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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로니아공화국
김대현 지음 / 다산책방 / 2018년 6월
평점 :
제3회 혼불 문학상 수상작인 홍도를 쓴 김대현 작가의 신작 나의 아로니아 공화국을 읽었다. 아 이 작가 진짜 매력있다. 천재가 아닌 어떤 단어로 이 작가를 표현할 수 있을까?
주인공의 이름이 머릿속에서 잊혀지질 않는 책이 있다. 사랑스러운 주인공은 오래도록 그 잔상이 잊혀지질 않는다. 김대현 작가의 책이 그렇다. 그의 책에 나오는 인물들은 솔직하고 거침이 없고, 조금 과격하다. 그럼에도 사랑스럽다.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자신보다 약한 동네 친구들을 때리며 삥을 뜯던 조금 '멍청한' 주인공은 아버지에게 삥뜯기는 장면을 들키고 딱 죽기 직전까지 두들겨 맞은 후 삶이 변화한다. (아니 천사같은 그녀를 만난 후 삶이 변한걸까?) 멍청하게도 남을 도와주기 위해 시작한 삥뜯기는 도움을 주고 난 후에도 멈추지 않았다. 아니. 멈추지 못했다. 그랬던 그가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었다. 무슨일이 있었던 걸까?
정직하던 아버지의 밑에서 올바른 교육을 받고, 멍청해서 했던 일들을 후회하고 부끄러워하며 첫눈에 반해버린 천사같은 그녀에게 잘보이기 위해 시작한 공부는 놀랍게도 조금 멍청한 주인공에게 완전 체질이었다. 뒤에서 2등을 하던 주인공이 서울 대학교에 입학하고 사법고시까지 한 번에 올 패스 하는 등 승승장구를 이어간다. 그리고 중학교부터 쭉 좋아해온 여자와 결혼까지. 그의 삶은 범죄를 올바르게 조사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서 변호사,판사를 제쳐두고 선택한 검사라는 직업을 사실 '우리'라는 이름으로 자기들끼리 다 해먹는 쓰레기들 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쓰레기의 속성. 쓰레기는 주변의 깨끗하고 쓸모있는 존재들조차도 모조리 다 쓰레기 취급을 받게 만든다. 주변의 완벽한 쓰레기장화. -138p' 라고 말하며 과감하게 사직서를 내고 자리를 박차고 나오면서 변하게 된다. 그런 그에게 갑작스럽게 찾아온 한 사람. 그는 '큰 놈 작은 놈 프로젝트'를 주인공에게 소개하며 "나라를 만듭시다. 재밌는 나라를 만들려고 합니다." 라고 얘기한다. 주인공은 웃는다.
도대체 무슨수로?
우선 sf소설이다. 하지만 우주에 관한 이야기는 안나온다. 우주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 에스에프 소설이 과연 재미 있을까? 대답은 재밌다. 정말 재밌다. 인공섬을 만들어 새로운 나라 하나를 만드는데 과학의 힘을 제대로 이용한다. 과학적인 지식이 여러 곳곳에서 등장한다. (천문학적인 금액은 덤이다.) 스펙타클한 전쟁이나 놀라우리만큼 신기한 과학적 요소가 없는데도 충분히 재미있다.
정치적 소설이다. 한국의 지나온 정치에 대한 요약과 거기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읽어볼 수 있다. 더불어 따끔하게 비판하기 까지 한다. 눈이 휘둥그레 해져서 이소설, 이래도 괜찮은거야? 라고 몇번이나 생각했다. '한국이라는 국가의 현실'이 담겨져 있었기 때문에 더 즐겁게 읽을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가족 소설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해야 더 행복하게, 후회없이 맺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다. 가슴이 뭉클한 장면이 너무도 많다. 또한 한국 뿐이 아닌 세계 곳곳의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아이러니 하게도 덕분에 친근감이 더욱 높아진다.
성장 소설이다. 철없는 한 소년이 비행을 일삼다가 아버지에게 혼쭐이 난 후 자신이 나쁜짓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믿고 좋아해주는 친구를 만나는.. 어찌보면 전형적인 성장 소설이다.
이 소설 도대체 정체가 뭘까? 아니 이 작가 도대체 정체가 뭘까? 너무도 많은 것을 한 권의 소설에 담았다. 천재다. 이 작가는 천재가 분명하며, 또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미친듯이 재밌다는 점이다.
소설을 읽다 보면 저도 모르게 손에 땀을 쥐고 주인공을 응원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김대현 작가는 많은 작가들을 긴장하게 만들 것이다.
프레드릭 베크만 소설과 분위기는 완전 딴판이지만 느낌이 비슷한 소설이다.
프레드릭 베크만을 좋아하는 분들은 나의 아로니아 공화국도 분명히 좋아할 것이라 장담할 수 있다.
솔직하고 거친 주인공이지만 너무 사랑스워 나도 모르게 좋아하게 된다.
그가 욕을 할 때면 고구마를 100개쯤 먹다가 겨우 사이다를 벌컥벌컥 들이킨 기분이 든다.
아 - 시원하다!
정말 좋아하지 않을래야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저자의말 중.-
국가란 무엇인가.
이 책의 가제목 이었다. 국가란 무엇인가. 저자는 영화 한 편을 본 것 처럼 재밌고 흥미로운 스토리를 통해서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다. 특히나 국가라는 이름으로 행해졌던 수 많은 악행으로 국민은 국민이라는 이유로 고통과 불행을 견뎌내야 했다. 그러면서도 국가 탓을 하기 보다는 자신의 운명 탓을 하기 일쑤다. 나라의 주인인 국민들의 자살률은 높아만 지는데, 국가는 안전한 곳에서 가가호호 웃고만 있다. 저자는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허투루 여기는 국가는 국가로서 자격이 없다. -151p' 라고 단호하게 이야기 한다. 그렇다면 국가에서 행복할 것을 요구한다면 그걸 자유라고, 행복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저자는 '행복한 나라'를 꿈꾸다 문득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의문에 사로잡인다. 저자는 '국가를 소멸시켜야 한다' 고 이야기 한다. 이렇게 과감할 수가 없다.
우리 시대에 딱 맞는 이야기를 과감하고 도발적이면서 유쾌하게 적어냈다.
끝에는 '행복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까지 이끌어 내는 소설이다.
21세기 한복판, 이런 생각과 의문을 혹은 분노를 가지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21세기 한복판, 나의 아로니아 공화국을 읽으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