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은..

도서관 찬스를 이용할까 고민하는 책을 주저함 없이 구입하게 만든다.










"자비를 베풀어 멈추게 해달라고 누군가에게 애원하고 싶었지만 계속해서 한 벌 한 벌 모피를 입었다. 고집스럽게.그녀에게는 진정한 악몽이 되어버린 이 상황을 멈출 권한이 없는 듯했다(..)"/19쪽 '산타로사에서 오는 비행기'



"엑토르는 어머니를 안심시키고 싶었고 정부와 뜻을 같이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다섯 경찰 앞에서 필요한 모든 조치를 했으며 따라서 어머니는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하고 싶었다(..)"/45쪽 '잘린손'











<나는 혼자고 지금은 밤이다>를 책방에서 골랐다. 지난해부터 읽어볼까 고민(만) 하던 책이었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이야기를 들려줘요>와 나란히 누워 있는 것도 반가웠는데, 나는 혼자..를 소개하는 문구를 보는 순간 고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야기는 이야기를 불러오고 매혹은 매혹을 불러온다".... 두 편을 읽었는데, 읽고 싶어한 책을 떠올릴 문장을 발견했다.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 일 수도 있겠지만..더 궁금해졌다. 이야기는 이야기를 불러오는..게 확실하다^^

읽어야 할 책 리스트가 늘어가는 것도 기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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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된 이상 포항으로 간다
정보라.최의택 지음 / 요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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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완주>를 읽으면서, '도시' 이름 들어간 소설에 궁금증이 생겼더랬다. 막상 '완주'는 내가 알던 도시와는 무관한 이야기였으나.. 덕분에 깨달았다.내가 보는 시선이,얼마나 좁은지..에 대해서.

그럼에도  '도시' 이름의 '이야기'는 여전히 내 호기심을 자극한다. 사실 '도시' 이름이 들어가지 않은 <대온실 수리 보고서>에 만난 강화도 장소들을 떠올려 보면.. 굳이 '도시' 제목을 따라갈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무튼 그런 이유로 해서 <이렇게 된 이상 포항으로 간다>를 읽게 되었다. 지금까지 단 한 번 밖에 가보지 않았던 포항..을 읽으며, 다시 포항을 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으면 하는 바람을 품고...


"(...) 마음이야 왜 안 그럴까 하지만 마음이라는 게 얼마나 덧없고 오히려 배반적인지 의택은 불과 3년 전에 질리고 겪고 겪었다(..)"/87쪽



굳이 포항까지 가지(?) 않아도 될 이야기였다. 어느 때보다 고차원적인 사기로 넘쳐나는 세상속에서 살고 있다보니.. 사기를 당하고..그 사기범을 찾겠다고 포항까지.. 간다. 어떤 확신도 없으면서.. 그런데 확신이 없어서.. 그렇게라도 해보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시추공'에 현혹된 사람들은 뉴스에 보도 된 것이 전부는 아닐테니까...바다끝까지라도 가보고 싶었던 걸까?  왜 굳이 포항까지 일까 생각하다가..우리가 사기를 당하는 이유를 알았다. 사기를 당한 이들은 여전히 헤어나오지 못한다. 그렇다고 그들을 '바보' 라고 단정지을수도 없다. 그리고 여기서 딜레마 하나가 등장한다. 가해자이면서 동시에 피해자일수도 있는 '보라' 같은 사람.. 그녀가 안쓰럽다는 생각을 하다가, 그래도 가해자로써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야기는 또 다른 사기(?) 피해자들을 등장시키는 바람에 피식 웃음 나게 했다. 내 돈을 잃어야만 사기를 당했다고 말할수 있을까? 온전한 사고를 할 수 없게, 가짜뉴스로 사람들을 세뇌시켜버리는..그들도 사기 가해자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들을 사기 가해자라고 말하지 않는다. 우리가 영원히 '사기' 라는 어둠에서 벗어나올수 없는.벗어나기 힘든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굳이 포항까지 가지 않아도.. 광화문 앞을 지나기만 해도.. 아니 공원 산책길 이어폰 없이 흘러 나오는 소리만 듣고 있어도 알 것 같다. 지금도 사람들은 여전히 자신의 무언가를 사기 당하고 있구나..하는..


