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하게 참 철없이 - 창비시선 283  
안도현 (지은이) | 창비(창작과비평사)

다양한 음식에 얽힌 추억을 재료 삼아, 조용하고 정성스럽게 밥을 짓던 어머니의 손길처럼 써내려간 시편들이 소복하게 담겼다. 가히 '잊었던 추억들로 차려낸 따스한 시의 밥상'라 할 만하다.
이번 시집에서 그는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어왔던 아름다운 정서를 노래한다. 끊임없이 불안에 떨어야 하는 현대의 속도전과 사뭇 거리가 먼 느린 걸음이다.

: 김사인 시인과 함께 북 콘서트를 여신단다. 엄청 이끌리고 있지만, 근래 일 처리하기도 벅찬지라(-_-;) 훌쩍 떠날 수가 없다. 나풀나풀 휘날리는 허망한 마음을 시집으로 거듭 달래려 한다.

마음사전 

'사물의 편'에서 울고 웃고 생각할 줄 아는 시인이다. 그의 마음은 사뭇 건조해 보인다. 그 건조함은 그러나 마음의 습기가 증발된 탓이 아니다. 그가 쓴 글들은 그래서 얼음바닥에 불연속적으로 흩어진 현무암 가루처럼 진하고 가볍다. 그것들을 삼키는 마음은 또 얼마나 푸르고 허망하게 세상의 빛깔을 달리 마주하겠는가. 이 파삭파삭한 마음의 잔물결 위에 부디 당신만의 말을 겹쳐 쓰시길. - 강정 (시인)

수만 가지의 빛깔을 지닌 ‘마음’에 관한 ‘사전’

: 책 소개는 생략하고, 좋아하는 시인 ‘강정’의 추천 글에서 골라 붙였다. 표면에 촘촘히 박힌 까슬까슬한 가루를 문질러 미세한 먼지 입자가 둥둥 떠다닐 때, 바닥에 가라앉은 가루나 공중에 흩어져 다시 모이지 않는 먼지의 흔적을 생각하며, 붓을 든다. 하얀 종이에 이끌리는 대로 쓱쓱 휘갈기는 마음의 이동경로 생각하기. 함께 하기.

박노자의 만감일기 - 나, 너, 우리, 그리고 경계를 넘어 
박노자 (지은이) | 인물과사상사

박노자가 인터넷 블로그에 쓴 자신의 일기들, 다양한 고민과 번뇌의 흔적들을 모은 글 모음집. 개인과 가정, 역사와 사회에 대한 사적인 그러나 동시에 너무나 사회적일 수밖에 없는 궁금증과 생각이 담겨 있다.

'나를 넘어', '우리를 넘어', '국가와 민족을 넘어', '경계를 넘어'등 총4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아래 자신이 일관되게 고민해온 사회적 문제들과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일상적인 고민들을 함께 다루고 있다.

국내외 상황이 그렇다 보니 이 인터넷 일기도 비관적 냄새가 사뭇 난다. 붓, 즉 그때그때의 생각을 따라 잡느라 절로 내면 속의 슬픈 단상들을 적게 되었고, 당장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현 상황에 대한 마음, 무거운 번뇌, 번민들이 많이 들어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비관은 절망과 다르고, 번뇌는 영원한 것이 아니다. 번뇌가 깊어지면 갑자기 빛이 보이기 시작한다. - 박노자

: [나, 너, 우리, 그리고 경계를 넘어], 부제에 이끌렸다. 딱 이거다 간단명료하게 설명하기 어렵다. 경계를 짓는 걸 싫어하기도 하고, 와글거리며 특정무리를 형성하고 끼이는 것 또한 씁쓸해진다. 다수가 모이는 게 싫은 건 아니다. 다수 안에서 소수, 곁가지 그룹이 형성되는 게 달갑지 않다고 할까. 모이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니까, 때로 버겁고 허탈해지고. 관계 만들기는 달리 정답이 없고, 고민은 쭉쭉 이어지겠지. 알고 있으면서, 그저 끼적거리기. 

