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한 책.
발자국 - 역사의 발자국 헤아리기
고종석 (지은이) | 마음산책
역사적 역할의 크기에서 엄청난 차이가 없다면, 나는 되도록 소수자에게 눈길을 주고자 했다. 말하자면 남성보다는 여성을, 백인보다는 유색인을, 다스리는 자들보다는 저항하는 자들을 바라보고자 했다. 그러나 여기 모인 글들의 질료 노릇을 한 역사 자체가 힘센 자들에게 워낙 편향돼 있는 터라, 이 책에 등장하는 여성, 유색인, 저항자들은 말 그대로 소수를 넘어설 수 없었다. - 고종석
모든 ‘어제’에는 인류의 발자국이 남아 있다
“이 한걸음이 나 한 사람에게는 작은 발걸음일 뿐이나 인류 전체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다That's one small step for man, one giant leap for mankind.” 1969년 7월 20일 지구인 최초로 달 표면에 발을 내디딘 닐 암스트롱Neil Armstrong이 남긴 말이다. 그날의 발자국이 ‘고요의 바다’에 찍혔고, 문명사회의 거의 모든 사람이 흥분한 채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어느덧 한 세대가 흘렀지만, “숯가루처럼 부드러운” 달의 표면에 처음 찍혔던 암스트롱의 ‘발자국’은 여전히 인류의 뇌리에 선명하다.
: 보관함에 담아둔 것을 까맣게 잊고(신간에 밀려났다-_-;), 망설이다 덜컥 담은 몇 가지 골라 삭제하고, 한 번 들추면 다시 펼치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드는(소장은 무리인)책들은 도서관에서 빌릴 목록을 만들고, 그렇게 정리를 하면서, 겨우 찾아 주문했다. 설 연휴 전에 도착했으면 바라고 있다. 확률은 반반일 듯. 한 편 한 편 집중하고, 잠시 숨 돌리고, 패턴을 반복할 것 같다. 리듬을 깨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며.
탐험의 시대 -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선정한 세기의 여행담 | 원제 Worlds to Explore: Classic Tales of Travel & Adventure From National Geographic
마크 젠킨스 (지은이), 안소연 (옮긴이) | 지호
해외여행이라는 것이 거의 존재하지 않았던 백여 년 전 내셔널 지오그래픽을 읽었던 이들은 이들의 글을 보고 미지의 세계에 대한 꿈을 키우며 더 나아가 이들의 발자취를 뒤따라갔다. 백 년 전의 사람들이 미지의 세계를 접하고 남긴 흔적들을 더듬으면서 '여행'의 의미를 다양하게 곱씹어 볼 수 있는 책이다.
백 년 전, 탐험 같은 여행을 떠난 사람들
이들이 여행한 세계는 지금의 세계와는 아주 다른 모습이다. 그때는 여객기도 없어 긴긴 거리를 오랫동안 가야 했고, 관광가이드와 안내소도 없었고, 제대로 된 숙박시설도 없었다. 도로는커녕 길도 없는 곳이 많아서 말 그대로 길을 만들면서 가야 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세계화가 전 세계의 문화를 동질화시키기 전이었고, 자연 생태계도 파괴되기 전이었다(아마존을 여행한 학자는 아무리 나무를 베도 숲이 줄어들지 않는다고 감탄했다!).
한마디로 그때의 세계는 좀 더 신비를 숨기고 있었다. 그런 신비감, 미지의 세계를 간다는 생각이 사람들을 자극했다. 또한 그때 여행에는 실제로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이 시기의 여행자들은 모두 위험과 안전의 경계에서 여행했다. 그러나 그러한 위험의 가능성이 여행자들을 더욱 자극했다. 자신들이 일상을 벗어나 진짜 모험을 겪고 있다는 짜릿한 흥분감이 여행의 한 원천이 되었다.
