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상
정지원 지음 / 북박스(랜덤하우스중앙) / 2005년 1월
평점 :
절판


세 권이나 되는 책을 단숨에 읽어버렸다. 처음.. 여덟 남녀의 전생과 현생에 얽힌 이야기라는 소릴 들으면서 걱정했던 '정신없겠다~'란 생각은 어느새 쑥 들어가 버렸다. 상권 중반까지만 누가누군지 조금 헷갈렸을 뿐, 거길 넘어서면서 부터는 어찌나 인물 하나하나에 몰입했던지 숨 돌릴 틈이 없었다.

읽는 내내, 가슴아프고 떨리고 숨막혔다.  전생과 현세가 교차되는 속에,  현세의 인물이 전생의 누구인가를 짚어내기도 해야했고, 직접 나타나지 않은 그들의 심정을 헤아리는 일도 필요했다.

드라마 작가인 소진은 자신이 기억하는 전생을 바탕으로 드라마를 만든다.  드라마 방영과 함께 서서히 전생을 기억하는 이들이 모이기 시작하는데....  주나라 왕세자였던 벽안군, 벽안군의 오른팔인 연청과 상검명, 벽안군과 정치적 대치관계였던 승상의 딸 난란과  승상의 은혜로 자란 영소..  여기에 아청, 아소 공주, 의관 제은형까지..  이들 여덟 남녀의 얽히고 설킨 인연의 끈은 현세에까지 이어진다.

전생을 기억하고 있다면,  전생의 연인이나 적을 만났을때 그 사람은 과연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을까? 자칫 기억에 얽매여서 현재의 자신을 망각해 버리지는 않을까?

현세에서 다시 만난 그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약간씩의 거짓말을 한다. 그런 거짓말들은 쌓여서 오해를 낳고, 갈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전생에서의 가슴아팠던 사랑, 비참했던 시절, 고통스러웠던 전쟁까지.. 그들에게 풀어야 할 과제는 너무나 많았다.

이 책의 중심인물인 소진은 전생에 영소였다. 다른 이들이 기억하기에 아름답지만 차갑고 냉철했던 인물..  그러나, 자존심과 이성적인 모습을 꼿꼿이 유지하고 있는 그녀는 자신을 전혀 돌아보지 않는 연청을 사랑했다. 입 밖으로 내어보지 못한 사랑, 전쟁으로 헤어져 죽을 때 까지 그들은 서로 사랑하는줄도 몰랐다.  가슴 아프고, 안타까운 남녀다.

한을 가진 사람이 어디 그들 뿐이랴..!  아청공주를 사랑했던 의관 제은형은 공주가 당에 공녀로 바쳐지고, 정략에 의해 사형당하자 복수를 꿈꾸지만, 결국 이루지 못한다.  아소공주를 사랑했던 상검명은 짝사랑에 괴로워하고, 벽안군과 연인이었던 난란은 전쟁으로 인해 아기와 함께 고통스럽게 죽는다.

끈질긴 인연들..   어쩌면 인간만의 끊어버릴 수 없는 미련들이 전생을 만들어낸 것인지도 모른다.  전생으로 인해 모인 이들이 넘어서야 할 것은 바로 그 전생이란 기억이다.

여러가지 오해와 불신과 위험한 과정을 거쳐.. 그들은 과거의 기억을 마무리한다. 

- 과거는 지나갔어. 현재에 영향은 미칠 수 있겠지만, 과거 자체는 바뀌지 않아. 만약 과거로 인해 뭔가가 잘못되지 않을까 걱정된다면, 지금부터 노력해서 고치면 돼. 미래는 결정되지 않았으니까..

책을 읽으며 사키 히와타리의 <나의 지구를 지켜줘>를 생각했는데, 역시나.. 작가가 그 책을 모티브로 사용했다 한다.  물론 전생 때문에 모인다는 것만 같을 뿐, 이야기의 진행 자체는 전혀 다르다.  흥미진진했다. 작가의 전작들인 <여름의 끝>이나 <깊은밤을 날아서>, <푸른 바다의 노래>도 좋아했지만, 이번 작품은 더 깊어진 느낌이다.  로맨스 팬이라면 필수 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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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자 2005-03-23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오옷+_+ 별 다섯개 짜리 로맨스 소설이다...^0^
게다가 전생관련...>.< 보고 싶다...!

반딧불,, 2005-03-23 0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다섯개다!!!!!!
일단 보관함으로~~

날개 2005-03-23 0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넘 재밌게 봤어요..^^* 두 분 꼭 보셔요~~!

비로그인 2005-03-23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전생은 어땠어요?
저는 가끔 보여요.
돌도끼 들구 맘모스 쫒아 달려가고 있어요.

날개 2005-03-23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날리님, 저 그 뒤에서 돌도끼 갈고 있었는데... 못보셨어요? ^^

비로그인 2005-03-23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야 다시 오셨군요...
2만5천4백12년을 기다렸습니다.
명을 기다립니다.

날개 2005-03-23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이제야 알아보다니... 그럼 명이 내릴때까지 대기하라!

로드무비 2005-03-23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겠네요.^^

날개 2005-03-23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이 로맨스소설 좋아하시면 막 권해드릴텐데..^^;;

실비 2005-04-09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지 잼있을것 같네요^^

날개 2005-04-10 0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제로 재밌습니다..^^*

loveyun 2005-04-18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날개님... 주인공 들이 많이 나오면 넘 복잡하지 않나요?
읽을까 말까 왕 고민 중입니다.

날개 2005-04-19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처음에는 복잡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요, 읽다보니 금방 다 파악이 되더군요.. 복잡해서 못읽을 정도는 아니랍니다..^^

실비 2005-05-07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퍼갑니다^^

panda78 2005-06-28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니까 이 수많은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제가 받아왔다는 거 아님까,우하하하하 >ㅁ<) PANDA RULES!

날개 2005-06-28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