 
보르헤스에게 가는 길 - 열여섯 소년, 거장 보르헤스와 함께 책을 읽다 
알베르토 망구엘 (지은이), 강수정 (옮긴이) | 산책자

보르헤스는 망구엘에게 '다른 사람들이 우주라고 부르는 무한한 도서관으로 들어가는 통로'를 알려주고, 소년은 그 통로로 들어간다.
한 소년이 책이라는 통로로 들어가면서 어떻게 자신의 눈을 넓혀가는지를 엿볼 수 있다. 또한 20세기 가장 위대한 작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보르헤스의 문학적 비밀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도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희번덕거리며, 잘 포착하여 비밀 통로 탐험에 잽싸게 끼어들어야겠다. 서점에서 슬쩍 펼쳐 몇 페이지 넘겼는데, 마침 눈에 띈 번역 문장이 깔끔해서 좋았다. 즉시 구입하려다 적립금이 있고, 좀 더 할인이 되는 알라딘에서 사야지, 하고 겨우 내려놓고 나올 수 있었다. 소개는 너무나도 늦어버렸지만.

연경, 담배의 모든 것 - 18세기 조선의 흡연 문화사, 18세기 지식 
이옥 (지은이), 안대회 (옮긴이) | 휴머니스트

이옥의 《연경》이 발견되지 않았을 때 조선시대 특유의 흡연문화는 우리들의 눈에 그다지 뜨이지 않았거나 미지의 것들이 많았다. 그러나《연경》의 발견 이후에는 우리는 그런 것들에 관심이 더 가고, 그에 관한 지식이 풍부해지게 되었다.

탐라문견록, 바다 밖의 넓은 세상 - 18세기 조선 지식인의 제주 르포, 18세기 지식 
정운경 (지은이), 정민 (옮긴이) | 휴머니스트

정운경은 당대로서는 이 낯설었던 제주 땅의 문화와 사람들의 삶을 관찰하여 기록으로 남기고 있을 뿐 아니라 당시 접한 바깥 세상의 소식들은 대만이나 유구, 안남 등지의 낯선 풍속과 일본인들의 생활상 등 표류민들의 다양한 해외 경험을 적고 있다.

: 이제껏 끌리는 역사 코너의 신간이 몇몇 있었지만, 부러 리스트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비슷비슷한 맥락을 방식만 바꾼 책이 더러 있었고(줄줄이 실망), 깜빡한 것도 몇 있었고(-_-), 준비해뒀다가 서점에서 확인하고 실망하여 슬쩍 빼고 수정한 리스트도 몇 가지 있었다. 이번 두 책은 엄청 기대 중이다. 아직 확인은 안 했지만, 지금의 설렘이 쉬이 사라지지는 않을 거라 믿는다.

회복하는 인간 - 오에 겐자부로 만년의 사색 | 원제 「傳える言葉」プラス (2006) 
오에 겐자부로 (지은이), 서은혜 (옮긴이) | 고즈윈

물질적 풍요 속에 보수화와 냉소주의의 늪에 빠진 일본 사회에서 불신 대신 '회복하는 인간'이라는 신념과 낙관주의를 선택하고, 이를 왕성한 작품 활동과 사회적 참여를 통해 실천해온 작가 오에 겐자부로의 에세이. 어느덧 70대의 나이가 된 작가가, 자신의 삶과 문학을 관통하는 평생의 철학과 신념에 대해 담담히 풀어놓았다.
1부 '전하는 말'은 24편의 칼럼을 묶은 것.
2부 '플러스(+)'에서는 자유로운 형식으로 청중 앞에서 이야기했던 내용을 담은 세 편의 글이 수록되었다.
평생을 매진해 온 책읽기에서 비롯된 깊이 있는 철학과 인간에 대한 이해
귀 기울여 들어야 할 우리 시대 어른의 이야기

: [우울한 얼굴의 아이]를 탐독하면서, 에세이가 번역 출판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품고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이렇듯 신간으로 발견하여 한편으로 휘둥그레지면서도 내심 으쓱으쓱하며 얼른 사야지 싶었다. 그의 작품은 내면으로 파고들기 상당히 어렵고, 어려운 만큼 반복 학습이 필요하고, 그럴 때마다 미묘하게 다른 메시지(다르게 해석하기 가능한)를 전달해준다고 믿고 있다. 그의 소설, 원서도 차근차근 사야지.