: 꼬맹이였을 때, 아마존 탐험에 반짝 빛을 냈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 시절은 지금보다 더한 모험심에 가득 차 있었으니까 줄곧 공상을 펼치며, 무한영역을 달렸던 장면이 대부분. 그런 추억 여행, 꾹꾹 눌렀던 ‘흥분’을 뜯어, 군데군데 금이 간 ‘벽’에 붙이기도 하고, 푹푹 빠지는 모래 놀이터에 잠시 묻어뒀다가 꺼내 ‘범벅’을 만들기도 한다. 즉각 주문하려다 보관리스트에 넣고 잠시 뒀던 책. 어제, 오랜만에 친구 M을 만나서 같이 영풍문고에 들렀을 때, 슬쩍 살펴봤다. 기대치와 거의 맞아떨어져 속으로 환호를 지르고 몇 권의 책을 더 뒤적거리다, 나왔다. 집에 가면 당장 주문해야지 생각했는데, 그 실행은 오늘에서야 옮겼다. 이 또한 확률 반반으로 얼른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땅을 밟고 하는 사랑은 언제나 흙이 묻었다
황주리 (지은이) | 생각의나무
저자가 지나간 시간들과 조우하는 마음으로 쓴 짧은 글(인 동시에 삶을 행복하게는 방법에 관한 사색인)과, 작품 도판을 엮어 펴낸 그림에세이다.
지나쳐버리기 쉬운 잔상들과 잊혀져가는 기억들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그 기억의 층위에서 깊은 회한을 자아내는 이야기들은 다시금 현재의 저자의 모습으로 되돌아온다. 지금의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을 긍정하는 시선은 '살아 있음이 얼마나 축복인가'를 절감하게 한다. 이러한 긍정의 힘은, 순전한 독백 속에서 시작된 그녀의 이야기를 타인과의 깊은 공감으로 이어지게 한다.
하나의 사물이나 사건에 초점이 맞추어져 생성되는 기억은 마치 영화필름이 펼쳐지는 것과도 같다.
: 신간으로 갓 나왔을 때, 보관함에 즉각 넣었다가 갸웃거리면서 도로 빼놓았다. 한 번 읽고 제켜두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앞섰기 때문이다. 교보문고에 갔다가, 비소설신간에서 책을 발견하고 아무 페이지나 펼쳤다. 둥그런 입모양을 그리면서, 살짝 감탄을 했다. 책 속 편집디자인도 눈길을 끌었고, 기억의 밑바닥에 가라앉은 자그마한 단편 영상을 바로 엊그제인 듯 생생하게 그려낼 수 있었던 것이다. 흥건히 넘쳐나는 물결에 발바닥이 미끄덩거리기도 하고, 균형이 흐트러져 잠깐 기우뚱하기도 하지만, 용케도 넘어지지는 않는 것처럼 유쾌한 웃음을 허공에 가득 뿌릴 수도 있었던 것이다. 또 또래 녀석이 다이어리에 남겼던 짤막한 메시지, 生きていれば必ず良い事ある。[살아 있다면, 분명 좋은 일이 있어.]가 스쳐지나가기도 한다. 단순하지만, 그 상황에 꼭 필요한 절절하게 가슴에 스며드는 응원의 바람을 타고, 코발트 빛 배경의 잔잔한 파도 수채화를 그려낼 수도 있을 것 같다.
두 번째 파리
티파사(최순영) (지은이) | 에디터
저자에게 파리는 첫사랑처럼 두근거림의 대상이었다. 만남의 횟수를 거듭할수록 돌아올 때면 언제나 송두리째 가져오고 싶었고, 호주머니 속에 담고 싶었던 곳이었다.
연인의 흔적, 소품, 머리카락을 얻듯 파리의 흔적들을 하나하나 그러모아 사진과 글로 엮은 파리 러브레터다. 파리에 가지 않고도 파리의 매력을 충분히 음미할 수 있게 해준다.
: ‘파리에 가지 않고도 매력을 충분히 음미’ 가능하다는 마지막 소개 문장에 [설마]하면서도, 주문해버렸다. 사진과 글이 실려 있어 좋다는 이유도 있고, 간접경험과 더불어 소설 속 배경으로 잡아 담아내고 싶다는 바람도 가지고 있어서였다. 한정된 배경 안에서도 여러 스토리라인이 나올 수 있지만, 영역을 넓혀 더욱 다채로운 선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니까.
오랜 간격을 거쳐 드디어 나온 Weed 시리즈. 얼마 전에 나온 ‘짱’도 같이 주문할까 싶었지만, 전편을 몇 권 안 본 게 있어 일단 보류.
추재기이 - 18세기 조선의 기인 열전
조수삼 (지은이), 허경진 (옮긴이) | 서해문집
추재 조수삼이 18세기 조선 저잣거리의 기이한 사람들에 관하여 남긴 <추재기이>를 번역한 책. 18세기 조선에서 지어진, 평범한 백성을 주인공으로 삼아 지은 전傳 중에서도 이채로운 저작에 속하며, 중인 이하의 인물들을 기록했다는 데 점에서 남다른 기록물의 가치를 지닌다.
