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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새빌 경의 범죄 ㅣ 쏜살 문고
오스카 와일드 지음, 정영목 옮김 / 민음사 / 2022년 4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범죄'와 거리가 있어(?)보이는 표지가 시선을 끈다.보르헤스 가 소개한 단편 가운데 아서 새빌 경의 범죄' 부터 읽어야 겠다는 유혹을 느낄 만큼... 다 읽고 난 후 시선은 자연스럽게 표지를

다시응시하게 만들었다. 아서 경 일거라 생각했던 표지 속 저 남자는 어쩌면 수상술사 포저스였을지도 모르겠다.뭐하나 부족할 것 없을 것 같은 이들도,미래를 예언해 줄 있는 이의 말에는 또 귀가 솔깃해지는 모양이다.여기 아서 경도 그 호기심을 포기할 수가 없어 포저스씨에게 자신의 운명을 물어 보게 된다. 결혼을 곧 할 예정으로 한창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앞으로도 계속 행복할 것인지가 궁금했던 모양이다.그런데 '살인'이 보인다는 포저스의 한마디 말에 그는 정말 누군가를 살인하려고 한다...왜냐하면 결혼을 하고 난 이후에 벌어지게 된다면 자신의 애인에게 씻을수 없는 상처를 줄 수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이 상황이 말이 되는가 싶지만 미래를 예언하는 이들의 말을 절대적으로 믿는 사람들이라면 상황은 다를게다.읽는 내내 혹시 반전은 일어나지 않을까,만약 일어난다면 어떤식의 반전일까...역시나,예상하지 못했던 반전이 그려진다.생각해 보면 '살인'이란 이미지가 보인다고 했을 뿐,당신이 누군가를 죽인다고 말하지는 않았음에도 공포에 떨었던 시간..그리고 실제 그는 자신의 임무(?)를 착실하게 실행시키게 된다.보르헤스는 '아서 새빌 경의 범죄'에 대해서 선과 악의 경계를 우아하게 넘나드는 소설이라고 했다.미래를 알려 주려고 하는 이들도 어느면으로 보면 범죄에 해당 하는 걸까 생각했다.(그러나 굿을 하게 한 무속인을 고소한 판결에서 무죄..판결 기사를 보았다.) 이게 다 '운명'이다 라고 말하는 것은 얼마나 위험한지...끝내 아서경은 운명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되었다..

보르헤스의 '바벨...'시리즈에서 인상 깊게(?)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쏜살문고에서 출간 된 오스카와일드의 제목을 보는 순간 다른 책인줄 알았다....'행복한 왕자'를 다시 읽게 된 덕분(?)에 운명(이란 말은 이제 하고 싶지 않은데...^^) 처럼 아서..도 다시 읽어 보고 싶어졌다. 표지가 닮았다는 사실도 반갑고...책을 다 읽고 나서 오래전 리뷰를 찾아 보았다. 운명에 대한 아이러니를 생각했던 처음과 달리...이번에는 아서 경이 여전히 운명 속에 함몰되어 있다는 사실이 보였다. 바벨시리즈 표지 보다 쏜살문고 표지가 조금 더 섬뜩하게 느껴졌다고 해야 할까... 운명을 믿는 것은 각자의 선택이겠지만... 무언가를 절대적으로 믿게됨으로써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21세기에는 가스라이팅같은 것도...그런 역활을 하게 하는 것 같아서...그런데 정신이 건강하기란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에 아서경의 공포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에게 미래를 예언(?)해 준 남자 역시 흔들리지 않는 정신을 소유하지 못한 탓에..죽음을 맞게 된 건 아니였을까...물론 타인에 의해 죽음을 맞게 되었지만,아서..를 읽는 동안 그가 저지른 범죄 자체보다, 그것을 자신의 의무로 믿어버리는 그 생각이 더 무서웠다. 그래서 오랫동안 나쁜 짓을 하고도 사과하지 않는 이들이 있는 모양이다. 그것이 최선이었고,의무였다고 체면을 걸면서 말이다.아니면 어디서 미래 예언을 받았을지도 모르겠다.... "아서 경은 잠시 자신이 해야 할 일에 역겨움을 느꼈지만 그런 감정은 곧 사라졌다.그의 가슴은 그것이 죄가 아니라 희생이라고 말하고 있었다."/33~3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