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넬로피아드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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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연천에 있는 오늘과내일 책방에 들렀다가,호기심 불러오는 제목이 있어 냉큼 구입했다. 오래전 오뒷세이아를 읽은 것이, 이 책을 읽는 데 크나큰 기쁨으로 찾아오게 될 줄 예상하지 못했다. 뭔가 숙제처럼 생각하며 읽었던 오뒷세이는,생각보다 재미났지만, 생각만큼 매력적이지 않다는 생각을 동시에 했던 것 같다. 예전 리뷰를 찾아 보고 놀랐던 건 그래서다. 오뒷세이를 읽으며 느낀 내 마음이, 비슷하게 그려져 있어서..


영웅이고,대단한 지략가라고 하는데,인간적인 냄새가 나질 않았다.(아니 내가 좋아하는 케릭터가 아니였다는 게 더 솔직한 마음일게다) 겸손하지도 않은 것 같고,싸움을 통해 무언가를 얻어야 한다는 그의 가치관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이가 속임수와 거짓말에 능하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설마 나한테까지 속임수를 쓰고 거짓말을  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15쪽 '페넬로피아드'에서 바라본 오뒷세이 모습을 보면서 피식 웃음이 났다. 모두가 영웅으로 그려낸 오뒷세이아를 읽으면서 실망했던 지점은 이상한 것이 아니었구나.그렇다. 이 소설은 오뒷세이아 시점이 아니라, 아내의 시선으로 그를 그려낸 이야기다. 이 설정부터 마음에 들었다. 동시에 오뒷세이아..를 읽을 당시 나는 그녀의 아내가 어떤 마음이었을지 미뤄 짐작할 수 조차 없었다. 호메로스의 시를 읽어내야 한다는 압박감과, 수없이 이어지는 이름과 모험을 따라가기도 벅찼더랬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그가 아주 매력적이기만 한 인물은 아니라는 생각을 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페넬로페의 시선으로 읽는 이야기는 고통과 외로움에 관한 이야기였다.


"바쁘고 책임도 무거웠지만 나는 어느 때보다 외로웠다.나에게 현명한 의논 상대가 있었을까? 나 자신 이외의 누군가에게 의지할 수 있었을까? 숱한 밤을 울다가 잠들거나 신들에게 내 사랑하는 남편을 보내주시든지 아니면 나를 빨리 죽여달라고 기도했다"/108쪽


"물처럼 행동하자.저들에게 맞서려 하지 말자.저들이 나를 붙잡으려 하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자. 바위를 에둘로 흐르는 물처럼 살자"/126쪽



그러나 페넬로페는 오뒷세우스처럼 분노하지 않았다. 사람의 목숨을 함부러 재단하지 않았다. 지혜롭게 때를 기다렸다. 자신 스스로 거미줄에 걸려들지 않기 위해서...호메로스의 <오뒷세이아>를 읽으면서 '모험과 복수'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가 전쟁을 나간 동안 자신의 아내를 괴롭힌 자들에게 행하는 복수는 그래서 타당할지 ..모른다고 그렇게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너무 오래전에 읽어서 세세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페넬로페의 시선으로 바라본 오뒷세우스..는 여전히 매력적으로만 읽혀지지 않은 건 분명하다. 그러나 오뒷세우스(만)을 재단하기 위한 이야기도 아니었다는 생각을 했다.  여전히 오뒷세우스 같은 인물들이 존재하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누가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그녀들을 위해 복수해 줄 수 있을 것인가. 페넬로페는 정말 오뒷세우스를 용서한 걸까... 연천 책방에 들렀을 때 이 책을 고르게 된 이유에는 영화 '신성한 나무의 씨앗' 도 영향을 준 부분이 있다. 신이란 이름으로 남편을 섬기고, 내아이만 지키려 했던 이만의 아내 나즈메... 자신에게 고통이 닥쳐오고 나서야 그는 달라졌다. 아니 적어도 달라지려고 하는 것처럼 그려졌다. 나즈메가 딸들에게 했던 말은,페넬로페가 시녀들에게 하는 말과 다르지 않은 것처럼 읽혀졌다. 우리가 지금까지도 여전히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그 정도면 충분하잖아! 그이는 참회했고 기도도 올렸고 이젠 죄를 다 씻었단 말이야!"

"우리 한테는 충분하지 않아요!" 그 애들은 소리친다.

