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해서 온 책.(주문한 책, 주문할 책은 신간 리스트에 붙이지 않은 책 중
선별해서(;) 소개합니다. 이전에 붙인 것들은 소장하게 되더라도, 다시 붙이지 않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500권, 피도 살도 안 되는 100권  
다치바나 다카시 (지은이), 박성관 (옮긴이) | 청어람미디어

책은 크게 2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1부 '피가 되고 살이 된 500권, 피도 살도 되지 못한 100권' 에서는 오늘날의 자신을 형성했다고 말하는 20대 중반부터 30대 중반까지의 에피소드들을 적고 있다. 문예춘추의 기자와 함께 고양이 빌딩과 추가로 임대한 서고 방들을 돌아다니며 미친 듯이 공부하고 책을 읽었던 이야기들이 책을 수놓는다.
2부 '나의 독서일기'는 2001년부터 2006년까지 그가 즐겨 읽었거나 관심을 가진 책들에 대한 잡지 연재 서평들을 모아놓고 있는데, 그의 다른 저작들과 마찬가지로 자연과학, 인문학, 예술, 테크놀로지, 뇌, 생명과학 등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그의 지적 관심을 살필 수 있다.
'인간은 영원히 지적인 갈증을 해결할 수 없는 숙명에 처한 존재'이며, 그 지적 욕구가 바로 인류 진화의 원동력이라 말한다. 지적인 갈증을 느끼며 책의 사막을 걷고 있는 이들에게 이 책은 조금 앞서 길을 걸어가고 있는 선배가 두고 간 알찬 매뉴얼 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 지난 신간 리스트에 포함시킨 줄 알았더니, 찾아보니 없더라는. 사전 같은 모습을 보니, 내용을 훑어보지 않아도 다 뿌듯해지더라. 정리하면서, 싱글싱글 웃었다. 저자의 책은 이전에도 다 장만해야지 생각했다. 접했던 것은 많았으나, 정작 소장한 것은 없어서 갸우뚱하면서, 차례차례 주문할 계획. 이런 카테고리의 책을 접하다 보면, 아주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 나만의 책 목록을 만들면 어떨까 하면서 오래도록 생각했다는 걸 기억한다. 나중에 서재에라도 올려둘까 싶다.(언제가 될지, 기회가 닿는다면.) 

마음 미술관 - 정혜신의 그림에세이  
정혜신 (지은이), 전용성(그림) | 문학동네

세상과 사람을 차분하게 성찰하며 풍부한 영감(靈感)을 전달하는 그녀의 글과, 온기가 느껴지는 화가 전용성의 질박한 그림이 어우러져 있다. 말없이 마음속으로 스며드는 그림과 더불어, 인간과 삶에 대한 촌철살인의 성찰,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저자의 한마디 한마디가 설득력 있다.
그림들을 보며 저자는 홈페이지에 그림에세이를 써나가기 시작했고, 더 많은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고자 최근 그림에세이 블로그를 개설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 이미 독서는 완료했다. 두 번 세 번 거듭 독서 후, 여러 가지 풍경으로 기억해두고 리뷰를 써둘 생각이다. 신간으로 나왔을 때, 일단 보관함에만 담아두었다. 리스트 소개에는 살짝 넘겼고, 최근 블로그를 발견하면서 이웃을 맺고 책을 주문했다. 휘날린 듯, 마음의 한 점을 포착한 듯 강한 그림과 여러 길로 뻗어가는 글을 더듬어나가며, 소장하기를 잘 했다고 생각했다.

두근두근 - 몸에 관한 어떤 散 : 文 : 詩  
권혁웅 (지은이), 이연미(그림) | 랜덤하우스코리아(랜덤하우스중앙)

