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시간여행자의 아내 - The Time Traveler's Wif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고등학교 시절, 시간 채우려 하는 봉사활동이지만 그래도 제대로 해야하지 않겠냐며,

친구와 지체 아동을 돌보는 복지관을 찾았다.

장애를 안고 태어난 것 만도 서러운데, 부모에게까지 버림 받은 아이들....

나는 여자임에도 그런 상황에 참 서툴다.

마음 다친 아이들의 마음을 안아주고 정을 나누는 거 말이다.

예전에 고아원에 다녀온 친구 말이, "언니가 다음에 또 올게."했더니

아이가 "안 올거잖아." 싸늘하게 말하며 고개를 돌리더란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어설프게 아이를 달래는 거,

동정으로 보여 아이를 더 다치게 하는 거란 생각이 들어 나는 기계처럼 시키는 일만 했다.

(우리 어머니는 이런 나를 무심하고 정 없다 하신다. 사실, 좀 그런 것도 같다.)

그런데 같이 간 친구는 정이 많고, 마음이 여린 아이였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렇고 그 때는 철딱서니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 친구는 아이와 끊임 없이 대화를 나누고 같이 놀아주었다.

"엄마 안 보고 싶어?"

친구가 이 말을 하기에 나는 화들짝 놀랐다. 봉사활동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나는 친구를 다그쳤다.

"뭐하러 그런 말을 하니? "

그 때는 그랬다. 묻지 않는 것이, 아무렇지 않게 대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었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대학교 시절 과외 아르바이트를 할 때,

한 문제를 몇 분이나 낑낑대고 있는 아이에게 나도 모르게 답답한 티를 냈었나 보다.

"선생님, 공부 못하는 애들 이해가 안가죠?

내 친구가 그러던데.....자기는 분명히 교과서에 있는데, 그걸 틀리는 애들이 이해가 안간다고...

솔직히 공부 못하는 애들은 이해가 안간대요. 선생님도 그렇죠?"

부끄럽고 미안했다. 그리고 철렁했다. 한참 감수성 예민할 이 아이에게, 어떻게 말해 주어야 할지....

 

나는 참 서툰 사람이었다.(이었다?....진행형인듯 -.-;;)

그래서 봉사활동 신청했을 때, 복지관에서 학습지도를 하라는 요청에 망설였다.

나: 저....학습지도 말고 다른 거 하면 안되나요?

조교 님: 뭐 하고 싶은데요?

나: 학습지도 빼고 뭐든지요. 당장 선생님 필요한 거면, 그냥 하구요.

    그래도 웬만하면 다른 거 했으면 좋겠는데요.

조교 님: 특별히 뭐 하고 싶은 거 없으면 그냥 하셨으면 좋겠어요.

            기관에서 우리학교 학생들한테 원하는 것도 주로 학습지도구요,

            그리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잖아요.

나: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인지 잘 모르겠어요.

     조교님, 저희 학교 다닐 때 모범생이라 집이든 학교에서든 사랑받았어요.

     공부 하기 싫어하는 아이들 마음, 공부 못해서 야단 맞는 아이들 마음, 잘 몰라요.

     아이들 마음을 잘 헤아려주지 못할 것 같아요. 모르는 사이에 상처 줄지도 모르구요.

조교님: ......그건 학생 말이 맞네요. 그런데, 다른 건 뭐 할줄 알아요?

          그나마 ....제일 낫지 않나요?

나:.........(할 말 없음)

 

자신 없지만 아이들을 가르치러 갔다. 내가 맡은 학생들은 중학교 1학년 학생들....

부모님이 안계시거나 한 부모 가정 아이들이었다.

나는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 몰랐다.

또 기계처럼 진도만 나갔다.

물어보면 자존심 상하지 않을까, 말하기 싫어서 다음 시간부터 안오는 거 아닐까....

소심한 나는 혼자 애만 태우고 인상만 쓸 뿐이었다.

그 중 한 아이....부모님이 안계시고 할머니와 단 둘이 산다는 그 아이는....

