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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편안한 죽음 ㅣ 을유세계문학전집 111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강초롱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4월
평점 :
보부아르에 대해서는 편견 아닌 편견이 있었다. 몹시도 어려울 것이다 라는(도전조차 해보지 못할 정도로^^) 그러면서도 꾸역꾸역 읽고 싶어 구입을 하고, 다시 선물로 지인들에게 주기만 반복...<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에서 유독 보부아르..가 내 시선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 다시 그녀를 읽어 볼 용기를 갖게 했다. 물론 <아주 편안한 죽음>에 관한 언급은 없다.400페이지 가량 읽은 시점에선 그렇다.
"누군가 세상을 떠나면 그와 더불어 시간 역시 소멸한다"/148쪽
소설인줄 알았던 <아주 편안한 죽음>은 에세이다. 그러나 제목에서 생각해 볼 수 있듯, 가벼운 주제는 아니다. 놀라운 건 작가의 개인적 이야기인데, 엄청나게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죽음'이란 문제를 점점 현실적인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어서인지도 모르겠다. 죽음에 존엄은 어디까지여야 할까...지인들과 죽음에 나눠 본 주제들이..이 글에 거의 다 등장(?)한다. 함부로 죽음에 대해 말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란 생각을 했다. 죽음을 앞둔 이의 고통과 불안을 감히 상상할 수 있을까? 그러나 이야기는 결코 감정에 동요하지 않는다...오히려 담담하다. 개인적으로 안락사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여전히 허용되길 바라며, 연명치료 거부 역시 이제는 필요한 단계로 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죽어가는 이와 그 모습을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이들 사이의 어느 만큼의 시간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엄마의 죽음이 늦춰진 결과 어떤 면에서 우리는 얻은 게 있었다. 그 덕분에 거의 후회하지 않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소중한 누군가를 잃게 되었을 때 사람들은 가슴을 도려내는 듯한 수많은 후회 속에서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에 괴로워한다.소중한 사람의 죽음을 통해 우리는 그가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독자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는다.죽음을 계기로 그는 자신의 부재로 인해 완전히 소멸하는 동시에 반대로 자신의 현존 덕분에 온전히 존재할 수 있는 이 세계만큼이나 거대한 존재가 되기에 이른다."/136쪽
고통을 빨리 끝내는 것만이 최선은 아닐수..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오히려 서로 죽음을 받아들일수 있는 시간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대사 '마음의 준비' 가 왜 필요한지..그것이 필요한 이유.... 어느 순간 '아주 편안한 죽음'이란 것이 정말 있을까...하는 생각을 했다. 제목이 마음에 들어 읽기 시작했으면서도..정작 편안한 죽음이란 것이 안락사..같은 인위적 조건이 아니라면...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된 건.. 죽음 앞에 고통스러워 하는 이를 위해 조금은 덜 고통스럽게 지켜줄 수 있는 누군가가 있어야 한다는 걸 배웠다. 농담처럼 안락사와 연명치료 거부를 말하고, 요양원에 가야지..라는 말을 하지만.. 이런 말들은 죽음이란 고통을 감히 상상할..수 없어 하게 되는 오만..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세상에 고통 없이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은 없다. 덜 고통스러울수..는 있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