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하지 않는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장편소설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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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카페 옥이네를 찾았다가 ,<작별하지 않는다>를 덥석 챙겨왔다. 조금은 무거운 주제와 마주할 용기가 없었다(물론 내 무의식의 핑계일지도 모른다) 아직, 소년...도 읽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4.3을 다룬 <작별하지 않는다>를 챙겨 왔다. '사랑'에 관한 이야기라고 해서 읽을 용기가 생겼던 모양이다.


"이 섬의 동굴은 입구가 작아요.한 사람이 겨우 드나들 정도니까 돌로 가려놓으면 감쪽같은데 안으로 들어갈수록 놀랄 만큼 커집니다.1948년 겨울엔 한마을 사람들이 모두 들어가 몸을 피한 곳도 있어요"/158쪽


그날의 역사를 속속들이 알지 못한다.그럼에도 산 자들의 증언과, 사진을 보고 있는 것 만으로도 가슴이 답답해진다. '동굴'이란 단어만 들어도 그렇다. 얼마 전 방송에서 그날의 일을 증언하는 인터뷰를 보면서도 힘들었다. 한강 작가님이 낭독하는 부분도 잠깐 나온다. 소설은 현실과 과거를 오가며, 그날의 역사를 담담하게 들려준다. 어떤 이념이 강하게 드러나지도, 누구의 잘못이다.라고 선동하지 않는다. 읽는 독자가 오로지 그날의 시간 속으로 걸어가서 마주할 뿐이다. 그런데 여전히 그날의 시간에서 쉽게 나올수 없는 이들과 마주하게 된다. 강요하지 않았음에도 자연스럽게 알게 되고 느껴지는 지점들이 <작별하지 않는다>에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스물두 살, 우리 큰아들이 백일 되실 때라.우리집 쪽으로 군인들이 총을 막 쏴댐시난 울 애기를 보듬고 솜이불을 뒤집어썼주.(..)애기랑 나랑 둘밖에어신디.....그추룩 총소리를 하영 들은 거는 그때 처음이고 마지막이라(...)"/224쪽


공부하듯 배우는 역사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남의 생각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알고 이해하는 시간들이 필요하다. 제주 4.3의 시작은 이념의 갈등에서 비롯되었을지 몰라도,저지른 숱한 만행에 대한 사과는 있어야 하고, 혐오하는 발언은 멈춰야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소설에서는 이런 강경(?)한 메세지는 없다. 그런데도 자꾸만 질문 하게 만든다. 젊은 엄마와 아이의 죽음에 대해서,그날의 트라마우마를 고스란히 가지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어떤 설명을 해 줄 수 있을 것인가?  '인간이 인간에게 어떤 일을 저지른다 해도 놀라지 않을 것 같은 상태..' 라는 읇조림은, 인간이 인간에게 해서는 안될 일이 분명 있다는 걸 우리가 깨달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그러니까, 인간이 인간에게 해서는 안될 일이 멈추지 않는 한..우리는 작별을 할 수 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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