말하는 게 아이같지가 않았다.

고맙게도, 먼저 자신의 이야기를 나에게 해 주었는데,

(이런 것도 어떻게 반응해야하는 지 정말 모르겠다.ㅠ.ㅠ

어설프게 대꾸했다가 자존심만 건드리는 거 아닌지....ㅠ.ㅠ)

할머니께 항상 미안하다던 그 아이는, 누구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었는지

정부가 잘못하고 있다, 사회구조가 잘못되었다, 요즘 애들(? 자기는 애가 아니라는 듯이) 큰일이다....그런 말들로 나를 놀라게 했다. 

그런 건 나중에 알아도 될텐데.....지금은 갖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거, 그런 것만 생각하면 좋을텐데...

꿈이 뭐냐고 물으니, 자기는 그런 건 없다고 생각한단다.

어차피 성적 따라 대학가고, 대학따라 직업 정해지는 거 아니냐며,

과학자나 대통령이 꿈이라고 말하는 건 철없는 초딩뿐이란다.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는 애들은 조금이라도 좋은 대학 들어가서 공기업 들어가는 게 목표라고.

돈 있고, 빽 있는 애들은 유학 가고 더 나은 삶을 살겠지만

평범함 아이들의 목표는 안정적인 직장이라고.

그 아이....그 날 처음 와서 나에게 충격을 주고는 다시는 오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는건지.....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어린 시절의 상처가, 그 아이의 창창한 미래를 지배하지 않기를....

성인이 되었을 때, 부디 상처에서 벗어나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

 

가끔 그 아이 생각이 난다. 누군가의 어린시절을 닮기도 했고.....

그 누군가도, 이제 마음의 짐을 내려 놓았으면.....이제 이겨낼 수 있기를.....  

2009. 10. 3.   

드라마 <선덕여왕>의 마지막 장면에서 선덕여왕이 어린 덕만을 안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

덕만아, 많이 힘들거야. 그리고 외로울거야.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네 사람들이 돌아설테고, 모든 것을 다 가진것 같지만 결국은 아무것도 가지지 못할거야. 하지만 이겨내야 해. 견뎌야 해. 힘들어도. 알았지?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다면...힘들었던 자신을, 서럽고 외로웠던 자신의 곁을 지켜줄 수 있겠구나....누군가 내 손을 잡아주고, 꼭 안아 주고, 혼자가 아니라고 말해 줄 수 있는 사람이 그리웠던 그 시절의 나의 곁을 지켜줄 수 있겠다.... 

그리고....비담의 어린시절을 지켜줄 수 있지 않을까?  

정이 고프고 어머니의 사랑이 절실했던 그의 곁을 지켜줄 수 있지 않을까?  

그랬다면....그 시절 비담을 찾아가서, 사랑으로 그의 어린시절을 함께 했다면.... 

그는 어두운 운명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까?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에샬롯 2010-01-04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그런 생각을 하는데...선생님들이 아이들에게 너무 불친절하다는 것. 신경질적인 말투...;; 안그랬음 하는데..또 아이들이 말 안들을 때면 나도 그들은 닮아가는 듯 해서 조금 놀라.;; 그래서 다시 '애들은 사랑받아야 하는 존재'라는 걸 마음에 새기지..;; 나도 참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왜 그런 반응을 보였을까 후회도 하고...;; 나의 생각없음에 괴로워하기도 해. 몰라서, 서툴어서 그런 거잖아. 그럴 땐 내가 밉고 바보 같고.;;(나도 시간 여행자가 되고 싶은데..ㅋ)고아...장애...무조건 불쌍하게 보는 것이 그들을 위한 것은 아닌 것 같아. 그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동정이 아닌 것 같아. 가슴 아프게 생각하는 것이 나쁜 건 아닌데 그런 건 마음으로...오히려 우리가 같다는 것을 인식시켜주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이런 이런 다른 점은 있지만 그래도 결국은 같다는 것. 소중한 존재라는 것. 오토다케 히로타다 처럼.공부못하는 아이...ㅋ에겐 시간이 필요한 법이야. 선생님 그냥 기다려줘..^^ 느긋하게..ㅋ 그리고 할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주고..^^ㅋ 긍정적 사고를 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선생님께 필요한 건 그런 거야. 좋은 선생이란 문제를 잘 푸는 선생이 아니라 아이를 긍정으로 이끌 수 있는 선생님..^^ 너무 이론적인가...ㅋ 넌 좋은 선생님 자격이 있는 것 같아. 그러니깐 가르침을 멈추지 말도록...^^*

