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가을 소나타>. 


보통 8-9시 사이에 자는데 (그래야 새벽에 일어나므로) 

어쩌다 Bergman 영화 생각하다보니 이것 저것 찾아보면서 안 자고 있는 중. 


사실 얼마 전 그런 생각을 하기도 했다. 이것도 써야해. Bergman 보던 시절. 나의 30대. 

안 쓰고 뭐하는 거냐. 그걸 안 쓰면 뭘 쓰려고. 


저 아래 아래 어딘가 포스팅했던, 강의 중독 초기에 알았던 교수. Michael Sugrue.  

이 분 헤겔 주제 강의 시작할 때 이런 말을 한다. "대학원에서 처음 헤겔을 읽을 때, 나는 그가 쓰는 단어들은 각각으로는 다 이해했어. 영어만 그런 게 아니고 독일어로도 그랬어. 단어 각각은 모두 이해가 되었어. 그러나 문장이 이해되지 않았어. 이게 뭐야. 나는 교수에게 가서 물었어. 단어는 이해되는데 문장이 이해되지 않습니다. 내 잘못인가요, 헤겔 잘못인가요?" 


.... 아니 그러니까 이것. 당신은 이것을 회고록으로 써야 했습니다. 

내 잘못입니까, 헤겔 잘못입니까. 이 얘기를 회고록으로 쓰지 않고 노인이 되어야 했나요 당신은. : 이런 심정 됐었다. 



뭘 그게 책이 된다고. 그게 무슨 기록할 가치가.... 

라 보일 무엇에든 책이 되고 기록할 가치가 있을 것이라는 게 놀랍지 않나요. ㅎㅎㅎㅎㅎㅎㅎ 

아닙니까. (.................) 그러니 우리는 무엇이든 기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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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Passion of Anna. 


Bergman 영화 본 지 아주 오래됐는데, 그 영화들 보던 시절 생각하니 

보고 싶어지기도 하고 영화 마라톤 시청하던 그 시절 다시 살아보고 싶어지기도 한다. 

공부하는 방이 있는데 그 방은 영화보는 방과 연결되고, 그래서 영화보는 방에 Bergman 영화를 틀어두고 공부하는 방으로 와서 빛과 소리로 그 영화를 감지하면서 공부하면 공부 잘 될. 조금만 움직이면 화면이 보이므로 공부하다가 영화보다가. (.....) 얼른 그렇게 살고 싶어진다. 


그의 영화엔 "속박"을 알게 하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아도르노가 무지무지 자주 쓰는 말. spell. "속박". "주문". 등등.  

"속박"과 연결되는 유형의 불행을 알았던 사람들에게 특히 그래서 강하게 호소력 갖지 않나 한다. 

타르코프스키는 그 유형 불행을 알았던 거 같지는 않고 그래서 타르코프스키가 Bergman을 칭송할 땐 거의 오직 시네아스트로서?  


내가 뭐에 씌었었지. (.........) 이걸 체험한 다음 그의 영화를 보면 

안 볼 수가 없는데 너무 고통스러워 볼 수도 없으니 취한 다음 보기 시작해 계속 취해 있으면서 보아야 하는........... 


그랬었. 



아도르노를 처음 읽던 시절엔 조금만 (세 문단?) 읽어도 허기로 쓰러질 거 같았으나 

지금은 아니게 되었다. 지금도 완전 집중하지 않으면 읽을 수 없긴 하지만 전처럼 쉼없이 혹사되는 느낌은 아니다. 

Bergman 영화도, 이제는 속박과 고통을 내려다 보고 올려다 보면서, 그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으면서, 물만 마시면서 볼 수 있을 것인데 


그러나 지금 집엔 TV도 없. pc와 아이패드 미니. 이걸로 봐야 하다니, 정 봐야겠다면. 

그렇다. 삶을 바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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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rgman은 영화계의 아도르노. 재난 전문 감독. 

계몽된 세계에서 승리를 구가하는 바로 그 재난. 

둘 사이 완벽한 대칭이 되는 면들을 찾아 연결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위의 저 말은 "영화관 방문은, 내가 아무리 경계해도, 어김없이 나를 멍청해지게 한다" 아도르노의 이 유명한 (엄청나게 비판 받은) 말의 정면 반박처럼 들린다. 








아도르노 깊이 참조하면서 "예술의 자율성" 주제로 이 영화에 대해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아주 재미있고 (우리를 웃게 하고 우리를 울게 하고 우리의 삶을 바꾸고....) 환상적인 글을 누군가는 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려면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 어떻게 살아야 그런 글을 쓸 수 있는가. 생각해 봐야겠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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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는 철학 리스트서브에서 

웁살라 대학 철학과에서 "풀펀딩" 박사과정 모집한다는 이메일이 얼마 전 왔었다. 


오 가고 싶다. 

아니 진짜 농담이 아니라 여기 연락처 나온 교수에게 이메일 한 번 보내볼까. 

제가 나이가 매우 많습니다만 (늦기 전에, 죽기 전에) 철학과에서 철학 공부 해보고 싶습니다.  

... 어떻게든 비장하게, 거절하기 어렵게, 말해볼까. (그쪽에서 거절이야 물론 숨쉬듯 쉽겠지만 그래도 순간, 응? 하게 절절한 편지를 쓰자). 이 학교 분위기가 어떤지 모르겠지만 혹시 "다양성" 추구한다면, 심지어 고령도 잇점 아니야? 단 한 사람의 늙은 학생. 필요하지 않습니까? 


.... 저런 미친 생각 연달아 하게 됐었다. 