내 입술이 그에게 닿을 때 나는 입술이고, 내 손이 그를 만질 때 나는 손이다. 입술과 손은 내 몸의 일부가 아니라 전체다. 그 사람을 사랑할 때 나는 얼마나 많은 우주를 품은 것인지. 여기에 소개한 몸들은 그런 설렘과 떨림과 끌림으로 진동한다. 눈과 코와 입이, 손과 발과 몸이, 얼굴과 머리와 몸통이, 그리고 피부와 심장이 전부 다 당신을 향해 두근댄다. 소망하느니, 당신도 나와 함께 두근대셨으면. 우리가 그렇게 마주한 두 개의 우주였으면. - 권혁웅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권혁웅의 첫 번째 산문집을 펴낸다. 『두근두근』이란 제목 하에 몸을 빌미로 끄집어낼 수 있는 사랑에 관한 많은 이야기들을 아주 쉬우면서도 재미나게 풀어놓았다.
이 책은 차려 자세에 긴장된 양 미간으로 읽어나가면 오히려 낭패를 겪을 수도 있으므로 일단 몸에서 힘부터 빼고 봐야 할 일이다. 그렇게 아무런 기대 없이 슬렁슬렁 넘겨보다 느낌이 오는 부분이 있다면 거기 살짝 머물러 놀다 가도 될 일이다. 그에 빗대어 쓰고자 하는 말이 떠올랐다면 메모를 해도 좋고, 그러다 졸음이 오면 이 책을 목침삼아 한잠 자고 일어나도 될 일이고, 그러다 배가 고프면 라면을 끓여 냄비 통째 올려놓고 먹어도 썩 괜찮을 일이다. 어쨌거나 이 책은 이렇게 아무런 부담 없이 놀이 삼아도 좋겠다는 말이다.
1991년부터 지은이가 써두었던 시작메모, 일기, 독서 노트를 바탕으로 『두근두근』은 탄생했다. 세월로 치자면 17년 가까이 묵힌 것들인데, 이를 기초로 책을 작정하여 버리고 수정하고 다시금 쓰는 과정 속에서 ‘몸에 관한 어떤 散 : 文 : 詩’라는 방향이 생겨났다. 이는 에세이라는 장르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다는 저자의 주장과도 일치하는 바, 시와 산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중간문학으로서 산문시의 어떤 전형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 ‘슬렁슬렁’이란 의태어의 묘미는 가볍지만 자유롭다는 데 있는 게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 허우적거리는 헤엄치기의 영상도 불러오고, 바닥에 엎드려 마구 노니는 풍경도 그릴 수 있다. 여기저기 어슬렁거리다 마침 강렬한 표지의 책을 발견하고, 털썩 앉아서 몇 시간이고 책장을 넘길 수 있겠다는 느낌. 마지막 커버를 덮어도 새로이 독서를 지속할 수 있을. [되풀이 재생]이 가능한. 그런 이미지가 과감히 끌어당기고, 좀처럼 놓아주지 않는다.

사라지지 않는 사람들 - 20세기를 온몸으로 살아간 49인의 초상 
서경식 (지은이), 이목 (옮긴이) | 돌베개

다양한 국적, 다양한 배경의 이들 49명이 남긴 뚜렷한, 하지만 모든 이들에게 쉽사리 발견되지 않은 흔적을 살피면서 지은이는 우리가 무엇으로부터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지를 되묻는다.
지은이는 자신이 다루는 대상에 대한 진심어린 애정과 예의를 잊지 않고, 그 속에서 다양한 생각을 채워놓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리고 지은이의 간결한 문장은 그러한 요소들이 서로 엇갈리지 않고 함께 어우러지게끔 해주고 있다. 사라졌기에, 사라지지 않은 이들의 삶과 지은이의 글을 통해 우리는 어쩌면 절망어린 20세기의 끝에서 주어진 역설적이고 단단한 희망을 갖게 될 지도 모르겠다.

: 구석에 웅크린 상자를 가져와 조심조심 펼쳐 살피면, 차곡차곡 담긴 ‘생각’으로 탄성을 지른다. 마구잡이로 꺼내고 싶지만, 차근차근 하나하나 건드려 본다. 무턱대고 [툭]아닌, 그야말로 살그머니. 건지고 거듭 올려도, 가득 채운 ‘문장’은 쉬이 날아가지 않을 것 같다. ‘단단한 희망’에의 머뭇거렸던 첫 발걸음을 탁하고 내딛을 수 있을 듯하다.