교자만두 2010-01-04 09:56   좋아요 0 | URL
어린 시절 받은 상처에서 평생토록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종종 보여요. 못났다...고 말하는 것도요...너무 안타까워서...하지만 도와줄 수 없더라구요. 그러니까 더더욱 못났다...말 밖에 못하는 것 같아요..나는 전혀 불쌍하게 보는 게 아닌데도..그렇게 생각하고...모르면서, 그러니까 이런 말 할 자격도 없을진 모르겠지만...그래도 무탈하게 자랐으면 벗어나려 노력해야죠. 결국 자기 인생인데...ㅠ.ㅠ 어린 시절 상처를 누군가 어루만져 주면...그러면 좀 다를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비담같은 아이들 말이죠...미래만 생각하면 되는데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과거로 돌아가서 그 아이를 사랑해주면..곁에 있어주면 달라질까..그 아이를 위해 시간여행을 하는 건 어떨까...그런 생각이요. ^^;

교자만두 2010-01-04 22:45   좋아요 0 | URL
간혹...물론 좋은 선생님들도 너무나 많은데 정말 간혹...아이들 가려서 때리는 선생님들이 계세요. 공부 잘 하거나 집안 좀 괜찮고 부모님이 학교 자주 오시고..이런 애들은 함부로 못하시구요, 좀...부족한 아이들 있죠...환경이든, 성적이든...그런 애들한테 함부로 하는...감정 실린 게 다 보이게요..아이들...그거 다 아는데...다 기억하고 있더라구요..고스란히..마음 속에 품고 살아요..그 상처를...그런 선생님들 원망스러워요...선생님들이 한 사람의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데...좋은 영향이든 나쁜 영향이든...
어제 일처럼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어요..어린 날의 상처를요..그게 딱해요..고아..장애가 딱한게 아니라요..상처를 안고 사는 게 딱해요..그게 불쌍해요..
나만 착한 척했나..나, 안 착한데..=.=;;;
 
이성과 감성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32
제인 오스틴 지음, 윤지관 옮김 / 민음사 / 200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내가 sensibility 보다는 sense 쪽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제인 오스틴의 이 소설 속에선 멜리앤 보다는 엘리너 편이라고 생각했다.

당연히 내가 지향하는 바는 엘리너이다.

동경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는 것도, 공감하는 것도 엘리너이다.

하지만...멜리앤의 모습을 통해 나를 보게 되었다.

멜리앤의 행동들 속에서 언뜻언뜻 내가 스쳐지나간다.

다시 한번 내가 나를 잘 모르고 있었다는 걸 깨닳게 되었다.

 

무엇이든 극단적인 것은 좋을 수가 없다.

사람의 성향도 마찬가지이다.

sense도 sensibility도 어느 한 쪽이 극단적이라면 사람이 이쁠 수가 없다.

다만 행동 하나 하나가 아니라 전반적으로, 전체적으로 사람을 평가했을 때

sensibility 보다는 sense라는 말을 듣고 싶었다.

하지만 제인 오스틴은 sensibility 보다 sense를 경고한다. (나만의 오해인지는 모르겠지만...)

 

제인 오스틴 소설의 결말에선 클라이막스에 고조되었던 위기를 허무하게 만들만큼

너무나 우연적이고 비현실적인 사건이 해피엔딩을 가져온다.

'소설 속에서나 가능하다'라고 생각될 수 밖에 없는 우연한 행운이 주인공들에게 축복처럼 찾아온다.

어쩌면 제인 오스틴은 이것을 노린게 아닐까??

