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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브루스 올마이티
모건 프리먼 외, 톰 새디악 / 브에나비스타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오직 짐 케리만이 소화해 낼 수 있는 산만한 캐릭터 덕분에 지금 생각해도 피식 웃음이 터져나온다.
특별히 웃기는 장면이 있어서 웃는다기 보다는, 보다보면 전혀 웃기지 않는 장면에서도 픽픽 터져나오는 웃음을 어찌할 수 없는 영화였다.
이 영화를 본지도 꽤 오래되었다.
그러다 갑자기 이 영화가 떠오른 건 영화관에서 친구와 웃고 있을 때는 그냥 흘려버린 한 가지, 그 한 가지가 실마리가 되어 이 영화를 다시 떠올려 본다.
시간이 덮어버린 기억을 불러낸 실마리는 바로 이영화에서 진짜 올마이티 역을 맡은 배우가 모건 프리먼이였다는 것이다. 사소한 것이긴 하지만 모건 프리먼은 흑인이다.
모건 프리먼이 2005년 아카데미 남우 조연상을 수상할 당시 시상자였던 줄리아 로버츠가 수상 축하 키스도 제대로 못했다는 뒷 이야기가 있다.
백인 여배우가 흑인 배우에게 키스해 주는 장면이 어떤 사회적 파장(?)을 일으킬까 두려워서였다나...
아무튼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니 그렇다 치더라도 전지전능한 하느님의 역할을 모건 프리먼에게 맡겼다는 것, 지금 생각해 보니 감독이 마음 단단이 먹고 결정한 일이 아닐까 싶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 장관도 백인이 아니긴 하다.
하지만 여전히 미국사회에서는 인종을 기준으로 사회적 신분과 차별이 존재하고 있다.
작년 카트리나 상륙 당시에도 수해 복구와 구조작업에서의 백인과 흑인 차별이 문제되기도 했고
언론은 백인 여성이 상점에서 물건을 가져오는 것은 생존을 위한 긴급피난,
흑인 여성이 상점에서 물건을 가져오는 것은 양심을 버린 약탈행위로 표현하기 까지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건프리먼이 하느님의 역할을 맡은 것은 이 영화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특히 피부색으로 확연히 대비되는 짐 케리는 불만 많고 철없는 하찮은(?) 인간의 역할을 맡았는데도 말이다. 더욱이 모건 프리먼으로부터 잠시 빌린 전지전능한 힘을 짐 케리는 제대로 쓰지 못해서 돌려주는 역할인데도 말이다.
미국사회에서 백인과 흑인의 관계라....
그러다 문득 '우리나라와 미국의 관계는?'이란 생각도 든다.
이것저것 따져 보지 않더라도 FTA협상 당시 미국측에서 요구하는 것만 봐도 우리나라의 위치가 어떤지 대충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뻔뻔해도 정도가 있지 저런 요구를 하면서 무슨 협상을 하겠다는 건가란 생각도 들었지만 미국이 과연 알까?? 우리도 부국강병하고 싶어하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강자가 생각하는' 강자와 약자의 관계와, '약자가 생각하는' 강자와 약자의 관계는 분명 다를 것이다.
그러니 미국이 생각하고 있는 미국과 우리나라의 관계....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미국과 우리나라의 관계와는 차이가 있지 않을까??
처음 느낀 그대 눈빛은 혼자만의 오해이듯,
우리가 생각하는 미국과의 관계에서 우리의 위치, 우리만의 오해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실제로 미국 사회에서 흑인이 차별받고 무시당한다고 우리나라도, 미국에 사는 우리 교포들도 흑인을 덩달아 무시하지만 그들은 그래도 그 나라의 국민이다. 백인과의 관계에서는 차별받을지 모르지만미국사회에서 사회적 신분을 따진다면 한국인 교포, 유학생은 흑인 다음..그것도 한참 아래...'기타 소수 민족'으로 분류된다는 것을 한 번쯤 생각하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
어쩌면 미국의 오만함은 누구한테 당해본적이 없어서 고쳐지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반만년 역사동안 고래싸움에 등 많이 터지고 맞을만큼 맞고 울만큼 울었다. 그러면 우리가 아픈 만큼 아픈 곳을 감싸안아 줄줄 알아야지...
여기저기 붙어 있는 국제결혼 문구들을 보면 도대체 어디서 저런 발상이 나올까 싶은 생각이 든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한 때는 우리나라 미혼 여성들에게 미국행 비자 발급이 아주 까다로웠다고 한다. 미국 남자와 결혼해서 아예 미국에 눌러살까봐 그랬다는데....사실, 이것도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니 하기가 참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이 이야기가 사실이든 아니든 이런 말이 들리는 것만으로도 우리나라 여성들, 그 여성들을 딸로 둔 우리나라 국민들은 많이 억울했을 것이다.
그 억울함을 지금 당한대로 갚아주는 심보는 당해보지 않고 아무렇게나 대하는 것 보다 더 나쁘다.
이상 '모건 프리먼'에서 시작된, 이 영화의 '짐 케리'보다 더 산만했던 푸른국화의 한 마디, 아니 여러마디였습니다. ^^
2006. 07. 30
이 글을 쓸 때만 해도 미국에서 검은 피부의 대통령이 탄생하리라 상상도 못했다.
시간이 흐른다. 하지만 시간만 흐르는 건 아니었다.
'흑인' 이런 말 쓰면 안되는데....다시 보니 영 껄끄러운 표현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