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먼 바다에서 무너지기 시작하는 흰 물결부터 세어 보면 네다섯 단이 되는 파도들은 고양,정점,붕괴, 융화 그리고 탈주라는 제각기 맡은 역활들을 언제나 동시에 연기해 낸다.

매끄러운 올리브색 배를 내보이며 부서지는 파도는 처음에는 떠들썩하고 격렬하게 부르짖지만 이내 세찬 고함은 예사로운 외침이 되고 외침은 머지않아 속삭임으로 변해 버린다.

내달리던 크고 새하얀 말은 자그마한 흰 말이 되고 횡대로 늘어선 늠름한 말들은 이윽소 자취를 감춘다.그리고 나면 마지막으로 차 일으킨 발굽 자국만이 물가에 남는다"/295쪽


"먼 바다로 나아갈수록 바다는 점차 농후해진다.물과 닿은 바다의 옅은 성분이 농축되고 점점 더 압착되다 마침내 짙은 녹색 수평선에 다다르면 한없이 졸여진 푸른빛은 단단한 결정을 이룬다.아득한 거리와 방대한 면적으로 숨기고 있지만 그 결정이야말로 바다의 본질이다.수없이 포개진 얕고 분주한 파도 끝에서 푸르게 응결된 것,그것이야말로 바다다........ ."/296쪽










<봄눈>을 읽으면서. 내가 상상한 봄과 눈이 아니라...훨씬 더 재미나게 읽고 있는 중인데...4부작 제목이 '풍요의 바다' 인 이유가 또 궁긍했더랬다. 바다의 본질을 읽는 순간.. 매순간 바다의 신비를 만나게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제 바다를 바라 볼 때 조금 더 특별한 감정으로 바다를 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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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마 유키오의 <봄눈>을 읽고 있어서 인지, '봄'이 들어간 제목의 책들이 눈에 들어온다. 모파상을 비롯해서 유명한 작가들이 '봄'을 주제로 쓴 단편모음집이다. 마침 <봄눈>을 읽고 있어서 냉큼 구입해 모파상의 <봄날>을 골라 읽었다. 150페이지 정도 읽은 미시마 유키오의 <봄눈>은 전혀 '봄' 스럽지(?) 않다. 섣부른 판단일거라 예상하면서도 기요아키의 마음이... 그러고 보니 봄날의 변덕스러운 날씨를 표현하고 싶었나 하는 생각도... 그런데 모파상의 <봄날>을 읽다가,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이 <봄눈>인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봄이 찾아오면 어떻습니까? 나뭇잎이 돋고 꽃이 피며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고 들판의 향기가 퍼지며 알 수 없는 감상과 설렘이 밀려옵니다.그때, 누군가 이렇게 경고하는 것을 들어본 적 있습니까? "조심하세요" 사랑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습니다.사방에서 당신을 노리고 있습니다.(...) 사랑이 당신을 덮치려 합니다! 감기나 기관지염 늑막염보다 훨씬 더 위험합니다! 사랑은 결코 용서하지 않으며 누구에게나 돌이킬 수 없는 어리석은 실수를 저지르게 만듭니다"/13쪽  사랑하기 좋은 계절이라 생각하는 '봄'에 대해 모파상은 아주 극단적으로 그려낸다. 봄날의 사랑은 아주아주 위험하다고. 내가 사랑에 빠진 건 봄이 부린 마법이라고...자신만의 경험을 모두에게 해당하는 것처럼 말하는 건 억지 아닌가 생각하다가,불쑥 봄날이 그런 마법을 부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아주 아주 짧은 단편인데, 너무 확신에 찬 남자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려니, 나도 모르게 봄날의 사랑은 어느 만큼..은 위험할지도 모른다에 한 표를 던지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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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가 아닌, k이름을 찾게 되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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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 사람은 아니지만,강화도를 애정한다. 내가 애정하는 돈대도 있고, 일몰 감상도 좋다. 커피 맛집은 또 얼마나 많은지....그래도 여전히 가보지 못한 곳들이 많아 찾아다니고 있다. 울적한 일이 있었다. 이럴때도 어김없이 강화도를 찾는다. 가보지 않은 곳을 찾았다. 맛있는 버거를 먹었는데,마지막 손님이었다.(정확하게는 한정판매의 마지막 행운을 잡았던거다^^)  울적한 기분이 사라졌다. 지인이 가보고 싶었던 카페를 찾았다가,가보고 싶었던 책방이 가까이 있어 놀랐다.



초록길을 따라 걸었다.



나만 알고 싶은 책방이란 욕심은 버리기로 했다. 오랫동안 그곳에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더 크니까... 그리고 책 한 권 구입했다. 아니 선물받았다.(5월에는 가짜 생일이 있다^^)









유난히 눈에 들어온 제목이기도 했지만, '국자와 주걱'이 실려 있어서 구입했다. 책방이름이 궁금했던 까닭이다.(사장님께 여쭤보지 못했다) 무튼 이 책을 고른 이유에는, 소개된 책방을 다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가 아니라, 책방이 가고 싶을 때마다 ,책을 펼쳐, 내가 그 책방에 와 있다는 상상을 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기때문이다. 최근 가게 된 책방마다 마음에 들어,기분이 살짝 up 된 상태였는데, 다시 평정심으로 돌아와야 겠다. 책방을 다니고 싶은 이유에 대한 마음 속 질문도 이어져야 겠고,각자의 방식으로 책방을 이끌어가고 있는 책방지기님들을 응원하고 싶어졌다. 유난히 동네 책방이 그리워지는(?)날이 올때마다 꺼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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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간은..그런 존재

사물에는 모두 신성이 갖추어져 있으나 우리의 손가락이 닿으니 더러워지고 흐려집니다.우리 인간은 신기한 존재이지요.손에 닿는 모든 걸 더럽히면서도 자기 안에는 신성한 것이 될 수 있는 자질을 갖고 있으니까요/66~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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