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연합뉴스) 황봉규 기자

경남 거창경찰서는 3일 여고생을 성폭행하려다 반항하자 마구 폭행한 혐의(강간치상)로 김모(47.사천시 용현면)씨를 긴급체포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8월17일 오후 6시45분께 사천시 사남면 용두마을 앞 농로에서 산책중이던 이모(16.고교.1년)양을 밀어 넘어뜨려 성폭행하려다 이양이 반항하자 폭력을 휘둘러 전치 3주의 상처를 입힌 혐의다.

경찰조사 결과 김씨는 범행 당시 이양을 성폭행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혀를 깨물 려 2㎝가량이 절단되자 그대로 달아나 경찰에 수배된뒤 공사현장에서 일해오다 수배 전단을 본 주민의 신고로 붙잡혔다.

b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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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기사를 보면 생각나는 일이 있다..전에 책울타리님이 선물로 주신 '유진과 유진'이라는 책에선 유아때 유치원에서 성추행 당한 여학생이 커서 겪는 혼란을 다루었다..유아때의 기억을 잃어버린 아이가 중학교때 다시 기억을 찾아가면서 성추행이란 기억을 극복해내는 이야기인데..

이책을 읽으면서 가슴이 아팠다. 유아때 그런 경험이 커서도 정상적인 남자에게 거부감으로 나타 날수도 있기에..어느 기사에선 어릴때 성폭행 당한 여자가 결혼후에 남편과의 성관계에 문제가 있어서 이혼했다던데..

나도 성추행을 겪은 일이 있다..창피하게도 어린 나이도 아닌 대학 졸업후에 잠시 아르바이트 하던 곳에서였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철이 없었다. 그사무실의 상관이었던 30대의 그남자는 큰아들이 4살 정도였고 작은아이가 태어난지 얼마 안되서 집에 가기도 싫어했고, 회식때 같이 한잔하면 집에가면 낙도 없다..요즘 외롭다라며 이야기했었다. 나에게 친철하게 잘해주고 오빠같이 느껴서 위로도 해주고 잘해주었는데 어느날 이상하게 일이 꼬여서...나중에 생각하면 그남자는 계획적이었던것 같고 나는 바보 같이 말려 들었던 것이다..

결정적으로 강간을 하려고 할때, 갑자기 생각난 뉴스가 얼마전에 성폭력 하려던 상대남자의 혀를 깨물어서 잘랐다던가 하는거여서....나도 있는 힘껏 혀를 깨물어 버렸다...갑자기 기습을 당한 그사람은 피가 나고 다친 혀때문에 정신이 없었고 나는 얼떨떨하는 틈을 타서 그자리를 피할수 있었다..

그리곤 다음날부터 출근을 안했다..여성의 전화 같은 곳에 전화 상담을 했지만..미수에 그친 사건이라 입증하기도 힘들고 증인도 없어서..참 어려운 문제라고 했다..그리곤 나를 귀여워 해주시던 다른 상관에게서 전화가 와서 만났다..전후사정을 이야기하자 혀를 찼다..어쩐지 그남자가 다쳤다면서 말을 잘 못한다고 했다..그분도 나에게 힘이 되주지 못하는것을 속상해 했다..

가족에게도 말하기가 껄끄럽고..부모님이 괜히 쫓아가서 난리 치면 어쩌나 싶기도 하고..법적으로 힘들다는데 우리 가족이 괜히 그남자에게 상처 받는것도 원하지 않아서..똥 밟았다 생각하면서 .그냥 묻어 두고 말았다..지금 같으면 어쨋든 공론화 시켰을지도 모르지만 25살인 나는 어린 여자 아이일 뿐이엇다..

여자들이 성추행이나 성폭행을 당할때 사람들은 여자가 남자에게 그럴 여지를 주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야한 옷을 입었거나 술에 취해서라던지 하는 이유를 만든다. 하지만 모든 여자들이 모든 남자들을 성푹력 가능범으로 대하지 않는 것처럼, 항상 본인이 당할수 있다는것을 염두에 두고 행동하지는 않는다..그러다가  믿던 도끼에 발등 찍히면 여자도 책임 있다는 헛소리를 듣게 되는거다.

대학을 졸업한 다 큰 나도 그런일을 당했는데..더 어린 여자들은 어떨까? 지금은 원조 교제가 신문에 오르는것이 하도 흔해서 10여년전의 나와는 다를지도 모른다. 아이들도 알거 다아는 지도..하지만 아니라고 본다..작정하고 속이려는 상대에겐 방법이 없는거다..

자라는 딸들에게 모든 남자들을 성폭력가능법으로 대하라고 교육 시켜야 할지 착잡한 마음이다..하지만 순진한것이 무지한것일 수도 있다..품안에 자식이 귀하다면 진흙탕 같은 사회의 더러운 면을 가르칠 필요가 있다..그래야 미리 예방 주사를 맞아서 이겨낼수 있는 것이다.