..........그래...이건 소설 속에서나 가능하다. 현식 속에서는 어느 누구에게도 이런 행운이 찾아오지는 않는다. 스스로 노력하고 행동하는 자만이 가지고 싶은 것을 얻는 것이다.............

 

엘리너도 마찬가지였다.

엘리너의 지나친 이성과 분별력이 그녀의 인생을 행복과는 다른 방향으로 걸어가도록 만들었지만

'소설속에서나 가능한' 우연한 행운이 그녀에게 다시 행복을 선물했다.

물론 '소설 속에서나 가능한' 우연이 말이다.

 

제인 오스틴은 sense에게 경고하고 있다.

엘리너가 아닌데 엘리너인 줄 오해했던, 엘리너인 척 하고 살았던  나는 그 경고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그 경고가 합당하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내가 엘리너와 같은 상황이였다 해도 엘리너와 같은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제인 오스틴의 경고를 받은 지금도, 그 경고의 합당함은 알지만 다른 선택은 할 수 없을 것 같다.

2006. 11. 19.  

 

나 맬리앤 맞다. ㅋ

이제 엘리너로 살래!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09-12-30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 4년 전에 이런 글을 쓰셨군요 ㅋㅋ 교보 국화님 방에서 예전에 언뜻 본 것 같기도 하고.... 암튼 이렇게 보니 새삼스럽네요 ㅋㅋㅋ 저도 한 3, 4년 뒤에 제 글을 다시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했답니다~^^*

교자만두 2009-12-30 16:14   좋아요 0 | URL
옛날 글..너무 어두워요..사춘기였나 봐요..ㅋㅋ
 
우리는 사랑일까 - 개정판
알랭 드 보통 지음, 공경희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참 동안 보통에게 푹 빠져있었다. 아니, 지금도 빠져있다.

하지만...

그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에 등장하는 여성의 모습이 내가 아니길,

그리고 그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남성이 훗날 내 옆에 있는 사람이 아니길...

보통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사랑이 나의 사랑이 아니길...

보통식 사랑이라면 노 땡큐!!

그렇지만 그의 책엔 별 다섯개를 줄 수 밖에 없다.

 

*우리는 사랑일까?

보통: ㅋㅋ사랑이 별 거인줄 알았니??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

보통: '너'이기에 사랑하는 이유는 하나도 없다.

         내가 너를 사랑하는 이유는 사랑하고 싶은 순간 너를 만났기 때문이지.

         그 순간 너를 만났기 때문에 너를 사랑했고

        지금은 다른 사람을 만났으니 그 사람을 사랑해.

 

사랑의 효력요건은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요건이란 몇 가지가 되었든 다 채워져야

효과가 나타나는 법인데 사랑의 효력요건은 그렇지가 않다.

몇 가지가 부족하다 해서 사랑이 시작되는데 장애가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사람에 따라선 우월한 의미를 가진 단 한가지 요건이 나머지 많은 요건의

흠결을 극복하기도 한다.

하지만 존속요건은? 사랑에 과연 존속요건이 있긴 한 걸까?

언제부터인가 사랑은 '존속'이란 말보다 '유통기한'이란 말이 더 친하게 지낸다.

어쩌면 처음부터 그랬는지도 모르지만..(설마 그건 아니겠지??)

 

남녀가 처음 만나서 결혼에 골인할 확률이 가장 높은시기는 만난지 6개월 안이라고 한다.

그 후부터는 점점 결혼할 확률이 낮아지는데 그건 사랑의 유효기간이 6개월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6개월이 지나면 보통 사랑은 식고, 사랑이 식은 그 순간부터는 성격과 인격이 사람의 관계를

결정하는 것이란다. 물론 좋아하는 마음은 계속 지속되지만 좋아하는 마음만으로는

성격과 인격에 관한 문제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것이 누군가의 분석이다.

성격, 인격, 좋아하는 감정, 사랑...이런게 다 별개의 것이라는게 통설인가 보다.

