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 시대는 끝났다 - 기술 빅뱅이 뒤바꿀 일의 표준과 기회
대니얼 서스킨드 지음, 김정아 옮김 / 와이즈베리 / 2020년 3월
평점 :
품절


-
기술은 위협이자 기회이고, 경쟁자이자 동반자이고, 적이자 친구가 된다고 말한다. -41p
일의 미래는 두 힘, 대체하는 해로운 힘과 보완하는 유익한 힘에 달렸다. -140p
업무잠식이 이어질수록 더 많은 업무가 기계의 몫이 되고 인간을 보완하는 유익한 힘은 약해진다. -178p
-

-우리는 현재 자동화에 따른 실업의 공포와, 유토피아에 대한 희망이 교차하는 시대에 살고있다. 누군가는 격렬하게, 누군가는 자신의 일이 아니라는 듯이 무심하게 받아들이는 실업 문제가 실제로 벌어진다면. 우리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나는 괜찮을 것이라 확신할 수 있을까? 당장 나에게 벌어질 일이 아니더라도 마음 속 한곳에는 그러한 두려움과 호기심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한 두려움과 호기심을 <노동의 시대는 끝났다>가 잠재워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책을 집어들게 되었다. 다소 장엄하게 느껴지는 제목에 “대선 후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 이라고 말하는 뉴욕타임스의 문구가 예사롭지 않게 느껴져 더 읽어보고 싶었고, 책을 다 읽은 후 지적 활동의 충족감과 함께 읽지 않았으면 평생을 두고 후회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동의 시대는 끝났다>는 기술과 일의 역사에서 부터 기술이 불러오는, 그리고 현재 다가오고 있는 위협. 거기에 대응할 방안까지 기술과 일에 관계 된 이야기를 폭 넓게 서술한다. 과거에는 기술 진보를 어떻게 받아 들였는지, 거기에서 우리가 어떤 것들을 배울 수 있는지, 우리가 기술의 어떤 부분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어떤 부분을 경계해야 하는지, 기술 진보가 어떤 문제들을 불러 일으킬지, 그 문제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식으로 대처해야할지 읽다보면 저절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기술 진보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양면성을 띈다. 저자는 “21세기에는 기술 진보가 한 가지 문제, 즉 파이를 모든 사람이 먹고살 만큼 크게 키우는 문제는 해결할 것이다. 하지만 그 대신 앞에서 봤듯이 불평등, 기술 대기업의 정치적인 힘, 삶의 목적이라는 세 가지 문제를 우리 앞에 던져 놓을 것이다. -16p” 라고 이야기하며 우리가 집중해야 하는 새로운 과제가 무엇인지 이야기 한다. 이제 우리에게 문제 되는 것은 빈곤이 아니다. 우리는 새로운, 더욱 까다로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그리고 바로 이 책에서 그 문제의 정답을 알 수는 없지만, 문제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기술 진보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안겨 주었지만, 동시에 우리에게서 수 많은 일자리를 빼앗을 위협이 있다. 그게 언제가 될 지, “앞으로 기계가 어떤 능력을 지닐지는 정확히 말하기 어렵지만 지금보다 더 많은 일을 하리라는 점은 틀림이 없다. -113p” 거기에 “사람들은 ‘이번은 다르다’고, 최신 기술 때문에 대량 해고가 정말로 코앞에 닥쳤다고 걱정하기를 되풀이했다. -30p” 그런데 몇몇 사람들은 언제가 될지 모르는 이 문제를 회의적으로 생각하거나 ‘나의 일은 아니다’라고 느끼거나 더 심하게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나 또한 그렇게 크게 와닿지는 않아서 관련 된 이야기를 흘려듣기만 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비로소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아니 현재 심각하게 느껴지지 않더라도 얼마나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지 알게 되었다. 비록 우리가 대선후보는 아니지만 우리의 생명연장 활동에 관련된 일이니만큼 그 흐름과 기본적인 지식만큼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위에서 지적 활동의 충족감을 느낄 수 있다고 적었는데, 그것과 별개로 정말로 재미있다.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경제와 정치 이야기를 흥미를 끌어 어렵지 않고 계속 읽고 싶게 만드는 작가의 필력에 거듭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개인적으로 <중국 플랫폼의 행동 방식>을 읽은 후 얼마 지나지 않고 읽어서 더욱 흥미롭게 읽었다. 이 책은 플랫폼 기술에 대해서 알 수 있는 책이라 함께 읽어도 좋을 듯 하다. 남녀노소 직업,나이 불문 우리 모두가 관심 가져야하는 주제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읽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과 같은 분야의 도서를 별로 읽지 않아 얼마나 좋은 책인지는 확신하지 못하겠지만,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이 될 것이라는 것에는 확신한다. “불평등은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다. 그리고 기술적 실업이 불러올 경제적 불균형도 마찬가지다. 우리에게는 이런 경제 격차를 결정하고 제한할 힘이 있다. 우리가 그러기를 바라기만 한다면 말이다. -206p” 그러기를 바란다면. 그 이전에 정확하게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만의 색깔을 만들어가는 중입니다 - 인생은 어디로 흘러갈지 알 수 없지만
류형정 지음 / 뜻밖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제 온지도 모르게 온 2020년 봄. 책 한 권이 봄이 왔음을 알려주는듯 하다. 시선을 끄는 귀여운 그림에 따뜻하고 산뜻한 강렬한 노란색의 표지 디자인이 눈에띄는 <나만의 색깔을 만들어가는 중입니다> 이번에 새움 출판사에서 새로이 출간 된 이 작품은 일상만화와 에세이 그 사이에 있다. 작가의 일상이 그려진 만화와 작가의 독백 같은 글 속에서 무언의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작품이다. 모든 것이 멈춘 듯한 답답한 이 시기, 그리고 나만의 정체기에 숨 쉴 틈을 느낄 수 있을까 싶어서 펼쳐 든 도서다. 그리고 책을 다 읽은 후 ‘일단 계속하자’ 라는 긍정적인 마음이 가슴속에 따뜻하게 피어올랐다.

