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을 팝니다
미시마 유키오 지음, 최혜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풍요의 바다' 시리즈를 끝으로 미시마 유키오의 책을 또 읽게 될까 싶었는데, 거짓말처럼 <목숨을 팝니다>를 만났다. 워낙 강렬(?)한 책들이라, <금각사>를 끝내고 나서도 다시 미사마..의 책을 읽게 될 줄 몰랐다. 그런데 '풍요의 바다' 시리즈 이전에 이미 <목숨을 팝니다>는 출간되었다는 사실도 알았다. 개정판이 나온 덕분이다.


"내가 삶을 진짜로 사랑한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을까?"/153



카프카 소설 '변신'에서 그레고르잠자가 벌레가 되어버린 것처럼, 하니오는 어느날 글자가 바퀴벌레처럼 보이기 시작한 순간, 죽어야 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실패.어떻게 해야 할까 하다..가 자신의 목숨을 판다는 황당한 광고를 신문에 낸다.그런데 거짓말(?)처럼 그의 목숨을 이용하고 싶어하는 이들이 찾아온다. 그러나,정작 목숨을 팔겠다는 사람은 죽지 않고, 상대방(?)들이 죽임을 당한다. 일종의 부조리 같은 느낌...자신은 분명 죽을 생각이었는데, 상대가 죽고, 그 댓가로 돈을 벌게 된 하니오는,불쑥불쑥,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인생이 무의미하다고  말하기는 쉽지만 그 무의미한 삶을 살아가는 데는 상당히 강력한 에너지가 필요한 법이라고 생각하며 하니오는 새삼 감탄했다"/220쪽



매번 죽음에서 살아남을 때마다,하니오가 점점 달라지겠구나 예상했다.경험하지 않고도, 인생을 잘 살아야 하는 이유를 알게 된다면 좋겠지만, 우리 사람들은 그렇지가 못하다. 죽을 각오로 살면, 살아진다는 말은 쉽지만, 암흑 같은 곳에 빠져 있다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터... 그렇게 하니오는 꾸역꾸역 무의미한 삶 속에도 수많은 에너지가 작용한다는 사실을 마침내(?)깨닫는다. 그 과정이 때론 황당하고 때론 유치하기도 했고, 조금 작위적인 느낌으로 흘러가기도 했지만...그럼에도 분명하게 보이는 순간들이 찾아와 다행이라 생각했다. 목숨을 팔 각오로,죽고 싶었지만,살고 싶은 의미를 찾고 싶은 마음은 아니였을까.그리고 나는 고흐가 하늘의 별을 그릴때 순간순간 저와 같은 마음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니오는 경찰서 입구 앞의 돌계단 두어 개를 다 내려가지 못하고 주저앉아 주머니 속에서 찌그러진 담배를 꺼내어 불을 붙였다. 울음이 북받쳐서 목 안쪽이 벌렁거렸다. 하늘을 올려다보자 시야가 흐려져 여러 개의 별이 하나로 보였다"/339~340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저 아름다운 느티나무 가지가 아스라이 푸른 저녁 하늘을 더없이 세밀하게 마치 저녁 하늘에 던진 그물처럼 붙들어 매고 있는 건 도대체 왜일까? 자연은 왜 이리 쓸데없이 아름답고, 인간은 왜 이리 쓸데없이 복잡할까?"/154쪽










극한의 폭염은, 극한의 하늘빛을 만들어내고 있다. 아름다운 하늘빛에.. '쓸데없이' 라는 표현을 쓰는 인간은 참 복잡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문가의 손을 거치면 소설은 역사 자체가 우리에게 주는 것보다 더 위대한 통찰력을 선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단순히 미국의 일반적인 역사가 아니라 미국의 역사와 심리 상태를 이야기하는 소설들이 있다"/31쪽









소설을 통해 역사를 마주하는 걸 좋아하는 1인이라 공감한 부분이다. 최근 한승원작가님의 <다산>과 <추사>를 읽으면서 새삼 조선역사가 궁금해진것처럼.. <아메리칸의 비극>과 <메인스트리트> 그리고 읽겠다고 매번 다짐만 하고 있는 <모히칸족의 최후>..곧 읽게 되는 날이 오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멋지게 늙어가고 싶은 바람이 있다.

