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토끼 (리커버)
정보라 지음 / 아작 / 202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하도 핫하길래 궁금해서 읽어본 <저주토끼> 한국 소설이 부커상 인터내셔널 최종 후보에 선정 되었으니 다들 놀랄만도 하다. 이미 수상경험이 있지만, 장르문학이 이름을 올린 덕분에 사람들이 더 크게 열광, 동시에 놀라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알다시피 우리 뿐만 아니라 조금은 과장해서 전세계가 한국장르문학에 기대를 하지는 않을테니. 최근에야 하나 둘 빼어난 작품들이 빛을 발하고 있는 시기라 더욱 큰 놀람을 선사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직접 읽어보니 미스터리하고 색다른 느낌도 있지만, 무엇보다 인간의 쓸쓸함을 드러내며 내면 속 깊은 곳에 숨겨져있는 두려움을 유발하기 때문에 더 특별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렇게 쓸쓸하고 외로운 방식을 통해서, 낯설고 사나운 세상에서 혼자 제각각 고군분투하는 쓸쓸하고 외로운 독자에게 위안이 되고 싶었다.˝ -작가의 말 이라고 말하는 저자의 말을 보고 괜스레 마음까지 따스해졌다면 너무 과할까. 이런 글을 쓰고 싶었고, 이런 글을 원해왔기에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저주토끼> 금기사항을 어기면서까지 타인의 복수를 대신 해주고자 했던 노인의 최후. 자신이 고통을 받더라도, 힘이 없어 차마 복수하지 못한 친구를 대신해 시원한 복수를 한다. 통쾌하면서도 그 결과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머리> 원하지 않았지만, 자신이 만들어낸 존재에 대한 공포심을 드러내는 작품. 영원히 사라지지 않고 뒤에서 쳐다보는 존재에 대한 두려움. 결말은 다소 뻔하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차가운 손가락> 기억도 잃고, 눈까지 보이지 않는다면, 누구라도 옆에서 건네는 도움의 손길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도움의 손길을 준 자가 악한 사람이라면? 신체적인 박탈감에 대한 두려움과 도움을 받을 수 밖에 없는 나약함과 미지의 손길에 대한 공포심이 완벽하게 조합 되는 작품.

<몸하다> 주제 자체가 여성들에게는 여러가지의 공포심을 자극하는 작품이다. 계속 되는 출혈, 피임약, 임신, 10개월간 품었던 존재. 그리고 아이의 아빠. 산부인과 의사를 마치 악녀처럼 묘사한 것은 신의 한 수가 아닌가 생각한다. 두려움과 혐오감이 배가 되어 감정의 분출을 의사에게라도 할 수 있게 만들기 때문이다.

<안녕, 내 사랑> AI인간이 ‘반려인‘이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유통 된 상황에서 AI에 대한 인간의 본능적인 공포심을 저격한 작품. 그러나 이 작품도 다소 뻔하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덫> 욕심이 사람을 어디까지 잔인하게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 욕심으로 얻은 가치는 절대 영원할 수 없다는 교훈까지 남긴다. 다소 뻔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속을 꽉꽉채운 스토리로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흉터> 서스펜스가 장난 아닌 작품. 앞으로의 전개가 어떻게 될지, 주인공은 어쩌다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인지. 호기심을 가지고 읽어나가게 된다. 스토리도 탄탄하고 혐오감과 호기심, 쫄깃한 서스펜스까지 완벽하게 결합 된 작품인데 결말이 흐지부지하게 끝난 느낌이라 조금 아쉽다.

<즐거운 나의집> 부부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역경과 고난. 점점 힘든 상황이 다가오면서 정신이 붕괴되어간다. 다소 모호하고 애매하지만 현실과 회피를 적절하게 잘 섞어 놓은 작품이다.

<바람과 모래의 지배자> 인간은 결국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것을 슬프고도 애잔하게 보여주는 작품,

<재회> 이 작품이 마지막에 실린건 아마도 노린 것일 테다. 작품집 전체의 의도가 이 한 편에 다 담겨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통스러운 기억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 덕분에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모두 암울하다. ˝살아있거나 이미 죽었거나. 사실은 모두 과거의 유령에 불과했다.˝



-전체적으로 혐오와 불쾌감을 불러일으키며 내면에 가려져있던 두려움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이런 작품을 번역문이 아닌 한국어 특유의 느낌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상태에서 읽을 수 있었다니 살짝 어떨떨하기도 하고, 솔직히 말해서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작품이 우리의 작품이라는게 놀라운 느낌. 최근 한국 장르문학이 많이 발전하고 있구나 싶어서 기뻐하고 있었는데, 내가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었구나 생각했다. 조금 더 다양한 작가님들의 다양한 작품을 접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