-우리는 가끔 별거 아닌 사소한 것들에 위로를 받곤 한다. 특히 타인의 사생활을 엿보며 위안을 얻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건 결코 타인이 나보다 못 되어서 안심이 된다거나 하는 부정적인 감정이 아니다. 타인의 사생활을 온전히 바라보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안을 얻게 되는 것이다. 나만 그런건 아니구나 하는 조금의 안심과 공감, 그리고 계속 나아가자는 용기. 그런 점에서 <나만의 색깔을 만들어가는 중입니다>는 저자의 생각과 일상이 만화와 짧은 글로 쓰여 있을 뿐이지만 독자는 페이지를 넘기면서 공감과 위로를 얻을 수 있는 도서다.

-아무래도 만화 형식이기 때문에 굉장히 쉽게,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그 속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들은 결코 가벼운 것들이 아니다. 코로나 때문에 뒤숭숭한 이 시기에 맞춰 옳거니 다가온 정체감에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하고 고민하고 있을 때 이 책이 출간 된 것은 그저 우연일 뿐일까? 어쨌든 이 책을 읽는다면 많은 우울감을 잡고 앞으로 나아갈, 아니 나아가지 않더라도 지속할, 지속할 용기가 없더라도 일단 나대로, 지금처럼 살아갈 용기를 가지게 된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하루라도 그런 하루가 모여 나의 인생이 되는 거라고 말해주기 때문이다.