*주문

인생만화 - 그림쟁이 박재동이 사랑한, 세상의 모든 것들  
박재동 (지은이) | 열림원

2005년부터 2007년까지, 두 해 동안 「한겨레신문」에 '박재동의 스케치'라는 이름으로 연재되었던 글과 그림을 묶어 펴낸 책이다. 주변의 평범한 이웃들과 지인들, 철마다 피고 지는 꽃들, 음식 등 일상의 한가운데에서 마주한 우리네 삶을 담은 91장의 그림과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재동 선생님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갖고 있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야 누구나 갖고 있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갖기란 쉽지 않다. 우리는 지금 당장 자기에게 필요한 것만 바라보는 눈을 가지고 산다. 선생님의 눈은 그 외의 것, 말하자면 나 아닌 다른 사람, 내 주변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박재동 선생님의 <인생만화>에는 이러한 선생님의 눈으로 본 세상이 고스란히 그려져 있다. 잊고 있었던 내 주변의 모습이. 그래서 그 안에 살고 있는 내 모습이. 다른 사람의 모습에서 나를. 그래서 다른 사람도 나와 다르지 않음을. - 강풀 (만화가)

“그림을 그리는 일은 대상을 사랑하는 일이다.”
“즐겁도록 그리자, 아름답게”
삶을 다독이는 ‘진국’ 같은 그림

: 잘 그리려는 그림보다 즐기려는 그림이 좋다. 중심에 몰리지 않고, 주변으로 시선 이동을 해 정겹게 담는 지은이의 그림이 좋다. ‘나’라고 하는 인물이 있기까지 보듬어주었던 그림자 같은 고마운 이들과 버팀목의 상황이 여기저기 녹아들어갔기에 가능한 것. 요모조모 들여다보는 것을 포함하여 여러 가지 담담히 느끼기.

장정일의 공부 - 장정일의 인문학 부활 프로젝트 
장정일 (지은이) | 랜덤하우스코리아(랜덤하우스중앙)

장정일은 소문난 독서광이다. 그는 '알고 싶어서' 읽고, '입장을 갖기 위해' 공부하는 사람이다. 성공하기 위해 혹은 보여주기 위해 하는 공부는 처음부터 그와 거리가 멀다.
흥미로운 것은 이 책을 읽으며 더 읽고 싶어지는 책들의 목록표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그것만으로 이 책의 가치는 족하다. 장정일의 인문학 독도법은 ‘공부의 기쁨’이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줄 것이다.

: 책 소개로 어딘가 ‘그만 특별하다’는 뉘앙스를 살짝 풍겨, 가만히 찌푸리면서 꼼꼼 뜯어보듯 계속 읽었다. 영역을 넓히는 스타일은 여럿일 수 있다고 본다. 궁금한 건 어쩔 수 없으니, 책을 주문한다. 지은이가 대단하다 싶더라도, 이런 식의 좋은 평 몰아주기는 씁쓸해진다는 개인적 생각. 어쨌건, 기대하고는 있다. (웃음)

청춘의 문장들 
김연수 (지은이) | 마음산책

작가는 유년의 추억, 성장통을 앓았던 청년기, 글을 쓰게 된 계기 등을 차분하게 풀어놓는다. 이백과 두보의 시, 이덕무와 이용휴의 산문, 이시바시 히데노의 하이쿠, 김광석의 노랫말 등 자신의 젊은날을 사로잡았던 아름다운 문장들과 함께. "삶을 설명하는 데는 때로 한 문장이면 충분하니까" 라고 말하면서.
내가 사랑한 시절들, 내가 사랑한 사람들, 내 안에서 잠시 머물다 사라진 것들, 지금 내게서 빠져 있는 것들... 이 책에 나는 그 일들을 적어놓았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그 일들을 다 말하지는 못하겠다. 내가 차마 말하지 못한 일들은 당신이 짐작하기를. 나 역시 짐작했으니까.
...당신도, 그 어떤 사람도 결국 그럴 테니까, 그렇게 우리는 충분한 존재가 될 수 없는, 도넛과 같은 존재니까, 이제 다시는 이런 책을 쓰는 일은 없을 테니까, 삶을 설명하는 데는 때로 한 문장이면 충분하니까. - 김연수