"그이한테 뭘 더 바라는 거니? " 나는 묻는다.이때쯤 나는 눈물을 흘리고 있다." 대답 좀 해봐!" /210쪽


페넬로페가 흘린 눈물을 이해하려면, 다시 <오뒷세이아>를 읽어봐야 이해할 수 있을까... 다시 읽을 자신이 아직, 없지만, 그럼에도 페넬로페의 시선으로 오뒷세이아를 바라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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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레네를 묘사한 그림을 찾아보고 싶었는데, 헬렌 쉐르백의 그림이 함께 검색되어서..그녀가 그린 헬레네도 있었을까 상상해봤다. 물론 헬렌의 그림은 대부분 자화상이었는데, 그녀가 '영혼'에 대해 표현한 말이 인상적이란 생각을 했다. 마치 헬레네와 비교라도 해 보라는 듯 "모습은 추할지 몰라도 영혼은 빛이 나"









"나는 종종 이런 생각을 했다. 만약 헬레네가 그렇게 허영심에 부풀지만 않았더라면 그녀의 이기심과 비뚤어진 욕망 때문에 우리 모두가 온갖 고통과 슬픔을 겪는 일도 없지 않았을까? 만약 그랬다면 그녀도 평범한 삶을 살지 않았을까? 그러나 천만에- 평범한 삶은 따분하기 마련인데 헬레네는 야심만만했다. 유명해지고 싶어했다. 군계일학처럼 홀로 돋보이고 싶어했다"/9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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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 여행을 다니면서 알았다. 서해대교를 넘어서면, 당진이 있다는 사실을.그렇게 생각하고 나니,당진이 조금 가깝게 느껴지는 기분이 들었다. 맛난 콩국수를 먹으러 찾았다가,당진에는 어디를 가볼 수 있나 검색을 했더니, 해식동굴을 볼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해서 찾아갔다.지난해 서산에서 코끼리 바위를 보며 감동한 기억을 고스란히 갖고 있는 터라, 파도와 바위의 치열함이 서해바다에서 볼 수있는 매력이구나 생각했다. 눈으로 보고도 갈라진 저 틈이 파도로 인해 만들어졌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더 가까이 가서 보면 마치 두 바위가 서로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 같은 기분마저 든다. 파도라는 녀석이 얼마나 무서운지..아니 바위로 계란치기도 가능한가..사실 저 풍경을 보면서는 마냥 자연의 놀라움에 대해서만 생각했더랬는데... 소설을 읽다가 저와 비슷한 상황을 만나게 된 것이 반가웠다.



파도에 의해 바위가 깍여 나간 자리...그루터기를 닮은 바위를 보면서 기분이 묘했다. 바위에게도 그루터기 흔적 같은 것이 있는 것처럼 읽혀져서..  그리고 읽게된 <페넬로피아드>에서 어머니가 들려주는 말은 너무도 인상적이었다.



"물은 저항하지 않아.물은 그냥 흐르지.물속에 손을 담가도 그저 그 손을 쓰다듬으며 지나갈 뿐이야.물은 딱딱한 벽이 아니라서 아무도 가로막지 못해.그렇지만 물은 언제나 제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가고야 말지.물을 끝까지 가로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단다.그리고 물은 참을성이 많아.한 방울씩 떨어지는 물이 바위를 닳아 없어지게 하지.그걸 잊지 마라.내 딸아 너도 절반은 물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장애물을 뚫고 갈 수 없다면 에둘러 가는 거야.물이 그리하듯이"/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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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이...

술을 많이 마실 수 있다고 자랑하는 놈들은 바보다.그러다보면 서로 경쟁하듯 술을 마시게 되고 그러면 주의력을 비롯한 여러 능력을 잃어버리고 바로 그때 적들이 공격해 온다/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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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포델 꽃이 있는 정물, 마티스










"아스포델이 피어나는 들판이라고 하면 제법 시적으로 들리지만 한번 생각해보라. 아스포델,아스포델,아스포델- 하얀 꽃이 예쁘장하긴 해도 좀 지나면 싫증이 나기 마련이다. 좀더 다채로웠다면 한결 나았을 텐데.다양한 빛깔 몇 갈래의 구불구불한 오솔길 그리고 전망이 좋은 곳에는 돌 벤치며 분수대 최소한 히아신스라도 한두 포기 있었으면 좋겠고 거기에 군데군데 크로커스가 피어나길 바란다면 너무 큰 욕심일까?(...)"/32쪽 꽃말이 사후세계 의미를 담고 있는 꽃이라 궁금했다.마침 마티스가 그려 놓은 그림이 있어 한참을 들여다 보았다.죽음을 상상할 수 ..는 없는 듯 한데, 애트우드의 글을 읽으면서..뭔가 다채로움을 바라는 마음으로 여러가지 정물을 함께 그림에 담아 놓은 걸까 혼자 상상해 보는 즐거움을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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