-일상툰과 같은 느낌의 만화 형식이기도하고, 각 편의 마지막에 작가의 독백이 담긴 에세이 같기도한 작품이다. 단언컨데 이 작품을 읽는 동안 많은 독자들의 가슴이 따뜻해지고 뭉클해질 것이다. 나는 이 작가의 다음 작품이 굉장히 기다려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가 좋아하는 사람도 나를 좋아했으면 - 사랑에 서툰 사람들을 위한 연애 심리 에세이
우연양 지음, 유지별이 그림 / 서사원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에 서툰 사람들을 위하 연애 심리 에세이” 라는 표지 문구에 확 끌리고, 이미 한 권 본적 있는 유지별이 작가의 그림이 수록되어 있다고 해서 잠시 쉰다는 기분으로 설레이는 마음을 오랜만에 느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단순한 생각으로 책을 손에 집어들었다. 그러나 읽어보니 단순한 에세이가 아니라 초단편 소설 형식이라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으며, 마냥 달콤하고 긍정적인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며 우리가 느낄 수 있는 온갖 감정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어서 나의 사랑을 되돌아보며 여러가지 생각을 떠올리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총 25편의 초단편 소설 분량의 이야기들이 수록되어 있다. 모든 이야기가 달콤하고 설레이는 연애 이야기가 아니라 사랑을 하면서 경험할 수 있는 여러가지 상황들에 대한 이야기다. 가끔은 울고 가끔은 웃고, 고민하고, 포기하기도 하는 우리들의 현실적인 사랑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25편의 이야기가 모두 뻔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오히려 더욱 좋았다. 다음에는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호기심이 생기며 한 편 한 편 읽을 때 마다 ‘이런 경우도 있지’ 하고 공감하기도 하고 ‘이건 진짜 가슴 아프다’ 며 속상한 기분이 들기도 하며 여러가지 상황의 사랑을 순식간에 경험한 기분이 들었다.

-얼핏 보면 “연애 심리 에세이”라는 문구가 어울리지 않게 보일 수도 있지만, 이야기들을 읽으며 사랑과 관계 된 감정들을 느낄 수 있으며 그러한 이야기를 읽고 감정을 느끼며 상처받더라도 다시 한 번 사랑을 해보고 싶기도 하고, 더 현명하게 사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보통 저자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무언갈 권하는(에세이들이 강력하게 해야한다!고 말하지는 않지만) 기존의 에세이들과는 다르지만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사랑에 대한 고민을 이끌어 낼 수 있지 않은가 생각해본다.

-유지별이 작가의 상큼하면서 섬세한 그림을 글과 함께 볼 수 있다. 그림과 글 모두 좋았지만 아쉬운 점은 글의 스토리와 어울리는 그림이었으면 서로 화합하여 더욱 좋았겠지만, 그렇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래도 글과 그림 모두 사랑스러운, 두 가지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책이다.

-상처받는 것이 두려워 오랫동안 연애를 다시 시작하지 못하고 있거나, 내가 지금 잘 사랑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한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상처를 받더라도, 잘 하지 못하더라도 괜찮다고 이 책이 말해주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곱 번째 방 - 개정증보판
오쓰이치 지음, 김수현 옮김 / 고요한숨 / 2020년 2월
평점 :
절판


-
아직 모습은 본 적이 없다. 목소리도 들은 적이 없다. 하지만 그 인물은 틀림없이 존재하며 문 너머를 걸어다닌다. -38p <일곱 번째 방>
이제야 알았다. 죽음이란 바로 상실감이었다. -148p
사랑하면 사랑할수록 죽음의 의미는 무거워지고 상실감은 깊어진다. 사랑과 죽음은 별개가 아니라 같은 것의 앞뒷면이었다. -149p <양지의 시>
-

-야마시로 아사코와 같은 작가인 오츠이치. 본명은 아다치 히로타카 라고 한다. 그는 분위기에 따라 여러개의 필명을 사용하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엠브리오 기담>의 야마시로 아사코와 <ZOO>의 오츠이치로 가장 잘 알려져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야마시로 같은 경우에는 서정적이면서도 미스터리한 작품을 쓰는 반면 오츠이치 같은 경우에는 좀 더 짙은 색의 스릴러와 호러, 미스터리를 집필한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이번에 고요한숨에서 출판 된 <일곱 번째 방>은 위에서 언급한 <ZOO>의 개정판이다. 기존 작품에서 <옛날 저녁놀 지던 공원에서>가 추가 된 작품집이다. 총 11개의 작품이 수록 된 단편집이며 인간의 어두운 본성을 꿰뚫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원래 야마시로 아사코를 좋아하기 때문에 고민도, 두려움도 없이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집어 들었고, 한 편 한 편 모두 감탄하며 읽을 수 있었다. 이 시대 최고의 천재 작가라고 불리기에 부족함이 전혀 없는 작가이다.

