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두 소설Q
이주혜 지음 / 창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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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라서 '자두' 가 내 눈에 들어온 걸까, 최근 우리나라 소설을 많이 읽다 보니, 친절한 AI 가 자두..도 슬쩍 권한 느낌이다. 그래서 기꺼이(?) 그 유혹을 받아 들였다. 상큼한 제목과 달리,이야기는 뜨거움을 여과장치 없이 받아낸 기분이다.그럼에도 잘 읽혀서 놀랐다. 



"프랑스의 번역가 발레리 라르보는 번역을 두 말에 담긴 정신의 무게를 다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그 말에 따르면 역자는 곧 저울이지요. 그런데 저울이 저울질은 엉망으로 해놓고 자기 변명만 늘어놓은다면 지면 낭비가 아닐까요?"/12쪽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방식이 우선 마음에 들었다.(처음에는 번역에 대한 '정의'가 매력적이구나 생각했는데, 이 소설에서 나름 적용될 수 있는 문장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니 퍽 흥미로웠다. 역자 후기라는 장치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래서 나는 잠깐 에세인지, 소설인지 헛갈렸으나, 그건 중요하지 않다. 번역한 이야기 속 인물들을 통해 현재 내 모습은 어떠한가..에 대한 질문이..역자 후기로 자연스럽게 이어졌고, <자두>를 읽는 독자는 소설인지, 에세인지 구분할 수 없는 이야기 속에서 흥분하고, 공감하고, 화를 내다가..결국 우리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건 '이해하고 이해받기' 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데 '경험' 이란 공통 분모가 있어야만 이해의 깊이가 ..틈이 생기게 되는 걸까... 처음 시아버지 간병인에 대한 묘사를 할때,손톱에 관한 부분을 나는 의심스럽게 바라보았더랬다.그런데..그래야만 할 이유가 어쩌면 필요한 순간이 올 수도 있겠구나 생각하면서 살짝 우울해졌다. 외면하고 싶어도 외면할 수 없는 노년의 시간들,생각한대로 마음이 따라가지 못할 거란 걸 너무 잘 알고 있어서 두려운가, 소설 속 그녀는 예상하지 못했던 '오만함'을 탓하지만, 현실의 나는 오만함이 아니라 두려움과 불안함에 가끔씩 정신이 아득해진다. 사실 '자두'라는 제목을 보면서 내가 상상한 것과는 반대의 이야기일 가능성이 매우 클거란 예상은 했었다. 보여지는 것이 전부가 아닐거라는. 시부가 애정했던 아니 애증했던 '자두'가 쏘아올린 공 덕(?)분에 애증의 관계에 대해 생각했다. 우리는 진정 타인을 이해하기가 왜 이토록 힘든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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