 



웁살라는 Ingmar Bergman 영화들 보면서 생긴 (푸코를 읽으면서 조금 더 강화된) 로망이 있는 도시라서. 

이름도 멋진 도시. 웁살라. 이메일을 보내보지는 않았다. 그랬다면 정말 놀랐겠지만 긍정적인 반응을 받았을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다는 생각도 든다. 나이가 많습니다만 철학을 사랑하는데요, 이런저런 작업을 요만큼이지만 해보았고 이런저런 작업을 죽기 전에 해보려는 중입니.... 이라 말했다면, '그래그래, 우리 조금 더 알아보도록 합시다. 서류를 보내주세요' 랬을 수도. 야 지금 대학원 박사 과정이 아니라 퇴직할 나이 아니냐. 물론 70대에 평생을 원하던 공부를 하러 박사 과정 가셨던 분들도 있지만 그런 분들 (그만, 그만 생각하자). 





고생하면서 읽었던 아도르노 요즘 다시 읽으면서, 그에 대해 어떤 글들 쓸 수 있나, 쓰고 싶은가... 같은 생각 하게 되는데, Ingmar Bergman 영화들 다시 보면 비슷하게, 그것들 처음 보던 때와는 그래도 조금 다르게, 내가 이 영화들에 대해 무슨 말을 하고 싶은가에 집중하면서 볼 수 있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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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2-02-09 15: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웁살라 푸코 💕

몰리 2022-02-09 16:15   좋아요 1 | URL
우리는 모두 푸코 투어리스트가 되어야 합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혼자 웃음;;;;;;;;;)

공쟝쟝 2022-02-10 12:40   좋아요 1 | URL
아니요 저도 웃어요! 떠나요 웁살라로 몰리님!!

몰리 2022-02-11 07:40   좋아요 1 | URL
우리의 미래에
웁살라의 추억이 있게 합시다! (기원. 기원).

han22598 2022-02-11 04: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스칼라쉽이 이렇게나 무섭습니다.
누구는 내가 하고 싶은 공부하는데 돈까지 준다면서 고마워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혹자는 그 돈받고 어떻게 생활이 되냐며.....혀를 차는 사람이 있다는 ㅎㅎ 그들에게는 하찮겠죠.
돈은 그래서 대략 중립적인 것 같아요. 결국 사람은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어야 한다며..이렇게 자기 합리화 ㅎㅎㅎㅎㅎ

몰리 2022-02-11 07:39   좋아요 1 | URL
웁살라 철학과 박사과정 펀딩은 심지어 진짜 거의 직장 수준인 거 같기도 했어요. 스웨덴에서 유로 단위라 상상할 수 없긴 하지만 설명하는 걸 보고 있으니 뭔가 느낌이 ˝야 너 진짜로 공부만 할 수 있다니깐˝ 플렉스. 진짜로 지원해 봤어야 하나, 내년에 ㅜㅜㅜㅜㅜ 해볼까, 이러고 있. ;;;

라로 2022-02-14 19: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신청해 보시지... 저는 너무 무모한가요??^^;;

몰리 2022-02-14 19:32   좋아요 0 | URL
아앜 그런데 사실 철학보다는 웁살라를 탐하던 것이었는데
만약 이메일 보내고 긍정적으로 이런저런 대화가 오갔다면 그 마음을 들켰을 ㅎㅎㅎ 거에요.
 



나도 회고록 쓰겠다 작정하고 나서 알라딘 중고 매물 볼 때도 회고록 나와 있으면 

어떤 책인가 확인하고 (덥석 회고록이기만 하면 사지는 않고) 있는데, 어제 나와 있던 건 이 책이었다. 

10대 소녀의 (아마 미국 소녀의?) 파리에서 아웃사이더로 살았던 시절의 회고. 리뷰들을 보니 안 사도 되겠어서 다행이던 책. 지금 구글 이미지에서 책 이미지 찾다가 보니, 그래도 좀 궁금해지기도 한다. 10대들의 정신의 삶은, 설령 그걸 거장이 쓴다 해도 음 10대말고 3-40대, 50대의 정신의 삶보다 훨씬 덜 궁금할 것이다. 그래도 좀 궁금해진다는 것은.....   





이건 며칠 전 나와 있던 책. 

결혼의 세계도, (여기선 비교 대상이 무엇?) 독거의 세계보다 덜 궁금하다. 또 무엇보다 덜 궁금하냐.  

결혼과 배신. 읽기 시작하면 도저히 멈출 수 없는 괴작일 수도? 해서 리뷰 검색해 보니 이것도 사지 않아도 될 거 같은 책이었다. 




더 얼마 전엔 이것도 나와 있었다. 이 회고록 역시 혹평들을 찾아보면 

마음 편히 패스하게 되던 책. 



어떤 주제로든 글을 쓰고 있거나 쓰고 난 다음이면 그 주제가 달라진다. 

애착하게도 되고. (염오, 그런 걸 하게 될 수도 있겠지만....) 그 주제에 대해 쓴 사람들이 갑자기 가깝게 느껴지고. 동지 같아지고. 그들과 만난 적이 있는 거 같아지고. 다름 아니라 이걸 위해서라도 (세계에 애착하기 위하여 ㅎㅎㅎㅎ 거창하게 말합시다) 글을 써야 하는 것이겠. 







회고록 쓰겠다 마음 먹는 것만으로도 (시작도 안했어도), 심지어는 나보코프의 이 책도 달라 보이는 것이다. 내가 하려고 했던 걸 먼저 한 책.......... ㅎㅎㅎㅎㅎㅎㅎ, 이렇게 형식적으로는 절대 망상이 아닌 (내용으로는 망상, 절대 망상) 생각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렇습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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