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는 언제나 거기에 있어
존 그린 지음, 노진선 옮김 / 북폴리오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한국 독자들이 기다려온 존 그린 신작!
감동 소설 거북이는 언제나 거기에 있어.
불안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한 소녀의 감동적인 이야기


불안장애를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을 불안장애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그들의 머릿속은 언제나 터질 듯이 가득 차있다. 본인들 스스로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그저 막막하고 답답하며 스스로 원하는대로 행동하지 못하고 생각에 지배당하고 만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힘들며, 자기 자신이기 때문에 생각보다 더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런 내 모습이 싫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어쨌든 이렇게 살아가야 한다. 타인이 이해하기 힘든 부분을 존 그린은 정확하고 아름답게 그려냈다.

주인공은 몸 속에 존재하는 세균들과 미생물들을 극도로 두려워하며 자신의 주위에서 벌어지는 수 많은 사건들에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하지만 수시로 위키피디아에 검색을 하며 계속 해서 꼬리를 무는 생각 때문에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한다. 심할 때는 불안해서 정신이 나갈것만 같다. 그러다 우연히 과거에 '슬픔 캠프'에서 만났던 남자 아이와 만나게 되면서 알게모르게 조금씩 사랑을 키워 나간다. ''사랑에 빠지다'는 참 이상한 표현이다. ...(중략) 사랑 외에 다른 것, 이를테면 우정이나 분노, 희망에는 '빠지다' 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오로지 사랑에만 빠질 수 있다. -166p' 그녀는 자신이 그를 좋아하는 모습을 두고 이런 생각을 하기도 한다. 정말 생각이 많다.
그러나 그녀는 그와 키스를 하고 싶다고 생각 하는 동시에 키스를 할 때마다 불안해져서 자신의 자아와 계속 싸운다 '제발, 평범한 여자처럼 그냥 키스하면 되는거야 병에 걸리지 않아' '아니 지금 그의 세균이 너의 몸속으로 들어가고 있어. 너는 병에 걸릴거야' 그와 키스를 하는 동안 계속 해서 이런 생각을하던 그녀는. 결국 그를 밀쳐내고 화장실로 달려가 '손 세정제'를 입 안에다 집어 넣게 된다. 점점 최악으로 치닫는 자기 자신을 '미쳤다'고 표현하는 주인공과 그 곁에서 모든걸 이해해주는 친구와의 오해와 다툼,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헤프닝과 앞으로 영원히 사랑할 것이라 생각하는 그와의 달콤한 만남과 점점 늘어가는 거리감. 점점 안좋아지는 상황을 그녀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이겨 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감동적이다. 비교적 짧은 페이지 수에, 가독성이 좋고 다음 페이지가 궁금해져 페이지 넘기는 것을 멈출 수가 없다. 그녀의 사랑과 우정이 어떻게 될지 궁금해서 밤새 읽었다. 스펙타클한 전쟁이나 로또 당첨 같은 일로 생기는 큰 변화 같은 내용이 전혀 없는 가족감동소설 인데도 지루하게 늘어지는 느낌은 전혀 없이 재미있다. '불안장애'와 '우정과 사랑'이라는 가족 소설적 요소에 '억만장자 실종' '유산' 이라는 요소를 합치면서 지루할 수 없게 만들어 더욱 재밌다. 효과적으로 독자의 시선을 붙잡아두는 요소가 구석구석에 많이 있다.

사실 필자가 불안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더욱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주인공에 쉽게 감정 이입이 되면서 이해가 되기 때문에 주인공이 시련들을 감당하는 방법이 궁금한 동시에 안쓰러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불안장애는 주위 사람이나 스스로에게 아주 큰 스트레스를 주는 반면에 겉으로 크게 티가나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정도가 다른 불안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 또한 수도 없이 많아 별거 아니라는 오해를 살 수도 있다. 그런 부분을 존 그린 작가가 불안 장애란 도대체 어떤 것인지, 서로에게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는 장치를 소설로 만들었다.

불안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많은 분들에게 위로와 공감의 손길이 되어줄 것이며,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손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주위에 불안 장애를 가진 사람이 있다면, 조금이라도 더 많이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다.

그리고 어쨌든 삶은 계속 된다.
우리는 타인의 상실감을 결코 알 수 없다. -190p
산다는 것은 무언가를 그리워하는 일이다. -30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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