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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여행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54
자우메 카브레 지음, 권가람 옮김 / 민음사 / 2025년 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표지가 너무 많은 말을 품고(?) 있는 것 같아 무작정 읽고 싶었던 소설이다.내게는 너무도 낯선 작가 이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사후 작품' 을 읽으면서 멋진 한 편의 단편을 읽은 줄 알았다. 그러나 표지의 느낌으로 어떤 연결고리를 찾을 수 없었다. 그저 음악에 미친 남자라서, 더 이상 음악을 하고 싶지 않은 순간이 올 수도 있는 거 아닌가 ..하고 생각했더랬다.그러다..어느 순간 소 제목 속 이야기에서 사람들의 삶이 참 '춥다'라는 생각을 했다. 저마다 자신의 삶에 찾아온 고통으로부터 허우적 거리는 사람들...살아 있음 자체가 고통인 사람들. 비로소 이 소설의 끝에 '겨울 여행' 을 넣은 이유가 어쩌면.. 하고 혼자 상상해 보는 즐거움을 누렸다. '겨울 여행'에 반전아닌 반전이 숨어 있는 줄도 모르고..^^

"카스피어의 손을 더욱 세계 잡았다. 그리고 그는 더 이상 숨을 내뱉지 않았다. 겁에 질린 카스파어는 울음을 터뜨렸다. 스승은 숨을 거두었고, 집에 혼자 남은 소년은 뭘 해야 할지 몰랐다.'/147쪽 표지에 끌려 읽게 된 탓인지..읽으면서도 내내 그림을 머릿속에 두고 있었던 모양인지, 음악에 미친 노인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기분을 경험했다. 그의 바람이 이뤄지지 않았으나, 그건 중요하지 않다는 증명. 죽은자는 아무것도 알 수 없으며, 고통은 오로지 남은 자의 몫이라는 듯 편안한 모습... 그러니 산자들이여, 죽은자를 너무 애도하지 마시게..하고 말하는 듯한 표정이라니.. 당혹스러워하는 소년과 너무 대조되는 분위기구나 싶었다. 두 번째로 그림을 떠올리게 한 부분이라면 '겨울 여행'에서 슈베르트 연가곡 소개 장면이 아닌가 싶다. "그는 인생 처음으로 미적 숭고함에 마주하여 눈물을 흘렸다.그는 감각이 예민한 편이었지만 이렇게 우는 것이 가능하리라고는 생각치 못했었다.하지만 마르게리타가 그렇게 순수하고 깨끗한 목소리로 부르는 '잘 자요'를 듣자 영혼 깊은 곳까지 울임이 전해졌다"(...)"/254쪽
각각의 단편인 줄 알았다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이어진 글이란 느낌을 받았다. 그러니까 중간중간 살짝 뭔가 끊어지는 느낌도 들다가, 앞선 시간에 마주한 사람이 다시..나타나기도 하고..그러면서 나는 겨울여행의 낭만을 떠올린 내 모습에 웃음이 났다. 표지에 집착했던 탓이 크다. 그러나 돌아돌아 왜 단지 슈베르트 곡에서 가져온 이유가 아니어도, '겨울여행' 이란 제목이 주는 느낌이 조금은 전해진 느낌이었는데, 소설 마지막에 와서 한 번 더 정리 받을 때는 살짝 김이 빠지는 기분도 들었다. 진실은 언제나 마지막에 알게 되는 법이니까..
"그제야 그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을 빈을 떠날 수 없다는 것을, 인생은 하나의 경로도 목적지도 아닌 여행이며 우리가 사라질 때는 그 위치가 어디든 우리는 언제나 여행의 중간지점에 있다는 것을 이해했다.(...)"/28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