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결혼식 끝나고 눈길을 헤치고 고속도로를 타고오니 대구쪽은 눈이 안온다.
그래도 전날의 음주가무로 피곤했는지 (5명이 찜질방 간다고 나갔다가 노래방에서 2시간30분을 놀았다)
약간의 차멀미도 나고..매직데이 앞이라 몸이 천근만근..기분도 살짝 안좋다.

집에 와서 대충 저녁을 먹고 아이들에게 일기를 쓰면 개콘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남편은 이미 침대로 가 버렸다.
일기를 쓰다가 싸우기 시작..은영이는 또 납작 업드려서 삐침 모드..
날이면 날마다 되풀이 되는 두아이의 싸움이 갑자기 엄마를 돌게 만들었다.

헐크로 변한 엄마는 은영이의 새 일기장을 찢어 버렸다.

'너 일기 쓰기 싫으면 쓰지마. 대신 엄마집에선 엄마의 규칙을 따라야 하는데..
 그게 싫으면 이집에서 살지마.' 하며 엉덩이도 몇대 때렸다.

울고 불고 난리난 아이를 자라고 방에 가두고..
일기 다 쓴 재진이도 자라고 이 닦으라하니 텔레비젼 못 보게 되서인지
욕실에서 흐느낀다.
두 아이 재우고 캔맥주 한잔 마시고 잠들었다.

 

오늘 저녁 일기를 써야 하는 은영이는..
"엄마. 공책이 없어요" 한다.

얼마전에 산 스쿨버스 11권 책 배송올때 선물로 온 스쿨버스 공책을
재진이가 가져가 버렸는데 (은영이가 집에 없어서 안 싸우고)
재진이에게 "이 공책은 칸이 넓어서 4학년이 쓰기엔 좀 그렇다.
은영이 일기장으로 쓸 공책이 없으니 니가 선물로 줘라"했더니
마지못해 내 놓는다.
"오빠..고마워" 은영이가 인사해도 대답도 안한다.ㅠ.ㅠ

은영이는 기대도 안한 스쿨버스 일기장이 생기자 하늘을 날듯한 표정.



엄마가 미친척해서 아이들이 변하겠는가?
알면서도 뚜껑이 열리니 나도 아직 철들긴 멀었다.

(역시 예상대로 오늘 매직에 걸렸다.
이것들아..엄마가 그날되면 싸우지 말란 말이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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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29 22: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sooninara 2007-01-29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숨은님..정말 그 방법을 써볼까요?
새해 아이들 안때리겠다고 결심하곤 한달을 못가네요.
폭력남편들도 이런 맘이겠죠? 정말 아이들은 단순해서 오늘은 '호호'거리는데..
오히려 혼낸 엄마만 하루종일 가시방석이었다는.ㅠ.ㅠ

무스탕 2007-01-30 0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애들이니까 '호호' 가 가능하죠? ^^ 울 애들도 1시간을 못 넘긴다니까요..

책읽는나무 2007-01-30 0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휴~
은영이랑 재진이도 이해할꺼에요.
훗날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보면...크크

아영엄마 2007-01-30 0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공... 일기장을 찢는 선까지 가셨군요. 저도 쓰라고~ 쓰라고 잔소리하다 열받아서 그런 소리 했더니만 얼른 쓰러 달려가더군요. 그래봤자 얼마 쓰지도 않구... ㅡㅜ

꽃임이네 2007-01-30 0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 ~저희집에선 늘 있는 일상이라서 ...에궁 ㅠㅠ
참 아이들키우는게 젤루 어려운지 ..님도 마음 아프셨겠어요 .


씩씩하니 2007-01-30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님 왜 그러셨어요?,,,,,은영이..딱하징...ㅋㅋㅋ
그래도,,님 엄마가 때로 당연 그럴 수 있는거에요,,넘 마음 쓰지 마세요~~~
저도 늘 생각은 있는데..매직데이 앞에는 님 말씀따나 뚜껑 열려요~~~
엄마도 그럴 수 있죠모~~ㅋㅋㅋ
그래도,,살짝,,은영이한테 맘이 가는 씩씩하니도 이해해주실꺼져??/ㅎㅎ

2007-01-30 11: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07-01-30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어제 설겆이 하다가 갑자기 열 받아서 소리 질렀답니다. '아아아악~~~지금부터 셋 셀동안 샤워하러 들어가지 않으면 열대씩이닷' 바로 들어가더이다..그리고 이어지는 키득거리는 소리.......아....엄마는 정말 도인이 되어야 해요. 우리 올해는 헐크가 되지 않도록 노력해요. ㅠㅠ

sooninara 2007-01-30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스탕님. 그러게요. 아이들이라 순수한건지 뭘 모르는건지..ㅎㅎ

나무님..쌍둥이 키우느라 힘드시죠? 그거에 비하면 별것 아닌 일인데..제가 수양이 부족해요.

아영엄마. 두아이가 티격태격 날마다 같은 레파토리로 지치지도 않아요. ㅠ.ㅠ
다음날 남편이 '누워 있는데 소리 다 들었어'하더군요.

꽃임이네님. 그집도 그런가요? 괜히 안심이 되는..ㅎㅎ

씩씩하니님. 은영양은 새공책에 기분 좋아 룰룰랄라~~하고 있어요^^

숨은님.넵. 기다리겠습니다. 그리고 울증이라니..겨울이라서 그럴까요?

세실님. 소리야 매일 지르죠.ㅠ.ㅠ 엄마의 참을성만 기대하기엔 정도를 넘어설때가 있어요.

ceylontea 2007-01-30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궁.. 지현이도 이젠 좀 컸다고 제 말만하고, 제 요구사항만 말하고.. 어찌나 고집을 부리는지.. --; 엄마는 힘들어요..

진주 2007-02-06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날이라서 그래....이게 죄다 그 날이라서 생긴 일....ㅠㅠ
토닥토닥.....
(저도 지나놓고 보면 그런 날은 그날이더라구요..ㅠㅠ)

sooninara 2007-02-06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론티님. 지현이도 이젠 고집 부릴 나이죠?

진주님. 엄마가 부족해서리..그날인거 아면 참아야하는데..울컥해서리..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