: 도서관에서 빌려 읽어야지 생각했던 게 한 달 전이었던가. [만보객 책속을 거닐다]를 독서 진행하면서, 굳혔다. 소장해야겠다고. 간격을 좁히며, 혹은 넓히며 들출 것 같으니. 짤막 기록을 하는 도중에, 글쓰기 교육을 받지 않았음에도, 처음 글을 쓴 나의 계기는 어떤 장면이었을까 문득 떠올려보게 된다. 그리고 알라딘 다른 분들의 이야기도 궁금해진다. (웃음)

패스포트 - 여름 고비에서 겨울 시베리아까지 
김경주 지음, 전소연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랜덤하우스중앙) / 2007년 8월
 
2006년 첫 시집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를 펴내면서 문단 안팎의 큰 반향을 일으킨 김경주 시인의 여행 산문집. 그의 패스포트 속에는 고비와 시베리아, 두 나라의 도장이 찍혀 있다. 고비와 시베리아를 횡단하는 이 여행은 2006년 여름에 시작되어 2007년 2월까지 이어졌다.

김경주 시인은 "유목의 땅인 고비에서는 걷거나 지프를 탔고, 유형의 땅인 시베리아에서는 기차를 타거나 걸었다". 그곳에서 울었고 웃었고 아팠고 견뎠으며 사랑했고 이별했던 제 마음의 순간순간을 기록했다. 함께 수록된 사진들은 '티양(teeyang)'이란 이름으로 활동해온 사진작가 전소연이 촬영했다.

배낭여행자라는 말이 좋아서 무작정 길을 떠돌곤 하던 시절이 있었다. 흰 운동화와 기타 한 대만 있으면 세상 어느 곳에서도 기꺼이 겁먹은 이방인이 되어줄 수 있는 자세가 유일하게 인생에서 배우고 싶은 품세였다.
어쩐지 나는 이번 생과 제대로 된 외교를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그게 여행이었는지 시였는지 사랑이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시는 불륜과도 같이 삶에 불쑥 침입했고 나는 아직까지 그 질서에 처벌당하지 않은 채 복된 가혹으로 장수할 모양이다.
유목의 땅인 고비에선 걷거나 지프를 탔고 유형의 땅인 시베리아에선 기차를 타거나 걸었다. 목이 마르면 고비에선 더 걸어야 했고 시베리아에선 추워서 길을 잃기도 했다. 내게 유목은 인간이 지상을 떠돌고 있는 방식이 아니라, 바람을 떠다니는 삶의 방식들이었고 유형은 인간의 시간으로 견디고 있는 빛의 태내처럼 아득했다. - 김경주

이 책은 우리에게 전혀 친절치 못하다. 그러나 그러한 거칠음이 때론 우리에게 더한 매혹으로 다가올 수 있다. 그 모래처럼 꺼끌꺼끌하고 성긴 글자들과 문장 속에서 우리들이 비집고 들어갈 어떤 틈 같은 것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패스포트>를 읽다 책이 아닌 제 마음에, 제 기억에 집중하느라 책장 넘기는 속도가 뒤쳐진다면 이는 예상할 수 있는 모두의 반응일 터이다. 그리하여 우리들의 여권에는 어떤 기억이 존재하고 있을 것인가. 되짚다 보면 어느새 밤이고 아침이고 나날일 터, 그렇게 삶이라는 패스포트는 제 페이지를 다해간다는 것!

: 빠졌다니! 최근 여행 에세이를 두 권 접하면서, 이제껏 지나쳤던 다른 작가의 책도 더 읽어볼까 생각이 들어 여행 카테고리를 살피는 중에 와락 달려들 듯 발견되었다. 시집을 특별하게 기억하고 있는데, 신간 리스트에 왜 빼놓았을까 갸웃거렸다. 여름이라 더위 먹었었나-_-; 나는 흔히 말하는 ‘친절하지 못한’ 책들을 가려 뽑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다른 이들은 서걱거리면서 읽었다는, [모래처럼 꺼끌꺼끌하고 성긴 글자]들에 더 열광하는 자신을 깨달았다. 간격이 먼, 되풀이해야 하는 책이라면 이것저것 다 제켜두고 무조건 환영!(;)

*리스트.