생각했던 것만큼 재밌게 읽지 못했다.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이라..소설이란 느낌을 받지 못해서 그랬던 것 같다. 굳이 포항까지 가지 않아도...다 알고 있는 ..그런데 왜 여전히 우리는 사기로 부터 자유로울수 없는 걸까.. 명쾌한 답을 얻지 못했는데, 그게 정답인지도 모르겠다. 답을 누군가 준다면..아마 그 틈을 노린 무언가로 부터 우리는 또 사기를 당할수 밖에... 욕심도 내려 놓아야 겠지만,세뇌당하지 않으려는 노력에 집중하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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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왕 아침이슬 셰익스피어 전집 14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김정환 옮김 / 아침이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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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반호>를 읽으면서 로빈후드와 아서왕..을 이어 읽으려고 했다. 그런데 셰익스피어의 민족사극시리즈를 먼저 만나보고 싶어졌다. 예전 아침이슬에서 시리즈가 나왔을 때 너무 어려운 것 같아 포기했었는데, 나이가 든 덕분(?)인지.. <아이 반호>를 재미나게 읽게 된 영향인지 망설임없이 '존 왕'을 골랐다. 그리고 너무 잘 읽혀지는 건 이제 놀랍지도 않다.^^



"(...) 이해타산이지 세상을 볼링공처럼 치우치게 만드는/세상은 제 혼자 균형을 잡고/ 평평한 땅을 평평하게 굴러가게 돼 있건만/ 결국은 이해타산이 악행으로 이끄는 이 치우침이/ 동선의 휘어짐이 이 이해타산이/ 그것을 달아나게 만들어 온갖 공평무사로부터/ 온갖 방향 목적 과정 의도로부터/ 그리고 바로 이 치우침 이 이해타산/(...) /2막1장 부분 51쪽  권력자들만 모르는 말인가 싶지만, 서로의 실리가 작용하는 곳 어디든 저와 같은 문제가 생김으로 해서 우리는 시끄러운 세상을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지도 모르겠다. 얼마전 본 영화 '남쪽'이 떠올랐다. 스스로 균형을 잡기위해 추를 부여잡고 있었던 건 아닐까...  스콧의 <아이반호>에서 살짝 등장한 존 왕이 셰익스피어 작품에서는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뿐만 아니라, 조카 아서 플랜타저넷 사이의 갈등이 그려진다. 세조와 단종의 관계가 유독 잔인하게 보였으나, 세계사를 살펴보면, 유난스럽지 않은 장면 일수도있겠다 싶다. 권력에 대한 욕심은,형제도, 조카도,부모도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기차여행 하는 왕복 6시간동안 충분히 읽을 만큼 <존 왕>의 이야기는 길지 않다. 그런데 <아이반호>를 읽은 덕분에 숨어 있을지 모를 행간의 의미를 찾아 헤매는 수고는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물론 온전하게 다 이해하며 읽었다고 자신할 수도 없다. 역사적 사실에 작가의 상상력이 스토리텔링 되었을 것이 분명하므로.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일지..는 모르겠다. 중요한 건, 존 왕이 무능하고,탐욕스러웠던 건 사실이란 점이다. 무능과 탐욕스러움을 가진 리더의 모습은 비겁함으로 그려진다는 사실도 부정하기 어렵다. 과거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지난날의 이야기로 읽혀지지 않는 까닭은, 셰익스피어선생도 여전히 저와 같은 군주를 경계해야 한다는 걸 보여주기 위함은 아니였을까 싶다. 무능하고 탐욕스럽기만 했던 왕은 죽는 그 순간까지 비겁했으며, 자신으로 인해 고통받았을 이들을 위한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물론 작가의 상상력이 발휘된 장면일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 추위로 날 위로해 주십사 할 놈도 없을 테고 난 너희한테 대단한 걸 요구하는 게 아냐/내가 애걸하는 건 차가운 위안이야/ 그런데 너희는 너무도 인색하고/또 너무도 배은망덕하게도 그걸 안 해 주는구나/ 147쪽




ps...

이제...

리처드 2세로 넘어갈  생각이다.그런데 출판사가 살짝 고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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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
김기창 지음 / 민음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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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 여행을 다녀왔다. 아는 것이 전무하다 보니,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검색을 해보게 되었고, '마산' 이란 심플한 제목의 소설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읽게 되었다. 그런데 소설을 읽었다는 기분보다는, 마산에 대한 다큐를 읽은 기분이었는데, 그곳을 알고 싶었기 때문에 흥미롭게 읽어낸 것 같다. 왜냐하면, 책 속에서 언급된 장소들을 직접 찾아가 볼 수 있는 계기도 되었지만, 비슷한 시선으로 '돝섬'과 그 옆에 나란히 한 인공섬에 대한 소감이 딱 내 마음 같았기 때문이다.



우선 돼지를 닮았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그러나 어쩌면 돝섬이 예전보다 나무들이 많이 사라진 건 아닐까..생각했다.


"돝섬이 이렇게 예쁜 곳이었어?