독자에게 《추재기이》에 실린 옛 그림 보는 재미를 놓치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다. 마지막 페이지의 도판 목록을 보면 분명 여러 화가의 작품이 실렸는데도 마치 이 책을 위해 새로 그린 삽화처럼 보일 만큼 글과 그림이 잘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 기인 기록, 그리고 옛 그림. ‘평범한 백성’을 그렸고, 맛깔스런 양념과도 같은 도판을 곁들인 ‘잘 어우러진’ 기록. 그 속의 숨은 화살표를 찾아 꿋꿋하게 한 방향을 따라간다. 보물이 기다리는 장소 ‘점(․)’으로의 항해.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 | 원제 L'existentialisme est un humanisme(1996)
장 폴 사르트르 (지은이), 박정태 (옮긴이) | 이학사
두 번에 걸친 세계대전 이후 고전적 휴머니즘을 주제로 한 반성적 논의가 활발히 전개된 정황 속에서 장 폴 사르트르가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한 뒤에 그 강연에서 다루어졌던 이야기들을 모아 만든 책.
이 강연, 그리고 이 저작을 통해 사르트르는 자신의 과거 경향인 안티휴머니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실존주의와 양립할 수 있는, 보다 정확히 말해서 실존주의로부터 도출되는 또 다른 의미의 휴머니즘인 실존주의적 휴머니즘을 제창한다. 휴머니즘에 대한 다양한 논의와 이에 대한 20세기 한 지적 거인의 견해를 볼 수 있는, 얇지만 긴요한 책이다.
: 지난 리스트에 추가하려다, 살짝 미뤄뒀었다. 자유 생각에 붙일 특별하고도 매끄러운 리듬의 문장이 마침 생각나지 않아서였다. 지금도 여전히, 미적거리고 있다. 그냥 솔직함까지만 담기로 했다. 여러 번 곱씹을 수 있을, 짚어내기를 멈추게 하지 않을 것 같은.
심산의 와인 예찬 - 내 인생의 와인들
심산 (지은이), 이은(그림) | 바다출판사
와인에 관한 지식이나 정보를 주는 와인 입문서는 아니지만 와인을 소재로 풀어나가는 스토리텔링과 해당 와인에 대한 '지극히 사적인' 인상을 파악하는 재미가 있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 글과 그림이 어우러진 작품집이라 주목 하나, 입문서가 아닌(입문서 한 권 있으니) 와인을 키워드로 더욱 풍성한 고리를 만들어 담아냈음의 주목 둘. 파고들기를 넘어 영상 잇기, 생각 펼치기를 할 수 있을 듯해 주목 셋. 결론은 이동.
*끌리는 리스트
지옥의 메커니컬 기타 트레이닝 3 - 폭주하는 클래식 명곡편
코바야시 신이치 (지은이) | SRM(SRmusic)
록버전으로 편곡되어 화제를 일으킨 파헬벨의 캐논을 헤비메탈 버전으로 편곡
: 기타 트레이닝 시리즈 세 번째. 모으는 재미에 빠져 있음. -_-;
20세기 디자인 아이콘 83 | 원제 Icons of Design
레이어 크라스, 폴커 알부스 (지은이), 조원호, 조한혁 (옮긴이) | 미술문화
100년의 시간 동안 사람들을 열광시키고, 디자인 사의 흐름을 바꾼 혁신적인 83점의 산업 제품을 소개한다. 세계 유수의 디자이너들의 심사를 거쳐, 20세기 최고의 디자인과 산업 제품들을 뽑고, 이 제품들이 어떻게 당대의 문화와 정서를 반영하고 있는지를 설명했다.
예술과 기술의 결합이 시도된 이래로 약 100년 동안 세상의 모든 발전에는 디자인이 개입하였다. 이제 우리는 디자인으로 먹고, 디자인을 입고, 디자인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 세계 유수의 디자인 이론가들이 수많은 디자인 중에서 20세기를 대표하는 최고의 디자인과 산업 제품들을 선별해 내고, 이 제품들이 어떻게 당대의 문화와 정서를 반영하고 있는지를 설명해주고 있다.
아는 만큼 보이고, 이용할 수 있다. 디자인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영역이 확대되고, 구현할 수 있는 기술력이 발전하면서, 디자인은 그 자체보다도 응용하고 사용되어 질 때 엄청난 부가가치를 낳게 되었다. 이것이 현재 어느 분야에 있더라도 디자인을 알아야 하는 이유이다.