하지만  성격과 인격이 사랑의 효력요건이자 존속요건이라는 것이 나의 소견이다.

사랑의 효력요건은 사람에 따라  어떤 것이든 가능할 수 있지만

존속요건은 어떤 사람의 사랑이든 성격과 인격으로 공통되지 않을까...

 

보통은 사랑이 별개 아니라는 걸 말하지만 나는 사랑이 존속할 수 있는 별거였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 순간에 만난 사람이 아닌 존속할 수 있는 사랑을 시작했으면 좋겠다.

찾아오는 사랑을 막지 말고 떠나가는 사랑에 미련을 두지 말라지만,

사랑은 그렇게 끊임없이 왔다가 떠나고 또 다른 사랑이 오고 그런 거라지만,

스쳐지나갈 사랑이라면 절대 오지 못하게 막아버릴테다.

아무튼 보통의 책이라면 언제든 웰컴이지만

보통이 말하는 사랑은 글쎄.... 

2006. 11. 21.  

 

 

사랑과 죽음은 그 너머로 가 보기 전엔 절대 알 수 없다는데 

이제 와서 다시 보니 참....어렸구나 싶다.  

원하는 대로 안되는 일이 참 많다는 것도, 그 중에서도 사랑이 가장 어렵다는 것도 그때는 몰랐다.   

아무튼 나는 이 책으로 인해 보통 아저씨와는 결별을 선언했다. ㅋ 

보통 아저씨의 책에 대한 마음은.... 

정말로 아끼고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호기심과 환상....아마도 그랬던 것 같다.  

별 다섯개랑 웰컴이란 표현도, 아마 그래서였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물다섯까지 해야 할 스무 가지 1
질 스몰린스키 지음, 이다혜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나, 올해 24살.

내 인생은 지금 위기다. 위기란 시간이 흘러 돌아보면 어디에나 있게 마련인 것,

당연히 존재하는 것이지만 지나가는 동안은 역시나 고통스럽다.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알 수 없으니까.

결국 사람을 불행하게 하는 건 빈곤도, 재난도 아니다.

불확실함이야말로 인간의 불행의 근원이지 않을까?

희망이라는 말로 아름답게 속삭이는 것....

기대할 것이 없는 것보다 더 잔인한 고문이다.

기대할 것이 없다면, 더 나아질 것이 없다는 것이 확실하다면,

차라리 이 순간 나의 본능과 욕구에라도 충실할 수 있겠지...

참고 또 참았는데 나중에 내 손에 주어지는 게 없다면....

 

24살의 마리사는 25살 생일까지 완수하고 말겠다는 계획 20가지를 세웠다.

하지만 얼마 후 불의의 사고로 죽고 만다.

20가지 중에 마리사가 성공한 항목은 단 두가지...

그녀는 존재하지도 않을 내년 생일을 위해 쓸데 없는 짓을 한 것일까?

아니면 그녀가 계획을 너무 늦게 세운 것일까?

 

 

"인생은 재미있는 거야.

사람들의 삶에는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나거나 너무 적은 일이 일어나.

적당한 경험을 하면서 사는 사람이 과연 있기나 할까."

                                                          -준 파커-

 

"가끔 이런 생각이 들어.

신은 무슨 생각을 하는걸까."

                                 -준 파커의 어머니-

 

그래서 말인데...카르페 디엠! 그리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하여 성실하게!

 

2007. 9. 14.  

24살에 나 어땠길래.... 

이제는 손에 쥐게 되는 게 없을까봐 두렵지 않다.   

어제 라디오에서 이런 말을 했다. 사람이 성장하며 낙타의 과정을 지나 사자가 되고, 그 과정을 잘 극복하면 온전한 사람으로 설 수 있다고...낙타에서 멈춘 사람은 자기 생각이 없고 주체적이지 못하단다. 사자에서 멈춘 사람은 폭군....누구도 견딜 수 없어서 결국은 자신이 불행해진단다.   