-<일곱 번째 방> 누나와 산책하던 도중 괴한에게 습격을 당하게 되고, 눈을 떠보니 정사각형 회색 콘크리트 방 속에 누나와 나 단 둘만 덩그러니 남겨져 있었다. 천장 한가운데서 희미하게 빛나는 전구만이 유일한 물건인 방. 그리고 방의 한가운데 썩은내가 나는 도랑에서 물이 흐르고 있다. 하루에 한 번 식빵 한 장과 물이 배식되는 이 방에 누나와 나는 왜 갇힌 것일까? 궁금해하던 와중에 누나가 나한테 말했다. “도랑으로 들어가봐”
<SO-far> 어느날 아버지와 어머니가 서로가 죽었다고 이야기하며 서로를 보지 못하게 되어버렸다. 주인공 ‘나’에게는 두 사람이 모두 보이기 때문에, 중간에서 아버지와 어머니의 말을 전달하며 이전과 다름 없이 세 가족이 함께 지낼 수 있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부모님이 심하게 다툰 후 주인공의 눈에는 한 번에 한 사람만 보이게 된다.
<ZOO> 사랑하는 여자친구가 실종 됐다. 여자친구의 가족과 경찰은 그녀가 단순 가출을 한 것이라고만 생각한다. 여자친구를 잃은 괴로움을 이겨내지 못한 주인공은 회사를 관두고 매일같이 길거리를 헤메이며 실종 된 여자친구를 찾으러 다니게 된다. 하지만 그는 알고있다. 여자친구는 실종 된 것이 아니라 살해당한 것이고, 그 범인은 자기 자신임을. 그럼에도 그는 스스로를 속이기 위하여 매일 여자친구를 찾으러 나간다.
<양지의 시> 최악의 바이러스가 퍼져 인간이 남지 않은 세상에서, 마지막 남은 인간이 사이보그를 만들어 낸다. 자신이 죽을 날을 예상하고, 자신이 죽으면 무덤을 만들어달라고 말한다. 감정이 없는 사이보그는 인간을 보살피면서 점점 감정이 생겨나게 된다.
<신의 말> ‘나’가 하는 말에는 힘이 있어 뭐든지 현실로 만들어 버린다. 사나운 강아지에게 복종하라고 명령하거나, 잘 자라는 식물에게 시들라고 속삭이면 시들기도 하고, 심지어 선인장과 고양이를 구분하지 못한다고 말하면 그대로 이루어 진다. 세상 사람들의 눈을 두려워하면서 ‘좋은 사람’인 척 살아가는 나는 자신을 한심하게 보는 것만 같은 동생의 눈초리를 점점 더 두려워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나’는 충격적인 말을 내뱉어버리고 만다.
<카라지와 요코> 쌍둥이 자매 카자리와 요코. 그러나 어머니는 동생인 카자리는 애지중지 키우지만 언니인 요코에게는 말로 표현하지 못할 학대를 한다. 요코와 카자리는 그런 상황을 당연하게 생각하며 자란다. 점점 심해지는 학대 수위에 요코는 자신이 언제 죽을지 몰라 두려움에 떨며 지낸다. 그러던 어느날 요코는 누군가가 잃어버린 강아지를 찾아주게 되고, 그 주인과 친구가 되어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리곤 자신도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희망을 품게 된다.
<Closet> 형수의 과거 비밀을 알게 된 소설가 류지. 모든 가족이 모인 식탁에 류지만이 나타나지 않게 되고, 이상한 편지가 가족들에게 전달 된다. “류지는 살해 당했다.” 후유미는 류지의 형수 미키를 의심하며 자신의 추리를 선보인다. 반대로 미키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한다.
<혈액을 찾아라>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주인공 ‘나’ 가족들과 휴양하러 간 숲속의 저택에서 아침에 일어나보니 온몸에 피가 흥건하다. 구급차가 오기까지는 30여분이 걸린다. 늦기 전에 담당의사가 챙겨온 혈액을 수혈하지 않으면 과다출혈로 죽을 위험에 처했는데,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는 수혈 가방. 가족들은 각자 어제의 기억을 더듬으며 혈액 가방을 찾는다.
<차가운 숲의 하얀 집> 마굿간에 살면서 백모에게 학대받던 소년. 그는 마굿간의 똥을 맨손으로 치우며 백모가 주는 음식을 먹으며 하루하루 연명하며 살아간다. 어느날 백모는 소량의 돈을 주고 소년을 집에서 쫒아낸다. 그리고 소량의 돈마저 마을에서 바로 빼앗긴 소년은 숲속에 숨어서 살기로 결심하고, 숲 속에 집을 짓기 위해 돌맹이를 찾던 소년은 시체로 집을 짓기로 결정한다.
<떨어지는 비행기 안에서> 납치당한 비행기 안에서 아무렇지 않게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 비행기는 1시간 후면 추락할 예정이다. 그 전에 편안하게 죽고 싶다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안락사 약을 사라는 남자와 너무 비싸다는 여자의 죽기전 마지막 딜. 한창 대화하는 그들에게 범인이 다가와 무엇을 하냐고 물어본다.
<옛날 저녁놀 지던 공원에서> ‘나’가 어린시절에 겪은 이야기. 공원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던 어린 나는 공원의 모래밭 끝이 어디일까 궁금해 모래 속으로 팔을 집어 넣곤 했다. 팔은 항상 끝도 없이 들어가 마치 땅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던 어느날 누군가 모래 속에서 나의 손을 잡는다.

