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의 감각 - 지극히 인문학적인 수학 이야기
박병하 지음 / 행성B(행성비)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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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의 수학박사.

저자의 특이한 이력만큼이나 신선했던 수학책, 아니 인문학책이다. (아니 수학책?)

그러고 보면 우리가 나누어 놓은 학문의 영역은 우리의 언어만큼 경계가 명확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모르겠다. 이 책은 수학책, 아니면 인문학책? 무엇인가...그런데 무엇인지가 그렇게 중요한가?

결국 학문의 분류란 우리의 定義에 지나지 않고 각각의 학문 또한 定義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은 같다.

다만, 내가 다 판줄 알았던 수학이 사실은 꽃삽질에 불과하였다는 점에 좌절하여 "경제학"이라는 전공을 놓아버린 나는,

그 문한한 깊이에 흥분하여 수학을 공부한 경영학자에게 경의를 표한다.

사실 이런 책은 문과적 소양을 갖춘 수학자이기에 쓸 수 있는 책이 아닐까?

 

 

몇 년 전, 우리회사의 인턴 수습 직원이 회사에 제출할 자기소개서를 봐 달라고 한 적이 있었다.

자기소개서의 내용은 그야말로 화려했다.

우리나라에서 꽤 괜찮다고 평가받는 학벌에, 어학연수도 다녀왔고, 다양한 경험을 했으며, 이것도 잘 하고 저것도 잘 하고...

그런데 그 자기소개서를 읽으면서 이 사람을 더 알고싶다거나, 이 사람을 뽑고 싶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러니까 너를 왜 뽑아야 되고, 내가 왜 너랑 같이 일해야 하는 거지?

자신의 매력을 마구 나열하여 마구 쏟아 붓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 영롱한 구슬 한박스를 건네준들 받는 사람은 이 말밖에는 안나온다.

"어쩌라구?"

 

 

우리의 수학교육이 이러한 모습이지 않았을까?

다짜고짜 쏟아붓는다. 이거 정말 신기하고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학문 아니니? 

하지만 이거 정말 신기하고, 아름답지라는 생각은 수학을 교육과정에 넣은 사람들의 생각이지,

그 교육과정을 따라가는 학생들 생각은 다르다.

이걸 대체 어디다 쓰라고, 세상 살아가는데 미분과 적분이, 함수가 대체 무슨 쓸모라고 이렇게 나를 힘들게 하는 걸까...

나는 문과계열로 진학할건데, 그러면 다시는 수학이라고는 볼 일도 없는데, 오직 대학가기 위해서만 해야 하는 이 공부..

쉽지도 않으면서 시험만을 위해 공부하는 이 공부 정말 싫다...라고.

 

 

첫인사, 상견례를 생략한 우리의 만남은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수많은 수포자만 양성하게 되었다.

여기, 생략했던 첫인사부터 먼저 하자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아니, 이 책이 수학을 왜 배워야 하는가에 대한 책이라는 뜻이 아니다.

아주 천천히 수학의 매력을 보여준다.

자신의 경험으로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여 개념 혹은 이론에 대한 인문학적 접근, 그리고 인문학적 마무리.

아주 천천히 수학의 매력에 빠져든다.ㅣ

 

 

거기다 책 디자인도 너무나 예쁘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책은 내용이 물론 중요하지만, 표지도 가독성 있는 디자인도 내용만큼 중요하다.

첫인상, 첫만남...사실 그게 앞으로의 관계의 전부일지도 모르니까.

 

 

#수학#인문학#인문학적통찰#삶의지혜#북코스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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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타운 베어타운 3부작 1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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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말하길, 설득력 없는 통찰력은 무용하다고 했다.

프레드릭 배크만은 통찰력 있는 작가다. 거기다 설득력 있는 글재주까지 가졌다.

그래서 그는 잔인하다.

매번 우리 사는 현실의 치부를 드러내고, 우리를 움직이게 한다.