과연 바다 위의 조각 공원이자 화원이라고 부를 만했다."/ 194 쪽


온전하게 돝섬을 만난 건 아니지만, 그섬에 가고 싶다는 바람이..쉽게도 가능할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만으로도 즐거웠다. 밤의 돝섬도 언젠가는 만날수 있기를.. 70년대부터 2000년대의 마산이 그려진다. 그 유명한 한일합섬이 마산에 있었다는 사실도 이제서야 알았다. 내게 마산은 오로지 문신미술관을 찾아봐야 하는 곳 정도로 기억되어 있었는데..소설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장소는 돝섬이었다. 아니..내게 가장 크게 각인된 장소가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해서 그 옆으로 나란히 한 인공섬을 보면서 답답했다. 저 곳에 멋진 공연장이 만들어졌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소설에서 그에 대한 비토가 화가나면서도 통쾌하다. 지금이라도 정신차리고 멋진 공간으로 탈바꿈 할 수 있다면 좋을텐데..


"(..) 아버지는 인공섬이라면 치를 떨었다. 수천억 원을 들여 마산에 제일 필요 없는 것을 만들었다고 왜 세금을 바닷길을 막는 데 쓰는 거냐고 마산이 땅이 부족해서 쇠락중인 거냐고 날로 깨끗해지는 마산 앞바다에 왜 저런 짓을 하느냐고 아버지가 그 말을 할 때 곁에 있던 해당 지역 전 시의원이자 목재상을 운영했던 아버지 친구는 좀 더 원색적으로 시의 행정을 비난했다.

내가 그렇게 반대했는데 다들 상상력이 일관돼 머리에 시멘트만 들어찼어세금을 갖다 쓰는 방법이 바다 메꿔 땅 만들고 콘크리트 건물 짓고 다리 놓고 보를 쌓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거야(..)"/193쪽


차마 욕까지 쓰고 싶지 않아 생략했으나, 상상력의 부재에 격한 공감을 했다. 인공섬이 만들어지기 전 마산 앞바다는 모르겠으나, 인공섬을 보는 순간, 바다와 어울리 풍경은 콘크리트가 아니라, 예술..이었다. 마산은 산업화를 일으킨 도시이기도 하지만, 예술의 도시이기도 하다는 걸 너무 빨리 망각해 버린것이 아닌가. 부러 케이팝가수 공연도 보러 오는 시대인데.....이 마음은 문신미술관에 올라서도 느껴진 바다.



문신미술관에서 바라보는 바다 풍경은 너무 매력적이었는데..불쑥불쑥 솟아오른 건물들이 돝섬도 가리고,오롯이 바다를 조망할 수 가 없게 되어버렸다. 장소에 대한 여행기 보다, 소설로 마산을 접하고 도시를 방문한 덕분에 '마산 앞바다' 라는 표현 부터 낭만적으로 느껴졌던 것 같다. 김춘수 시인이 선생님으로 있었던 도시. 그 선생님께 가르침을 받은 천상병시인이 있었던 도시.. 그러나 소설 속 마산은 뭔가 쇠락해 가는 느낌.. 그러나 ..당당히 민주화의 도화선이 되었던 곳이란 걸 분명히 알고 있는 도시..라는 생각을 했다. 해서 나는 인공섬이 부디 인공섬이 아닌.. 예술이 활활 타오르는 그런 장소가 되었으면.. 그러면 삶이 팍팍한 이들도 가끔은 위로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과거형 도시가 아닌..여전이 현재진행형... 으로 라고 생각했는데,작가님도 그런 바람을 갖고 계신듯하다. 마산에 대한 관심으로 읽게 된 소설이라, 문학적인 아쉬움을 접고 읽어도 섭섭하지 않았다. 다큐와 소설이 합쳐진 형태..같은 느낌... 해서 '도시' 를 소설 제목으로 정한 이야기를 계속 찾아 읽어볼 생각이다.


다음은..

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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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만 한가운데에 자리 잡은 돝섬은 저녁놀 아래서 마치 활활 불타오르는 것 같았다. 무언가의 끝을 의미하는 표지 같기도 했고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성화처럼 보이기도 했다"/45쪽









"왜 이름이 돝섬이고?"

"돼지섬이라고 해서 돝섬이라카데"( 돝은 돼지의 옛말)

"돼지라꼬? 생긴 건 오리 닮았는데 무신 돼지고(...)"/ 52쪽


잘 알지 못하면서 혹 오타는 아닐까 넘겨짚었더니.. 바로 유래를 알려주는 책이 눈에 들어온다.

설화로 이어지는 내용은 이렇다.

"신라시대에 사람들에게 해코지를 일삼던 황금돼지가 바다 속으로 뛰어들어 섬이 되었는데,이후 다시 나타나 난동을 부리던 것을 당대 최고 학자이며 마침 나산 바닷가에 나타난 최치원이 활을 쏘아 죽였다는 얘기다"/52쪽  백성들에게 해코지하는 대상으로 돼지가 등장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비슷한 모양이다... 책에 실린 사진으로만 봐서는 돼지가 연상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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