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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렘 셔플
콜슨 화이트헤드 지음, 김지원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10월
평점 :
-은행나무 출판사에서 협찬받아 읽어보게 된 <할렘 셔플> 제목에 들어간 ‘할렘’이라는 지역명은 ‘범죄 소설’이라는 장르에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뒤에 붙은 ‘셔플‘이라는 단어는 범죄지역에서 춤을추며 온갖일을 벌이고다니는 범죄자를 연상 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책에대한 기대감이 올라가게 되는 것이다. 거기에 콜슨 화이트헤드라니.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작가가 아닌가. 무려 퓰리처상을 수상한 <니클의 소년들> 과 지대한 관심을 끌었던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를 쓴. 당연히 기대가 올라갈 수 밖에 없다. 사실 나는 이 저자의 책을 한 권도 읽어본 적이 없다. 어째서인지 전부 번역 문제로 불편하다거나 실망했다는 리뷰가 보였기 때문인데, 번역이 잘 못 되면 분노까지 생기는 나로써는 이번 작품도 그러면 어쩌나 싶은 생각으로 긴장이 되기도 했다. 때문에 기대와 긴장이 반반 섞인 오묘한 상태로 책을 펼쳤다. 다 읽고나니 솔직히 반반이었다. 지적 충족감과 표면적인 즐거움, 그리고 읽기 불편한 마음의.
-주인공 카니는 꿋꿋하게 공부하고 정직하게 살아남아 번듯한 가게 하나를 차리고, 아내와 두 아이를 둔 평범한 가장이다. 최악의 범죄도시였던 1970~80년대의 할렘에 거주했던 것만 빼면 말이다. 사실 흑인인 그가 살아갈 수 있는 지역이 그렇게 많았던 것도 아니라 그에게는 선택지가 없었던 걸 수도 있다. 그는 각종 인종차별과 범죄의 소굴 속에서 ˝돈은 없지만 나쁜짓은 하지 않는˝다는 신념으로 가구점을 운영하고 있다. 어느날 사촌 프레디가 ˝네 이름을 말해버렸어˝라며 범죄에 그를 가담하게 된다. 범행의 계획이 틀어지면서 프레디는 ˝너를 곤경에 빠트릴 생각은 없었어˝ 라고 말한다. 사촌을 무지하게 사랑했던 카니는 결국 그를 위해 움직이게 되고, 깨끗하게 살아오던 그가 범죄세상의 이면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약간의 이득까지. 그가 깨끗한 시민인 측면과 ‘약간‘의 범죄자 측면으로 자신을 두 갈래로 나뉘게 된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니었을까. 차별적인 살인과 폭동, 그리고 온갖 범죄 속에서 가족들과 함께 살아남기 위한 선택을 누가 감히 욕할 수 있을까. 한 번 발을 들여놓은 범죄의 세계에서는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는 법이다. 거기에는 카니의 ‘복수를 향한 욕구‘도 한 몫한다. 범죄와 복수와 사랑. 그는 그렇게 자신이 살아남을 길을 모색한 것 뿐이다. 결과가 어쨌든, 최선을 다했다면, 그걸로 된거 아닐까? 펼쳐지는 내용과 달리 이상하리만치 차분함이 느껴진는 책이었다. 어쩔 수 없이 범죄에 가담하게 되는 환경들과 크고 작은 사건과 부정부패들 속에서 주인공은 자신만의 리듬을 지켜내기 때문일까? 그가 향하는 발자국과 그의 무한한 애정에 푹 빠져들어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그에게 어떤 위험이 닥칠지, 그가 앞으로 어떤 행동을 취할지 기대되어 머릿속에 계속해서 맴돌게 된다.
-문제는 범죄에 범죄에 범죄를 말하면서도 차분한 분위기가 이어지기 때문일까? 묘하게 늘어진다는 점이다. 이상하게 지루하게 느껴져서 다음 페이지를 빨리 읽고 싶다는 심리와 책을 덮고 싶다는 심리가 계속해서 부딪히는데, 결국 책을 덮는 쪽이 이겨 한 숨 쉰 다음 다시 책을 집어들기의 반복이었다. 번역이 문제였을까? 솔직히 이번 도서는 번역이 문제라고 자신있게 말하지도 못하겠다. 번역의 문제인지, 저자의 서술 방식이 나와 맞지 않았던 것인지 애매하기 때문이다. 일단 독자들에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장소나 현재 펼쳐지고있는 상황에 대해서 독자가 인내심을 가지고 ‘알아서‘ 이해해야한다. 게다가 어떤 ‘문장‘을 이해하기 위해서 두 ‘문단‘ 가끔은 한 챕터가 완전히 끝날 때 까지도 의문을 품을 채로 읽어나가야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부분은 일본문학에 익숙한 나의 문제도 있겠지만, 다른 외국문학을 읽을 때 느끼지 못하던 불편함이 느껴졌다면, 분명 이 도서 자체에도 문제가 내재되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굉장히 즐겁게 읽을 수 있었던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늘어져서 아쉬운 마음이 남는다.
-그럼에도 소설이 전해주는 지적충족감에 만족스럽게 마지막 페이지를 닫을 수 있었다. 잔향이 오래도록 머릿속에 남는, 그런 소설이었다. 사실 이것은 그저 누군가의 ‘살아가기 위한 발버둥‘을 지켜보는 즐거움일지도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