-첫 번째 작품 부터 깜짝 놀랐다. 이걸 도대체 어떻게 전개 시키려는거지? 생각하다가 물흐르듯 자연스러운 전개에 한 번 감탄하고, 생각보다 뻔한 내용에 추리하기 쉽게 느껴짐에도 불구하고 결말에 소름이 돋으며 두 번 감탄하게 됐다.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 과 <엠브리오 기담> 과 비슷하게 스릴과 감동을 함께 느낄 수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두 작품과는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게 느껴지기도 했다. 확실히 어둡고, 씁쓸함이 더 많이 감도는 분위기다. 인간이 두려워하는 것, 혹은 참을 수 없이 역겨워하는 것과 동시에 그것과 같은 인간의 본성이 깊게 베어있어 한 편 한 편 읽을 때 마다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페이지 넘기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야마시로 아사코의 작품 두 권을 읽었음에도 완전히 새로운 작품을 읽은 느낌이 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실패 없이,(이 작가의 작품이 재미있을 거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에) 완전히 새로운 작품을 읽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특히 <Closet> 과 <혈액을 찾아라> , <떨어지는 비행기 안에서> 를 읽으면서 더욱 감탄이 흘러 나왔는데, 다른 작품들처럼 마냥 무겁고 어둡기만 한 분위기가 아니라 블랙코미디로 웃음을 자아낸다. 독자는 우스운 상황에 미소를 흘리다가도 그 속에 담겨있는 어두운 모습에 소름이 끼치게 된다. 이 작품집에서 유일하게 <양지의 시>만이 마음이 따뜻해지는데, 아마도 그건 인간을 그린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카자리와 요코>는 한국에서도 유명한 단편 영화의 원작이다. 책을 읽다가 알고 있는 내용이 나와서 뭐지? 하고 찾아보니 이 작품집 중 5개의 작품이 <ZOO 동물원> 이라는 이름으로 영화화가 된 것이었다. 아마도 쌍둥이 자매 이야기는 유튜브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보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한 편 한 편이 경이로웠던 작품집이다.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 유일한 작품집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특히나 <ZOO>를 읽고 싶었으나 절판 되어서 읽어볼 기회를 갖지 못했던 분들에게 <일곱 번째 방>의 출간은 아주 기쁜 소식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 작가 책 안읽어본 사람 없게 해주세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열아홉 번째 캐서린에게 또 차이고 말았어
존 그린 지음, 최필원 옮김 / 북폴리오 / 2020년 2월
평점 :
절판


