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타운 베어타운 3부작 1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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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말하길, 설득력 없는 통찰력은 무용하다고 했다.

프레드릭 배크만은 통찰력 있는 작가다. 거기다 설득력 있는 글재주까지 가졌다.

그래서 그는 잔인하다.

매번 우리 사는 현실의 치부를 드러내고, 우리를 움직이게 한다.

 

"마야가 자신이 아니라 남들을 보호하기 위해 케빈의 진실을 폭로하기로 결심했다는 것은,

그리고 그날 아침 창가에 서 있었을 때부터 이 마을이 그녀에게 무슨 짓을할지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은

이 마을과 이 날의 실상을 보여주는 끔찍한 단면이다. "

딱 여기까지 읽고 책을 덮어버리고 싶었다.

마주하고 싶지 않은 우리 사는 세상의 현실, 도저히 똑바로 볼 자신도 없고, 바로 보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눈 딱 감고 마지막장까지 보기로 했다.

눈물이 나더라도, 그래, 이게 바로 우리 사는 세상의 모습이니까.

케빈은 십대 하키 신동이다. 쇠락하고 있는 촌구석 베어타운의 대스타이자 보배다.

마야는 하키 코치 아빠와 변호사 엄마의 사랑을 받고 자란 아주 평범한 소녀, 아니 음악을 사랑하고 하키는 이해할 수 없지만

하키신동 엄친아 선배를 동경하는 "평화주의자" 소녀다.

책을 읽는 내내, 불길한 예감이 틀리기를 바랐다.

제발 설마라고 생각되는 그 일이 이들 사이에 일어나지 않기를.

작가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각각의 인물들의 가정환경, 성격, 약점들을 장황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들에게 일어난 사건은 단순하다. 그래서 더 슬프다.

인물들에 대한 장황한 설명을 들으면 들을수록, 제발 설마라고 생각되는 그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얼마나 마음 졸였는지 모른다.

"가해자에게 성͑행은 몇분이면 끝나는 행위다. 피해자에게는 그칠줄 모르는 고통이다. "(p.245)

"하지만 이런 식일수도 있다고 경고하는 사람은 없다. 대상이 아는 사람, 믿는 사람, 같이 웃고 떠들었던 사람일 수 있다고."(p.245)

"그날 밤에 이 아이가 빼앗긴 수많은 것들 중에는 절대 두려움을 느낄 필요가 없는 공간도 있다. "(p.255)

"아직까지는 케빈이 나한테만 상처를 줬잖아. 하지만 내가 입을 열면 내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까지 상처를 받게 돼. 그건 감당이 안돼." (p.311)

피해자는 자책하고 가해자는 두려워하게 되었다. 피해자를 지키지 못했던 사람들은 평생의 죄책감을 떠안는다.

그런데 베어타운, 즉 우리사는 이 세상은 이 모든 것들을 최대한으로 악화시킨다.

의식도 희망도 없는, 계몽되지 못하고 뒤쳐진 촌구석 베어타운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바로 여기다.

전혀 그럴만하지 않은 한 소녀가 용기내어 지키려 한 그 베어타운, 하지만 전혀 그럴만한 가치없는 그 곳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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