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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아홉 번째 캐서린에게 또 차이고 말았어
존 그린 지음, 최필원 옮김 / 북폴리오 / 2020년 2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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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는 한계가 있어. 하지만 그리움의 한계는 사랑을 훌쩍 뛰어넘는다고. -15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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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러운 핑크색 표지에 ‘또 차이고 말았’다는 흥미러운 제목, 거기에 존 그린 작가의 작품이라는 점이 고민없이 이 책을 집어들게 했다. 그리고 역시는 역시 존 그린은 존 그린이었다. 빠른 전개에 흥미로운 스토리, 감동적인 결말까지. 갑작스레 찾아온 난독증 때문에 힘들게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는 지금껏 열아홉 명의 소녀와 사귀었다. 그들의 이름은 모두 캐서린이었고, 그들 모두,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콜린을 차 버렸다. -27p” 열아홉 번째 캐서린에게 ‘또’ 차인 신동 콜린. 그는 힘없이 자신의 방 카펫에 누워 먹지도 마시지도 않으며 이별에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유일한 친구인 하산이 자동차 여행을 제안한다. 그들은 지체없이 곧바로 여행을 떠나게 되고, 우연히 프란츠 페르디난트 대공의 무덤을 보러 갔다가 시시각각 상대에 따라 행동이 변하는 소녀 린지와 만나게 된다. 그녀의 안내를 받아 대공의 무덤을 보고 오는 길에 린지의 어머니와 마주하게 되고, 어쩌다 그녀의 집에서 한동안 머물며 일을 하게 된다. 콜린은 틈날때마다 연애의 끝을 예견할 수 있는 정리에 몰두한다. 캐서린이라는 이름의 소녀들을 사랑하고, 자신이 신동이라는 것을 자랑스러워하는 콜린은 그 두 가지 모두를 잃어버린 것에 좌절하며 정리를 완성하면 두 가지 모두 다시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과연 콜린은 여행 끝에 사랑의 정리와 자신의 천재적인 두뇌 입증에 성공할 수 있을까?
-천재적인 신공 소년인 콜린은 우리와 어딘가 닮은 구석이 많다.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면 왜 사는 거지? 신에게 생명을 선물받았으면 그걸로 뭐라도 해야 하잖아. 하루 종일 텔레비전만 볼 게 아니라. -50p” 라며 많은 사람들의 정곡을 찌르는 말을 하기도 하는 콜린은 멈추지 않고 무언가를 읽거나 공부하거나 정리하는데 시간을 보낸다. 쓸데없이 멍하니 있거나 놀면서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으려한다. 그 속에는 사랑받고 싶고, 관심받고 싶고, 위대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망이 숨겨져 있다. 그런 그를 그저 웃으며 바라볼 수 만은 없게 된다. 어쩐지 한국인들의 습성과 닮은듯해서 서글픈 마음이 들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 콜린 옆에 하산이라는 천성이 아무 생각 없이 해맑은 친구가 있어서 두 사람의 모습이 대비되며 오히려 찰떡처럼 잘 어울러져 더욱 재미있게 느껴진다. 또한 서로를 통해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흐뭇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사랑을 미리 예견할 수 있을까? 소설 속에서 콜린은 자신과 캐서린(들)의 경험을 이용해 그래프를 만들게 되고, 많은 시행착오 끝에 거의 완벽에 가까운 수학 공식을 만들게 된다. (친절하게도 콜린의 수학 공식은 실제 수학자가 책의 맨 마지막에 설명을 부록으로 덧붙였다.) 만약, 이 수학 공식으로 사랑의 결말을 미리 알 수 있게 된다면, 콜린에게는 자신의 천재성을 입증할 수 있는 기회가 되겠지만. 많은 사람들은 서로 잘 맞는, 이별하지 않고 오래 만날 수 있는 사람을 찾느라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수학 공식으로 그래프를 그리는 웃지 못할 상황이 펼쳐질 것이다. 물론 어떤 공식이든 수 많은 변수가 있는 사랑을 완벽하게 예견할 수는 없겠지만 조금이라도 사랑을 예견할 수 있다는 것이 슬프게 느껴지기도 한다. 소설 속에서 누구도 정의하지 못하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수학을 통해 정리하려한 발상이 독특하고 즐겁게 다가온다.
-결말을 말하고 싶어서 안달하게 되는 책들이 있다. 스토리 진행 과정과 결말이 모두 즐거웠던 책들이 그런 기분을 불러 일으키는데, 이 책이 바로 그랬다. 다시 한 번 말해야겠다. 존 그린은 존 그린이다. 그의 소설 전개에 대해서는 이러쿵저러쿵 말 할 필요가 없다. 이번 작품 역시 굉장히 재미있고 감동적이었다. 특히나 이런저런 고민이 많을 청소년들에게 한 번쯤 읽어보길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