: 각 분야는 서로 이어져 있다는 생각이다. 꼭 전공이 아니라도, 신간 코너를 여기저기 둘러보는 이유가 그것이다. 편집디자인이 독특하고 멋진 책과 음반에 눈이 끌리고, 아무튼 이상하고 기발하다는 소리를 듣는 것이 으쓱하고 재밌고. 구도 응용에도 유익하고, 헤나와 페인팅, 그래픽 아트에도 널리 활용할 수 있을 듯. 중요한 건, 책을 펼쳐 꼼꼼히 따져봐야겠지만, 일단은 주목하고 기대 중.
모딜리아니와 에뷔테른 - 열정, 천재를 그리다
컬처북스 편집부 (지은이), 고양아람미술관 | 컬처북스
최고로 인정받은 예술가들에게는 뮤즈가 존재한다. 화가의 붓끝에서 영원한 생명을 얻은 뮤즈들은 오늘날 우리에게 아름다운 예술작품으로, 혹은 사랑이란 이름으로 묶인 비련의 주인공으로 인식된다. 그들은 그렇게 뛰어난 화가들의 그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어쩌면 최고 인정을 받는 예술가야말로, 뮤즈들에 의해 진정한 예술가로 만들어진 것은 아닐까?
위대한 예술은 작가의 창조적 고뇌 외에도 예술적 성장을 위해 헌신과 수고를 아끼지 않은 조력자의 역할 속에서 탄생한다. 남성예술가에게 뜨거운 희생과 사랑으로 조력한 여성은 그의 작품과 인생에 있어 매우 중요한 존재다. 그런 의미에서 모딜리아니의 아내 잔은 ‘모딜리아니를 위해 태어난 여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좋아하는 화가라는 이유로 확인도 않고, 보관함으로 이동. 얼마 전 신간으로 나온 화집 시리즈에 어서 포함되었으면 싶은. 바라는 화가가 너무 많아서 탈이지만-_-; 어쨌든, 작품집이 아닌 것 같으니까, 덜컥 주문은 망설이고 있다. 아니, 어떻게든 자제하고 있다는 쪽에 가깝다. 생각 같아선, 죄다 사고 싶지만 상황이-_-;
한권으로 읽는 세종대왕실록
박영규 (지은이) | 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세종실록뿐만 아니라 세종 전후 왕들의 여러 실록과 60여 종의 다른 사료를 모두 참고해 세종대왕 개인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세종의 성장과정, 가족과 친인척 그리고 세종시대를 함께 이끈 인재들의 이야기까지 다채롭게 담아낸 입체적이고 사실적인 역사 교양서다.
세종, 확실히 그는 위대한 왕이었다. 아니, 단순히 왕으로서만이 아니라 대단한 인격자이며, 걸출한 인간이었다. 그에겐 인재를 알아보는 눈이 있었고, 사람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남다른 용인술이 있었으며, 신분을 따지지 않고 능력을 살 줄 아는 폭넓은 아량이 있었다. 왕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학자였고, 인간미 넘치는 선비였으며, 공평무사한 판관이었다.