20살, 21살....25살까지.... 사자의 과정은 너무 늦게 찾아왔고, 너무나 오랫동안 익숙해져 버린 낙타의 가죽도 벗어버리는 것이 두려웠나 보다. 그때 쓴 글들을 읽으면 깜짝깜짝 놀란다. 그리고 현재에 감사하다.

이제는 낙타의 과정과 사자의 과정이 거의 말기에 이르렀나 보다. 마음이 편안해 진다. 가끔 롤러코스터를 타기는 하지만.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09-12-30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몇살에는 뭘 이루고 또 몇살까진 이정도는 되어야하고...사실 이런 규정은 의욕을 고취시키기보다는 떨어뜨리게 만들 가능성이 높아요. 다만 인생을 멀리보고 장기계획과 단기계획을 나누는 것은 개인에게 있어서 아주 중요하지만요. 두가지의 차이점이라면, 타인에 대한 의식에서 오는 나의 자리매김이냐, 순수한 나 자신을 위한 목표냐 겠져?...ㅎㅎ롤러코스터는 누구나 탄답니다. 무엇보다 자신이 이룰 수 있는 한계와 목적을 정확히 고찰해 보는게 제일 중요할 것 같네요.

교자만두 2009-12-30 13:25   좋아요 0 | URL
'누구나 롤러코스터는 탄다'는 걸 알았을 때 아주 조금 더 성장했던 것 같아요.^^나만 탄다고 생각했으니 얼마나 어리석었던지...=.=;;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옛날에 쓴 글 읽으면...나 왜 이래...싶어요.ㅋ
 
[블루레이] 브루스 올마이티
모건 프리먼 외, 톰 새디악 / 브에나비스타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오직 짐 케리만이 소화해 낼 수 있는 산만한 캐릭터 덕분에 지금 생각해도 피식 웃음이 터져나온다.

특별히 웃기는 장면이 있어서 웃는다기 보다는, 보다보면 전혀 웃기지 않는 장면에서도 픽픽 터져나오는 웃음을 어찌할 수 없는 영화였다.

 

이 영화를 본지도 꽤 오래되었다.

그러다 갑자기 이 영화가 떠오른 건 영화관에서 친구와 웃고 있을 때는 그냥 흘려버린 한 가지, 그 한 가지가 실마리가 되어 이 영화를 다시 떠올려 본다.

 

시간이 덮어버린 기억을 불러낸 실마리는 바로 이영화에서 진짜 올마이티 역을 맡은 배우가 모건 프리먼이였다는 것이다. 사소한 것이긴 하지만 모건 프리먼은 흑인이다.

모건 프리먼이 2005년 아카데미 남우 조연상을 수상할 당시 시상자였던 줄리아 로버츠가 수상 축하 키스도 제대로 못했다는 뒷 이야기가 있다.

백인 여배우가 흑인 배우에게 키스해 주는 장면이 어떤 사회적 파장(?)을 일으킬까 두려워서였다나...

아무튼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니 그렇다 치더라도 전지전능한 하느님의 역할을 모건 프리먼에게 맡겼다는 것, 지금 생각해 보니 감독이 마음 단단이 먹고 결정한 일이 아닐까 싶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 장관도 백인이 아니긴 하다.

하지만 여전히 미국사회에서는 인종을 기준으로 사회적 신분과 차별이 존재하고 있다.

작년 카트리나 상륙 당시에도 수해 복구와 구조작업에서의 백인과 흑인 차별이 문제되기도 했고 

언론은 백인 여성이 상점에서 물건을 가져오는 것은 생존을 위한 긴급피난,

          흑인 여성이 상점에서 물건을 가져오는 것은 양심을 버린 약탈행위로 표현하기 까지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건프리먼이 하느님의 역할을 맡은 것은 이 영화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특히 피부색으로 확연히 대비되는 짐 케리는 불만 많고 철없는 하찮은(?) 인간의 역할을 맡았는데도 말이다. 더욱이 모건 프리먼으로부터 잠시 빌린 전지전능한 힘을 짐 케리는 제대로 쓰지 못해서 돌려주는 역할인데도 말이다.  