-
사랑에는 한계가 있어. 하지만 그리움의 한계는 사랑을 훌쩍 뛰어넘는다고. -151p
-

-사랑스러운 핑크색 표지에 ‘또 차이고 말았’다는 흥미러운 제목, 거기에 존 그린 작가의 작품이라는 점이 고민없이 이 책을 집어들게 했다. 그리고 역시는 역시 존 그린은 존 그린이었다. 빠른 전개에 흥미로운 스토리, 감동적인 결말까지. 갑작스레 찾아온 난독증 때문에 힘들게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는 지금껏 열아홉 명의 소녀와 사귀었다. 그들의 이름은 모두 캐서린이었고, 그들 모두,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콜린을 차 버렸다. -27p” 열아홉 번째 캐서린에게 ‘또’ 차인 신동 콜린. 그는 힘없이 자신의 방 카펫에 누워 먹지도 마시지도 않으며 이별에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유일한 친구인 하산이 자동차 여행을 제안한다. 그들은 지체없이 곧바로 여행을 떠나게 되고, 우연히 프란츠 페르디난트 대공의 무덤을 보러 갔다가 시시각각 상대에 따라 행동이 변하는 소녀 린지와 만나게 된다. 그녀의 안내를 받아 대공의 무덤을 보고 오는 길에 린지의 어머니와 마주하게 되고, 어쩌다 그녀의 집에서 한동안 머물며 일을 하게 된다. 콜린은 틈날때마다 연애의 끝을 예견할 수 있는 정리에 몰두한다. 캐서린이라는 이름의 소녀들을 사랑하고, 자신이 신동이라는 것을 자랑스러워하는 콜린은 그 두 가지 모두를 잃어버린 것에 좌절하며 정리를 완성하면 두 가지 모두 다시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과연 콜린은 여행 끝에 사랑의 정리와 자신의 천재적인 두뇌 입증에 성공할 수 있을까?

-천재적인 신공 소년인 콜린은 우리와 어딘가 닮은 구석이 많다.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면 왜 사는 거지? 신에게 생명을 선물받았으면 그걸로 뭐라도 해야 하잖아. 하루 종일 텔레비전만 볼 게 아니라. -50p” 라며 많은 사람들의 정곡을 찌르는 말을 하기도 하는 콜린은 멈추지 않고 무언가를 읽거나 공부하거나 정리하는데 시간을 보낸다. 쓸데없이 멍하니 있거나 놀면서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으려한다. 그 속에는 사랑받고 싶고, 관심받고 싶고, 위대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망이 숨겨져 있다. 그런 그를 그저 웃으며 바라볼 수 만은 없게 된다. 어쩐지 한국인들의 습성과 닮은듯해서 서글픈 마음이 들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 콜린 옆에 하산이라는 천성이 아무 생각 없이 해맑은 친구가 있어서 두 사람의 모습이 대비되며 오히려 찰떡처럼 잘 어울러져 더욱 재미있게 느껴진다. 또한 서로를 통해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흐뭇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사랑을 미리 예견할 수 있을까? 소설 속에서 콜린은 자신과 캐서린(들)의 경험을 이용해 그래프를 만들게 되고, 많은 시행착오 끝에 거의 완벽에 가까운 수학 공식을 만들게 된다. (친절하게도 콜린의 수학 공식은 실제 수학자가 책의 맨 마지막에 설명을 부록으로 덧붙였다.) 만약, 이 수학 공식으로 사랑의 결말을 미리 알 수 있게 된다면, 콜린에게는 자신의 천재성을 입증할 수 있는 기회가 되겠지만. 많은 사람들은 서로 잘 맞는, 이별하지 않고 오래 만날 수 있는 사람을 찾느라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수학 공식으로 그래프를 그리는 웃지 못할 상황이 펼쳐질 것이다. 물론 어떤 공식이든 수 많은 변수가 있는 사랑을 완벽하게 예견할 수는 없겠지만 조금이라도 사랑을 예견할 수 있다는 것이 슬프게 느껴지기도 한다. 소설 속에서 누구도 정의하지 못하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수학을 통해 정리하려한 발상이 독특하고 즐겁게 다가온다.

-결말을 말하고 싶어서 안달하게 되는 책들이 있다. 스토리 진행 과정과 결말이 모두 즐거웠던 책들이 그런 기분을 불러 일으키는데, 이 책이 바로 그랬다. 다시 한 번 말해야겠다. 존 그린은 존 그린이다. 그의 소설 전개에 대해서는 이러쿵저러쿵 말 할 필요가 없다. 이번 작품 역시 굉장히 재미있고 감동적이었다. 특히나 이런저런 고민이 많을 청소년들에게 한 번쯤 읽어보길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