 부수고 내 생각의 오류들을 여지없이 드러낸다.

: ‘엉뚱하고’, ‘고정관념을 산산이 부순다.’ 그것만으로도 눈길을 끌기 충분한 소개라고 환호했다. ‘기상천외한 실험’까지 곁들여지니, 그 지름의 [파장]은 변화무쌍해진다. 똘똘 뭉쳐 달라붙어 차곡차곡 채운 호기심의 통을 흘러넘치기 직전 싹 비우는 묘미도 빼놓을 수 없지.

지식을 거닐며 미래를 통찰하다 - 미래를 읽는 지식 트렌드 9가지 
안치용 (지은이) | 리더스북

비즈니스는 물론 인간의 삶과 관련된 교양적 주제들도 폭넓게 다루고 있다. 지구온난화, 변화하는 여성의 사회적 위상과 역할, 생물자원의 관리 문제, 비정규직 사태 등으로 촉발된 기업과 노동자 문제, 세계화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 등 지식의 스펙트럼을 통해 그 지식들이 미래에 어떻게 닿아 있는가를 찾아내도록 한다.

역사, 사회, 정치, 문화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펼쳐지는 풍부한 인문학적 상상력, 더불어 오랜 기자 경험으로 다져진 칼 같은 필력은 이 책에서 맛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여기에 인터뷰를 통해 현장의 목소리까지 생생하게 들려준다. 각종 실증 자료와 데이터들도 신뢰를 더한다. 핵심을 꿰뚫는 문장 하나하나가 집필을 위해 지은이가 무수히 견디어냈을 시간들을 짐작케 한다.
우리가 알아야 할 모든 지식, 모든 교양을 담았다고는 말할 수 없을지라도, 최소한 그 지향점을 보여주는 지도의 역할은 충실히 한다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각자의 관심사에 따라 언제 어디서든 필요한 부분을 들춰보아도 좋다. 결국엔 다 하나의 퍼즐로 맞춰질 조각들이다.
이 책을 트렌드서로 읽든, 자기계발서로 읽든, 혹은 인문교양서로 읽든 그것은 독자에게 맡겨질 몫이다. 어떻게 읽든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줄 책이다. 지금 이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 흐름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기꺼이 펼쳐들어야 할 책이다.

: 무언가 틀림없다는 확신을 책 소개랑 평에 담은 것 같아 약간 거슬리지만, ‘지도의 역할’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여러 갈래로 뻗은 화살표를 선택하고 따라가는 행동은 전적으로 ‘독자에게 맡겨질 몫’이라는 부분에서, 물방울 톡톡 터지듯 발끈했던 마음도 점차 누그러질 수 있었다. 매장에서 확인하고, 주문할 계획. 일단 보관함에 넣어둔 상태다.

사랑을 믿다 - 2008년 제32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권여선, 김종광, 박민규, 박형서, 윤성희, 정영문, 천운영, 하성란 (지은이) | 문학사상사

대상 수상작 '사랑을 믿다'와 수상자인 권여선의 문학적 자서전, 수상소감, 작가가 직접 뽑은 자선 대표작 '내 정원의 붉은 열매'를 수록했다. 2008년도 이상문학상 선정 경위와 김윤식, 권영민, 서영은, 윤후명, 권지예 등 심사위원들의 심사평, 문학평론가 김영찬의 작품론, 차미령이 쓴 작가론도 더했다.

함께 실린 우수상 수상작 목록은 다음과 같다. 정영문의 '목신의 어떤 오후', 하성란의 '그 여름의 수사(修辭)', 김종광의 '서열 정하기 국민투표-율려, 낙서공화국 1', 윤성희의 '어쩌면', 천운영의 '내가 데려다줄게', 박형서의 '정류장', 박민규의 '낮잠'.

: 박민규의 ‘낮잠’, 이 소설이 있다는 것만으로 우선 읽고 싶다는 생각에,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주문하고 말았다. 대상을 받은 '사랑을 믿다', 초반은 좀 지루하게 넘어간다. 갸웃거리면서 곱씹기도 하고, 이쯤이면 암시가 나올 법도 한데, 생각하면서, 찬찬히 더듬어나가고 있다. 읽던 거 완료하면, 그 다음부터는 차례대로 나가지 않고, 이끌리는 소설부터 읽을 생각이다. 처음부터 ‘낮잠’에 집중할 걸 잘못했다는 후회도 살짝.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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