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어느 날
조지 실버 지음, 이재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11월
평점 :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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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건 가공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건 현실이다. 그리고 현실에서는 사람들이 실수를 저지른다. -132p

사랑하는 사람들은 철철 잃고있는데 출혈을 멈출 방도를 알지 못한다. 이런게 현실일까? -329p

그러나 언제든 깨질 미약한 약속 -42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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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로맨스와 관련 된 모든 것을 별로 안좋아한다. 몇몇 가지는 혐오할 정도로 기피하는 편이다. 현실과는 지독하게 달라서 동화적 망상을 가지게 하거나, 현실을 더욱 슬프게 만든다는 점도 마음에 안 드는데 유난히 빡침 포인트는 현실과 더럽게 똑같아서 읽던 보던 오장육부가 오그라들면서 동시에 화가 머리끝까지 나는 터라 우리집 책장에는 로맨스가 이 책 포함해서 딱 세 권만 있다. 그런 내가 끝까지 기분 좋게 읽을 수 있었던 로맨스 소설 <12월의 어느 날>. 사실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첫눈에 반한 남자’가 ‘친구의 애인’이 되어 왔는데 ‘이제 어떻게 해야할지?’라는 홍보 문구에 혹해서 였다. 야 이거 단순 로맨스가 아니라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전개될 것 같다 라는 미스터리물 애호가의 호기심이 동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쨌든 12월 이니까 로맨스 한 권 읽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고 생각 했다. 그리고, 어쨌든 크리스마스가 다가 오니까.

-12월의 어느 날 납처럼 무거운 발을 이끌고, 사람이 가득 찬 2층 버스의 2층에 앉아서 옆사람이 뿜어대는 비듬에 진저리를 내고 있던 로리. 멍하니 바라보던 창밖에서 유난히 눈길을 끄는 남자가 한 명 있다. 그를 샅샅이 살펴보던 로리는 고개를 든 그 남자와 눈이 마주치게 된다. 그순간. 말도 안 되게 그녀는 사랑에 빠지고 만다. 더욱 말도 안 되는 것은. 그 남자도 사랑에 빠진 것이 로리의 눈에 보였다는 것이다. 영원같던 몇초가 지난 후 그는 웃었고, 가방을 챙겼고, 버스 쪽으로 다가 오는 순간, 버스는 출발하고 만다. 젠장할 크리스마스다. 그녀는 그 뒤 1년간 가장 친한 친구 세라와 함께 ‘버스 보이’를 찾는다. 사람이 많은 카페, 펍, 길거리를 다닐 때마다 사람들의 얼굴을 살펴보지만 끝내 찾지 못하고, 포기하자고 마음 먹게 된다. 그후 매년 하던 12월 파티에서 세라가 자신의 새로운 남자친구를 소개해 주는데, 인사하려고 고개를 든 순간. 그 남자인 것을 알게 된다. 심지어 그도 알아차린 것 같은 느낌에 로라는 현기증을 느끼게 된다. 가장 친한 친구의 남자친구로 다시 만나게 된 버스 보이. 그녀는 세라가 상처받지 않도록 그를 포기하려고 하지만, 마음처럼 쉽지가 않다. 그와 그녀는 묘한 감정을 숨기고 친구로 지내게 된다. 그들은 끝까지 자신들의 감정을 숨기고 ‘세라를 위해서’ 좋은 관계로 남을 수 있을까?

-이 책은 로맨스 소설이다. 그러나 결코 로맨스만 담고 있지는 않다. 로맨스 소설이자 성장 소설이다. 그들이 조금씩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 만으로 이 책을 읽기 잘 했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우정. 사랑. 실패와 좌절에서 깨닫게 되는 것. 원하는 일. 가족. 그리고 이별. 누군가 철없던 20대 초반에서 30대가 되어가는 과정을 바라보는 일은 아름답기도, 아찔하기도, 어쩐지 서글프기도 하다. 그 과정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아주 잘 담겨져있어 더욱 가까이있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어쩌면 로맨스라는 장르 자체가 너무 판에 박힌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것도 같다. 나는 <미 비 포유>도 굉장히 흥미롭게 읽었는데, 미비포유도 어쨌든 로맨스였지만 굉장히 아름다운 작품 이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작품들이 있기 때문에 아주 간혹 로맨스를 손에 집어 들게 되는데, <12월의 어느 날>도 손에 집어든 걸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 특히 12월 1일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는 우연도 나에게는 왠지 운명적으로 다가온다.
처음부터 큰 사건이 터진다는 점도 앞으로의 내용에 더 깊이 빠져들게 하지만, 흔한 사랑과 전쟁 레파토리가 아니라 더욱 몰입할 수 있었고, 성장소설처럼 읽히면서도 결말에 다다라서는 완벽하게 달콤한 로맨스 소설로 끝나기 때문에 마음이 충만한 기분으로 책을 덮을 수 있다. 게다가 정말 오랜만에 아주 짙은 설레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기대가 가슴에 슬며시 차오른다. ‘인연은 정말 존재하는 걸까?’
좋아요. 그 시작은 10년 전 12월, 눈 내리는 어느 날이었어요. -488p

-여러분들도 <12월의 어느 날>을 읽으며 찬란한 삶과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속에 빠져 보는 건 어떤가요? 12월 이니까, 그리고 이주만 있으면 크리스마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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