다른 왕 아래선 전혀 재능을 인정받지 못하던 인물도 그를 만나 날개를 달았고, 다른 시대엔 쓸모없는 지식으로 여겨지던 것들도 그의 시대엔 부흥의 밑거름이 되었다. 그리하여 그의 시대에 만들어진 보석들은 조선왕조의 주춧돌이 되고, 대들보가 되었다. - 박영규
즉위 이전의 세종을 다룬 1부에서는 선왕 태종, 형 양녕대군과 얽힌 세종의 성장 과정을 담았다. 특히 세종의 성품과 사상, 가족과 친인척 등을 자세히 밝혀 세종에 대해 알아야 할 가장 기본적인 이야기를 담았다. 세종 치세의 사건들을 연대순으로 보여주는 2부에서는 조선왕조실록의 10분의 1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세종실록을 꼼꼼하게 정리했다. 세종 즉위년부터 세종 32년까지의 중요 사건을 추려 세종 시대의 진면목을 직접 확인할 수 있게 했다. 3부에서는 황희, 맹사성, 김종서, 정인지, 장영실, 박연 등 세종 시대에 활약했던 각 분야의 뛰어난 인재들의 됨됨이와 업적, 재미있는 이야기 등을 열전 형식으로 정리해 보여준다. 부록으로 세종대왕 가계도, 세종실록 편찬 과정, 조선시대의 정치기관과 외명부·내명부, 세종실록 인물 찾기를 첨가해 독자들 스스로 필요한 정보를 콕콕 집어내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세종실록을 바탕으로 세종 시대의 진면목을 확인하고 가장 자랑스러웠던 우리 역사를 한권으로 정리한 《한권으로 읽는 세종대왕실록》을 통해 그간 막연하게만 알고 있었던 세종대왕과 그의 시대를 보다 생생하고 온전한 역사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 소개를 다 믿어서는 안 되겠지만(-_-), [세종시대를 함께 이끈 인재들의 이야기까지 다채롭게 담아낸 입체적이고 사실적인 역사 교양서다.]라고 하는 데에 버텨내지 못하고-_- 보관함 이동을 하고 말았다. 흥미진진한 숨겨진 이야기가 많이 담겼을까. 다소 자극적이긴 해도, 교과서 밖 기록에 충실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삐쭉삐쭉 날선 곤충 더듬이나 느낌표 같은 타격을 기대하고 있다. 누구나 알고 있을 만한 사항을 짜깁기 하는 것은 그리 궁금하지 않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흩어지기 쉬운 지나치기 쉬운 (오히려 더 대단할 수 있는) 면을 잡아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자의 책을 신간 코너에서 몇 번 뒤적이긴 했으나, 아주 실망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인연이 닿지 않았는지 소장하지는 않았다. 이번에는 과연, 하고 주목하게 된다.
정조와 철인정치의 시대 - 정조 시대를 읽는 18가지 시선
이덕일 (지은이) | 고즈윈
학자군주이자 무인군주로서 군사(君師)가 되고, 부지런히 일하고 검소함을 밝힘으로써 만인의 모범이고자 했던 정조의 삶과 사상과 그 주위의 풍경을 그려낸 책. <송시열과 그들의 나라>, <조선 왕 독살사건>의 지은이로 널리 알려진 이덕일이 썼다.
2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8가지 주제 아래 정조 시대를 서술해 나가고 있는데, <정조실록>,<일성록>,<홍재전서> 등의 관찬사서뿐 아니라 채제공의<번암집>, 정약용의 문집, 이덕무의<청장관전서> 등 개인 문집을 망라하여 최대한 역사적 다가서려 노력하였다.
1차 사료에 충실하면서 뛰어난 이야기 구성으로 읽는 재미를 배가시키는 역사학자 이덕일의 이 책을 통해 정조가 오늘 우리에게 지니는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정조가 만난 사람들
철인군주 정조가 자신의 과거를 딛고 미래를 향해 걸었던 길에는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 책은 정조가 만났던 여러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정순왕후와 노론은 결코 미래로 갈 수 없다며 정조의 발목을 잡았다. 그들은 정조 이복동생들의 사형을 끈질기게 요구했다. 사도세자를 죽인 증오의 정치구조로 돌아가자는 것이었다. 송시열의 후손 송덕상과 그를 추대한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때로는 홍국영처럼 미래를 가장해 과거를 걷는 사람들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그 길에는 또한 정조가 과거를 선택했다면 만날 수 없었을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천주교를 받아들였던 이가환, 이승훈, 정약용 형제 같은 남인들과 사회의 천시 속에서도 최고의 실력을 쌓았던 이덕무, 박제가, 유득공 같은 서얼들, 그리고 사도세자의 이장(移葬)에 눈물을 흘리던 백성들이 그들이었다.
이들과 함께 정조는 미래를 향해 걸었다. 그 길의 끝에는 새로운 세상이 있었다. 정조에 의해 발탁된 서얼 출신의 규장각 사검서(四檢書)들이 단번에 조선의 지식계를 평정한 것처럼 조선은 새롭게 바뀌어 갔다. 그들은 새로운 시각으로 서학(西學)을 받아들이고 북학(北學)을 주장했다.
: 이미 결심했지만, 마지막 두 문단에서 그 결심을 굳히는 계기를 심어준 문장을 발견했다. ‘정조가 과거를 선택했다면 만날 수 없었을 많은 사람들’ 에피소드. 고등학교 때 수업시간에 다 채울 수 없었던 숨겨진 사항들이 실려 있지 않을까 엄청 기대 중이다.