성이란것도 본인이 책임이라고만 할것이 아니라 미리 가르쳐야 할것이다. 성폭력,성추행 대처법등을 다 알고 있으리라고 생각해도 막상 다치면 도움을 받을곳이 없다..본인의 몸을 지킬수 있는 방법등을 학교에서 교육 시키는것도 좋을것 같다. 시츄에이션식으로 상황별 대처법등을 가르치면...직장내 성폭력이 이제야 규제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선 언어적인 성폭력에 관대했었다. 간단한 신체 접촉도...너무 법적인 규제는 문제가 있겠지만 여자에게 성추행 당하는 남자가 법정에도 선 만큼 건전한 남여 관계를 위해선 법적인 규제와 적절한 교육이 필요할것 같다.

그사건은 나에게 남자들, 특히 30대의 유부남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심어 주었다..그래도 뒤에 현재의 남편을 만나서 정상적으로 잘 살고 있지만 문득 생각 날때도 있었다..그리고 두아이를 낳고 육아에 힘들어 지칠때...나를 추행했던 그남자도 이런 집안의 가장이었겠지 싶어서 우리 남편을 다시 보게 된다..혹시 우리 남편도 하면서...

10여년전엔 나에게 큰 내상을 준 일이었지만, 이젠 이런 기사를 통해서 기억되어 질뿐이다..살면서 인생은 여러가지 샛길이 나타난다. 그때 내가 도망쳐 나오지 못했다면..하는 가정은 오랫동안 나를 괴롭힌 악몽이다. 나는 다행히 도망칠 기회가 있었고 지금은 잘 살고 있다..그렇지 못한 다른 여성들은...참 생각하기가 답답하다..본인의 뜻이 아닌 성폭력은 자동차 사고와 같다고 한다..어쩌다 당한거다..그리고 후유증이 남는다..

간단한 기사를 읽으면서 불행과 행복을 왔다 갔다 한다..그런일을 겪었다는것은 불행이고, 아무일도 없었다는것이 행복이고..불행으로만 끝나지 않아서 더욱 행복하다..내 기억속의 상처는 이젠 다 아물었지만 상처는 남아 있다..앞으로 다른 여자에겐 이런 상처가 안 생기길 바란다..특히 유아 성폭행은 딸을 키우는 엄마로서 도저히 생각하고 싶지가 않다. 우리딸에겐 크면서 나이에 맞는 성교육을, 자신의 몸을 지키는 법을 꼭 가르쳐야겠다..성에 대해 무지한것은 죄가 되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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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ylontea 2004-09-03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하는 부분이 참 많습니다. 딸을 키우고 있으니.. 적당한 때에 적절한 방법으로 성교육을 시킬까 합니다만.. 거부감없이 어떻게 잘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이됩니다.

진주 2004-09-03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니님의 말에 공감합니다.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구요. 불행히도 우리 사회에서는 많은 여자들이 한 번 정도는 경험하지 않을까 싶어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저도 학생들과 그부분을 자주 토론의 주제로 삼아요. 성이 남을 괴롭히는 도구가 되지 말았으면 해요. 잘 보고 갑니다.

ceylontea 2004-09-03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박찬미님..찌찌봉~~!!
다시 생각하니.. 이건 딸 가진 부모뿐아니라 아들을 키우는 부모 역시 잘 교육시켜야 할 것 같아요. 더이상 이런 문제가 여자만의 문제가 아니며.. 성폭행 당하는 여자가 나의 딸과 아내가 될 수 있잖아요.

2004-09-03 15: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진/우맘 2004-09-03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 키우기 무서운 세상입니다....
미수에 그쳤으니 성님에게 내상이 없을거라고, 그 누가 말할 수 있겠습니까.
답답하네요...

가을산 2004-09-03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는 수니님보다 어렸을 때, 즉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 '추행'정도 당한 것 같습니다.

맹추같이 초등학교때는 몸을 만지는 게 '추행'인지도 몰랐어요. 
그런데, 그 추행을 하려고 했던 사람이 학교 사환이었답니다.

중학교때부터는 '어쩐지 이상하다'라는 생각에 피할 수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쎄, 과외 선생님이 책상 밑으로 제 종아리를 처음 만졌을 때, 제가 보인 첫 반응은 그냥 선생님을 보고 어색하게 웃은 것이었답니다. 
나중에 그 선생님이 '벌'을 준다면서 문제 틀린 친구들 목뒤로 손을 넣는 벌을 주었는데, 그것을 보고, 저는 목도리를 두르고 앉아 수업을 했습니다. 그런 것이 반복되자 엄마에게 일렀고, 얼마 후에 선생님이 바뀌었어요.
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그게 바로 추행인지도 몰랐어요.

그 이후는...... 별일 없이 지났습니다.
물론 추행의 '시도'는 있었지만서도.....  버스 안의 낯선 남자,  횡단보도의 '야타'족, 기차안의 유부남, 전철 안의 스토커...  참 한숨 나요.   이런걸 제쳐두고 인간 본성 운운하고 앉았으니....

요즘은 우리들이 중고생때 받았던 성교육 수업보다도 더 상세한 성교육을 초등학교 고학년들에게 하는 것 같아요. 우리 아이들은 저처럼 맹추짓은 안하겠죠.  --;;


sweetrain 2004-09-03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세상이 무섭다..는 거, 특히 혼자 사는 여성에겐 더 무섭다는 걸 참 많이 느끼게 됩니다...