 

"마야가 자신이 아니라 남들을 보호하기 위해 케빈의 진실을 폭로하기로 결심했다는 것은,

그리고 그날 아침 창가에 서 있었을 때부터 이 마을이 그녀에게 무슨 짓을할지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은

이 마을과 이 날의 실상을 보여주는 끔찍한 단면이다. "

딱 여기까지 읽고 책을 덮어버리고 싶었다.

마주하고 싶지 않은 우리 사는 세상의 현실, 도저히 똑바로 볼 자신도 없고, 바로 보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눈 딱 감고 마지막장까지 보기로 했다.

눈물이 나더라도, 그래, 이게 바로 우리 사는 세상의 모습이니까.

케빈은 십대 하키 신동이다. 쇠락하고 있는 촌구석 베어타운의 대스타이자 보배다.

마야는 하키 코치 아빠와 변호사 엄마의 사랑을 받고 자란 아주 평범한 소녀, 아니 음악을 사랑하고 하키는 이해할 수 없지만

하키신동 엄친아 선배를 동경하는 "평화주의자" 소녀다.

책을 읽는 내내, 불길한 예감이 틀리기를 바랐다.

제발 설마라고 생각되는 그 일이 이들 사이에 일어나지 않기를.

작가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각각의 인물들의 가정환경, 성격, 약점들을 장황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들에게 일어난 사건은 단순하다. 그래서 더 슬프다.

인물들에 대한 장황한 설명을 들으면 들을수록, 제발 설마라고 생각되는 그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얼마나 마음 졸였는지 모른다.

"가해자에게 성͑행은 몇분이면 끝나는 행위다. 피해자에게는 그칠줄 모르는 고통이다. "(p.245)

"하지만 이런 식일수도 있다고 경고하는 사람은 없다. 대상이 아는 사람, 믿는 사람, 같이 웃고 떠들었던 사람일 수 있다고."(p.245)

"그날 밤에 이 아이가 빼앗긴 수많은 것들 중에는 절대 두려움을 느낄 필요가 없는 공간도 있다. "(p.255)

"아직까지는 케빈이 나한테만 상처를 줬잖아. 하지만 내가 입을 열면 내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까지 상처를 받게 돼. 그건 감당이 안돼." (p.311)

피해자는 자책하고 가해자는 두려워하게 되었다. 피해자를 지키지 못했던 사람들은 평생의 죄책감을 떠안는다.

그런데 베어타운, 즉 우리사는 이 세상은 이 모든 것들을 최대한으로 악화시킨다.

의식도 희망도 없는, 계몽되지 못하고 뒤쳐진 촌구석 베어타운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바로 여기다.

전혀 그럴만하지 않은 한 소녀가 용기내어 지키려 한 그 베어타운, 하지만 전혀 그럴만한 가치없는 그 곳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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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여행자의 아내 - The Time Traveler's Wife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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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시절, 시간 채우려 하는 봉사활동이지만 그래도 제대로 해야하지 않겠냐며,

친구와 지체 아동을 돌보는 복지관을 찾았다.

장애를 안고 태어난 것 만도 서러운데, 부모에게까지 버림 받은 아이들....

나는 여자임에도 그런 상황에 참 서툴다.

마음 다친 아이들의 마음을 안아주고 정을 나누는 거 말이다.

예전에 고아원에 다녀온 친구 말이, "언니가 다음에 또 올게."했더니

아이가 "안 올거잖아." 싸늘하게 말하며 고개를 돌리더란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어설프게 아이를 달래는 거,

동정으로 보여 아이를 더 다치게 하는 거란 생각이 들어 나는 기계처럼 시키는 일만 했다.

(우리 어머니는 이런 나를 무심하고 정 없다 하신다. 사실, 좀 그런 것도 같다.)

그런데 같이 간 친구는 정이 많고, 마음이 여린 아이였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렇고 그 때는 철딱서니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 친구는 아이와 끊임 없이 대화를 나누고 같이 놀아주었다.

"엄마 안 보고 싶어?"

친구가 이 말을 하기에 나는 화들짝 놀랐다. 봉사활동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나는 친구를 다그쳤다.