렘브란트 반 라인 | 원제 Van Rijin
사라 에밀리 미아노 (지은이), 권경희 (옮긴이) | 랜덤하우스코리아(랜덤하우스중앙)
17세기 바로크시대의 네덜란드 화가 렘브란트의 생애를, 렘브란트 자신과 그의 동시대인들의 눈으로 재구성한 픽션이다. 렘브란트의 생각창고인 일기장을 얻게 되는 한 출판업자의 이야기와, 일기장 속 렘브란트의 목소리를 함께 담은 액자 형식.
: 어떤 경로로 일기장을 얻는지, 또한 시선에 담긴 풍경 스케치를 더듬어나가고 싶다. 차례차례 줄을 선 혹은 마구잡이로 뭉친 생각들을 천천히 풀어내는 렘브란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리하여 때로 조각조각 퍼즐을 맞춰나가기도 하고, 때로 그 라인을 지워 경계를 없애며 함께 이끌리기도 하고.
내가 만든 내 공책 - 국내 대표 문구 브랜드 & 북 아트 디자이너에게 배우는 노트 커버링 & 제본의 기술
웅진리빙하우스 편집부 (지은이) | 웅진리빙하우스
각기 다른 개성의 35가지 노트,
전문 디자이너 12인의 스타일 아이디어
초간편 커버링의 기술에서 다양한 종류의 속지와 제본법을 이용한 노트 그리고 특별한 기능을 갖춘 노트까지, 〈내 공책〉 프로젝트에서는 총 35여 가지의 신선한 디자인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이번 책은 한 작가의 취향이 반영된 스타일 작품집이 아니다. 국내 대표 문구 브랜드의 디자이너와 북 아티스트 그리고 라이프 스타일리스트 등 총 12명의 디자인 트렌드 세터가 각기 다른 스타일과 아이디어를 소개하는 콘셉트로, 이들의 디자인을 그대로 따라 만들거나 여기에 내 취향을 한 번 더 가미하는 등 응용 범위가 실로 폭넓은 것이 특장점이다. 한편으로, 노트 커버 등 장식에 응용하는 재료 역시 일상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재활용 제품이 대부분인 것도 눈여겨볼 부분. 최근 이슈화 되고 있는 ‘환경’을 고려한 디자인 그리고 이를 보다 세련되고 튼튼한 모양새로 마무리할 수 있는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또 한 가지. 비단 외형적인 디자인 뿐 아니라 다양한 문구 재료로 속지를 독특하게 장식하는 디테일 노하우까지, 작품마다 색다른 데코 아이디어가 반영되어 있어 보는 재미 또한 한층 쏠쏠해진다.
: 친구가 좋아해주는 단편 몇몇, 최근에 집중할 수 없었지만 개인적으로 욕심을 내 이것저것 연결시켜 다 담아내고 싶은 연재소설을 소장본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구상도 꽤 했고, 레이아웃도 몇 가지 생각해두고 있다. 더 나아가 다른 작가는 어떤 스타일과 아이디어를 살렸는지 궁금함을 참지 못해서, 좀 더 기다렸다가 적립금이 쌓이는 대로 지를 생각을 하고 있음.
레벨7 | 원제 レベル7(セブン) (1990)
미야베 미유키 (지은이), 한희선 (옮긴이) | 북스피어
기억을 되찾으려 노력하는 남녀와 여고생의 행방을 찾는 카운슬러. 두 개의 추적이 교차하며 마침내 '레벨7'의 정체가 드러난다. 반전을 거듭하며 긴박하게 전개되는 나흘간의 이야기.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을 통틀어 미스터리라는 장르에 가장 충실한 작품'으로 꼽힐 정도로 정교한 플롯을 자랑한다.
작품 속에 드러나는 인물의 선악대비 구도가 꽤 극명하다. '레벨7'이라는 수수께끼의 키워드가 연결하는 과거의 잔혹한 살인사건과 화재사건의 진상, 그리고 두 사건의 배후에 있는 무라시타 다케조라는 '절대악'의 존재는, 실제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을 던졌던 두 가지 사건을 모티프로 삼은 것이다.
: ‘반전을 거듭하며 긴박한 전개’가 펼쳐지니까, 지루하지는 않을 것 같다. [잔혹한 살인사건]의 밑그림과 [화재사건의 진상]도 궁금하지만, 무엇보다도 [선악대비 구도]와 ‘절대 악’의 존재로 두근거리면서, 호기심의 덩어리는 좀처럼 풀어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