(...)그녀가 절대적으로 옳다고 생각했다.그의 말을 잘라버린 것은 옳은 일이었다.그의 이야기가 저녁 식탁이나 아이에게 알맞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그것이 노인의 이야기이기 때문이었다.딱딱하고 피로하고 이미 너무나 많이 되풀이된 이야기였다/319쪽

(...)기분이 들뜬 상태였던 프렌티스는 지팡이에 몸을 기대고 옛날이야기를 시작했다.그러자 그 유명한 배우는 약속이 있다는 사실을 갑자기 기억해낸 연기를 했다.프렌티스는 로비에서 그렇게 과거에 발목이 붙잡히고 말았다/341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테이블 포투>를 읽고 있다가,존 더스패서스 를 언급하는 부분에서, 호기심을 참을 수 없어,검색을 해 보게 되었는데...<소설이 하는 일> 이란 제목의 책과 만나게 되었다.









무슨 이야기를 할지 알것 같으면서도,읽고 싶어진 마음... 존 더스패서스에 관한 에피소드는,에피소드라고 할 수 도 없을 정도로 지나가버렸다.그런데 나는 신기하고 놀라운(독서를 하면서 이런 감정은 이제 놀랍지 않지만..^^) 경험을 했다. 아니 '소설이 하는 일' 이란 그 말이 내게 어떤 의미인지, 내가 그 말 뜻을 온전히 나에게도 적용(?)하고 싶다고 말하고 싶은 상황과 마주했다. 이 책에서 언급된 책들과 관련된 이야기는 뒤로 하고...<테이블 포투> 세 번째 이야기 '아스타 루에고'를 읽으면서 '소설이 하는 일' 이란... 읽기에 경험이 녹아들었을 때의 기쁨이었다.


"소설 읽기를 통한 취향의 발전은 결국 인간 경험의 풍부함에 대한 욕구의 발전이다"/116쪽



종종 잘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오랫동안 알고 지낸사람처럼 칭찬하는 상황을 마주 할 때면,당혹스럽기도 하고,가끔은 부럽기도 하다. 어떻게 상대방을 마냥 칭찬하고,이쁘다고 말할수 ..있는 건지.그분의 외향적인 성격덕분인지,직업적 특성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인지..알 수 없지만, 무튼 나와 다른 결의 사람들을 볼때면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이런 생각을 한 끝에 '아스타 루에고'를 읽게 되었다. 


"스미티는 확실히 매력적인 사람이었다.그를 지켜보면서 나는 그가 왜 매력적인지 이해했다.낯선 사람을 만날 때마다 그의 반응에는 사랑스러운 리듬이 있었다. 먼저 상대에게 질문을 던진 뒤 놀란 표정을 짓고 동경하듯 상대를 인정하고 맹세를 한 뒤 건배로 대화를 끝맺었다"/118쪽  인간의 본성 중에서도 '감정'에 관한 이야기일거라 생각했다. 내게는 없는 책방사장님의 친절은 어디서 오는 걸까..우선 색안경을 끼지 않고 보려는 마음이 있어서인지..'사랑스러운 리듬' 이란 표현에 고개를 끄덕였다. 질문을 하고 안정하고..대화를 끝내는 것까지 비슷하다.사실 나는 친절한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아니 살짝 경계한다. 내가 친절한 사람이 아니어서 그럴수도 있겠고, 요즘 세상이 누구도 쉬이 믿는 걸 허락(?)해 주지 않는 것 같아서 그렇다. 그럼에도 스미티 같은 사람을 만나게 되면 우리는 그를 부럽게 바라볼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사랑스러운 리듬을 가진 사람이라니... 아, 그런데 이야기 끝에 내가 믿고 싶지 않은 반전이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내가 친절한 사람을 경계하는 이유가 있다는 것에 대해 박수를 받게 될 줄이야... 그러나 이렇게 단정 짓는 것도 실은 위험하다. 왜냐하면 우리는 저마다 결점..을 가지고 있으니까..말이다. 책방사장님이 내게 보여준 친절은,사랑스러운 리듬을 소유한 분이라 믿고 싶다.


"사람은 누구나 결점이 있다. 커다란 결점도 있고 작은 결점도 있다.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결점도 있고 끈질기게 남는 결점도 있다.(...)" /144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