"뭐하러 그런 말을 하니? "

그 때는 그랬다. 묻지 않는 것이, 아무렇지 않게 대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었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대학교 시절 과외 아르바이트를 할 때,

한 문제를 몇 분이나 낑낑대고 있는 아이에게 나도 모르게 답답한 티를 냈었나 보다.

"선생님, 공부 못하는 애들 이해가 안가죠?

내 친구가 그러던데.....자기는 분명히 교과서에 있는데, 그걸 틀리는 애들이 이해가 안간다고...

솔직히 공부 못하는 애들은 이해가 안간대요. 선생님도 그렇죠?"

부끄럽고 미안했다. 그리고 철렁했다. 한참 감수성 예민할 이 아이에게, 어떻게 말해 주어야 할지....

 

나는 참 서툰 사람이었다.(이었다?....진행형인듯 -.-;;)

그래서 봉사활동 신청했을 때, 복지관에서 학습지도를 하라는 요청에 망설였다.

나: 저....학습지도 말고 다른 거 하면 안되나요?

조교 님: 뭐 하고 싶은데요?

나: 학습지도 빼고 뭐든지요. 당장 선생님 필요한 거면, 그냥 하구요.

    그래도 웬만하면 다른 거 했으면 좋겠는데요.

조교 님: 특별히 뭐 하고 싶은 거 없으면 그냥 하셨으면 좋겠어요.

            기관에서 우리학교 학생들한테 원하는 것도 주로 학습지도구요,

            그리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잖아요.

나: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인지 잘 모르겠어요.

     조교님, 저희 학교 다닐 때 모범생이라 집이든 학교에서든 사랑받았어요.

     공부 하기 싫어하는 아이들 마음, 공부 못해서 야단 맞는 아이들 마음, 잘 몰라요.

     아이들 마음을 잘 헤아려주지 못할 것 같아요. 모르는 사이에 상처 줄지도 모르구요.

조교님: ......그건 학생 말이 맞네요. 그런데, 다른 건 뭐 할줄 알아요?

          그나마 ....제일 낫지 않나요?

나:.........(할 말 없음)

 

자신 없지만 아이들을 가르치러 갔다. 내가 맡은 학생들은 중학교 1학년 학생들....

부모님이 안계시거나 한 부모 가정 아이들이었다.

나는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 몰랐다.

또 기계처럼 진도만 나갔다.

물어보면 자존심 상하지 않을까, 말하기 싫어서 다음 시간부터 안오는 거 아닐까....

소심한 나는 혼자 애만 태우고 인상만 쓸 뿐이었다.

그 중 한 아이....부모님이 안계시고 할머니와 단 둘이 산다는 그 아이는....

말하는 게 아이같지가 않았다.

고맙게도, 먼저 자신의 이야기를 나에게 해 주었는데,

(이런 것도 어떻게 반응해야하는 지 정말 모르겠다.ㅠ.ㅠ

어설프게 대꾸했다가 자존심만 건드리는 거 아닌지....ㅠ.ㅠ)

할머니께 항상 미안하다던 그 아이는, 누구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었는지

정부가 잘못하고 있다, 사회구조가 잘못되었다, 요즘 애들(? 자기는 애가 아니라는 듯이) 큰일이다....그런 말들로 나를 놀라게 했다. 

그런 건 나중에 알아도 될텐데.....지금은 갖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거, 그런 것만 생각하면 좋을텐데...

꿈이 뭐냐고 물으니, 자기는 그런 건 없다고 생각한단다.

어차피 성적 따라 대학가고, 대학따라 직업 정해지는 거 아니냐며,

과학자나 대통령이 꿈이라고 말하는 건 철없는 초딩뿐이란다.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는 애들은 조금이라도 좋은 대학 들어가서 공기업 들어가는 게 목표라고.

돈 있고, 빽 있는 애들은 유학 가고 더 나은 삶을 살겠지만

평범함 아이들의 목표는 안정적인 직장이라고.

그 아이....그 날 처음 와서 나에게 충격을 주고는 다시는 오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는건지.....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어린 시절의 상처가, 그 아이의 창창한 미래를 지배하지 않기를....