 
모렐의 발명 - 세계문학전집 165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 (지은이), 송병선 (옮긴이) | 민음사

 

 

풀잎은 노래한다 - 세계문학전집 167 

25년 동안 아프리카의 붉은 대지와 투명하도록 푸른 하늘 사이에서 굴곡진 인생을 살았던 그녀는 이 작품에서 그 자연만큼이나 난폭하고 거친 시대를 통찰해 들어간다. 스웨덴 한림원은 도리스 레싱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발표하면서 “『풀잎은 노래한다』는 사랑과 증오에 대한 비극인 동시에 결코 이어질 수 없는 인종 간의 갈등에 대한 연구이다.”라고 평가한 바 있다.

: 날카롭게 제멋대로 잘린 조각이 서걱거리며 파고든다. 회전할수록 조각은 둥글둥글해지고, 그 핏빛 흔적이 가슴에 찌릿찌릿하게 번진다. ‘난폭하고 거친 시대’를 맞이할 준비가 된 듯하다.

 
생각의 기차 - 과학적 발견의 연결

과학사의 쟁점이 된 흥미진진한 발견 47개를 싣고 생각의 기차는 달린다!

12개의 큰 주제로 나눈 장이 끝날 때는, 발견의 연결 지도를 그려 한눈에 조망할 수 있도록 하였다.
다른 방식으로도 배열되고 분석될 수 있다. 이제 독자 스스로가 생각의 기차를 만들고 발견의 역사라는 철로를 달려야 한다.

: 온통 새하얀 ‘발견의 연결 지도’에 나만의 아이템을 그러모은 연상 기법으로 꽉꽉 채우고, 몇 번이고 짚어내고, 뜯어보고, 수정하고, 전력질주 후에 간간이 슬로모션으로 움직여주기도 하고……. 생각의 기차를 운전해 어디든 뻗어나가고 싶은 바람.

 



 



내 손안의 미술관
'명작 400선'
“걸작에서부터 알려지지 않은 드로잉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풍미한 대가들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만난다.”
“예술 작품은 그 자체로서 충분하다. 홀로 존립할 수 있으며, 자체 속에서 완성되어 있다.” 독일의 시인이자 극작가인 실러는 예술을 하나의 완성된 개체로서 말한 바 있다. 이렇듯, 예술작품이 그 자체 속에서 완성될 수 있는 것은 작품에 담긴 예술가의 생애와 그의 작품세계가 오롯이 그 안에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작품을 위한 수많은 해석과 수식 어구를 동반하지 않더라도 명작은 그 자체로서 충분히 가치 있는 것이다.

고삐 풀린 상상력의 광기. 달리
20세기 예술의 역사. 피카소
퍼즐 회화의 대가. 마그리트
후기 인상파의 거장. 반 고흐
색채의 혁명. 마티스

: 출판사의 소개가 거슬리기도, 그렇지 않기도 하다. 우선 발간된 다섯 화가의 작품집. 어느 하나를 떼어놓을 수도 없을 만큼, 좋아하는 화가들이고, 그림이 실려 있겠지. 한꺼번에 확 주문하고 싶을 정도로 슬슬 소장욕구가 생겨난다. 예전부터 서점에 진열된 화집을 잔뜩 구입하고 싶어 동동거리기도 했다. 이제 사야지 할 때마다 신간이 나오고 먼저 필요한 책이 생기고(-_-) 아쉬운 마음에 미술 교과서의 그림을 파고들 듯 들여다보거나,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아 달래곤 했다. 몇 번 반복되었다. 애초에 사려고 벼르던 것과 이번에 새로이 발간된 것 두 가지를 놓고 확인하고 고심해서 가격대비로 좀 더 나은 걸 구입하리라 계획을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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