푸른 기차를 타고 대꽃이 피는 마을까지 
신경림, 정호승 (지은이), 노창선 (엮은이) | 천년의시작

좋은 시를 읽으면 쓸쓸하고 외롭던 마음이 활짝 개이고 삶에 대한 용기가 점점 되살아나는 것을 느낄 때가 많다. 우리들이 살아가는 일상들은 합리적이고도 빈틈없는 사고를 하도록 만든다. 과학의 시대, 소위 디지털 문명의 시대에 아름다운 정서의 충족과 행복한 생(生)에의 꿈은 서로 상충할 때가 있다. 걸어 다니면 어깨 위에서 다정하게 노래를 불러주던 휘파람새도, 학교 가는 길에 향기로운 아침을 열어주던 작은 풀꽃들도 다시 쳐다볼 수 없도록 바쁜 시간을 살아가는 나날은 과연 행복한 삶인가. 휴대폰과 인터넷 그리고 자동차가 없으면 견디기 힘들어진 요즘 우리의 정신은 너무 물질적인 것에 길들여진 것은 아닌가.
아침 햇살처럼 맑고 밝게 빛나는 마음을 불러들이면 작은 일도 순조롭게 잘 풀리고 또한 즐거워질 것이다. 그럴 때 좋은 시들은 여러분 곁에 붙어서 용기를 주고 위로해 주는 참 좋은 친구가 된다. 새로운 출발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기왕이면 아름답게 인생을 설계하고 당당하게 헤쳐 나가는 도전적인 힘을 마음껏 충전하기 바라는 마음으로 이 시들을 가려 뽑는다. 우주적인 성찰과 깨달음을 주는 시로부터 언어의 향기가 듬뿍 느껴지는 시들에 이르기까지 사랑스런 꽃송이 같은, 향기로운 초콜릿 같은 시간들의 책갈피가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따뜻한 마음을 가지면서도 어떠한 일에도 결코 굴하지 않고 길을 찾아 나가게 하는 이정표 혹은 길라잡이가 되었으면 한다.
동서고금(東西古今)의 주옥같은 시편들이, 또 그 언어들의 맑은 샘물을 길어 올리려 '꽃처럼 붉은 울음을 밤새 울었던' 시인들의 인격이 더욱 가까이 느껴지기를 빈다. 아울러 미래에 대한 포부를 가지고 대학생활을 시작하는 젊은이들에게 눈부시고 힘찬 출발의 노래가 되기를 바란다. 좋은 시는 참 좋은 친구다. 좋은 시는 참 훌륭한 스승이다. - 노창선 (엮은이)

: ‘선별한 시집’은 웬만해서 잘 끌리지 않는데, 엮은이의 말이 참 와 닿는다. [좋은 시는 참 좋은 친구다]라는 것과, [충전하기를 바라는 마음]. 평소, 개인 취향의 분위기 시만 고르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기회에 갖가지 풍경을 끌어오는 여러 시들을 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어느 페이지를 펼치더라도 마찬가지로 ‘향기로운 초콜릿’의 향기가 피어오를 수 있겠지.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 - 세계문학전집 169 | 원제 The Postman Always Rings Twice (1934) 
제임스 M. 케인 (지은이), 이만식 (옮긴이) | 민음사

프랑스 실존주의 소설가 알베르 카뮈는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에서 영감을 얻어 자신의 대표작 『이방인』을 썼다고 밝힌 바 있다. 그만큼 케인은 프랑스 및 유럽에서 중요한 미국 작가였다. 3만 5000자로 된 짧은 분량의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는 그리 똑똑하지 않은 부랑자의 목소리로 자신이 저지른 사전의 전말을 담담히 고백하는 형식이다. 카뮈는 이런 서술 형식 또한 『이방인』에서 시도하고 있다. 타블로이드 신문에 사건을 기술하는 듯한 긴박하고 명료한 문체가 전달해 주는 선정적인 동시에 낭만적인 정서를 이 두 작품은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케인은 이 소설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도덕적으로는 충분히 끔찍하지만 살인이 사랑 얘기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멍청한 남녀가 있고, 그런데 일단 저지른 다음 정신을 차리고 보면 어떤 두 사람도 그렇게 끔찍한 비밀을 공유하고는 같은 지구에서 살 수 없다는 걸 알게 된다는 얘기야. 그들은 서로 맞서게 돼.” 이 말은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를 관통하는 주제의식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욕정과 탐욕에 사로잡힌 남녀가 그들의 감정을 순수한 사랑이라 여긴다. 그들은 자신들의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장애물을 제거한다는 미명하에 끔찍한 살인을 저지른다. 그러나 소름끼치는 비밀을 공유하게 된 둘은 상대방을 믿지 못하고, 이제 서로를 향해 칼날을 겨누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1927년에 발생하여 2년 동안이나 타블로이드 신문을 떠들썩하게 장식했던 살인 사건이 있었는데, 케인은 이 사건을 접하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의 모티프를 얻었다고 한다. 한 잡지 편집자가 자신의 아내와 그녀의 정부인 외판원에 의해 살해당한 이 사건은 법정 증언에서부터 사형까지 사건의 전말이 하나도 빠짐없이 신문에 실렸다. 케인은 이 사건을 다루었던 타블로이드 신문처럼, 치정과 폭력과 성(性)이 뒤섞인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를 담담하고 명료하게 기술하여 ‘타블로이드 살인 사건의 시인’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또한 어두운 범죄 현장을 그려 낸 ‘느와르 소설’의 창시자로 불리고 있다.

