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호러 걸작선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외 지음, 임희선 옮김 / 책세상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일본 호러 걸작선>이라는 제목과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나쓰메 소세키 등 유명한 작가들의 이름만 보고 홀린듯 읽기 시작한 책이다. ‘호러 걸작선’ 이라니 나쓰메 소세키의 호러라니 호기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는 조합이 아닌가. 읽어보니 전체적으로 오싹함 보다는 몽환적인 느낌이 더 짙은 이야기들이었다. 때문에 ‘호러’를 기대하고 읽기 시작한다면 그다지 무섭지 않아서 실망할 수도 있지만, 다양한 이야기를 즐길 수 있고 어디선가 들어본 이야기의 출처를 알게 된다거나 당시 일본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서 여러모로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오카모토 기도의 <유령풀>은 공포에 잠식 된 한 인간의 파멸과 감정을 느낄 수 있으며 (인간은 공포 속에서 더욱 쉽게 사랑에 빠진다) 의문스러운 마지막 장면이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면서 심리적인 오싹함을 주는 작품이다.

라프카디오 헌의 <유령 폭포의 전설>은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한 번쯤 들어봤을 이야기다. 한국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소개 된 이야기로 아이를 업고 신사의 돈통을 훔치러 갔던 여성의 이야기. 공포 분위기 조성, 누군가의 도전, 참혹한 결말로 무서운 이야기의 정석적인 작품이다.

사카구치 안고의 <활짝 핀 벚꽃나무 숲 아래>는 생각보다 잔인해서 이 시대에 이런 내용의 소설 출판이 가능했던거야? 라는 생각이 절로들 정도였다. 아름다움의 매혹과 아름다움에 혹한 사람의 최후. 씁쓸한 결말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유메노 큐사쿠의 <죽음을 부르는 신문>은 특종을 쫒아다니는 신문기자를 따라 추리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호러라기 보다는 추리물에 가까운 작품인데, 신문기자의 과도한 특종 욕심 때문에 발생 되는 씁쓸한 결말들이 포인트인 작품이다.

미야자와 겐지의 <주문이 많은 요릿집>은 동화같은 맑고 밝고 순수한 분위기의 이야기다. 등장인물이 너무 단순하고 순수해서 되려 독자가 당황하면서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를 걱정하게 만들고 되려 어떻게 전개 될지 궁금해지게 만든다. 전체적인 스토리 자체가 잔혹동화같은 느낌의 작품이다.

나쓰메 소세키의 <악령의 소리>는 무서운 이야기를 들은 후 거기에 홀린 사람에게 벌어지는 현상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있다. 평소 과학적이지 않은 이야기는 절대 믿지 않던 사람이라는 전제가 이야기를 더욱 흥미롭게 만든다. 나쓰메 소세키다운 차분함과 풍자를 담고있는 작품이다.

쓰가 데이쇼의 <구로카와 겐다누시 이야기>는 남편이 죽은 뒤 변치 않겠다고 다짐했던 마음이 한순간에 뒤집힌 여성의 이야기다. 흔히 볼 수 있는 사랑과 복수의 이야기. 반전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지옥변>은 ‘지옥변’이라는 그림에 얽힌 이야기다. 거만하고 그림에 미친 화가의 이야기. 무언가에 완전히 미쳤을 때 사람은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 전체적으로 오소소 소름이 돋는 불쾌한 작품이다.

우에다 아키나리의 <기비쓰의 생령> 이 이야기 또한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언젠가 들어봤을 이야기다. 자신을 배신한 남편에게 복수하는 이야기. 이 작품집의 작품들 중 가장 호러스러운 작품이다.

이즈미 교카의 <봄의 한낮> 섬세하고 몽환적인 이야기. 사랑에 빠진 남자의 이야기다. 가독성이 조금 딸려서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작품들은 괜찮았기 때문에 번역 문제는 아닐테고, 풍경 묘사가 상세한데 거창하다고 해야하나.. 아름다운 이야기인데 조금 아쉬운 마음이 남는 작품이다.



-다양한 이야기를 즐길 수 있어서 즐거운 작품이었다. 엄청나게 호러스러운 이야기가 아니어서 살짝 아쉽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럼에도 몽환적이고 아름다운 이야기, 가볍지만은 않은 이야기들을 읽을 수 있어서 오히려 더욱 즐겁게 읽을 수 있기도 했다. 일본문학과 장르문학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강추 드리고싶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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