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으로 알라딘에서 커피를 주문했더랬다. 커피이름(?)도 솔깃했다. 캐릭터 무민도 말해 무엇할까 싶다. 무엇보다. ~여름이란 제목이 들어간 책을 읽을 생각이었기 때문에,더운 여름과 잘 보내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거다. 그러나 여름이 끝나가도록 여름..이란 책은 여전히 예약 상태로 있었고..그러는 사이 아꺼 마시던 무민커피는... 사라져버렸다. 그렇게 커피가 다 사라지게 되고 나서 다시 내 앞에 나타난 두 여름^^

여전히 덥지만, 그래도 여름 안에 있는 동안 여름과 마주할 수 있어 반가웠다. 두 책을 나란히 읽게 된 덕분에, 나는 여름이란 세상을 조금은 다르게 볼 수 있는 시선 하나가 더 만들어졌다. 여름 하면 떠올리게 되는 밝음과, 뜨거움 말고, 숨어 있는 지리멸렬함.같은
기하와 재하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잠깐씩 그림책을 펼쳤다. 기하의 마음과 닿아 있을 지 모를 그림이 있을 것 같아서.그리고 <여름이라는 그림> 에 소개된 그림 같은데, 기하의 마음을 닮은 그림을 찾았다. 어디까지나, 함께 읽게 된 덕분에, 그렇게 보이게 된 영향이 분명하지만..두고 온 여름에는 분명 그러한 마음이 있을 게 분명하다.

(...)사진의 배경이 되는 숲을 골똘히 살펴보았다. 그것이 재하가 찍은 사진이라는 걸 깨달았다. 뻣뻣하게 걸어가는 나와 그런 내게 다가와 슬며시 팔을 두드려는 재하 어머니의 뒷모습. 그 사진을 오래, 아주 오래 들여다보다 나는 서랍 깊숙이 그것을 숨겨두었다"/43쪽 기하의 마음을 한 장 끝내고 찾아본 그림..을 넘기다 조지 클라우센의 <여름밤>에서 멈추게 된 건, 여름밤의 고요함이 조금은 쓸쓸하면서도, 뭔가 마음을 정리하는 듯한 기분이 전해져 왔기 때문이다. 이 그림을 소개한 글쓴이가 그림을 바라본 마음과 나의 마음이 비슷하게 느껴진 것 같아 반가웠다. 조금은 작위적으로 '여름밤'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기하의 마음을 더 알 것 같은 마음....

(...) 사진 속에서 새아버지는 저와 어머니의 손을 꼭 잡고 있습니다.부드럽게 미소 지은 채 손을 맞잡은 세 사람을 보고 있으면 우리가 버티지 못하고 놓아버린 것들,가중한 책임을 이기지 못해 도망쳐버린 것들은 다 지워지고 그 자리에 꿈결같이 묘연한 한여름의 오후만이 남습니다(...)"/88쪽
어쩌면 행복한 한 때를 그린 것일지도 모를 앙리 마르탱의 그림(결혼식장을 위한 스케치:여름, 시골 풍경) 이 재하의 마음과 만나면 쓸쓸하게 보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한 때는 행복했으나, 이제는 행복하지 않은, 아니 어쩌면 그 여름 행복했다고 믿고 싶었던, 지독한 오독이란 걸 알면서도, 재하가 저 그림을 바라 보았을 때 마음이 왠지... 그림 속 저들은 정말 행복한가..하고 물어 올 것 같은 기분. 두고 온 여름의 기억...에 대한 생각이 그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따라왔다.
소설이란 느낌보다 누군가의 일기를 엿본 기분이 들었다. 해서 기하와 재하의 마음을 상상하며 내 마음대로 그림을 찾아 보고 나서야 <여름이라는 그림>이 고른 주제에 '여름의 기억' 과 '여름의 절정' 을 소제목으로 두었다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모두에게 여름이 행복한 시간으로 기억될 리 없지만... 신기한 건 시간이 흐르고 나면 쓸쓸하고, 잊고 싶었던 기억 마져도 '두고 온 '시간 정도로 기억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마냥 쓸쓸한가 싶어졌다.비단 여름만이 아니라, 계절이, 시간이 우리에게 주는 사색의 힘이 아닐까 싶다. 두 책을 나란히 읽게 된 덕분에, 기하와 재하가 두고 온 여름이 마냥 쓸쓸하게만 읽혀지지 않았다. 그 시간들이 그들에게 분명 버티게 될 자양분이 될 거라 믿고 싶었기 때문이지는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