: 사건이라는 한 가지만으로 마구 이끌리니 어쩜 좋을까. (-_-;) 이어 민음사 목록이라는 것, 카뮈가 영감을 얻었다는 것, 원작소설이 쭉 궁금했다는 것. 마일리지 적립이 오르면, 5만원 채워서 다른 책이랑 주문할 거고, 그대로라면 적립금이 쌓이는 대로 주문할 계획. 책을 받아보고, 구덩이 파듯 건지며, 집중해 들어갈 생각이다.

Creative Artwork 
컴퓨터아트 편집부 (엮은이) | 퓨처미디어(월간지)

세계적인 크리에이티브 매거진 「컴퓨터아트」에 실린 튜토리얼 기사 중 전세계 디자이너들로부터 호평을 받은 일부를 선별하고 국내 전문가의 추가적인 설명을 더했다. 총 16개의 테마로 구성되어 있으며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이 직접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에 대한 표현방법들을 소개한다.
좋은 디자인을 하기 위한 정해진 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도움이 되는 방법은 분명히 있다. 첫 번째 파트에서 16개의 서로 다른 독특한 디자인 스타일을 익히고, 두 번째 파트에서 소개된 창의적인 디자인 방법론을 습득한다면 더 나은 디자인을 창조할 수 있을 것이다.

: 컴퓨터 아트 잡지(내가 가진 건 2007년 12월 호 하나;)를 월별로 다 장만하고 싶지만, 여건상 그럴 수 없으니까, 이런 특별 신간에 혹할 수밖에 없다. 몇 가지만 골랐다는 게 걸리지만 말이다. ‘특정한 답’이 아닌 자신만의 ‘선택지’를 찾고, 보완하고, 첨부하는 과정을 쭉쭉 거칠 수 있겠다.

한국의 고집쟁이들 
박종인 (지은이) | 나무생각

그저 묵묵히, 인내와 열정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온 23인에 대한 기록이다.
정치 경제 사회가 끊임없이 변하고 있고 또 변화가 미덕으로 여겨지는 세상이지만 이들은 한결같이 자기 길을 걸어가고 있다. 각자 몸담고 있는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경지에 다다랐지만, 그러한 자신을 자랑하거나 드러내지도 않는다. 이들, '지혜로운 고집쟁이' 23인의 이야기를 「조선일보」 박종인 기자가 글과 사진에 담았다.
* 「조선일보」에 '박종인의 인물기행'이란 이름으로 연재되었던 원고를 묶어 펴낸 책이다.

