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금요일 밤이었지? 내가 잊고 있던 그 제목 '빙과'를 떠올린 거 말이야. 사람들은 더울 때 뜨거운 음식을 찾고 추울 땐 차가운 음료를 마신다고 했던가, 아 어쩌면 내 핑계일지도 몰라. 어쨌거나 아이들이 게임을 한다고 자기들 동굴로 들어간 다음, 난 혼자서 (하지만 진짜 혼자는 일 수 없는 채로) 만화책을 보기 시작했지. 그래, 차가운 걸로. 빙氷. 빙과 氷果. 처음 세 화는 무료라고 해서 이게 다 상술인데, 난 그 선을 지킬 수 있지, 암, 하면서 손가락으로 쓰윽 문질렀어. 그리고 난 완주를 했네? 얼렐레?
이번 주말은 그렇게 해서 지나버렸고 벌써 저녁 때가 다 되어버렸지. 여기에 이렇게 다 써놓는 이유는, 서재에선 모든 게 용서되는 걸 알기 때문이야. 하지만 '빙과'에 얼음과자는 나오지 않지. 먹을 수도 없고. 반대로 그 빙과는 절규하는 어느 한 '착한' 고등학생의 비밀 유언 같은 거였어. 그 시절엔 그랬다고들 하는데. 60년대 일본이나 80년대 한국이나 착한 학생을 떠밀어서 감투나 완장으로 묶어서 그들의 젊음과 시간을 태워버린 건 어쩜 이렇게 비슷한건지. 이런 식으로 그냥 '희생'하는 사람이 생겨도 되는 걸까? 다른 '실세'는 따로 자기들 몫을 챙기고 인생을 즐기는 동안에? 일본의 이야기에선 그런 희생엔 '어쩔 수 없지' 라고 묻어버리는 게 더 많은 것 같았어. 하지만 여기서 그칠 수 없잖아?!
영화판 '빙과' .... 까지 챙겨 봤다니까?! 아 이번 주말 정말 이상해. 나 원래 이런 사람 아닌데. 계획적으로다가 딱 책 읽고, 독후감도 쓰고 그러거든? 그런데 아까 썼듯이 엉뚱한 희생자를 만들고 인생 묻어버리는 줄거리는 참을 수가 없었어. 그 비슷한 젊은이들이 아마도 떠오르기 때문인지도 모르고.
영화판에서는 전형적 일본 만화/애니의 여고생 모습은 여전했지만 그 착한 사람에게 작은 탈출구 하나를 남겨 두어서 조금 기분이 나아졌어. 그런데 영화는 지루하고 배우들의 비쥬얼도 뭐 그렇고 추천하긴 어려워. 그리고 나는 추리 소설이 막 읽고 싶어졌지. 책은 이미 집에 있는 클래식한 그 책.
저 책을 살 때가 아마 뜨거운 여름이었지 아마? 저녁엔 뜨거운 국물 요리나 아주 매운 볶음을 해볼까. 슬슬 쌀을 씻고 ...
그리하야... 어제 저녁엔
가지를 튀긴 탕수에 중국당면과 브로콜리를 간장에 볶아서 ... 칼로리로 충만하였고, 아침엔 모두들 팽팽한 얼굴로 월요일을 시작하였다는 소식입니다. ;;
기승전 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