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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내가 가질게
안보윤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11월
평점 :
<세상 모든 곳의 전수미>를 읽으면서 안보윤이란 작가가 궁금해졌다. 이미 유명한 작가였으나, 나는 이제서야 알았다.주변에 선뜻 권할 수 없는 작가..그러나 읽어 보길 바라는 마음.<밤은 내가 가질게>도 그랬다. 말랑말랑한 이야기가 아니다. 애써 소설에서까지 현실에서의 문제를 가져와 읽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그래서 유영의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건 아닐까?
"나는 그때 매일매일 기다렸어./ 유영이 하진을 조심스럽게 떼어내며 말했다/ 누가 나를 도와주기를,누가 딱 반 뼘만 문을 열고 안을들여다봐주기를.(...)"/137~138쪽
나는 유영처럼 나설 자신이 없다. 하진을 마냥 비겁하다고 방관자라고 말할수 있을까?라는 물음은 내가 하진과 같은 마음을 가진 입장이라 그랬던 것 같다. 그렇지만 방관자는 분명 비겁하다. 그러나 제목에 비밀(?)이 있었다(아니 그렇게 믿고 싶다) '바늘 끝에서 몇 명의 천사가'를 읽고 나서야 토마스 아퀴나스가 했던 말에서 가져온 제목이란 걸 알았다. 무슨 의미일까 찾아봤다. 지식인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이렇다. 아퀴나스는 여러 명의 천사가 같은 장소에 있을 수 있는가' 였는데, 윌리엄 실링우드가 '바늘 끝 위에서 몇 명의 천사가 춤출 수 있을까"로 바뀌었다고 했다.더 자세히 공부하고 읽어야 할 수 있는 주제일것 같아,나는 표피적으로만 생각해 볼 수 밖에,유영보다 하진이 세상에는 더 많지 않을까, 유영같은 사람이 하진 보다 많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덜 힘들테니까,이것 또한 내가 천사가 아니라서 할 수 있는 변명일지도 모르겠다. 단편임에도 '완전한 사과'의 동주와 승규가 애도의 방식에서 조우하는 방식으로 풀어간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동주의 고통이, 승규의 죽음으로 이어지는 방식이라 당혹스러웠지만, 내속에 스민 악마는 승규의 죽음에 애도의 마음을 갖기가 쉽지 않다. 이것이 이 소설 내내 흐르는 주제일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죄를 지을수 밖에 없는 이유, 용서가 잘 되지 않는 이유...죄를 지은 자를 천사의 마음으로 용서해준다며, 방관자 하진1이 사라지고 천사 유영이 한 명 더 늘어나고...미키17처럼..악마가 한명씩 사라지고 천사가 한명씩 늘어나는..그러나 작가는 그런 상상을 허락(?)하지 않았다. '어떤 진심' 을 시작으로 '밤은 내가 가질게'까지 가볍게 읽어낼 수 있는 주제가 아니었음에도불구하고 잘 읽혀져서 놀랐다.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의 이야기라 그럴수도 있겠지만,착하지 않은 소설이라 마음에 들었다. 착하지 않은 소설이라, 선하게 살아가야 할 세상에 필요한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으니까.. 여전히 요원문제들이지만,밤(栗) 을 갖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될 수 있다면,선보다 악이 가득한 세상에서..살아갈 힘이 생기지 않을까, 어느때보다 나만의 선한 무엇이 필요한 때인건 분명하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