성인이 되었을 때, 부디 상처에서 벗어나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

 

가끔 그 아이 생각이 난다. 누군가의 어린시절을 닮기도 했고.....

그 누군가도, 이제 마음의 짐을 내려 놓았으면.....이제 이겨낼 수 있기를.....  

2009. 10. 3.   

드라마 <선덕여왕>의 마지막 장면에서 선덕여왕이 어린 덕만을 안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

덕만아, 많이 힘들거야. 그리고 외로울거야.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네 사람들이 돌아설테고, 모든 것을 다 가진것 같지만 결국은 아무것도 가지지 못할거야. 하지만 이겨내야 해. 견뎌야 해. 힘들어도. 알았지?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다면...힘들었던 자신을, 서럽고 외로웠던 자신의 곁을 지켜줄 수 있겠구나....누군가 내 손을 잡아주고, 꼭 안아 주고, 혼자가 아니라고 말해 줄 수 있는 사람이 그리웠던 그 시절의 나의 곁을 지켜줄 수 있겠다.... 

그리고....비담의 어린시절을 지켜줄 수 있지 않을까?  

정이 고프고 어머니의 사랑이 절실했던 그의 곁을 지켜줄 수 있지 않을까?  

그랬다면....그 시절 비담을 찾아가서, 사랑으로 그의 어린시절을 함께 했다면.... 

그는 어두운 운명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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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샬롯 2010-01-04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그런 생각을 하는데...선생님들이 아이들에게 너무 불친절하다는 것. 신경질적인 말투...;; 안그랬음 하는데..또 아이들이 말 안들을 때면 나도 그들은 닮아가는 듯 해서 조금 놀라.;; 그래서 다시 '애들은 사랑받아야 하는 존재'라는 걸 마음에 새기지..;; 나도 참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왜 그런 반응을 보였을까 후회도 하고...;; 나의 생각없음에 괴로워하기도 해. 몰라서, 서툴어서 그런 거잖아. 그럴 땐 내가 밉고 바보 같고.;;(나도 시간 여행자가 되고 싶은데..ㅋ)고아...장애...무조건 불쌍하게 보는 것이 그들을 위한 것은 아닌 것 같아. 그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동정이 아닌 것 같아. 가슴 아프게 생각하는 것이 나쁜 건 아닌데 그런 건 마음으로...오히려 우리가 같다는 것을 인식시켜주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이런 이런 다른 점은 있지만 그래도 결국은 같다는 것. 소중한 존재라는 것. 오토다케 히로타다 처럼.공부못하는 아이...ㅋ에겐 시간이 필요한 법이야. 선생님 그냥 기다려줘..^^ 느긋하게..ㅋ 그리고 할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주고..^^ㅋ 긍정적 사고를 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선생님께 필요한 건 그런 거야. 좋은 선생이란 문제를 잘 푸는 선생이 아니라 아이를 긍정으로 이끌 수 있는 선생님..^^ 너무 이론적인가...ㅋ 넌 좋은 선생님 자격이 있는 것 같아. 그러니깐 가르침을 멈추지 말도록...^^*

교자만두 2010-01-04 09:56   좋아요 0 | URL
어린 시절 받은 상처에서 평생토록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종종 보여요. 못났다...고 말하는 것도요...너무 안타까워서...하지만 도와줄 수 없더라구요. 그러니까 더더욱 못났다...말 밖에 못하는 것 같아요..나는 전혀 불쌍하게 보는 게 아닌데도..그렇게 생각하고...모르면서, 그러니까 이런 말 할 자격도 없을진 모르겠지만...그래도 무탈하게 자랐으면 벗어나려 노력해야죠. 결국 자기 인생인데...ㅠ.ㅠ 어린 시절 상처를 누군가 어루만져 주면...그러면 좀 다를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비담같은 아이들 말이죠...미래만 생각하면 되는데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과거로 돌아가서 그 아이를 사랑해주면..곁에 있어주면 달라질까..그 아이를 위해 시간여행을 하는 건 어떨까...그런 생각이요. ^^;

