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만든 건 내가 사랑한 단어였다
라비니야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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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께 협찬받아 읽어보게 된 <나를 만든 건 내가 사랑한 단어였다> 저자님의 바로 직전 작품에 이어서 받아보게 되어 영광이라는 말씀부터 드리고 싶다. 사실 요즘은 삶이 너무 퍽퍽해 (코로나의 경제침체 후유증에 아직도 허덕이는 1인) 에세이를 읽을 마음은 전혀 들지 않는다. 실제로 밀리의 서재로 펼쳐들었다가 중도에 백기를 들기도 했다. 타인의 힘든 마음이나 기쁜 마음을 담기에는 나의 삶이 너무 벅차다. 예상치 못한 문제들과 예상했던 문제들이 넘쳐나는 나날에 정신이 아득할 때는 누가 뭐라해도 넋 놓고 볼 수 있는 장르문학이 최고다. 그래서 요즘은 미친듯이 장르문학을 탐독하고 있다. 아무튼 그래서 일단 받아는 놨는데.. 이걸 어쩐다.. 하는 마음으로 바라보다 차례가 다가와 울며겨자먹기로 손에 집어들었다. 첫 번째로 다행인 점은 이 에세이는 ‘단어‘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책을 읽는 동안 감정을 크게 소모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두 번째는 역시나 잘 쓰여진 글들이라 편안하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는 점이고 마지막 세 번째는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는 점이다.



-이 작은 책 한 권은 나의 하루를 돌아보게 만든다. ‘내가 사랑한 단어는 무엇이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 전에, 우선 나는 어떤 단어로 이루어진 하루를 보냈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반성도, 깨달음도 아니다. 그저 그런 생각이 든다. (이게 이 작가님의 매력 포인트가 아닐까 생각한다. 배울 점이나 깨달음 포인트를 짚자면 몇 개고 짚을 수 있지만, 그것보다 그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죄책감 없이 순수하게 감상하는 시간을 만들게 한다는 것) 문득 그런 생각을 하며 책을 덮고 곰곰히 생각해봤지만, 아무런 단어도, 아무런 감정도 없는 하루하루를 그저 버티고 있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무언가 굉장한 것을 할거라고 말하면서 그 발판이 될 어떤 것도 하지 않으며, 가족들에게 일상적인 언어 외에는 그 어떤 따스한 말도 건네지 않으며, 바쁘다는 핑계로 친구의 연락은 제일 나중으로 미뤄둔채로 하루하루를 보내며 그렇게 한 달 두 달 일년을 보내고 있었다. 언제였을까. 내가 사랑한 단어와 실천하고자 다짐한 단어를 생각했던 때가. 흠칫, 놀랐다. 이정도로 텅 빈 삶을 살았구나. 우선 휴대폰을 집어들고 ‘하숙생‘이라 저장해놓은 동거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밥은 잘 챙겨 먹었어?˝ 라는 지극히 일상적이면서도 따스한, 그러면서도 자주 당연히 넘기는 말을 건네기 위해서. 내 옆에서 응원해주는 사람을, 내가 정신없다는 이유로 당연시하지 않기 위해서.



-사실 책과는 전혀 상관 없는 이야기다.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는 완전히 <나를 만든 건 내가 사랑한 단어였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라비니야 작가님의 도서는 이제 두 권째이지만, 사람을 흡입하는 어떤 공기를 발산하는 작가이다. 그것도. 멀리 떨어진 독자에게 글로써. 에세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이야기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흡입하고 나서는 각종 생각을, 전혀 상관없는 여러 이야기가 아니라 어느 한 지점에 대한 이야기를 생각하게 만든다. 다정하게. 나는 호탕한 할머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한다. 작가님의 글을 읽을 때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나도 천천히 성장하며 이런 삶을 살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좋겠다˝





“도서만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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