나는 이들을 만나면서 학교에서 절대로 알려주지 않는 진리와 지혜를 배웠다. 저들이 몇 십 년씩 몸으로 만들어놓은 지혜와 지식을 불과 몇 시간, 며칠의 만남을 통해 순식간에 도둑질할 수 있었으니, 이런 행복한 도둑질이 어디 있단 말인가. 그들을 만나는 순간, 그리고 사무실로 돌아와 사진을 정리하고 글을 다듬는 과정에서 나도 모르게 가슴이 먹먹해지는 감동까지 덤으로 얻게 되었다. 행복했다.
왜 내가 이들에게서 감동을 받았는지 명쾌하지는 않다. 하나같이 똥 고집쟁이에 하나같이 돈벌이와 거리가 먼 일들에 매달린 사람들인데. 그 옛날이면 잡놈이라는 부류로 취급되는 무슨 쟁이, 무슨 쟁이들인데. 주류의 기준에서 보면 실패한 인생들 아닌가.
하지만 세상의 기준은 많이 바뀌었다. 우리가 잡초라고 무시했던 많은 존재들이 이제 꽃과 열매를 만들어 세상에 귀한 가치를 보탠다는 사실을 세상은 깨닫게 되었다. 고단한 시대에 이들이 감내하고 만들어낸 삶은 사람들에게 긍정과 안식과 놀라움과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다.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까지 그들이 겪어왔을 가시밭길을 상상하니 도저히 따라해 볼 엄두가 나지 않고, 그 형극의 길을 헤치고 큰 울임과 함께 터뜨린 열매를 보니 경외와 존경의 마음이 일어나는 그런 묘한 긴장감이 우리들 의식 속에 있다.
... 부지런히 세상을 걸어 더 많은 꽃과 열매를 만나 그들이 걷고 있는 길을 따라가도록 하겠다. - 박종인

명분들, 이데올로기들이 난무한 세상이었지만 그들에겐 오로지 행으로서의 행, 삶으로서의 삶을 살 뿐이었다. 가슴 묵직하게, 때론 눈두덩이 후끈해지는, 중심 가득한 이들의 이야기가 손끝에서 놓아지지 않는 이유는 소모품처럼 시대의 도구로 전락한 삶이 아니라, 광대무변의 우주에 점 하나 찍는, 점안식의 공력 때문이리라. 힘주어 말하건대, 고 채규철 선생의 말대로 “인생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허망한 꿈은 아닌” 것이다.

: 주류, 비주류로 구분한다는 것 자체가 쓸데없는 소모. 평소, 그렇게 여겼고, 이 책을 접한 지금, 그 불필요함의 생각 면적이 더욱 넓어졌다. 그저, 작가가 담은 사진과 이야기에 가만히 들여다보고, 쫑긋 귀 기울이고, 만지작거리면 될 것 같다.

삼남대로 - 해남에서 서울까지 옛길을 걷다 
신정일 (지은이) | 휴머니스트

『삼남대로』는 5만 분의 1 실측지도를 활용하여 답사 경로를 세밀하게 추적한다. 총 24컷의 지도로 강과 산을 휘감고 도시를 지나는 옛길 삼남대로의 흐름을 보여주고, 본문에서 언급하는 마을의 이름과 문화유적, 주요 건물들을 알아보기 쉽게 따로 표시하여 본문과 지도를 함께 읽어 나갈 수 있도록 하였다. 열이틀 간의 여정을 손으로 짚어가며 함께 느낄 수 있는 재미나는 읽기가 될 것이다.

: 지도 들여다보기만으로도 흥미진진할 듯. 더욱이 ‘추적’의 경로를 해체하며 따라가기도 쏠쏠한 재미일 거라 판단.

한창기 (지은이), 김형윤, 설호정, 윤구병 (엮은이) | 휴머니스트

월간「뿌리 깊은 나무」, 「샘이 깊은 물」의 발행-편집인이자, 언어운동가였던 古한창기의 글들, 자신이 창간하고 발행인과 편집인을 겸하였던 잡지에 썼던 것들과, 여러 신문과 잡지에 실렸던 것들을 두루 모아 재구성한 작품이다.
<뿌리 깊은 나무>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배움 나무>가 1970년 1월에 창간되었으니, 이 책에 실린 글들은 1970년을 전후해서부터 1997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27년여 동안에 쓰인 것들이다. <뿌리 깊은 나무의 생각>, <샘이 깊은 물의 생각>, <배움 나무의 생각> 세 권으로 이루어져있다.

: 잡지를 하나하나 소장하지 못했으니, 이 모음집은 특별한 아이템으로 자리를 잡을 것 같다. 언제든 들추고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게끔. 두루 자연을 느끼고, 심호흡 하며 맑은 공기를 잔뜩 집어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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