교자만두 2010-01-04 22:45   좋아요 0 | URL
간혹...물론 좋은 선생님들도 너무나 많은데 정말 간혹...아이들 가려서 때리는 선생님들이 계세요. 공부 잘 하거나 집안 좀 괜찮고 부모님이 학교 자주 오시고..이런 애들은 함부로 못하시구요, 좀...부족한 아이들 있죠...환경이든, 성적이든...그런 애들한테 함부로 하는...감정 실린 게 다 보이게요..아이들...그거 다 아는데...다 기억하고 있더라구요..고스란히..마음 속에 품고 살아요..그 상처를...그런 선생님들 원망스러워요...선생님들이 한 사람의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데...좋은 영향이든 나쁜 영향이든...
어제 일처럼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어요..어린 날의 상처를요..그게 딱해요..고아..장애가 딱한게 아니라요..상처를 안고 사는 게 딱해요..그게 불쌍해요..
나만 착한 척했나..나, 안 착한데..=.=;;;
 

Question 2009. 10. 19.
시네마 천국에서 알베르토가 토토에게 들려줬던 이야기 말이다.
알베르토: 옛날, 한 왕국에 공주가 살고 있었단다. 왕궁을 지키는 병사는 그 공주를 사랑했지.
               어느 날 용기를 내어 병사가 공주에게 사랑을 고백했어.
               공주는 그 사랑을 증명해 보라고 말했어.
               백일 밤낮을 자신의 방, 창문을 통해 볼 수 있는 곳에 서 있으면 그 사랑을 받아 주겠다고...
               병사는 그대로 했어.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고...드디어 하루만 남겨두게 되었지.
               그런데 99일 째가 되던 날, 병사는 아무말 없이 떠났단다.
               아무도 병사가 어디로 갔는지 알지 못했단다.
토토: 그는 왜 떠난거죠?

알베르토는 그냥 웃었던 것 같다. 그 답은 스스로 찾으라고 했던가....
잘 기억은 안 나지만, 그는 말해주지 않았던 것 같다.
(아니면, 내가 조는 사이에 말해줬나....영화가 끝날 때까지 내 신경은 온통 그 문제에 가 있었다.
도대체 왜? 왜 그런거야? 단 하루를 남겨두고. )

그는 왜 떠났을까?
그가 믿지 못한 건 그였을까, 그녀였을까?
자신의 마음이 더 두려웠을까, 그녀의 마음이 더 두려웠을까?

Answer  2009. 11. 9.
박민규 작가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에서 그녀가 그를 떠난 이유.
여러가지 설들 중에서 내가 납득할 수 있는 이유였다.
그리고 어쩌면 그런 사랑만이 사랑으로 남을 수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이제는 이해가 간다. 사랑하기에 떠난다는 말.
그리고 어리석은 생각일지는 모르겠지만 인생에서 한번쯤 이런 사랑 남겨두고 싶다는 욕심이 든다.
하지만 또 어찌 생각해 보면 사랑이 꼭 영원해야 하는 건가 싶기도 하다.
지속되어야만 아름다운 건 아닌것 같다.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 기억하고 싶은 그 순간만 담아 두어도 충분하지 않을까?
사랑 아닌 다른 곳에도 마음이 살 공간은 있을 것이다.


언젠가
"현재 나의 안 좋은 점들을 생각하면 억울해. 물론 지금 나는 성인이고, 이제라도 내가 노력해서 극복해야겠지만,
변명이고 핑계일 뿐이겠지만....그래도 누군가가 나를 어릴적부터 잘 가르치고 care했다면 내가 지금보다 좋은 모습이지 않을까?
이제 와서 고치려 해도....잘 안된단 말이야....그래서 포기했어...어쩔 수 없구나....하지만 억울해...그래도 어쩌겠어...
......하지만 너를 보면....너를 보고 있으면 더 비교가 된단 말이야.....
나는 내 생활을 제대로 control하지 못하고, 항상 실없는 소리만 하는 진지하지 못한 사람이고, 뭔가를 진득하게 해 나갈줄 모르는 사람이고....
그렇지 않단 말이야! 나도 나름대로 내 삶을 control하고, 진지한 면이 없는 건 아니고, 끈기와 독기도 있어....  너만하지 못할 뿐이야....."
내가 그렇게 힘들게 했나요?
정작 주눅들고 모자라 보였던 건 나인걸요.....
정말 내 옆에서.....그렇게 힘들었던 거에요?
그대 앞에만 서면 작아졌던 사람은 나인걸요. 나 왜 이렇게 모자랄까 속상하고 마음에 안드는 건 나였는걸요....

