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여기인가 ㅣ GD 시리즈
사카모토 유지 지음, 이도희 그림, 이홍이 옮김 / 알마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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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곡으로 일본작품을 만난 적이 거의 없다는 사실에, 호기심이 발동했다. 이미 우리나라에서 공연도 했다는 사실은, 책을 읽고 나서야 알았다. 두껍지 않아 쉬이(?) 읽게 될 거란 생각은 나의 오만이었다.


느낌상 한적해 보이는 주유소에 갑자기 이복형제라는 사람이 찾아온다.그런데 왜 간호사가 같이 온 걸까..생각할 틈도 없이, 등장 인물들은 서로 자기말만 쏟아낸다. 적어도 처음 느낌은 그랬다. 그러다 어느 순간, 주유소 사장과 소설가인 이복형의 에피소드가 보이면서, 이 작품에서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일방적인 관계에 대한 무언가를 말하고 싶었던 건 아닌가 생각했다. 네 사람 모두 상대방의 말은 듣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말만 쏟아낸다. 정상적인 관계로 도저히 볼 ..수 가 없다, 그리고 바로 이런 생각이 든 순간, 우리가 지금, 힘든 이유에는, 상대방의 말은 들으려 하지 않고, 오직 내 말만 하는 상황이라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소설가 네모리 마코토와 간호사 시메노 가요코를 통해 인간의 본질을 드려다 본 기분이 들었다.


소설가는 타인의 비극조차 자신의 이야기와 논리로 세상을 해석하려고한다. 시메노 가요코는 지카스키 유타로의 진실을 목격했지만, 그 사실을 입 밖으로 꺼내는 걸 두려워한다.입 밖으로 소리를 낸 사람만이 자신말의 말을 하는 건 아닐수도 있는 거구나. 침묵도 때론 오로지 자신 안에만 머무는 소리일수도 있는 거구나.겉으로 드러난 목소리만으로는 저들의 진심을 알아채기가 쉽지 않았다. 자기말만 하는 사람들이, 상대방의 마음을 알 수 있다는 건 오만이다.

나 역시 작품 속 인물들의 목소리를 들으면서도,내 느낌에 더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일방적인 소통이 쏟아내는 소리는,대화가 아니라 소음이란 생각. 그러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지금, 우리는 일방적인 소통을 하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도돌이표같은 질문(만) 반복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왜 내 말을 제대로 들어주지 못하는 걸까.라는 의문이 든다면 잘 들어 주고 있는가.를 생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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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여기인가 ㅣ GD 시리즈
사카모토 유지 지음, 이도희 그림, 이홍이 옮김 / 알마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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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만 하다 보면..우리는 또 여기에 갇히게 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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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그걸 믿습니까? 이유가 뭔가요? 교수님은 중요한 문제마다 사람들에게 질문하곤 했어요.그분이 견디지 못하는 건 사람들이 남의 말을 앵무새처럼 따라하는 거예요.

(...)

'하시려는 말이 도대체 뭡니까? 이렇게 질문하며 미간에 주름을 잡으시지요. 내 학업 첫 해 마지막에 교수님은 대강당에서 '계몽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어요. 계몽된 사람은 두 가지 질문을 언제나 해야 한다고 하셨지요. '나는 정확하게 무슨 생각을 하는가?' 와 왜 그렇게 생각하나?' 였어요.(...)"/373쪽









요즘 사람들로부터 내가 가장 피곤하게 느끼고 있는 문장을 만나 반가웠다. 어디서 봤다고 말하지  말고,스스로의 생각을 말할수 있다면, 지금보다 더 혐오스러운 상태로 서로가 서로를 바라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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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모두를 용서하고 모두에게 용서를 구한다. 됐나?

(...)

어떤 러시아 작가가 자살하기 전에 그것과 비슷한 말을 남겼지. 안트레이가 말했네.그는 일주일 동안 찾아보고 그 작가가 누군지 알아냈어. 블라디미르 마야콥스키는 '나는 죽는다.그 누구도 탓하지 않는다. 제발 쓸데없는 수다는 없기를. 죽은 자는 그걸 경멸했다' 라고 썼다네" /390쪽











성격 급한 나는... '어느' 러시아' 작가 까지 읽고..친절한 제미나이에게 물었다. 조금만 더 읽어내려갔다면, 검색없이 작가 이름을 알게 되었을 텐데...그러나 작가 이름을 검색해 본 덕분에, <언어의 무게>에서 번역된 문장과는 또 약간 다른 뉘앙스로 소개된 번역글을 읽었다. 어떻게 번역하는가에 따라 이렇게 느낌이 다르다는 게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다. 선뜻 손이 가게 될 작가는 아닐것 같은데..그래도 언제가 읽게 되는 날이 온다면 반갑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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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 언어보다는 그들이 요구하는 무조건적 권위와 관계있는 말이었어요. 의사는 환자가 해명을 요구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환자가 자기에게 가장 중요한 삶과 건강의 문제에 대해 의심을 표하거나 좀 더 세부적인 이유를 들으려고 하면 말이지요.(...)"/312쪽



" '틀린 봉투에 틀린 사진이 들어 있었군' 그가 무덤덤하게 말했어요. 운전해서 아빠에게 가면서 엄청난 안도감이 온몸으로 퍼졌지만 동시에 증오가 폭발했어요. 모레티와 레오나르디,병원과 의학 전체를 향한 분노 오만한 하얀 카스트와 허영심 많고 잘난 척하는 그들의 말에 대한 분노 그들이 칠칠맞지 못해서 아빠의 인생에서 몆 주를 도둑맞았어요. 변상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 '그들'이었어요" /316쪽










사망선고를 진단받았는데.. 어느날 오진으로 밝혀지게 된다면.. 내가 죽지 않아 다행이란 고마움도 있겠지만, 오진에 대한 사과 한 마디 없는 의사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그렇지 않은 의사들도 있고, 잘못을 인정하는 의사도 있겠지만, 대다수는 그렇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 저들의 오만을 너무 자주 지켜봤기 때문에..레이랜드와 바뀐 그는, 아무렇지 않다는 소견을 받았지만, 결과적으로..그의 인생도. .. 의사도 인간..이니까, 실수 할 수 있다는 건 우리 모두 알고 있다. 그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 다는 것이 문제인거다. 그들이 하는 말의 무게를 생각하면 좋을텐데....너무 큰 바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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