 

 미국사회에서 백인과 흑인의 관계라....

그러다 문득 '우리나라와 미국의 관계는?'이란 생각도 든다. 

이것저것 따져 보지 않더라도 FTA협상 당시 미국측에서 요구하는 것만 봐도 우리나라의 위치가 어떤지 대충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뻔뻔해도 정도가 있지 저런 요구를 하면서 무슨 협상을 하겠다는 건가란 생각도 들었지만 미국이 과연 알까?? 우리도 부국강병하고 싶어하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강자가 생각하는' 강자와 약자의 관계와, '약자가 생각하는' 강자와 약자의 관계는 분명 다를 것이다.

그러니 미국이 생각하고 있는 미국과 우리나라의 관계....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미국과 우리나라의 관계와는 차이가 있지 않을까?? 

처음 느낀 그대 눈빛은 혼자만의 오해이듯,

우리가 생각하는 미국과의 관계에서 우리의 위치, 우리만의 오해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실제로 미국 사회에서 흑인이 차별받고 무시당한다고 우리나라도, 미국에 사는 우리 교포들도 흑인을 덩달아 무시하지만 그들은 그래도 그 나라의 국민이다. 백인과의 관계에서는 차별받을지 모르지만미국사회에서 사회적 신분을 따진다면 한국인 교포, 유학생은 흑인 다음..그것도 한참 아래...'기타 소수 민족'으로 분류된다는 것을 한 번쯤 생각하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

 

어쩌면 미국의 오만함은 누구한테 당해본적이 없어서 고쳐지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반만년 역사동안 고래싸움에 등 많이 터지고 맞을만큼 맞고 울만큼 울었다. 그러면 우리가 아픈 만큼 아픈 곳을 감싸안아 줄줄 알아야지...

여기저기 붙어 있는 국제결혼 문구들을 보면 도대체 어디서 저런 발상이 나올까 싶은 생각이 든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한 때는 우리나라 미혼 여성들에게 미국행 비자 발급이 아주 까다로웠다고 한다. 미국 남자와 결혼해서 아예 미국에 눌러살까봐 그랬다는데....사실, 이것도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니 하기가 참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이 이야기가 사실이든 아니든 이런 말이 들리는 것만으로도 우리나라 여성들, 그 여성들을 딸로 둔 우리나라 국민들은 많이 억울했을 것이다.

그 억울함을 지금 당한대로 갚아주는 심보는 당해보지 않고 아무렇게나 대하는 것 보다 더 나쁘다.

 

이상 '모건 프리먼'에서 시작된, 이 영화의 '짐 케리'보다 더 산만했던 푸른국화의 한 마디, 아니 여러마디였습니다. ^^

 

2006. 07. 30
 

이 글을 쓸 때만 해도 미국에서 검은 피부의 대통령이 탄생하리라 상상도 못했다.   

시간이 흐른다. 하지만 시간만 흐르는 건 아니었다.  

 '흑인' 이런 말 쓰면 안되는데....다시 보니 영 껄끄러운 표현이 많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09-12-28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영화 저도 봤어요. 짐 케리와 모건 프리먼이 아니었다면 영화하되지도 못했겠다 싶을 정도로 짜임새 있는 플롯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랬던가요? 기억이 가물가물해서리 ㅋㅋ 지금 든 생각인데 전지전능한 신을 흑인으로 캐스팅한 건 아마도 미국에서 흑인 대통령이 나올 때가 됐다는 암시 아니었을까요? 감독도 물론 오바마라는 걸출한 정치인이 등장하리라곤 미처 예상하지 못했겠지만요 ㅋㅋ

교자만두 2009-12-28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그냥 짐 케리 영화였어요. 친구가 보자고 하길래 봤는데, 보고 나오면서 대놓고 말은 안했지만 대체 이걸 왜 보자고 한거야...속으로 그러면서..ㅎㅎ옛날엔 이런 영화 싫었는데 요즘은 코드를 맞춰가고 있어요. ㅋ 저 선호가 불분명해서ㅋㅋ 변형 코드..^^;;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