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영이가 사라졌다.
어제 (금요일) 저녁 8시가 돼도 은영이가 집에 오지 않았다.
6시까지만 놀라고 했었는데 낮이 길어져서 7시까지 놀고 들어오기 시작해서..
유달리 낮이 길게 느껴지는 날이라서 7시30분까지는 놀고 오겠지하면서 기다렸다.
8시가 되자 갑자기 어둑해지고..
아이가 안오니 재진이와 걱정하다가 친구집에 전화를 했다.
"혹시 은영이가 그집에 있나요?"
"00랑 은영이가 홈에버에서 집으로 오고 있다고 전화 왔었어요."
은영이 친구인 00의 언니가 말한다.
순간 눈앞이 아득..
홈에버는 우리집에서 버스로 5~6정거장 떨어진 곳에 있는데..
어떻게 갔다가 온다는건지..
00양 엄마와 전화 바꿔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00와 은영이가 시식도 하고 구경도 한다고 홈에버를 걸어서 갔고..
지금 집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수신자 부담으로 전화가 왔단다.
우리집에도 전화를 한듯한데..수신자 부담 전화를 자주 안해본 은영이는
통화에 실패한거다.
00양 엄마는 "30분 정도 기다리면 올거예요"
순간 할말이 없었다.
그집은 큰딸이 있어서인지 전에도 걸어서 홈에버에 간적이 있었나 본데..
은영이는 보호자 없이는 안양천도 못나가게 했었는데..
그집은 태평한건지 딸을 믿는건지..아니면 표현을 안하는건지..헷갈린다.ㅠ.ㅠ
00양의 엄마와 전화를 끊고 30분정도 있자 은영이가 집으로 들아왔다.
종아리를 몇대 때리고..무릎 꿇고 앉아서 손들고 있기를 조금 시키고..
반성문을 쓰라고 했다.
잠자는 아이 얼굴을 보면서 기가 차기도 하고..
회식한다고 안오는 남편에게 전화해서 속상한 마음을 이야기해도 가슴이 답답하다.
아이 키우기가 힘들다.
이번주에 좋은 엄마 한번 해보겠다고 안하던 짓을 시작했다.
책 읽어주기..그것도 네버랜드 클래식의 피노키오..
잠들기 전에 30~40분 읽어주고..뒷 이야기가 궁금한 재진이는 혼자 조금 읽고..
그날 밤은 은영이는 대충 줄거리만 이야기해주고 재진이가 읽은 다음부터 조금 읽어주기를
며칠째하고 있다.
오늘 아침 재진이가 "엄마. 저 어제 피노키오 남은거 다 읽었어요"한다.
"그런데..은영아...너 정말 피노키오 같다"
"왜?"
"피노키오가 친구 꾐에 빠져서 집 나간거나..여우의 꾐에 빠져서 금화 심으러 갔던거나..
은영이는 피노키오랑 비슷하네"
오늘부터 다음주까지 친구들과 놀기 금지..
피아노 학원 다녀오면 집에서 혼자 놀면서 반성하기를 시켰다.
일주일간 과연 반성을 할지..
반성문이라고 쓴거 보면..아직 자기 잘못이 뭔지도 모르는거 같기도 하다.
송은영...너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