나는 그를 믿지 못했을까?
그런 것 같았다.
하지만, 아니....시간이 흐르면서 깨달았다. 내가 믿지 못하는 건 그가 아니라 나였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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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과 감성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32
제인 오스틴 지음, 윤지관 옮김 / 민음사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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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내가 sensibility 보다는 sense 쪽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제인 오스틴의 이 소설 속에선 멜리앤 보다는 엘리너 편이라고 생각했다.

당연히 내가 지향하는 바는 엘리너이다.

동경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는 것도, 공감하는 것도 엘리너이다.

하지만...멜리앤의 모습을 통해 나를 보게 되었다.

멜리앤의 행동들 속에서 언뜻언뜻 내가 스쳐지나간다.

다시 한번 내가 나를 잘 모르고 있었다는 걸 깨닳게 되었다.

 

무엇이든 극단적인 것은 좋을 수가 없다.

사람의 성향도 마찬가지이다.

sense도 sensibility도 어느 한 쪽이 극단적이라면 사람이 이쁠 수가 없다.

다만 행동 하나 하나가 아니라 전반적으로, 전체적으로 사람을 평가했을 때

sensibility 보다는 sense라는 말을 듣고 싶었다.

하지만 제인 오스틴은 sensibility 보다 sense를 경고한다. (나만의 오해인지는 모르겠지만...)

 

제인 오스틴 소설의 결말에선 클라이막스에 고조되었던 위기를 허무하게 만들만큼

너무나 우연적이고 비현실적인 사건이 해피엔딩을 가져온다.

'소설 속에서나 가능하다'라고 생각될 수 밖에 없는 우연한 행운이 주인공들에게 축복처럼 찾아온다.

어쩌면 제인 오스틴은 이것을 노린게 아닐까??

..........그래...이건 소설 속에서나 가능하다. 현식 속에서는 어느 누구에게도 이런 행운이 찾아오지는 않는다. 스스로 노력하고 행동하는 자만이 가지고 싶은 것을 얻는 것이다.............

 

엘리너도 마찬가지였다.

엘리너의 지나친 이성과 분별력이 그녀의 인생을 행복과는 다른 방향으로 걸어가도록 만들었지만

'소설속에서나 가능한' 우연한 행운이 그녀에게 다시 행복을 선물했다.

물론 '소설 속에서나 가능한' 우연이 말이다.

 

제인 오스틴은 sense에게 경고하고 있다.

엘리너가 아닌데 엘리너인 줄 오해했던, 엘리너인 척 하고 살았던  나는 그 경고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그 경고가 합당하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내가 엘리너와 같은 상황이였다 해도 엘리너와 같은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제인 오스틴의 경고를 받은 지금도, 그 경고의 합당함은 알지만 다른 선택은 할 수 없을 것 같다.

2006. 11. 19.  

 

나 맬리앤 맞다. ㅋ

이제 엘리너로 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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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12-30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 4년 전에 이런 글을 쓰셨군요 ㅋㅋ 교보 국화님 방에서 예전에 언뜻 본 것 같기도 하고.... 암튼 이렇게 보니 새삼스럽네요 ㅋㅋㅋ 저도 한 3, 4년 뒤에 제 글을 다시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했답니다~^^*

교자만두 2009-12-30 16:14   좋아요 0 | URL
옛날 글..너무 어두워요..사춘기였나 봐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