마태우스 2004-09-03 1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추행의 80% 가량이 면식범이고 계획적이랍니다. 그러니 그 책임을 여자에게 덮어씌우는 건 아주 우스운 일이지요.

sooninara 2004-09-03 1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플 달아 주신 모든 분들...그렇죠? 여자라면 어느정도 다 당해 본 일이죠? 심하냐 안 심하냐 정도이지..
따우님..맞아요..저도 성추행이라고 쓰기보다는 강간 미수라고 써야할걸 그랬네요..그당시엔 얼마나 놀랐는지..제가 학교 다니면서 별로 인기가 없어서 그럴 상황이 없었거든요..^^ 남학생들이야 잘하면 키스 당하는 정도였지..강간이라니...그런데 저보다 10댓살 많은 유부남이다보니 또 다르더군요..
마친구님..아는 사람중엔 친척도 많더라구요...그런일을 당한 여자들은 어느정도 내상이 남는다고 봐야해요..ㅠ.ㅠ..저도 스스로를 학대 했었다죠..왜 그렇게 바보같이 그런 상황을 만들었을까? 넌 의심도 안하냐? 면서요...
가을산님..저도 버스에서 몸에 밀착하다가 따라 내리는 이상한 남자때문에 숨 넘어갈뻔한 일도 있어요..지하철에서 누가 만진건지 제 엉덩이에 손이 지나갈때..참 기분이 더럽죠..
가을산님도 어릴때였으니까 어떻게 대응할지 모르신거죠..전 '내몸은 소중해'라는 책을 은영이와 재진이에게 외우게 읽혔는데요..어린이몸을 만지려는 어른에게 이야기 합니다.." 만지지 마. 내 몸은 소중해'라고요..어릴때 이런 교육을 시키는것이 필요해요..

아영엄마 2004-09-03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니나라님..제가 그 책을 보면 운 것은 저 역시 아주 어릴 적의 어두운 기억이 남아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남편에게 말한 적이 없지만... 잠깐 들어와서 길게는 못 적겠네요.

nugool 2004-09-03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래미를 조심스럽게 잘 키워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아들을 정말 잘 키워야 하겠다는 생각이 요즘 간절합니다. 성에 대해 바르고 건강하게 생각할 수 있도록 말이죠. 저도 떠올리고 싶지 않은 씁쓸한 기억이 있는데요, 알고 보면 많은 여자들에게 하나씩은 그런 기억들이 있는 것 같아 놀라곤 합니다. 정말 슬픈 일이예요.

반딧불,, 2004-09-04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린이성교육..특히 청소년성교육과 상담
그리고 여가와 취미..
참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책 읽으면서 저도 같은 여자라서 더욱 가슴이 아팠구요.
사실 성교육 제대로 받은 적도 없이 결혼하고 아이 낳고 사는 요즘..
자연스러운 것이다라고 한마디쯤 듣고 컸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답니다.


그리고, 님...
이제 괜찮으신거죠??

sooninara 2004-09-04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자라면...살다가..한번쯤은 겪었다니...ㅠ.ㅠ...
반딧불님..지금은 물론 괜찮지요..하지만 이런 기사를 보거나 책을 읽으면 마음이 짠하답니다..
아들을 잘 키워야한다는거..항상 기억하고 있어요..우리 아들이 가해자가 될수도 있는거니까..올바른 성교육으로 건전사회 이룩하려면 집에서부터의 성교육과 학교등에서의 교육이 연계되어야 할것 같아요..지금처럼 너무 원론적인 교육 말고...피해자의 인터뷰를 보여준다던지 해서 본인의 순간적인 실수가 어떤 결과가 되는가를 보여준다면 성추행이나 성폭력은 줄지 않을까요?

로드무비 2004-09-04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야 즐겨찾기하는 저를 불쌍히 여겨 주세요.
섬뜩한 이야기네요.
아무리 단도리한다 해도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지뢰가 숨겨져 있습니까.
딸아이 혼자 문방구 가고 가게에 갈 때가 있는데 따라가야 하나 말아야 하는
고민이 있습니다. 너무 무서워요.
수니나라님은 참 현명하게 잘 대처하셨고요.
글까지 올리시니 존경하는 마음이 와락...^^

sooninara 2004-09-06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되서 이젠 상처가 이겨낼만 합니다..그리고 다른 서재쥔장들도 여러가지 맴속의 일을 페이퍼로 올리시기에..용기를 낸거죠..
큰아이는 아들이라 어디 보내도 걱정없는데..둘째는 딸이라서..벌써부터 걱정입니다..
우리집 근처는 아니지만 조금 떨어진 광명에서 신문 전단지 온거보니까..9살 여자아이가 인라인 스케이트 타고 나갔다가 실종되서..부모님이 찾으려고 전단지를 돌리셨더군요..
그런데 나중에 신문에 났는데...몇일만에 시체로 발견되었다는...참 무서운 세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