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대학 의학부에 다닐 때 폐결핵을 앓은 체호프는 사할린에서 다녀온 뒤 건강이 더욱 악화됐습니다.결국 모스크바에서 남쪽으로 약 65킬로미터 떨어진 멜리호보에 단층집을 구해 부모님,여동생과 함께 살았습니다.서재 창가에 책상을 두고 자신이 사랑하는 정원과 사과나무들과 허브 정원을 내다보곤 했죠"/185쪽










체홉의 책을 몇 편 이어 읽고 났더니 <작가의 방>으로 시선이 갔다. 체홉의 방도 당연히 소개되어 있을 거란 확신(?)으로... '벚꽃동산'을 읽으면서도 작품 속에 나무들이 언급될때도 딱히 궁금해 하지 않았던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나무를 직접 심고, 정원사가 되길 소망하기도 했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다.


"이사하고 2년 뒤에는 집에서 가까운 벚꽃 동산에 작은 별채를 지었습니다.테라스에서 정원이 내려다보이는 곳이었죠.체호프는 이 별채 위층 방에서 희곡<갈매기>와 <바냐 아저씨>를 완성했어요"/187쪽


"<갈매기>원고를 보면 가장자리에 구근들과 식물들의 이름이 적혀 있답니다.그의 다른 작품들에서처럼 등장인물들의 대사에 꽃과 정원이 끊임없이 나오고요.<바냐 아저씨>의 의사 아스트로프는 숲이 천연자원으로서 얼마나 중요한지 굳게 믿은 인물이며,유실수의 파멸은 <벚꽃 동산>의 핵심 요소입니다"/1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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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사제가 등장하는 대목에서 칼라스는 당당하게 나와서 그냥 서 있다. 그게 다다.그녀는 다만 꼿꼿이 서 있고 오케스트라가 벨리니 특유의 단순하고 아름다운 선율을 느리고 긴장감 넘치게 연주한다. 칼라스가 첫 입을 떼기도 전에 보는 사람은 빨려 들어간다."/ 79쪽










영화 개봉소식을 듣고, 미리 책으로 만나고 있다. 클알못인 나에게도 마리아 칼라스 이름은 각인되어 있다. 저 유명한 노르마... 그런데 영화 포스터가 예사롭지 않다고 생각했는데..책에서 고증(?)받은 기분이 들었다.칼라스가 노르마를 부르던 시절 다른 소프라노가 거의 노르마를 부르지 않았다는 설명도 인상적이지만. 무엇보다 이 노래에 관련한 역사(?)를 이제서야 제대로 읽게 된 것 같다.


"<노르마>는 벨리니가 작곡한 가장 위대한 오페라다. 벨리니가 연인이었던 전설의 소프라노 주디타 파스타 음역과 개성에 맞춰 작곡한 음악이다. 파스타는 고음과 저음의 범위가 가장 넓고 가장 호흡이 길고 가장 프레이징을 아름답게 만들어내는 테크닉에 통달한 소프라노였다.그러므로 그녀의 맞춤복을 정복한 소프라노는 거의 없었다.(..) 칼라스의  등장으로 <노르마>도 함께 부활한 것이다"/79~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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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내가 가질게
안보윤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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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곳의 전수미>를 읽으면서 안보윤이란 작가가 궁금해졌다. 이미 유명한 작가였으나, 나는 이제서야 알았다.주변에 선뜻 권할 수 없는 작가..그러나 읽어 보길 바라는 마음.<밤은 내가 가질게>도 그랬다. 말랑말랑한 이야기가 아니다. 애써 소설에서까지 현실에서의 문제를 가져와 읽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그래서 유영의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건 아닐까?


"나는 그때 매일매일 기다렸어./ 유영이 하진을 조심스럽게 떼어내며 말했다/ 누가 나를 도와주기를,누가 딱 반 뼘만 문을 열고 안을들여다봐주기를.(...)"/137~138쪽


나는 유영처럼 나설 자신이 없다. 하진을 마냥 비겁하다고 방관자라고 말할수 있을까?라는 물음은 내가 하진과 같은 마음을 가진 입장이라 그랬던 것 같다. 그렇지만 방관자는 분명 비겁하다. 그러나 제목에 비밀(?)이 있었다(아니 그렇게 믿고 싶다)  '바늘 끝에서 몇 명의 천사가'를 읽고 나서야 토마스 아퀴나스가 했던 말에서 가져온 제목이란 걸 알았다. 무슨 의미일까 찾아봤다. 지식인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이렇다. 아퀴나스는 여러 명의 천사가 같은 장소에 있을 수 있는가' 였는데, 윌리엄 실링우드가 '바늘 끝 위에서 몇 명의 천사가 춤출 수 있을까"로 바뀌었다고 했다.더 자세히 공부하고 읽어야 할 수 있는 주제일것 같아,나는 표피적으로만 생각해 볼 수 밖에,유영보다 하진이 세상에는 더 많지 않을까, 유영같은 사람이 하진 보다 많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덜 힘들테니까,이것 또한 내가 천사가 아니라서 할 수 있는 변명일지도 모르겠다. 단편임에도 '완전한 사과'의 동주와 승규가 애도의 방식에서 조우하는 방식으로 풀어간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동주의 고통이, 승규의 죽음으로 이어지는 방식이라 당혹스러웠지만, 내속에 스민 악마는 승규의 죽음에 애도의 마음을 갖기가 쉽지 않다. 이것이 이 소설 내내 흐르는 주제일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죄를 지을수 밖에 없는 이유, 용서가 잘 되지 않는 이유...죄를 지은 자를 천사의 마음으로 용서해준다며, 방관자 하진1이 사라지고 천사 유영이 한 명 더 늘어나고...미키17처럼..악마가 한명씩 사라지고 천사가 한명씩 늘어나는..그러나 작가는 그런 상상을 허락(?)하지 않았다. '어떤 진심' 을 시작으로 '밤은 내가 가질게'까지 가볍게 읽어낼 수 있는 주제가 아니었음에도불구하고 잘 읽혀져서 놀랐다.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의 이야기라 그럴수도 있겠지만,착하지 않은 소설이라 마음에 들었다. 착하지 않은 소설이라, 선하게 살아가야 할 세상에 필요한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으니까.. 여전히 요원문제들이지만,밤(栗) 을 갖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될 수 있다면,선보다 악이 가득한 세상에서..살아갈 힘이 생기지 않을까, 어느때보다 나만의 선한 무엇이 필요한 때인건 분명하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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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하지 않는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장편소설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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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카페 옥이네를 찾았다가 ,<작별하지 않는다>를 덥석 챙겨왔다. 조금은 무거운 주제와 마주할 용기가 없었다(물론 내 무의식의 핑계일지도 모른다) 아직, 소년...도 읽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4.3을 다룬 <작별하지 않는다>를 챙겨 왔다. '사랑'에 관한 이야기라고 해서 읽을 용기가 생겼던 모양이다.


"이 섬의 동굴은 입구가 작아요.한 사람이 겨우 드나들 정도니까 돌로 가려놓으면 감쪽같은데 안으로 들어갈수록 놀랄 만큼 커집니다.1948년 겨울엔 한마을 사람들이 모두 들어가 몸을 피한 곳도 있어요"/158쪽


그날의 역사를 속속들이 알지 못한다.그럼에도 산 자들의 증언과, 사진을 보고 있는 것 만으로도 가슴이 답답해진다. '동굴'이란 단어만 들어도 그렇다. 얼마 전 방송에서 그날의 일을 증언하는 인터뷰를 보면서도 힘들었다. 한강 작가님이 낭독하는 부분도 잠깐 나온다. 소설은 현실과 과거를 오가며, 그날의 역사를 담담하게 들려준다. 어떤 이념이 강하게 드러나지도, 누구의 잘못이다.라고 선동하지 않는다. 읽는 독자가 오로지 그날의 시간 속으로 걸어가서 마주할 뿐이다. 그런데 여전히 그날의 시간에서 쉽게 나올수 없는 이들과 마주하게 된다. 강요하지 않았음에도 자연스럽게 알게 되고 느껴지는 지점들이 <작별하지 않는다>에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스물두 살, 우리 큰아들이 백일 되실 때라.우리집 쪽으로 군인들이 총을 막 쏴댐시난 울 애기를 보듬고 솜이불을 뒤집어썼주.(..)애기랑 나랑 둘밖에어신디.....그추룩 총소리를 하영 들은 거는 그때 처음이고 마지막이라(...)"/224쪽


공부하듯 배우는 역사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남의 생각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알고 이해하는 시간들이 필요하다. 제주 4.3의 시작은 이념의 갈등에서 비롯되었을지 몰라도,저지른 숱한 만행에 대한 사과는 있어야 하고, 혐오하는 발언은 멈춰야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소설에서는 이런 강경(?)한 메세지는 없다. 그런데도 자꾸만 질문 하게 만든다. 젊은 엄마와 아이의 죽음에 대해서,그날의 트라마우마를 고스란히 가지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어떤 설명을 해 줄 수 있을 것인가?  '인간이 인간에게 어떤 일을 저지른다 해도 놀라지 않을 것 같은 상태..' 라는 읇조림은, 인간이 인간에게 해서는 안될 일이 분명 있다는 걸 우리가 깨달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그러니까, 인간이 인간에게 해서는 안될 일이 멈추지 않는 한..우리는 작별을 할 수 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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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과 시대흐름이란 딜레마를 잘 조율해서

다시 부활했으면 좋겠다.여성국극을 공연장에서 만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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